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2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4화(224/2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4화
224화 경지 (1)
박살이 난 벽 속에서 살릭과 바르체가 걸어 나왔다. 두 사람 모두 놀랐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리 방심했다지만…… 우리 둘을 날려 버려?”
“마스터클래스가 된 지 얼마 안 됐다고 들었는데 정보가 잘못된 건가요?”
원래 데미안은 당분간 자신의 실력을 숨기려 했다.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불필요한 의심을 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라와 웨폰마스터에게 가시를 박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이거 은근히 기분이 나쁘네.”
“살릭, 당신과 마음이 통할 줄은 몰랐어요.”
두 사람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변했다. 금방이라도 데미안에게 달려들 것만 같았다.
“잠깐.”
“잠깐만요.”
갑자기 둘은 서로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먼저 저놈을 조질 거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나보다 나이도 어린 주제에 어디서 명령질이에요. 당신이야말로 뒤로 빠져요.”
살릭과 바르체는 데미안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자꾸 건방지게 굴면 너부터 죽인다?”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인데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데미안은 헛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 살살 때렸나.”
아무래도 두 사람 모두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데미안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쓰레기한테 무시를 받으면 누구든지 기분이 나쁠 테니 말이다.
“정신이 번쩍 들게 해 줘야겠군.”
데미안이 여명을 옆으로 길게 뻗었다. 푸른 빛무리가 칼날에 서렸다.
데미안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세가 뿜어져 나오자 두 사람의 시선에 잠시 데미안에게 모여들었다.
“데미안 학센, 너는 가만히 있어. 일단 이놈부터 손보고…….”
데미안의 몸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살릭의 코앞에 나타났다.
“……어?”
데미안이 살릭의 정수리를 향해 여명을 내리쳤다.
푸른 섬광이 살릭을 반으로 갈랐다.
* * *
살릭은 황급히 대검으로 공격을 막았다.
오러블레이드로 만들어진 대검은 형체가 없음에도 물리력을 발휘했다.
두 무기가 충돌한 순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살릭의 몸이 뒤로 밀려 나갔다.
“이게 미쳤나!”
불시에 들어온 공격이 살릭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분노를 터트리기도 전에 데미안 학센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섬뜩할 정도로 정확한 검격이 살릭의 급소를 노렸다. 살릭은 다급하게 공격을 막아 냈다.
“이, 이 자식이……!”
살릭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데미안 학센의 검격이 예상보다 훨씬 정교했기 때문이다.
반격을 노릴 여유도 없었다. 살릭은 공격을 막는데 급급했다. 아니, 사실 제대로 막아 내지도 못했다.
데미안 학센의 공격이 이따금 살릭의 몸 곳곳을 스치고 지나갔다. 옷과 피부가 갈라지며 피가 튀었다.
“바, 바르체!”
결국 살릭은 자존심을 포기한 채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보고만 있을 생각이냐!”
그 외침에 바르체는 정신을 차렸다. 사실 바르체는 방금 전까지 넋을 놓고 있었다.
살릭.
슬라의 애인이 되고자 거악의 지위까지 포기한 광인.
그 실력은 어지간한 거악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인물이 제대로 반항조차 못하고 밀리고 있었다. 뒤에서 직접 보고 있었음에도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바르체가 고함을 내뱉으며 데미안 학센을 향해 뛰어들었다.
“하앗!”
바르체가 데미안을 향해서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데미안은 몸을 뒤로 젖혀서 공격을 피했다.
동시에 검을 휘둘러서 바르체의 몸을 베었다. 하지만 오러블레이드가 긁히는 소리만 날 뿐, 바르체의 몸은 베이지 않았다.
“그런 미지근한 공격으로 내 ‘카르카스’를 뚫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웨폰마스터의 제자들은 모두 마검을 지급받았다.
바르체의 경우에는 마검이 아니라 마갑을 지급받았다. 물론 마갑이 아무리 단단하다 해도 오러블레이드를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마갑에 오러를 두르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마갑의 성능에 오러까지 더해진 이상, 바르체는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하아앗!”
바르체의 연격이 이어졌다. 주먹과 발을 휘두르며 데미안 학센을 공격했다.
데미안 학센은 바르체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살릭은 잠시나마 데미안에게서 해방될 수 있었다.
“젠장! 저런 애송이 따위한테……!”
여유를 되찾자 살릭의 분노가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살릭이 반대쪽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오러블레이드가 모여들면서 길쭉한 도끼를 만들어 냈다.
“반드시……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
살릭이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양손에 든 대검과 도끼를 동시에 휘둘렀다.
