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2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0화(220/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0화
220화 유명인사 (3)
거악.
강자들만이 소속될 수 있다는 판데모니엄 내에서도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한 ‘진짜’들.
거악 한 명이 가지고 있는 권세는 일국의 왕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예전부터 추적하고 있던 거악의 위치를 최근에 확정 지었다네. 이제 처단하는 일만 남았는데 마침 이번에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가?”
헬리안 경연 때 벌어졌던 일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 때문에 폐하께서 얼마나 분노하셨는지 모르네. 반드시 이 굴욕을 되갚아줘야 한다고 말씀하셨지.”
그래서 이번에는 제국에서 거악을 처단하려는 모양이었다.
데미안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멸마단은 제국에서 비밀리에 운용하는 무력집단이었다. 그들이 나설 정도라면 이번 일이 극비 중의 극비라는 뜻.
그런 임무를 외부인인 자신에게 이렇게 쉽게 털어놓다니.
“절 신뢰하시는 겁니까?”
“반만.”
검성이 술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판데모니엄의 흉수를 죽이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널 신뢰할 수 없지. 그쪽에서 널 간자로 심기 위해서 암흑기사를 희생시켰을지도 모르잖아?”
흑마법사들이 하는 짓거리들을 생각하면 억측이 아니었다.
황궁에 간자를 들이기 위해서 가족을 희생시킨 사례가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니 이번 기회에 나머지 반을 확인하고 싶다. 겸사겸사 네 실력도 보고 말이야.”
“거악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사결(死結)의 바넥시아라고 하네.”
데미안이 들어본 적 없는 거악이었다. 멸망전쟁 이전에 사라진 거악인 듯했다.
‘거악 중에서는 약체에 속하는 모양이군.’
거악이라고 다 같은 거악이 아니었다. 본신의 힘과 세력에 따라서 수준이 나뉘었다.
슬라와 웨폰마스터의 경우에는 거악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들이었다.
“참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원시원해서 좋군. 하지만 다시 한번 더 고민해 보는 게 어떤가? 이번 일은 거악을 상대하는 일이야.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네.”
검성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술에 취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죽지 않을 테니까요.”
“으하하핫, 아주 아주 건방진 대답이야.”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검성은 웃음을 터트렸다.
“좋아. 내일 해가 뜨기 전까지 북쪽의 성문 앞으로 나와라.”
“예 알겠습…… 새벽에 나오라고요?”
“결행이 바로 내일이거든. 그러니까 최대한 일찍 출발해야지.”
데미안은 다소 어이없다는 얼굴로 검성을 쳐다봤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급한 거 아닙니까.”
“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렇지 않겠냐. 그럼 다음에 봅세.”
그렇게 말한 뒤, 검성은 자리를 떠났다.
데미안은 검성이 떠난 이후에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봤다.
* * *
데미안은 저택의 사람들에게 대충 상황을 설명했다.
내일 당장 출발해야 한다는 말에 저택의 사람들도 크게 당황했다.
멸마단의 활동은 극비였기에 모든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어느 정도 거짓말을 섞어야 했다.
그런 뒤, 데미안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황궁에서 가져온 보검과 갑옷을 꺼냈다.
우선 보검부터 살펴봤다.
길이는 약 1.2m 정도. 끝으로 갈수록 검신이 뾰족해지는 형태였다.
검신의 표면에는 레어메탈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크로스가드와 손잡이에는 작은 보석들이 무수히 박혀 있었다.
무기라기보다는 예술품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실제로 이 보검은 싸우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이 보검은 황제의 권위를 상징했다.
원래는 황제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아주 가끔 황명을 대리하는 자에게 대여될 때를 제외하면 말이다.
‘이렇게 대단한 물건을 나한테 덥석 주다니…… 대체 이유가 뭐지?’
만약 데미안이 이 보검을 악용하면 제국에 큰 혼란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황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데미안에게 보검을 내밀었다.
‘그리고 대체 왜 나한테 무릎을 꿇은 거야? 왜 운 거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짐작이 가는 게 없었다.
애초에 데미안은 황제에 대해서 잘 몰랐다. 전생까지 포함해 두 번밖에 보지 못했다.
‘도르고가 황궁을 공격했을 때, 잠깐 봤지.’
