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1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9화(219/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19화
219화 유명인사 (2)
며칠 뒤, 황제가 보낸 초대장이 저택에 도착했다.
“혀, 형님! 왔습니다! 왔다고요!”
“데, 데미안! 옷! 미리 준비해 둔 옷 있죠!”
“와, 이게 황궁에서 보낸 편지야? 별거 없네.”
당사자인 데미안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호들갑을 떨었다. 다름 아닌 황제의 초대였으니 그럴 만했다.
‘드디어 헤메이라를 얻을 수 있겠군.’
헤메이라.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이 사용했던 마갑.
데미안이 아는 한 대륙에서 헤메이라보다 뛰어난 갑옷은 존재하지 않았다.
갑옷뿐만 아니라 역대 무구들을 나열해 놔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었다.
다만, 지금은 아무도 헤메이라의 존재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탄생하자마자 봉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봉인이 된 상태임에도 헤메이라는 오러를 튕겨 낼 정도로 튼튼하고, 깃털처럼 가벼웠다.
명장들이 만들어 낸 갑옷들과 비교해도 훨씬 뛰어난 물건이었다. 황궁의 보물고에 보관이 될 정도로 말이다.
‘도르고가 어떻게 헤메이라를 얻게 되었더라…… 다른 기사가 받았던 걸 판데모니엄이 입수했다고 했었나?’
제국에서는 봉인된 헤메이라를 어떤 기사에게 지급했다. 이후, 그 기사는 임무를 해결하던 도중 판데모니엄에 의해서 살해를 당했다.
판데모니엄은 기사가 입고 있던 갑옷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고 조사하다가 봉인을 풀게 되었다.
이후, 헤메이라는 도르고에게 진상되어 데미안에게 입혀지게 되었다.
‘사실 헤메이라보다는 에레보스의 조각을 얻고 싶은데.’
제국에는 헤메이라뿐만 아니라 에레보스의 조각도 있었다.
다만, 에레보스의 조각은 데미안이 가지고 싶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황제가 대대로 물려받는 보검 속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
‘전생에는 도르고가 그걸 어떻게 얻었더라…… 아, 1황자한테 얻었지.’
1황자가 황제를 대신해서 전쟁터에 나갔을 때, 권위를 빌린다는 의미로 보검을 받았다고 들었다.
문제는 1황자가 실책을 거듭하다가 도르고의 손에 사로잡혔다는 것이지만.
그 때문에 보검 속에 숨겨져 있던 에레보스의 조각도 도르고의 손에 넘어왔다.
“그럼 갔다 온다.”
데미안은 외출할 채비를 갖춘 뒤, 황궁으로 향했다.
‘이곳을 다시 오게 될 줄이야.’
데미안은 성문 앞에 서서 황궁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멸망전쟁의 막바지.
제국제일검까지 죽이는 데 성공한 도르고는 데미안을 데리고 수도로 진격했다.
그리고 수도의 제국민을 모두 학살한 뒤, 황제를 생포했다.
데미안이 육체의 주도권을 되찾고, 도르고에게 복수한 것도 바로 그날이었다.
“데미안 학센이다. 폐하께 초대를 받고 왔다.”
데미안이 성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병사들은 말없이 성문을 열었다.
‘다시 와도 경악스럽군.’
안으로 들어온 데미안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제국의 중심부답게 수많은 마법이 황궁을 보호하고 있었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데미안조차 모두 파악하기 힘들 정도였다.
‘수도를 공격했던 도르고조차 황궁에 걸린 마법을 뚫지 못했지.’
결국 도르고는 데미안을 앞세워서 황궁의 마법을 뚫을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경이시군요.”
조금 안으로 들어가자 중년 남성이 데미안을 맞이했다.
“시종장 발자크 얀센이라고 합니다.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데미안은 시종장의 안내를 받으며 황궁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폐하께서는 안에서 데미안 경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데미안은 시종과 함께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커다란 문을 통과하여 알현실에 도착했다.
