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화
22화 공작가 (2)
준기사들을 쓰러트린 뒤, 데미안은 곧바로 저택으로 향했다.
저택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간에 정원을 가로질러야 했다.
‘정원을 가꾸는 게 어머니의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는데.’
학센 자작가의 정원이 텃밭 크기에 불과하다면 공작가의 정원은 숲을 연상시킬 만큼 넓고 컸다.
공작가의 정원에 관한 이야기를 어머니께 들려드리면 좋아할 것 같았다.
하지만 데미안은 느긋하게 정원을 구경할 수 없었다.
“찾았다!”
“여기 있었구나!”
정원 곳곳에서 기사들이 튀어나왔다.
방금 전에 싸웠던 준기사들과는 격이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로우클래스.
공작가의 정식기사가 데미안을 막기 위해서 나선 것이다.
“어디서 온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작가를 공격하다니!”
“팔다리의 힘줄을 모두 잘라다 감옥에 처박아 주마!”
기사들이 일제히 칼을 뽑았다. 짙은 오러가 칼날을 뒤덮었다.
이렇게 많은 로우클래스들에게 위협당하면서도 데미안의 표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죽이는 건 어렵지 않은데…… 뒷감당이 어렵지.’
공작가로 오는 동안 데미안은 패력축기공으로 제법 많은 마력을 모았다.
지금 데미안에겐 준기사나 로우클래스나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피를 봤다가는 공작과 척을 질 위협이 있었다.
‘어디 적당한 물건 없나.’
데미안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침 근처에 정원을 가꿀 때 사용하는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데미안은 그중에서 삽을 집어 들었다. 손날로 삽의 머리를 후려쳤다.
삽의 날이 뚝 잘려 나가니, 적당한 길이의 몽둥이가 되었다.
데미안은 몽둥이를 붕붕 휘둘렀다. 느낌이 괜찮았다.
“됐다. 이제 덤벼도 된다.‘
데미안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기사들의 이마에 혈관이 튀어나왔다.
“지금 우리가 우습게 보이냐?”
“어디서 같잖은 도발이야!”
“당장 죽여 주마!”
기사들이 분노를 토해 내며 달려들었다.
선두에 있던 기사가 칼을 휘둘렀다. 칼날이 반원을 그렸다.
데미안은 몽둥이로 칼날을 막으려 했다.
“어리석은 놈!”
기사가 소리쳤다. 기사의 검에는 오러가 맺혀 있었다. 반면, 데미안의 몽둥이는…… 그냥 몽둥이였다.
이대로 가면 오러가 실린 검이 몽둥이와 데미안을 통째로 절단할 게 뻔했다.
하지만 기사의 예상과 달리 칼은 몽둥이를 베지 못했다.
대신 궤적이 비틀렸다.
“……엇?”
횡을 그리던 검이 갑자기 위로 치솟아 올랐다.
데미안은 빈틈을 놓치지 않고 몽둥이로 기사의 머리를 내리쳤다.
기사는 힘없이 허물어졌다.
“죽어라!”
뒤를 이어서 다른 기사가 칼을 내리쳤다.
데미안은 이번에도 몽둥이를 휘둘러 칼을 막았다.
직선으로 떨어지던 칼날이 왼쪽으로 크게 휘었다.
“아니……? 컥!”
데미안은 곧바로 기사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기사는 비명을 토해 내며 기절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명이나 당해 버렸다.
이 믿기 힘든 광경에 다른 기사들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은 몽둥이로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뭐 해? 덤비라니까.”
기사들이 서로 눈치를 봤다. 그러다 한 명을 시작으로 연달아 뛰어들었다.
매타작 벌이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 * *
“……침입자가 단 한 명이라고?”
공작이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물었다. 시종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들은? 기사들은 뭘 하고 있느냐?”
“이미 준기사 열 명이 침입자를 막으려 했다가 실패했습니다!”
“준기사들이……?”
준기사만 되어도 훌륭한 전력이다. 그런 준기사들을 열 명이나 나섰는데 실패했다?
