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2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3화(223/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3화
223화 멸마단 (3)
숫적인 우위는 멸마단에게 있었지만 장소적인 우위는 바넥시아에게 있었다.
“와라! 이 제국의 돼지들아!”
바넥시아가 술식을 구성하자 열 개가 넘는 흑마법이 동시에 발현되었다.
지독한 냉기가 폭풍처럼 들이닥쳤고 얼음 칼날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땅에서 날카로운 송곳들이 우수수 튀어나왔다.
데미안은 바넥시아가 사용한 흑마법들을 모두 알아볼 수 있었다.
‘전부 10위계의 흑마법들이다.’
하나만 발동되어도 수천을 죽일 수 있는 고위계의 흑마법들이었다.
게다가 연구실에 미리 설치해 둔 마법진의 도움으로 바넥시아의 흑마법들은 더욱 위력이 강해져 있었다.
하지만 레이니와 빌헬름도 만만치 않았다. 두 사람의 손이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무수한 참격이 쏟아졌다.
흑마법들이 참격에 의해 모조리 잘려 나갔다. 그 광경을 지켜본 바넥시아의 미간이 구겨졌다.
“으아아…….”
로저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반면 데미안은 무덤덤한 얼굴로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둘 다 실력이 굉장하군.’
거악과의 전투임에도 데미안이 나서지 않은 이유는 두 사람의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검성이 키워 냈으며, 멸마단의 3, 4인자를 차지할 정도의 실력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멸망전쟁 이전에 죽었단 말인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운이 나쁘면 급사할 수밖에 없는 게 세상의 이치였다.
데미안이 봤을 때, 두 사람은 일찍 죽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재들이었다.
“돼지 새끼들 주제에 제법 잘 싸우는구나!”
바넥시아가 고함을 내지르며 지팡이로 땅을 내려찍었다. 그러자 폭설과 함께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눈송이 하나가 레이니의 뺨을 스치고 지나간 순간, 뺨이 갈라지며 피가 터져 나왔다.
“어……?”
레이니가 경악하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단순한 얼음 결정이 아니었다.
호신강기를 베어 낼 정도로 날카로운 예기를 품고 있는 흉기였다.
“놀란 모양이지? 이것이 내 ‘비전’이다. 극도의 날카로움을 지닌 눈을 내리게 만들지.”
바넥시아가 지팡이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그러자 폭풍이 휘몰아치며 눈들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죽여 주마.”
바넥시아가 두 사람을 향해 지팡이를 뻗었다. 새하얀 눈보라가 두 사람을 향해 날아들었다.
“형님! 누님!”
로저가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눈송이 하나만으로도 호신강기가 잘려 나갔다.
그런 것이 눈보라가 되어 두 사람을 덮치려 하고 있었다.
“빌헬름. 아무래도 힘 좀 써야 할 것 같아.”
레이니의 말에 빌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눈빛이 변했다. 단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고 눈보라를 노려봤다.
눈보라가 닿기 직전, 두 사람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폭풍이 좌우로 갈라졌다. 두 사람을 피해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대단하군. 검성의 경지로 바람의 흐름을 바꿔 버릴 줄이야.’
검성의 경지인 만류통찰은 흐름을 읽고, 바꿔놓을 수 있는 경지였다.
두 사람은 만류통찰을 활용해 폭풍의 흐름을 바꿈으로써 흑마법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검성, 이 술주정뱅이가 진짜로 괴물을 키워 냈구나!”
비전이 너무나도 간단하게 막히자 바넥시아조차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치명적인 실수를 낳았다.
레이니가 빈틈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오러블레이드가 참격이 되어 바넥시아를 향해 날아갔다.
“크악!”
오러블레이드가 바넥시아의 어깨를 베어 냈다. 바로 지팡이를 들고 있던 쪽이었다.
팔이 잘려 나가며 붉은 피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바넥시아는 어깨를 움켜잡으며 괴로워했다.
“빌헬름!”
레이니와 빌헬름이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바넥시아에게 뛰어들었다.
레이니는 즉시 바넥시아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으려 했다.
그 순간, 데미안의 시야에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바닥에 떨어진 바넥시아의 피에서 엄청난 양의 흑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둘 다 발밑을 조심해라!”