제국의 알현실은 웅장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거대했다.
천장은 높고, 공간은 넓었다. 광활하다는 표현이 생각이 날 정도였다.
벽은 황금으로 된 태피스트리로 장식되어 있었다. 바닥은 값비싼 호박이 깔려 있었다.
입구부터 시작된 붉은 카펫이 맞은편까지 이어져 있었고 그곳의 끝엔 옥좌에 앉아 있는 황제가 보였다.
알현실에는 황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수많은 귀족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데미안 학센은 앞으로 오도록 해라.”
황제가 입을 열었다. 분명히 작은 목소리임에도 알현실 전체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아마도 마법적인 힘이 작용한 듯했다.
데미안은 바닥에 길게 깔려 있는 카펫을 밟으며 황제에게 다가갔다.
걸음을 옮기며 알현실에 있는 귀족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그중에는 1황자 카엘 아델라이트도 있었다. 카엘은 무덤덤하지만 적의가 느껴지는 얼굴로 데미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병사가 서 있는 지점에서 멈추라고 했지?’
데미안은 레이첼에게 들은 예법대로 병사들이 서 있는 곳에서 멈췄다. 황제가 있는 곳에서부터 8m쯤 떨어져 있는 장소였다.
데미안은 한쪽 무릎을 꿇고 이어지는 말을 기다렸다.
“…….”
그런데 좀처럼 황제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가까이 오라.”
그러다 갑자기 명령을 내렸다.
데미안은 엉거주춤 일어나서 걸음을 옮겼다. 7m쯤 떨어진 장소에 멈춰 섰다.
“……더 가까이.”
그러자 황제가 같은 요구를 했다. 하는 수 없이 데미안은 더 가까이 다가갔다.
5m의 거리에 멈춰 섰다.
“……아니, 아니다. 본인의 앞까지 오도록 해라.”
그러자 근위기사로 보이는 남자가 황제에게 말했다.
“폐하, 데미안 경을 의심하는 바는 아니지만…….”
“데미안 학센은 본인의 앞으로 오라.”
데미안은 의아해하면서도 황제의 앞에서 섰다.
황제는 체격이 상당히 좋은 남자였다. 아마 검을 익혔더라면 훌륭한 기사가 되었으리라.
데미안이 황제를 관찰하고 있을 때였다. 별안간 황제가 옥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데미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폐, 폐하!”
근위기사가 놀라서 소리쳤다. 하지만 황제는 자신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곳에 멈췄다.
‘뭐야, 왜 이러는 거야?’
데미안은 당황한 얼굴로 황제를 바라봤다.
황제가 천천히 데미안을 향해 손을 뻗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덥석.
황제가 데미안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대뜸 눈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폐하!”
“이놈! 폐하께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귀족들이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데미안은 무척 억울했다.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만…… 다들 조용히 하도록…….”
황제가 한 마디를 꺼내자 알현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아무…… 아무 일도 아니다…… 데미안 경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말을 하는 동안에도 황제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
“과인도…… 어째서 눈물이 흐르는지 모르겠군…… 모르겠어…… 어째서…… 그대를 보고 있으면 이렇게 눈물이 흐른단 말인가…….”
다음 순간, 알현실에 있는 모두가 경악했다.
황제가 데미안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폐, 폐하!”
“어, 어찌 그런 행동을……!”
제국의 황제가 다른 이의 앞에 무릎을 꿇다니?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황제의 두 눈은 오로지 데미안에게 고정되어 있을 뿐이었다.
“과인은…… 그대를 헬리안 경연의 우승자로 선포하고 ‘천검(天劍)’의 칭호를 하사할 생각일세.”
하늘의 검.
아무리 헬리안 경연의 우승자라지만 이제 막 마스터클래스가 된 데미안에게는 굉장히 과분한 칭호였다.
“아, 예…….”
하지만 데미안은 칭호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황제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인의 초대를 받은 이에게는 보상을 내리는 것이 원칙이지…… 원하는 것을 말해 보게나. 무엇이든 내어 주도록 하겠네.”