“그뿐만 아니라 로우클래스들이 나섰습니다만 또 막아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공작은 머리가 팽팽 도는 것을 느꼈다.
지금 듣고 있는 게 사실일까?
혹시 모두가 자신을 속이려는 건 아닐까?“
“거, 걱정하지 마십시오! 미들클래스 기사가 움직였습니다! 이제 곧 침입자를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들클래스라는 말에 공작은 침착함을 되찾았다.
생각해 보면 겁먹을 이유는 없었다.
이곳에는 로우클래스뿐만 아니라 미들클래스, 심지어 하이클래스도 있었다.
공작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노기사를 쳐다봤다. 노기사는 안광을 번쩍이며 말했다.
“각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각하의 곁에는 제가 있지 않습니까.”
가올 하임리히.
애플 왕국에 단 세 명밖에 없는 하이클래스 중 한 명.
골드픽시 공작가가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무력이었다.
“사상자는 몇 명이나 발생했느냐?”
“없다고 들었습니다.”
공작의 얼굴에 또다시 의문이 떠올랐다.
“……그게 무슨 소리냐. 사상자가 없다고? 그럼 부상자는?”
“경미한 부상자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건 뭔…….”
이 대낮에 공작가를 침입하고, 기사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으면서도 한 명도 죽이지 않았다고.
“잠깐만.”
공작의 머릿속에 어떤 가능성이 떠올랐다.
“그 침입자를 직접 만나 봐야겠다.”
* * *
로우클래스들을 모두 때려눕힌 뒤, 데미안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골드픽시 공작가는 애플 왕국 제일의 갑부로 유명했다.
그 유명세가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듯 저택 내부에는 곳곳에 값비싼 예술품들이 놓여 있었다.
“막아라! 놈을 막아!”
저택에 들어오자마자 기사들이 달려들었다. 전원 로우클래스 기사들이었다.
데미안은 몰려드는 기사들을 향해 마구 몽둥이를 휘둘렀다.
기사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데미안은 기사들을 지르밟으며 저택 내부로 전진했다.
복도를 지나서 넓은 홀에 도착했다. 거기서 데미안은 걸음을 멈췄다.
홀 한가운데에 서 있는 기사 때문이었다.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이 개자식아.”
기사가 조용히 뇌까렸다. 목소리에 살기가 가득했다.
“공작가에서 난동을 피운 죄는 깊다. 네놈은 특별히 내가 직접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다가 쥐새끼들의 먹이로 뿌려 주마.”
기사가 땅에 꽂아 놓았던 창을 빼들었다. 날카로운 기세가 홀 전체를 가득 채웠다.
“대단하군.”
데미안은 짧게 감탄했다. 기사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상당했다.
“난 데미안 학센이다. 그쪽은 이름이 뭐지?”
이대로 통성명도 하지 않고 싸우기에는 아쉬웠다.
데미안의 물음에 기사는 인상을 팍 썼다. 대답하기 싫은 기색을 풍기면서도 말했다.
“에른스트 호위츠. 미들클래스다.”
거물이 나타났다.
* * *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훈련생, 준기사, 정식기사라는 과정을 거친다.
이 정식기사는 또 세부적으로 경지가 네 개로 나뉜다.
로우클래스, 미들클래스, 하이클래스 마지막으로 마스터.
각 경지의 격차는 뒤로 갈수록 커졌다.
준기사가 로우클래스의 경지에 오르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로우클래스가 미들클래스가 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로우클래스만 되어도 일기 당천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보다 훨씬 오르기 어렵다는 미들클래스는?
인간의 몸으로 도달할 수 있는 자연재해 정도로 취급 받는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되었군.”
데미안이 몽둥이로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골치 아파?”
그 말이 거슬렸는지 에른스트 호위츠가 인상을 썼다.
“겁에 질린 나머지 말이 헛 나왔나 보구나. 그게 아니라 도망치고 싶다고 말해야지.”
에른스트 호위츠가 기세를 일으켰다.
그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균열은 방 전체로 퍼져 나갔다. 벽은 물론이고 천장까지 금이 번졌다.