데미안이 즉시 소리쳤다. 다음 순간, 핏자국에서 얼음이 솟아났다.
얼음의 칼날이 두 사람을 가르며 천장까지 꿰뚫었다.
“크윽!”
“……!”
두 사람의 몸 여기저기서 피가 터져 나왔다. 깊게 베였는지 출혈량이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데미안의 경고 덕분에 두 사람 모두 치명상은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
상대적으로 약간의 여유가 있던 빌헬름이 고통을 이겨 내며 바넥시아 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하늘색 오러블레이드가 바넥시아의 목을 베었다. 하지만 빌헬름의 검격은 멈추지 않았다.
얼굴을 반으로 가르고 몸통을 여러 조각으로 베어 냈다. 그러고 나서야 공격을 멈췄다.
사결의 바넥시아.
판데모니엄의 거악은 단말마조차 남기지 못한 채 죽었다.
“허억…… 헉…….”
바넥시아를 베어 내자마자 두 사람은 바닥에 쓰러졌다. 몸의 상처를 붙잡고 괴로워했다.
“누님! 형님!”
로저가 두 사람을 향해서 달려갔다. 주머니를 열고 포션들을 꺼내서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빠, 빨리 드세요! 상처가 이렇게 심하실 줄이야……!”
그사이에 상처가 얼어붙고 있었다. 장기까지 냉기가 미치고 있었다. 그 탓에 포션을 마셔도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데, 데미안 학센…….”
레이니가 고통을 억누르며 데미안에게 말했다.
“바, 방금 고마웠어. 네가 아니었다면 우리 둘 다 죽었을 거야.”
승리가 눈앞에 놓였기에 잠시 시야가 좁아졌다.
바넥시아는 그 틈을 노리고 함정을 깔아 둔 것이다. 두 사람은 하마터면 거기에 당할 뻔했다.
“좋은 구경을 시켜 줬는데 그 정도 보답은 해 줘야지.”
“아하핫, 이미 목숨값은 치른 셈이네. 오늘은 운이 좋은걸.”
레이니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고통이 심한지 얼굴에서 계속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별안간 빌헬름이 데미안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데미안이 왜 그러냐는 얼굴로 옆을 돌아봤다. 그러자 조용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말을 못 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감사를 표하는 듯했다.
“누님! 형님! 이럴 시간 없습니다! 빨리 성직자를 찾아가죠! 포션으로는 이 상처를 치료할 수 없어요!”
로저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레이니는 괜찮다고 말하며 로저의 등을 두들겼다.
그때였다.
네 사람이 들어온 입구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로저와 레이니는 자신들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걸음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그만큼 일행이 느끼는 불길함도 커졌다.
이윽고 복도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덩치가 몹시 큰 여자였다. 하지만 일행들은 처음에 여자가 맞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미형인 얼굴로 보아서 여자가 맞았다. 하지만 덩치가 무척 컸다. 그뿐만 아니라 전신이 근육질이었다.
근육이 너무 비대하여 마치 돌덩어리를 깎아서 붙여 놓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으음? 이게 무슨 일이지?”
여인이 안의 상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넥시아를 혼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왔는데…… 이미 죽어 있네? 그리고 제국의 기사들이 있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래?”
여인은 고개를 연신 까딱거리며 의아해했다.
레이니는 여인의 얼굴을 계속 살펴봤다. 그러다 갑자기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패력의 살릭.”
“으음? 날 알고 있어?”
“탕녀 슬라에게 홀려서 거악의 지위를 내팽개친 암흑기사…… 네가 여기 왜 있는 거지?”
레이니의 목소리에는 경악과 두려움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슬라한테 부탁을 받았거든. 바넥시아가 건방지게 굴고 있으니까 혼내 주라고 말이야. 근데 이미 죽었으니 이를 어쩐담.”
살릭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여유로운 그녀와 달리 일행들은 그렇지 못했다.
가장 큰 전력이 레이니와 빌헬름은 바넥시아의 전투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살릭과 맞서 싸울 수는 없었다.
“아…… 이러면 슬라한테 보답을 못 받는데…… 모처럼 하룻밤 동안 슬라랑 함께 있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살릭은 못마땅한 얼굴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지. 대신 증거품으로 너희들의 머리를 가져가야겠다.”
