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2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2화(222/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2화
222화 멸마단 (2)
“사결의 바넥시아는 종언학파의 흑마법사야.”
거악의 은신처로 이동하던 도중, 레이니는 데미안에게 바넥시아가 어떤 거악인지 설명했다.
“종언학파가 어딘지 알아? 파멸학파에서 파생된 학파야. 파멸학파가 화염과 파괴에 관련된 흑마법을 다룬다면 종언학파는 빙결과 바람에 관련된 흑마법을 다루지.”
종언학파는 얼음을 생성해서 적을 찢어버리거나 폭풍을 일으켜서 적을 날려버리는 흑마법 학파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데미안의 머릿속에는 종언학파에 관련된 흑마법들도 모두 담겨 있었다.
“바넥시아가 사결(死結)이라 불리게 된 이유는 종언학파의 흑마법 중에서도 빙결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야. 바넥시아가 만들어 낸 얼음은 오러블레이드에 근접할 정도로 날카롭고 단단하대. 그래서 호신강기도 뚫어버린다더라.”
레이니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바넥시아에 대해서 그만큼 철저하게 조사했다는 뜻이었다.
멸마단이 제국의 지원을 받고 있단 걸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공방에 모두 정통한 흑마법사겠군요.”
“오, 머리 좋은데? 단단한 얼음은 뭔가를 찢기에도 좋지만, 공격을 방어할 때도 좋지. 하지만 진짜 골치 아픈 점은 따로 있어.”
레이니가 혀를 차며 말했다.
“바넥시아는 어디서나 얼음을 만들 수 있어. 벽, 땅, 심지어 허공에서도 만들어 낼 수 있지. 게다가 속도도 기사가 반응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더라.”
그 말이 사실이라면 바넥시아의 영역에 들어선 순간부터는 조금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랬다가는 갑자기 솟아난 얼음에 의해서 몸이 잘려 나갈 테니 말이다.
“아, 도착했다.”
레이니가 말의 고삐를 당겼다.
그녀가 멈춘 곳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이었다.
“로저, 보고만 있지 말고 빨리 움직여 봐.”
“귀찮은 일은 꼭 날 시키더라…….”
로저가 투덜거리며 말에서 내려왔다.
로저가 장검을 빼 들었다. 두 손으로 손잡이를 잡은 채 집중력을 발휘했다.
“핫!”
로저가 장검을 크게 휘둘러서 허공을 베었다. 그러자 허공이 물결처럼 흔들리며 커다란 철문이 나타났다.
“놀랐지? 공간을 왜곡하는 마법을 베어 낸 거야.”
레이니가 데미안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이미 로저가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 다 알아본 뒤였다.
‘마법의 흐름을 읽고 그대로 베어 냈군.’
검성의 특기는 흐름을 읽는 것이었다.
공격의 흐름, 공기의 흐름, 심지어 마력의 흐름까지 읽을 수 있었다.
세 사람은 검성의 제자이니 비슷한 능력을 가졌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원래 제자는 스승과 비슷한 경지를 가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저 문은 바넥시아의 지하 연구실로 연결되어 있어. 미리 말해 두지만 엄청 위험할 게 분명하거든? 포기하려면 지금밖에 없어.”
레이니가 그녀답지 않게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말했다.
“뭐, 위험해 봤자 얼마나 위험하겠습니까.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와,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겁이 없는 녀석이네. 나중에 후회해도 모른다?”
네 사람은 철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갔다.
* * *
철문을 열고 들어오자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단순히 토굴을 파서 만든 곳이 아니었다. 벽과 바닥, 천장까지 모두 반듯하게 잘라 놓은 석재로 구성되어 있었다.
“은신처 맞아? 왜 이렇게 잘 만들어 놨대?”
레이니가 발을 내딛었을 때였다.
별안간 철문이 닫혔다. 동시에 천장에 마법진이 떠올랐다.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가 싶더니 천장에서 얼음송곳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수백 개가 넘는 얼음 송곳이 바닥 전체를 꿰뚫으려 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레이니와 빌헬름은 미동이 없었다.
대신 로저가 움직였다.
로저의 몸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로저의 잔상들이 공동 전체를 둘러쌌다.
번뜩이는 오러블레이드가 얼음 송곳들을 모조리 잘랐다. 벽에 새겨져 있던 마법진도 모조리 난도질했다.