멸망전쟁에서 승리하자마자 도르고는 황궁을 공격하여 황제를 생포했다. 데미안은 그때 황제를 처음 봤다.
그나마도 당시에 데미안은 육체의 주도권을 되찾고, 도르고에게 복수하느라 바빠서 황제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마친 이후에는 곧바로 자살했고, 회귀를 했기에 황제란 존재를 아예 잊을 수밖에 없었다.
‘헬리안 경연 때, 제국의 체면을 세워 준 게 그렇게 고마웠나? 아무리 그래도 보검을 건네는 건 말이 안 되지.’
한참을 고민해 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데미안은 고민을 접고 지금부터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소환했다. 그리고 보검에 가까이 가져갔다.
“에레보스, 흡수해라.”
보검의 표면에 검은 물방울들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보검의 내부에 감춰져 있던 조각이 에레보스에 반응한 것이다.
물방울들은 마치 자석처럼 에레보스에게 달라붙었다.
물방울을 흡수할수록 에레보스의 날이 길어졌다. 이제는 도끼의 날보다 조금 더 길어졌다.
데미안은 허공을 향해 휘둘러 보았다. 베는 느낌이 상당히 좋아졌다.
“이제는 무기로 사용해도 되겠군.”
길이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검으로 쓸 수 있었다.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다시 문양으로 바꿨다. 그리고 보검을 살펴봤다.
“역시 약해졌군.”
에레보스의 조각을 뱉어 낸 탓에 보검의 강도는 이전보다 훨씬 약해져 있었다.
“그래도 겉으로만 보면 아무도 모르겠는데.”
데미안은 보검을 아공간 속으로 집어넣었다.
혹시 나중에 황제의 권위를 빌릴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그때 사용하기 위해서 챙겨두기로 했다.
다음으로 갑옷을 살펴봤다.
봉인된 헤메이라는 몸통만 덮을 수 있는 형태의 흉갑이었다.
“우선 봉인을 풀어야겠지.”
데미안은 팔찌에 남아 있던 흑마력을 모조리 긁어냈다.
저번에 소모한 이후로 흑마력을 충전하지 못했다. 그 탓에 팔찌에 남아 있는 흑마력은 아주 미약했다.
다행히도 헤메이라를 깨울 때는 대량의 흑마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극할 정도면 충분했다.
데미안은 헤메이라에게 흑마력을 주입했다. 처음에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헤메이라는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아…… 아아…….
헤메이라에게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영…… 혼…… 바…… 쳐…….
다른 마검과 달리 헤메이라는 제대로 된 말을 내뱉지 못했다. 이는 헤메이라의 과거 때문이었다.
헤메이라를 만든 악마는 무려 공작급 악마였다. ‘왕’을 제외하면 지옥에서 가장 강력한 악마였다.
하지만 그 공작급 악마는 헤메이라를 만들자마자 살해당했다.
악마는 죽기 직전, 자신의 힘과 영혼을 모두 헤메이라에게 밀어 넣었다.
즉, 헤메이라는 공작급 악마 그 자체였다.
-너…… 영혼…… 바쳐…….
문제는 살해당했을 때의 충격으로 영혼이 크게 손상됐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헤메이라의 지능은 짐승보다 못했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다.
마검처럼 마갑 역시 본래 악마가 지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분신이었다.
마검과 마갑이 사용자를 곧바로 파멸시키지 않고 최대한 오래 살려 두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헤메이라는 지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헤메이라의 소유자가 되기 위해서는 영혼을 바쳐야 했다. 하지만 지능이 부족해진 헤메이라는 절제를 하지 못했다.
다른 마갑과 달리 추종자를 살려 두지 않고 영혼을 모조리 흡수했다.
그래서 도르고는 헤메이라를 얻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착용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으니 말이다.
“먼저 굴복시켜야겠지.”
헤메이라를 굴복시키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데미안은 마력을 퍼트려서 방안을 가득 채웠다. 지금부터 벌어질 소란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헤메이라, 앞으로 내가 너의 주인이다.”
-영…… 혼…… 바…… 쳐…….
데미안은 주먹을 들어 올렸다. 마력을 한껏 머금은 뒤, 갑옷을 내리쳤다.
굉음과 함께 헤메이라가 찌그러졌다. 데미안이 미리 퍼트려 놓은 마력들이 굉음을 모두 흡수했다.