“폐하!”
근위기사가 질겁하며 소리쳤다.
데미안 학센이 세운 공로가 크기는 하지만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너무 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근위기사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데미안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 갑옷을 하나 받고 싶습니다.”
“갑옷? 알겠네. 가장 좋은 물건을 내주도록 하지.”
“제가 가서 직접 고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알겠네. 그렇게 해 주도록 하지.”
황제는 데미안의 부탁을 조금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데미안의 황당함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소소한 부탁을 하는군. 이러면 과인의 마음이 편해지질 않네. 또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보게.”
“어, 그러면…….”
이 순간, 데미안은 갈등했다.
헤메이라도 좋지만 그보다는 에레보스의 조각을 얻고 싶었다.
문제는 에레보스의 조각이 황제의 보검 속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성급하게 굴지 않고 다른 방법을 강구하려 했건만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어쩌면? 혹시?
“폐하의 보검을 받고 싶습니다.”
데미안은 지르는 심정으로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알현실이 발칵 뒤집혔다.
“이런 미친 자를 보았나!”
특히 1황자 카엘 아델라이트의 반응이 격했다. 1황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정신이 나갔구나! 폐하! 저 자를 살려둬서는 안 됩니다! 당장 목을 쳐서…….”
“1황자는 조용히 하도록 해라.”
“그럴 수는 없습니다! 보검은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물건입니다! 저 남자는 지금 폐하를 우롱하고 있습니다!”
황제가 1황자를 돌아봤다. 두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내 말이 말 같이 들리지 않은 모양이구나! 네놈의 혓바닥을 뽑아버려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황제의 호통에 1황자는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보검이라…… 어째서 이런 것을 원하는지는 모르겠다만.”
황제가 몸을 일으켰다. 허리춤에 있던 보검을 빼들더니 데미안에게 내밀었다.
“별거 아니로군. 어서 받도록 하게.”
그 순간, 알현실이 한 번 더 뒤집혔다.
* * *
그 뒤로 데미안은 보물고로 가서 갑옷을 고른 뒤, 저택으로 귀환했다.
“형님!”
“데미안!”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미하엘과 레이첼이 뛰어왔다. 두 사람은 다급해 보이는 얼굴로 물었다.
“폐, 폐하께서 당신한테 무릎을 꿇었다던데 진짜예요?”
“거, 거짓말이죠?”
두 사람의 물음에 데미안은 볼을 긁적이며 답했다.
“사실인데.”
데미안의 대답에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형님,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혹시 소문이 사실입니까?”
“뭔 소문?”
“형님께서 황제의 사생아라던데요?”
그 말에 데미안은 인상을 구겼다. 멀쩡하게 아버지랑 어머니가 살아 있는 사람한테 뭐가 어쩌고 어째?
“그게 뭔 말 같잖은 소리냐.”
“아니…… 지금 그런 소문이 거리에 파다하던데요. 사실 형님께서 황제의 사생아고, 그것 때문에 황제가 반가움에 눈물을 흘린 거라고요.”
데미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미하엘을 바라봤다.
“말도 안 되는 소문이니까 믿지 마라.”
“그럼 황제는 왜 무릎을…… 꾸, 꿇은 겁니까?”
데미안은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짐작이 가는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갱년기인가 보지.”
데미안은 최대한 말을 골라서 말했다.
“그보다 데미안, 손님이 왔어요. 당신이 직접 만나 봐야 할 사람이라 내버려 뒀어요.”
데미안은 레이첼과 함께 응접실로 향했다.
“오오…… 데미안 학센! 천검의 기사!”
술에 잔뜩 취한 검성이 데미안 학센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쩐 일이십니까?”
데미안에 물음에 검성이 술을 벌컥벌컥 들이켠 뒤에 말했다.
“저번에 보니까 멸마단에 관심이 있는 것 같던데.”
검성이 두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거악을 죽이러 갈 건데 같이 갈 생각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