함정을 부순 뒤, 로저는 처음 서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어때? 우리 막내 실력이?”
레이니가 자랑스럽다는 얼굴로 데미안에게 물었다. 로저는 거만한 표정으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마치 너는 이렇게 못하지 않냐고 묻는 듯했다.
‘아까부터 계속 짜증나게 구는군.’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데미안의 성격상 불가능했다.
이렇게 덤비는 녀석은 한번 짓밟아줘야 성이 찼다.
“이야…… 이 앞으로 엄청난 적의가 느껴지네. 놈들이 단단히 준비하고 있나 봐.”
레이니가 안쪽으로 통하는 복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로저, 너라도 긴장 좀 해야겠는걸? 흑마법사가 자기구역에서 얼마나 강해지는지 잘 알고 있지?”
“이번에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데미안이 여명을 꺼내며 말했다. 그러자 레이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가? 험한 일은 로저한테 맡겨도 되는데.”
“제가 이번 여행에 동행한 이유는 멸마단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아닙니까. 열심히 움직여서 믿을만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죠.”
“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 그럼 이번에는 네 실력이나 한번 볼까?”
레이니가 옆으로 물러나며 말했다. 그러자 경쟁심이 붙었는지 로저가 끼어들었다.
“누님, 그냥 저한테 맡겨 주십시오. 제가 싹 처리하고 오겠…….”
로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데미안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어, 야!”
로저가 당황해하며 데미안을 뒤쫓았다.
하지만 로저가 아무리 발을 굴러도 데미안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오히려 거리가 더 멀어졌다. 데미안은 순식간에 점이 되어서 복도를 통과했다.
“놈이 들어왔다!”
“공격해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흑마법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개개인이 모두 막대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
‘세 명은 대흑마법사. 나머지는 최고위 흑마법사로군.’
대흑마법사라 해도 비전을 완성 시킨 흑마법사가 아니었다. 마스터클래스에 대항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곳은 흑마법사의 연구실이었다.
개도 자기 구역에서는 먹어 주는 법. 이곳에는 그들이 미리 준비해 놓은 흑마법들이 즐비했다.
바닥 전체에 마법진이 떠올랐다. 동시에 데미안은 몸이 급격하게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전신이 쇳덩어리로 변한 것 같았다. 그것도 모자라서 돌덩어리가 어깨에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내 지독한 냉기가 몸속으로 침투하여 근육이 굳어 버렸다.
“됐다! 함정에 걸렸다!”
“지금이 기회다! 놈을 공격해라!”
“하체에 집중적으로 마법을 퍼부어라!”
흑마법사들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어디선가 흑마력이 흘러 나와서 지팡이로 모여들었다.
각기 다른 종언학파의 흑마법이 동시에 발현되었다.
정면에서 얼음 칼날이 쏟아졌다. 바닥에서 송곳이 튀어나왔다. 뒤에서 지독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전부 9위계의 흑마법이로군.’
이곳에 있는 흑마법사들이 사용하기에는 버거운 흑마법들이었다.
그럼에도 발동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이곳에 흑마법사들의 은신처이기 때문인 듯했다.
미리 준비해 둔 마법진이나 촉매의 도움을 받아서 고위계의 흑마법을 단숨에 발현한 것이다.
‘같잖군.’
이 정도 함정으로는 데미안을 붙잡아 둘 수 없었다. 순수한 힘만으로도 뚫어버릴 수 있었다.
쏟아지고 있는 마법들도 마찬가지였다. 데미안 정도의 실력이라면 호신강기를 강화시켜서 모두 막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뒤에 있는 멸마단에게 예상 못한 실력을 보여 줘서 입을 닥치게 만들어야 했다.
데미안이 여명을 들어 올렸다.
검성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데미안은 검성의 경지와 모든 기술을 사용할 줄 알았다.
즉, 마력의 흐름 정도는 데미안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었다.
데미안이 여명을 휘둘러서 땅바닥의 마법진을 베어 냈다.
로저처럼 난도질할 필요는 없었다. 가장 중요한 회로 하나만 효율적으로 끊어 냈다.
그것만으로 마법진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날아오는 마법들을 모조리 검으로 베어 냈다. 흑마법을 이루는 술식이 잘려 나가며 모조리 흑마력으로 흩어졌다.
“뭐?”
“어엇?”
데미안은 여명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흑마법사들을 향해서 칼을 연달아 휘둘렀다.