-……컥.
충격을 견디지 못한 헤메이라가 고통을 토해 냈다. 데미안은 다시 주먹을 쥐며 말했다.
“앞으로 내가 너의 주인이다.”
-아…… 파…… 아파…….
데미안은 다시 헤메이라를 내리쳤다. 두 번째 굉음과 함께 갑옷이 또 찌그러졌다.
“내가 너의 주인이다.”
-여, 영혼…… 영호온…….
데미안은 다시 주먹을 내리쳤다. 이번에는 한 번으로 멈추지 않았다.
헤메이라가 고철이 될 때까지 계속 후려쳤다.
-주…… 주인! 주인!
결국 헤메이라가 먼저 항복하고 말았다. 어눌했던 발음도 완전히 고쳐졌다.
-주인! 인정! 주인!
주인으로 인정을 받은 순간, 헤메이라의 모습이 변했다. 목걸이의 형태로 변해서 땅으로 떨어졌다.
데미안은 목걸이를 목에 걸며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역시 인간이고, 악마고 말을 안 들을 때는 때려야 한다니까.”
* * *
황제는 창가 앞에 선 채 밤하늘을 내다보고 있었다.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할 때는 이만한 방법이 없었다.
‘대체 어쩌자고 그런 추태를 보였단 말인가.’
지금 황제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존재는 바로 데미안 학센이었다.
오늘 황제는 데미안 학센이라는 타국의 기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눈물까지 흘렸다.
대체 왜 그랬는지 자신도 몰랐다.
콜로세움에서 봤을 때와 달리 직접 대면한 순간, 가슴 속에서 수많은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감정의 격류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참을 틈도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데미안 학센이 물러났을 때, 황제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며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충격을 받은 것은 황제뿐만이 아니었다.
황궁의 의사와 마법사, 성직자들이 모두 달라붙어서 황제를 검사했다.
혹시 데미안 학센이 황제에게 정신계열 마법을 건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결론은 아무 이상도 없었다. 그렇기에 황제는 더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근위기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황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보내서 보검을 회수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니, 괜찮네.”
“하오나, 그 검은 폐하의 권위를 상징하는 물건입니다. 데미안 학센이 그 보검을 악용하기라도 한다면…….”
보검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엄청났다.
만약 데미안이 그 보검으로 고위 귀족을 죽인다 하더라도 벌을 받지 않았다. 그 검은 그런 물건이었다.
“되었다. 냅두어라.”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황제는 데미안 학센에게서 보검을 되찾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관없었기 때문이다.
데미안 학센이 그 보검을 악용한다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황제는 데미안 학센에게 더 많은 것을 내주고 싶었다.
무엇이든 내주고 싶었다. 황궁의 보물고에서 가장 귀한 것들을 꺼내서 한아름 안겨주고 싶었다.
아니, 그것을 넘어서 제국 자체를 바치고 싶다는 욕망이 마구 치솟았다.
‘미쳤군. 미쳤어.’
생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기사 따위에게 이런 마음이 들다니. 노망이 난 게 틀림없었다.
‘이럴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지.’
황제는 제국을 이끄는 위치에 있었다. 이런 정체 모를 감정 따위에 휘둘릴 수는 없었다.
“폐하, 지금 거리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소문이라니?”
“데미안 학센이…… 폐하의 사생아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그 말에 황제는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황당하다고 해도 그렇지 사생아라니.
하늘에 맹세컨데 황제는 사생아 같은 것은 만들지 않았다. 황비도 한 명밖에 두지 않았다.
“……잠깐.”
사생아라는 소문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피가 이어졌을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었다.
선대 황제 중에서, 혹은 방계 황족들의 혈통이 데미안 학센에게 이어진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정말로 그렇다면…….
“한번 조사해 보도록 하게.”
그 말에 근위기사의 눈동자가 커졌다.
“서, 설마…… 지, 진짜 사생아인 것은…….”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황제가 미간을 좁히며 대꾸했다.
“학센 백작가에 황족의 피가 닿았는지 조사해 보란 말일세.”
“아, 알겠습니다.”
황제는 다시 밤하늘을 바라봤다.
만약 진짜로 데미안 학센에게 황족의 핏줄이 닿아 있다면? 그렇다면?
“……양자로 들일까.”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황제는 화들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