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2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1화(221/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1화
221화 멸마단 (1)
다음 날, 데미안은 검성이 말한 시간에 맞춰서 저택을 나왔다.
새벽이라 거리는 한산했다. 순찰을 도는 병사들만 보일 뿐이었다.
북문에 도착하자 세 사람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남자 두 명, 여자 한 명. 세 명 모두 간단한 복장에 검을 패용하고 있었다.
딱히 특이할 게 없는 무리였다. 하지만 데미안은 이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개개인이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멀리 있음에도 대번에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세 명 모두 마스터클래스가 틀림없었다.
“어, 저기 온다. 이쪽이야! 이쪽!”
세 명 중 한 명이 데미안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머리를 말꼬리처럼 묶은 여인이었다.
데미안은 세 사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세 사람의 얼굴이 명확하게 보였다.
얼굴만 보면 셋 다 상당히 젊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나이를 판단할 수는 없었다. 마스터클래스에 오르면 노화가 느려지니 말이다.
“데미안 학센 맞지? 소문은 많이 들었어. 아니, 많다는 정도가 아니지. 요즘 당신 이야기뿐이라니까.”
여인은 꽤나 수다스러운 성격인 듯했다. 데미안을 보자마자 쉴 새 없이 말을 쏟아 냈다.
“폐하께서 당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면서?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니까? 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설마 멸마단원으로서 당신과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데미안의 예상대로 세 사람은 멸마단원이었다.
멸마단.
정확한 이름은 멸마기사단이었다. 다만, 기사뿐만 아니라 마법사, 연금술사 같은 이들도 속해 있기에 멸마단이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렸다.
“나는 레이니 벨이라고 해. 이쪽은 빌헬름 윌슨. 저기 칙칙하게 서 있는 놈은 로저 크림슨이라고 해.”
데미안은 세 명의 이름을 곱씹어봤다.
전생에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다. 얼굴도 본 적이 없었다.
멸마단원이라면 데미안이 모를 리가 없었다. 전생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몰살시켰으니 말이다.
아마 멸망전쟁 이전에 사망한 탓에 본 적이 없는 듯했다.
“데미안 학센이라고 합니다.”
빌헬름 윌슨이 활짝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반면 로저 크림슨은 바닥에 침을 뱉을 뿐이었다.
“빌헬름은 말을 못 해. 어릴 때 좀 안 좋은 일을 겼었거든. 로저는 그냥 싸가지가 없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누님, 말을 꼭 그렇게 하실 필요가 있습니까.”
로저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레이니는 쯧쯧 혀를 찼다.
“양해해 줘. 스승님…… 아, 검성께서 최근에 네 이야기만 해서 단단히 삐졌거든. 나이가 몇 살인데 이렇게 유치하게 구는지 모르겠다니까.”
“누, 누누, 누가 삐졌다고 그, 그그그, 그러십니까!”
로저가 큰 소리로 항의했다. 하지만 레이니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역시 검성의 제자들이었군.’
세 명이 품고 있는 마력이 검성과 비슷해서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멸마단부터가 검성이 제자들을 모아서 만든 집단이니 말이다.
“너한테 묻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많은데…… 일정이 바쁘니까 빨리 출발하도록 하자. 밍기적거리다간 거악이 도망칠지도 모르거든.”
“알겠습니다.”
“으응?”
데미안의 대답에 레이니 벨이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검성께서 안 오셨는데. 정말 출발해도 돼?”
레이니 벨이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이곳에는 네 명밖에 없었다. 검성은 보이지 않았다.
거악 같은 거물과 싸우러 가는데 검성이 없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봤을 때는 검성께서는 안 오실 것 같은데요.”
“어? 왜?”
“두 분만으로 충분하니까요.”
그 말에 세 사람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다들 살짝 충격 먹은 표정이었다.
“뭐야, 어떻게 알았어?”
“제가 눈썰미가 좋거든요.”
세 사람 중에서 레이니와 빌헬름은 보통 마스터클래스가 아니었다.
멸망전쟁 이전에 죽은 거악쯤은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대단하네…… 네 말이 맞아. 스승님께서는 안 오셔. 바넥시아 정도는 나랑 빌헬름 둘이서 충분하거든.”
“누님, 왜 저는 빼고 말하는 겁니까.”
“야, 네가 끼어들긴 어딜 끼어들어. 나는 멸마단 4위고, 빌헬름은 3위지만 너는…… 에휴.”
레이니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행동에 로저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두, 두고 보세요! 1년 내에 한 자리수로 올라갈 테니까!”
“그래, 꼭 그렇게 하도록 하렴.”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데미안은 속으로 감탄했다.
‘어쩐지 강하더라니. 멸마단의 3인자와 4인자였나.’
세 명 중에서 레이니 벨과 빌헬름 윌슨은 이미 벽을 넘은 마스터클래스였다.
마스터클래스의 다음 경지는 그랜드마스터였다. 하지만 마스터클래스가 그랜드마스터가 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웠다.
마스터클래스가 되기 위해서 걸어온 길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길었다.