방출된 오러블레이드가 흑마법사들의 목을 모조리 베어 냈다. 흑마법사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이봐! 날 두고 가면 어떻…….”
뒤따라 들어온 로저는 내부의 상황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어머, 벌써 끝났네?”
“…….”
레이니와 빌헬름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리는 다 끝났으니 안으로 들어가죠.”
데미안 여명을 집어넣으며 세 사람에게 말했다.
* * *
“와, 대단하네.”
복도를 걸으며 레이니가 작은 목소리로 빌헬름에게 속삭였다.
“대단한 녀석일 줄은 알았지만 저 정도일 줄은 몰랐어.”
방금 전, 데미안을 공격했던 흑마법사들은 그리 대단할 게 없었다.
‘비전’도 완성시키지 못한 흑마법사는 마스터클래스에게 대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레이니가 주목한 것은 시간이었다.
비록 ‘비전’을 완성시키지 못했다지만 이곳은 흑마법사의 은신처였다.
흑마법사들이 미리 준비해 둔 함정은 대단한 수준이었다. 마스터클래스라 해도 애를 먹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데미안은 로저가 도착하기도 전에 모든 흑마법사를 쓰러트렸다.
게다가 현장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살펴봤을 때, 데미안 학센은 불필요하게 힘을 낭비하지도 않았다.
단칼에 마법진을 무력화시키고, 단칼에 흑마법사들을 베었다.
이 정도로 깔끔한 솜씨를 가진 기사는 보지 못했다.
“스승님께서 눈이 돌아가실만하네.”
레이니의 말에 빌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로저는 완전히 기가 죽었고 말이야.”
로저는 조용히 데미안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데미안의 실력에 압도된 티가 확연했다.
그때, 복도가 끝이 났다. 엄청난 크기의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젠장.”
그리고 그곳에 푸른 머리의 남자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이를 빠득빠득 갈고 있었다.
“제국의 돼지들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구나! 감히 내 연구실을 공격하다니!”
가만히 서 있음에도 남자에게서는 엄청난 흑마력이 느껴졌다. 공기마저 흑마력으로 물들어 있는 듯했다.
누가 말해 주지 않았음에도 알 수 있었다. 저 남자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지 말이다.
사결의 바넥시아.
판데모니엄의 거악이 눈앞에 있었다.
그 순간, 레이니와 빌헬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보여 줬던 친근함은 순식간에 휘발되어 사라졌다.
지독한 살기만이 연기처럼 뭉클뭉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멸마단.
검성의 제자들이 모여서 만들어 낸 단체.
검성은 흑마법사에 의해서 가족들을 잃어버린 이들을 제자로 삼았다.
멸마단이라는 이름은 그들의 증오심이 그대로 담겨 있는 이름이었다.
“와, 쓰레기가 말하고 있네?”
“계집, 말조심해라!”
“멋대로 지껄이는 거 보니까 아직 분위기 파악이 잘 안 되는 모양인데.”
레이니가 데미안과 로저를 돌아보며 말했다.
“두 사람은 뒤로 물러나 있어.”
레이니와 빌헬름이 무기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동시에 기세를 일으켰다.
벽을 넘은 마스터클래스가 두 명.
막강한 기세가 흑마력을 밀어내며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 모습에 바넥시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검성, 그 개 같은 것이 괴물들을 보냈구나.”
“스승님을 함부로 말하지 말아 줄래? 아니면 혓바닥부터 뽑아 버린다?”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는군. 안 그래도 기분이 더러웠는데 잘됐다. 너희 네 놈을 죽이면 기분이 풀리겠군.”
거악이 마력을 일으켰다. 그 순간, 공동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였다.
그것도 모자라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칼날 같은 바람이 쉴 새 없이 몰아쳤다.
마치 한겨울에 밖에 내동댕이쳐진 것 같았다.
‘역시 거악이로군.’
‘비전’을 완성시킨 대흑마법사는 마스터클래스와 대적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다.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한 가지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된다.
공간의 지배.
일정 범위 내의 공간을 완벽하게 자신의 소유로 만드는 것이다.
“어우, 이럴 줄 알았으면 두껍게 입고 올걸.”
그런 것을 보고도 레이니와 빌헬름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추우니까 빨리 죽이고 돌아가자.”
레이니와 빌헬름이 바넥시아를 향해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