그 말에 일행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딱 한 명, 데미안 학센만은 예외였다. 데미안 학센은 살릭이 들어온 순간부터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태도가 살릭의 심기를 건드렸다.
“너는 뭔데 이렇게 침착한 거야? 왠지 재수 없는데 너부터 죽여 볼…….”
그 순간, 살릭의 표정이 멍해졌다.
“너 설마…… 데미안 학센이냐?”
“제대로 알아봤군.”
“하…… 데미안 학센…… 데미안 학센이라니…… 이런 횡재를 하게 될 줄이야.”
살릭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때리며 기꺼워했다.
“넌 나랑 같이 가 줘야겠다. 슬라가 널 애타게 원하고 있거든. 널 데리고 가면 슬라가 엄청 기뻐할 거야.”
살릭이 기세를 일으켰다. 그것만으로 살릭이 서 있는 땅이 박살이 났다. 공동 전체가 마구 뒤흔들렸다.
레이니와 빌헬름의 기세를 합친 것과 비슷했다. 그 말은 살릭 혼자서 벽을 넘은 마스터클래스 두 명과 비슷하다는 뜻이었다.
“얌전히 따라오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험한 꼴을 보게 될…….”
그때였다.
천장에서 강대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들어 올려서 위를 쳐다봤다.
돌로 되어 있는 천장이 물결처럼 흔들렸다. 이윽고 그 속에서 앳된 소년의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으아, 간신히 찾아냈네.”
소년은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그러자 흙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소년의 얼굴이 멍해졌다.
“……엥? 에엥? 에에엥?”
소년이 천장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바넥시아는 죽어 있고…… 제국의 기사? 거기에 살릭까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요?”
“블레이드잖아? 꼬맹이 네가 여긴 무슨 일이냐.”
“꼬맹이 아니라고 했죠. 제가 당신보다 나이가 더 많…… 에휴, 됐네요. 저는 스승님의 명령으로 왔어요.”
소년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스승님의 명령으로 바넥시아에게 주제 파악을 시켜 주고 오라고 들었는데…… 그럴 분위기가 아닌 모양이네요?”
소년을 가만히 바라보던 레이니가 한 번 더 경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흉날의 바르체…… 웨폰마스터의 일대제자까지 나타났다고?”
“절 알고 계시는 모양이죠?”
“모를 수가 없지. 네가 죽인 제국의 기사가 몇 명인데.”
레이니가 살기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바르체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제국이 기사가 절 싫어하는 건 어쩔 수 없죠. 근데 그렇게 대놓고 살기를 보이면…… 좀 재수가 없거든요.”
바르체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어깨에서 뻗어 나온 철갑이 주먹을 둘러쌌다.
“날 그딴 식으로 쳐다봤으면 대가를 치러야죠?”
바르체에게서 끔찍한 살기가 뻗어 나왔다. 그때, 살릭이 소리쳤다.
“바르체. 지금 날 앞에 두고 멋대로 행동할 생각이냐?”
“내가 왜 그쪽 눈치를 봐야 하는데요?”
“날 무시하는 것 같잖아.”
“개소리를 하는 버릇은 여전하네요.”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아무래도 서로 사이가 나쁜 모양이었다.
“……잠깐.”
그러다 바르체가 데미안을 발견했다.
“저거 설마 데미안 학센이에요? 데미안 학센이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그건 나도 모르지.”
“와, 이런 행운이 있다니! 저걸 데려가면 스승님께서 제게 마갑을 하나 더 내려 주실지도 몰라요!”
바르체가 데미안 학센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그때, 살릭이 손을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바르체의 발밑에 선이 그어졌다. 그러자 바르체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살릭. 이게 무슨 짓이죠?”
“데미안 학센은 내가 이미 침 발라 뒀어. 넌 꺼져.”
“개소리하고 자빠졌네요. 저건 내가 데려갈 거예요.”
“그래, 쉽게 물러나지 않을 줄 알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봤다. 서로 살기를 일으키며 대치했다.
“……데미안.”
그사이 레이니가 데미안에게 속삭였다.
“이곳은 우리가 막을 게. 너는 기회를 봐서 도망치도록 해.”