“건물을 이렇게 박살 내 놓으면 공작을 볼 낯이 없어지는데.”
솔직히 말해서 데미안은 에른스트 호위츠와 싸우기 싫었다.
데미안은 회귀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직은 체력과 마력이 크게 부족했다.
못 싸울 것은 없었지만 꽤 피곤한 전투가 될 게 뻔했다.
‘무엇보다 결투에는 로우클래스만 참가할 수 있다.’
결투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로우클래스를 연기해야 했다.
그런데 미들클래스인 에른스트 호위츠와 싸웠다가는 로우클래스라는 것을 의심받을지도 몰랐다.
“네놈이 계속 밍기적거리겠다면 내가 먼저 시작하마!”
에른스트 호위츠의 몸이 살짝 낮아졌다. 앞으로 뛰쳐나가려는 자세였다.
데미안은 짧게 혀를 찼다.
이렇게 된 이상 적당히 상대해 주다가 도망치는 게 좋을 듯했다.
그때였다.
에른스트 호위츠의 뒤에 있는 문이 번쩍 열렸다.
“두 사람 다 멈춰라!”
한 중년 남성이 걸어오며 소리쳤다. 에른스트 호위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각하?”
“이 사람아, 침입자를 잡을 생각을 해야지. 건물을 다 때려 부수면 어쩌나.”
중년 남성은 에른스트 호위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에른스트 호위츠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주의가 부족했습니다.”
“괜찮네. 어차피 마법사들을 불러서 수리하면 되니까.”
그리 말한 뒤, 공작은 데미안에게 다가갔다.
“각하, 위험합니다!”
“괜찮네.”
에른스트 호위츠가 제지했으나 공작은 멈추지 않았다.
“젊은 친구. 이름이 뭐지?”
단 몇 걸음.
데미안이 칼을 뽑으면 죽을지도 모를 거리에서 공작이 물었다.
과연 작위에 걸맞은 배짱을 지닌 남자였다.
데미안은 손에 들고 있는 몽둥이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데미안 학센이라고 합니다, 각하.”
“데미안 학센? 설마 학센 자작가의 망나니인가?”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작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소문이 가짜거나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진짜일 줄은 몰랐군.”
“그게 좀 억울한 점이죠. 그 오해 때문에 만나는 놈들마다 절 얕잡아보고 있거든요.”
데미안의 말에 공작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여기까지 오면서 가문의 기사들을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았더군. 치명상을 입은 기사도 없고.”
“적당히 상대해 주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뭐? 적당? 이거 진짜 재미있는 친구로군.”
공작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서 내게 바라는 게 뭐지? 원하는 게 있으니 이 소동을 벌인 게 아닌가.”
드디어 데미안이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저는 각하께 빚을 지고 있습니다.”
“빚이라고?”
공작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도무지 짐작이 가는 게 없었다.
“각하께서 운영하시는 대부업체에 돈을 빌렸습니다. 원금에 이자를 합쳐서 30골드를 갚아야 합니다.”
“아, 그런 것이었군. 설마 그것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인가?”
“지금 당장은 돈이 없어서 다른 방법으로 빚을 갚고자 합니다.”
데미안의 대답에 공작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른 방법이라?”
“빚을 갚는 대신 미하엘 라이언블룸을 꺾고 승리를 바치겠습니다.”
그 대답에 공작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미하엘 라이언블룸.
그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재미있군. 정말 재미있어.”
공작은 턱을 매만지며 데미안을 살펴봤다.
아마 머릿속으로 데미안과 미하엘 라이언블룸을 비교하고 있으리라.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언젠가 마스터가 될 거라고 평가받는 괴물이다. 자신 있는가?”
“제가 패배한다면 목을 치셔도 좋습니다.”
데미안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즉시 대답했다.
그 대답에 공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체통도 잊고 입을 크게 벌린 채 웃어댔다.
“으하하핫, 이렇게 패기로운 친구를 봤나.”
공작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네를 한번 믿어 보도록 하지.”
데미안은 그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