오러블레이드로 이루어진 무기는 무게가 없었다. 그렇기에 살릭의 공격은 무척 가볍고 빨랐다.
바르체는 데미안에게 바짝 붙어서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이 움직일 때마다 공기가 펑펑 터져 나갔다.
두 사람의 협공이 쏟아졌다. 그러다 데미안 학센의 두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데미안 학센은 단 한 자루의 검으로 두 사람의 협공을 모조리 막아 냈다.
비등비등한 전투가 계속 이어졌다. 어느 쪽도 우세하지 않았다.
“젠장!”
“말도 안 돼!”
두 사람의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일이었다.
두 사람은 평범한 마스터클래스가 아니었다. 거악에 맞먹는 강자들이었다.
괜히 슬라와 웨폰마스터가 사결의 바넥시아를 응징하기 위해서 둘을 보낸 것이 아니었다.
그런 두 명이 ‘협공’을 하는 것부터가 자존심이 상할 일인데 ‘승기’조차 잡지 못하고 있었다.
“어디 이래도 버틸 수 있나 보자!”
살릭이 손에 들고 있는 무기를 던졌다. 대검과 도끼가 부메랑처럼 곡선을 그리며 데미안을 향해 날아갔다.
데미안은 바르체와 싸우는 도중임에도 어렵지 않게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살릭의 투척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살릭이 연달아서 오러블레이드로 만들어 낸 무기를 투척했다.
무기들이 끊임없이 데미안을 덮쳤다. 땅에 부딪힐 때마다 폭음이 터져 나왔다.
“살릭! 조심해서 던져요! 내가 있는 거 안 보여요!”
“어차피 넌 마갑을 입고 있어서 괜찮잖아!”
덕분에 살릭은 바르체가 피해를 입을 걱정 없이 데미안 학센을 공격할 수 있었다.
“조금 성가시군.”
데미안 학센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살릭은 그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조금? 내 도끼가 네 몸에 박혀도 그렇게 말할 수 있나 보자!”
살릭이 호기롭게 소리치며 무기를 던졌다. 두 자루의 도끼가 일직선으로 날아들었다.
데미안이 허리를 뒤로 젖혀서 바르체의 공격을 피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도끼를 향해 장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일직선으로 날아오던 도끼의 궤적이 틀어지더니, 갑자기 허공으로 솟구쳐 버렸다.
“……뭐?”
살릭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투척은 살릭의 주특기였다. 그녀는 평생 이 투척술을 갈고닦아 왔다.
그 결과 살릭은 무기를 던져서 절벽을 쪼갤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패력’이라는 칭호는 그 막강한 위력에 경악한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었다.
그런 살릭이 던진 무기를 이렇게 쉽게 흘려보낸다고?
평범한 기술로는 불가능한 묘기였다. 살릭은 이런 묘기가 가능한 인물을 딱 한 명 알고 있었다.
“설마 검성의 제자였던 거냐!”
살릭이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바르체를 상대했다.
“젠장! 저런 애송이 따위가 내 기술을……!
주력 기술이 쉽게 파훼를 당하자 살릭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살릭이 양손에 흑마력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양손을 하나로 합쳤다.
흑마력이 오러블레이드로 전환되면서 거대한 도끼를 만들어 냈다.
“이것도 검성의 기술로 흘려보낼 수 있는지 한번 보자!”
살릭이 허리를 틀었다. 전신의 힘을 담아서 도끼를 던졌다.
도끼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공기의 벽을 돌파했다.
“이번에는 못 막을 거다!”
제국이 판데모니엄을 조사하는 것처럼 판데모니엄 역시 제국을 조사하고 있었다.
모든 흐름을 비틀어 버리는 검성의 경지는 분명히 강력하지만 한계가 존재했다.
너무 강력한 공격은 비틀어 버릴 수 없다는 한계가 말이다.
도끼가 코앞에 도착했다. 데미안 학센은 장검을 눕혀서 도끼를 받아 냈다.
도끼와 장검이 맞닿는 순간, 데미안 학센이 장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도끼가 장검의 궤적을 따라 움직였다.
“어?”
데미안이 바르체를 향해 장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도끼가 바르체를 향해 날아들었다.
도끼가 바르체의 등을 강타했다. 갑옷에 두른 오러 덕분에 바르체의 몸은 잘려 나가지 않았다.
“커헉!”
하지만 충격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바르체는 피를 토해 내며 지르며 바닥에 처박혔다.
“꼬, 꼬맹아!”