그렇기에 마스터클래스들은 그랜드마스터에 도달하는 과정을 벽에 비유했다.
레이니 벨과 빌헬름 윌슨은 그랜드마스터에 도달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를 밟은 상태였다.
괜히 두 명에서 거악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 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데미안 학센, 너는 걱정 안 해도 돼.”
레이니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네 사람은 북문을 지나 사결의 바넥시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어디서 개소리야!”
어두운 동굴 속.
청옥석처럼 푸른 머리를 가진 남성이 분노를 터트렸다.
남성의 앞에는 커다란 거울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거울은 남성이 아니라 어떤 여자를 비추고 있었다.
-바넥시아.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어떻게 흥분을 안 할 수 있어! 네년이 날 대놓고 무시하고 있는데!”
슬라에게 연락이 왔을 때만 하더라도 바넥시아는 내심 기대했다.
미녀를 보면 마음이 동하는 것이 남자였다. 그리고 슬라는 판데모니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
하지만 슬라와의 대화는 바넥시아의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제가 당신을 언제 무시했나요.
거울 속 여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붉은색 눈동자와 입술이 미치도록 요염하게 느껴졌다.
바넥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한껏 분노한 상태로도 잠시 시선을 빼앗길 정도였다.
-데미안 학센은 제가 그분께 바칠 생각이니까 건들지 말라고 한 것뿐이잖아요.
하지만 이어지는 말이 바넥시아의 이성을 되돌려놓았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게 날 무시한 거잖아!”
며칠 전, ‘그분’께서 거악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데미안 학센이라는 남자를 생포하여 자신에게 데려오는 자에게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분’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보물들을 생각하면 절대로 그냥 넘길 수 없는 명령이었다.
마침 바넥시아는 데미안 학센이 있다는 수도와 가까운 곳에 던전을 차려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데미안 학센을 생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에 슬라에게 이런 부탁을 빙자한 협박을 받게 된 것이다.
-바넥시아. 그러면 결국 제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생각인가요?
불쾌하다는 듯 슬라가 미간을 좁혔다.
같은 거악이지만 슬라와 바넥시아는 대등하지 않았다.
슬라는 판데모니엄 내에서도 손꼽히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그래! 내 마음대로 할 생각이다!”
하지만 바넥시아도 거악으로서 자존심이라는 게 있었다. 여기서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직접 실력을 행사하는 수밖에.
“하! 어디 한번 마음대로 해 봐라!”
-안 그래도 이럴 것 같아서 이미 한 사람을 보내 놨어요. 곧 도착…….
바넥시아는 통신을 끊어 버렸다. 더 이상 들어주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젠장.”
실컷 화를 내고 나니 머리가 살짝 식었다. 그러자 불안감이 밀려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바넥시아의 힘으로는 슬라와 맞설 수 없었다. 그만큼 슬라의 세력이 강대하기 때문이다.
“대체 누굴 보낼 생각이지?”
슬라의 애인들은 굉장한 실력자들밖에 없었다.
특히 슬라가 총애하는 ‘애첩’들은 거악과 맞먹는 괴물들인 걸로 유명했다.
애첩이 온다면 바넥시아조차 승산을 장담할 수 없었다.
바넥시아가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거울의 표면이 변하더니 한 남성의 형상이 떠올랐다.
“웨폰마스터? 무슨 일로 연락을 한 것이냐.”
바넥시아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안 그래도 슬라 때문에 머리가 아픈데 별로 친하지도 않은 놈에게 연락이 왔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바넥시아. 네가 데미안 학센을 습격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젠장, 이제 개나 소나 다 알고 있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데미안 학센은 일찌감치 내가 점찍어 뒀다. 그러니 건들지 마라. 내 경고를 무시했다가는…….
이 순간, 바넥시아의 뚜껑이 열렸다.
“이 빌어먹을 연놈들이 쌍으로 지랄이야! 개지랄 떨지 말고 꺼져!”
바넥시아의 고함에 웨폰마스터는 눈만 깜빡였다.
-못 보던 사이에 간덩어리가 부었군.
웨폰마스터는 슬라와 맞먹는 세력을 가진 거악이었다.
하지만 분노가 골수에 미친 바넥시아에게 그런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간덩이는 씨발! 당장 꺼지지 못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더 이상 망설일 필요 없지. 각오하고 있어라. 오늘 내로 내 제자가 대가를 받아 내러 갈 거다.
“오냐! 마음대로 해라!”
그리 소리치며 바넥시아는 다시 통신을 끊었다. 그래도 한동안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바넥시아 님!”
그때, 연구실로 한 흑마법사가 들어왔다. 바넥시아는 고함을 내질렀다.
“왜!”
“치, 침입자입니다! 침입자가 던전으로 들어왔습니다!”
“뭐? 누구냐 슬라냐 아니면 웨폰마스터냐!”
바넥시아가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자 수하가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 어느 쪽도 아닙니다.”
“무슨 소리야?”
“제국의 기사들이 나타났습니다!”
그 말에 바넥시아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