생뚱맞은 말에 데미안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우리는 멸마단원으로서 판데모니엄의 거악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버릴 각오가 되어 있어. 하지만 넌 아직 멸마단원이 아니잖아? 넌 여기서 죽을 필요 없어.”
레이니가 빌헬름과 로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희생하는 게 맞아.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두 사람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님의 말 들었지? 우리가 어떻게든 발을 붙잡을 테니까 넌 도망쳐서 스승님께 의탁해.”
이 순간, 데미안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사로잡혔다.
멸마단.
멸마단은 모두 판데모니엄에 의해서 가족을 잃은 이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멸마단의 이념은 아주 간단했다.
더 이상 판데모니엄에 의해서 고통받는 사람이 없기를.
전생에도 그랬다. 멸마단은 자신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도망치는 피난민들을 위해서 자신들의 목숨을 기꺼이 내다 버렸다.
데미안은 그렇게 숭고하고 아름다운 이들을 자신의 손으로 몰살시켰다.
그때도 멸마단은 사력을 다해서 데미안을 붙잡아 두려 했다. 후퇴하는 병사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려놓기 위해서였다.
“……그게 아니라 반대로 해야지.”
데미안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정을 억누르느라 목소리가 잠기고 말았다.
“무슨 소리야?”
“내가 저 둘을 상대하겠다. 그사이에 너희들이 피하도록 해라.”
그 말에 세 사람은 동시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데미안의 말은 허무맹랑했다.
“데미안, 저 두 명은 거악에 비견될 정도로 강한 이들이야. 그걸 너 혼자서 막는 건…….”
데미안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말로 해서는 듣지 않을 모양인 듯했다.
“생각이 바뀌었다. 그냥 한숨 푹 자고 있어라.”
“어?”
데미안의 몸이 사라졌다. 세 사람의 뒤에 나타나서 목덜미를 한 번씩 때렸다. 세 명은 짧은 비명을 지르며 기절했다.
“흐음? 지금 무슨 짓이야?”
“설마 배신이라도 하려는 거예요?”
살릭와 바르체조차 놀란 얼굴로 데미안에게 물었다.
“말로 해서는 안 들을 것 같아서 말이야.”
데미안이 목을 좌우로 늘리며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 태도에 두 사람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너 설마…… 우리 둘이랑 싸울 생각이냐?”
“그냥 얌전히 잡혀가는 게 어때요?”
그러다 문득, 살릭은 이상하다는 얼굴로 데미안 학센을 바라봤다.
“너…… 왜 기뻐하고 있는 거냐?”
두 사람의 앞에 섰을 때, 데미안의 얼굴에는 선명한 미소가 새겨져 있었다.
“기쁠 수밖에 없지.”
슬라는 누님의 영혼을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더럽혔다.
웨폰마스터는 아버지의 영혼을 썩어 가는 짐승 시체에 집어넣었고 모독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벌인 행위를 데미안의 앞에 내보이며 즐거워했다.
데미안은 그 끔직한 광경을 자신의 몸에 갇힌 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데미안이 얼마나 분노했는지, 또 얼마나 큰 죄책감을 품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슬라의 애첩과 웨폰마스터의 애제자를 만나게 됐는데 어떻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나.”
만약 멸마단이 희생하려 들지 않았더라도 데미안은 이 두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일 생각이었다.
애첩과 일대제자쯤되면 슬라와 웨폰마스터의 총애를 듬뿍 받는 존재라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너희 두 사람을 죽이면 슬라와 웨폰마스터도 조금은 괴로워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기쁨이 밀려왔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이게 진짜 미쳤나.”
“난 이렇게 무시 받는 거 되게 싫어하거든요?”
살릭이 허공을 움켜잡았다. 오러블레이드가 커다란 대검을 만들어 냈다.
바르체가 주먹을 움켜잡았다. 허공에서 튀어나온 철갑이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 순간, 데미안의 몸이 사라졌다.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났다.
“어……?”
“응……?”
데미안은 양팔을 좌우로 뻗어 두 사람을 후려쳤다. 동시에 마력을 방출했다.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이 좌우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폭발과 함께 벽에 깊이 파묻혔다.
“아직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는 모양이군.”
데미안이 조용히 뇌까렸다.
“둘 다 작정하고 덤벼라. 그래야 밟는 맛이 생길 거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