살릭이 크게 당황해 하며 소리쳤다. 데미안 학센은 그녀가 보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데미안 학센이 장검을 크게 휘둘렀다. 푸른 섬광이 번쩍이더니 오러블레이드가 방출되었다.
피할 틈도, 막을 여유도 없었다. 오러블레이드가 살릭의 목을 절단하고 벽에 처박혔다.
“커, 윽…….”
뿜어져 나온 피가 살릭의 비명소리를 지워 버렸다.
살릭의 목이 잘려 나간 순간, 땅바닥에 엎어졌던 바르체가 괴성을 토해 내며 몸을 일으켰다.
“바르체! 내가 말했죠! 조심해서 던지…….”
데미안 학센이 장검을 크게 휘둘렀다. 장검과 마갑이 부딪혔다.
“소용없…….”
바르체가 소리친 순간, 데미안 학센의 장검이 갑옷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바르체의 목을 절단해 냈다.
갈라진 갑옷의 틈새에서 피가 분출되었다.
* * *
아무리 마스터클래스라도 목을 베이고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이 시점에서 승자는 결정된 셈이었다.
만약 이 둘이 평범한 마스터클래스였다면 말이다.
“끄, 끄으윽…….”
살릭이 손으로 머리를 눌렀다. 목이 절단되었는데 움직이는 것부터가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더 기이한 일은 지금부터였다. 갑자기 상처부위가 부패한 것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윽고 살점들이 서로 달라붙기 시작했다. 단숨에 상처가 매워졌다.
“카, 카르다스!”
바르체가 힘겹게 어떤 이름을 입에 올렸다. 그러자 갑자기 목 주변의 갑옷이 액체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액체로 변한 갑옷이 상처를 막았다.
“하, 하마터면 죽을 뻔했네.”
“하, 하핫…… 카르다스, 넌 역시 최고야.”
두 사람은 크게 안도하며 말했다.
기괴한 광경에도 데미안은 그리 놀란 기색이 아니었다.
마치 두 사람이 이 정도 상처로는 죽지 않으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젠장, 말도 안 돼…… 이런 괴물이 대체 어디서…….”
“스승님께서…… 잘못 판단하셨어…… 저건…… 저건 정상이 아니야…….”
죽을 위기에서 벗어났음에도 두 사람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 전, 공방으로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다.
눈앞에 있는 것이 대체 어떤 존재인지. 세 사람 사이의 우열 관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말이다.
“젠장, 내가…… 이 내가 이런 굴욕을…… 이딴 걸 내가 인정할 것 같아!”
거센 분노와 함께 살릭의 몸에서 흑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막대한 양이었다.
“내 실력을 제대로…… 제대로 보여 주지!”
흑마력이 오러블레이드로 변환되었다. 이윽고 오러블레이드는 아홉 자루의 검을 만들어 냈다.
아홉 자루의 검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자유롭게 허공을 유형했다.
“……이기어검.”
바르체는 경외심 어린 얼굴로 아홉 자루의 검을 바라봤다.
들어본 적 있다. 패력의 살릭은 그 희귀하다는 이기어검의 경지에 도달한 강자라고 말이다.
살릭이 거악이던 시절, 그녀가 만들어 낸 아홉 자루의 이기어검을 상대할 수 있는 적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시의 살릭은 판데모니엄은 물론 제국에서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살릭도 마력을 끌어 올렸다. 스승에게서 배운 경지를 이끌어 냈다.
만병지애.
무기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경지가 마갑에 적용되었다.
마갑 카르카스가 생명체처럼 박동했다. 전신에 가시가 튀어나오더니 무지막지한 흑마력을 뿜어냈다.
“대단한 걸.”
그 광경을 본 살릭이 짧게 감탄했다.
만병지애 자체는 그리 대단한 경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마갑이 더해지자 엄청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살릭과 바르체의 마음속에서 다시 자신감이 차올랐다. 이건 데미안 학센도 어쩌지 못할…….
“이름이 뭐지?”
별안간 데미안 학센이 두 사람에게 물었다. 뜬금없는 물음에 살릭과 바르체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
“네가 사용한 그 경지.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데미안이 살릭을 바라보며 물었다. 살릭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말했다.
“……창궁비형(蒼穹飛形)라고 한다.”
“알려 줘서 고맙군. 아니었으면 따로 이름을 붙여야 할 뻔했어.”
데미안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허공에 오러블레이드로 이루어진 장검들이 만들어졌다.
그 모습에 살릭의 눈동자가 터질 듯이 커졌다.
“이기어검에 관련된 경지는 처음이군. 쓸 만한 경지를 얻었어.”
데미안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선언했다.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