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7화(227/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7화
227화 임시계약직 (1)
그 이후, 데미안은 세 명과 함께 근처에 있는 알펜 백작가의 영지로 향했다.
이 지역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알펜 백작가는 사실 비밀리에 멸마단을 지원하는 가문 중 하나였다.
“……두 사람의 부상이 심각하군. 어서 들어오시오.”
알펜 백작은 레이니와 빌헬름을 위해서 가문에서 보유하고 있던 치유 포션들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존재를 은폐해야 하는 멸마단의 특성상, 성직자나 의사를 함부로 부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알펜 백작가에서 지원한 치유 포션들은 모두 비싸고, 효과가 좋은 것들뿐이었다. 레이니와 빌헬름은 빠르게 상태가 호전되었다.
로저가 두 사람을 간병하는 동안, 데미안은 백작과 대면했다.
“거악과 전투를 치르고 아무도 죽지 않다니…… 네 사람 모두 정말 대단하구려.”
오늘 있었던 일을 대강 설명하자, 알펜 백작은 혀를 내두르며 경악했다.
“부탁한 대로 검성께 연락을 보냈소. 지금 오고 계시는 중이오.”
그의 말대로 검성은 해가 저물기 전에 알펜 백작가에 도착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레이니와 빌헬름이 중상을 입었다니?”
급하게 달려왔는지 검성의 몸에서 뜨거운 열기와 함께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데미안은 검성에게 연구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했다.
데미안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검성의 얼굴에 떠오른 당혹감이 짙어져 갔다.
“……네가 살릭이랑 바르체를 혼자서 상대했다고?”
검성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 두 사람은 검성조차 이름을 알고 있는 거물들이었으니까.
살릭은 그 악명 높은 슬라의 애첩 중 한 명이었다. 슬라의 애첩은 개개인이 모두 거악과 맞먹는 실력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했다.
특히 살릭은 한때 거악의 위치에 올랐던 인물이었다. 애첩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였다.
바르체 역시 얕볼 수 없는 인물이었다. 거악 슬라와 맞먹는 세력을 가진 웨폰마스터의 일대제자였으니 말이다.
일대제자란 스승의 총애를 받으며 모든 기술을 전수받은 제자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비록 바르체는 웨폰마스터의 수제자는 아니었으나 일대제자들 중에서는 손꼽힐 정도의 강력한 인물이었다.
“믿어지지 않으면 가서 직접 확인해 보고 오시면 됩니다. 연구실에 그 세 명의 시체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데미안의 말에 검성은 한참 동안 고민하다 말했다.
“……아니, 생각해 보니 네가 나한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
너무 허무맹랑한 말이었기 때문일까. 되레 검성은 데미안의 말을 금방 믿어 줬다.
“하지만…… 어떻게 그 둘과 동시에 싸워서 이긴 거지? 그 녀석은 경연을 습격했던 암흑기사와는 격이 달라. 거악과 맞먹는 놈들이란 말이야.”
이래서 데미안도 가급적이면 실력을 감추려 했던 것이었다.
데미안은 실력에 비해서 경력이 너무 짧았다. 그러니 남에게 의심을 받기 딱 좋았다.
하지만 이미 들켰으니 어쩔 수 없었다. 데미안은 다소 억지를 부려서도 검성의 의심을 무마시키기로 했다.
“뭐, 제가 좀 잘났습니다.”
데미안의 말에 검성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농담하는 건가? 하는 얼굴로 데미안을 살펴보기까지 했다.
“제국제일검이나 검성 어르신께서도 젊은 시절에 비슷한 말을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습니까.”
그 말에 검성은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데미안만큼은 아니지만 제국제일검과 검성도 인류 역사에 손꼽힐 만한 천재였다.
사람들의 경악과 찬사, 의심을 받는 게 일상이었을 게 뻔했다.
“……그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었나. 의심병이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을 바꿔야겠군.”
검성은 손가락으로 이마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생각해 보니 내가 순서를 착각했다.”
검성이 팔뚝을 가슴에 대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당황한 데미안에게 말했다.
“내 제자들을 구해 줘서 정말 고맙다.”
담백하지만 그렇기에 진심이 절절하게 담겨 있는 감사 인사였다.
데미안은 또다시 복잡한 감정이 휩싸였다.
전생에 데미안은 도르고의 명령으로 검성을 죽이고, 멸마단을 몰살시켰다.
데미안의 의지는 아니었다. 데스나이트로 개조되었을 때, 데미안은 자신의 몸을 통제할 모든 권리를 잃어버렸으니까.
자신의 몸속에 갇혀서 도르고의 명령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데미안이 그들을 죽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네가 세운 공적을 널리 퍼트리고 싶다. 하지만 멸마단의 활동은 모두 비밀리에 진행이 되어야 해.”
멸마단은 판데모니엄의 술수에 대항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무력집단이었다.
판데모니엄의 가장 무서운 점은 어둠 속에서 활동한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멸마단 역시 자신들의 정체를 숨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네 입장에서도 이 일이 알려져서는 좋을 게 없을 거다. 다른 거악들의 표적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그건 별로 두렵지 않았다. 데미안은 오히려 거악들이 자신을 찾아와 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럼 굳이 찾으러 다닐 필요 없이 죽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데미안은 명예에 집착하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검성의 결정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 대신, 원하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들어주도록 하지. 네 공적을 덮어야 하는 미안함과 더불어 내 제자들을 구해 준 보답을 하고 싶다.”
검성은 제국제일검과 더불어서 제국의 기둥이라 불리는 인물이었다.
그런 막강한 실력과 권력을 가진 인물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뭘 달라고 해야 할까.’
검성이 말에 데미안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마스터클래스에 도달했으니 다음은 그랜드마스터의 경지를 노려야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랜드마스터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깨달음의 벽을 여러 개 넘어야 했다. 신체적인 역량과 마력의 깊이도 중요했다.
‘깨달음은 충분하다. 부족한 건 육체와 마력뿐.’
현재 데미안의 육체는 마스터클래스 중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마스터클래스에 오를 때, 벌성지광약을 극한까지 운용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랜드마스터에 오르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더 강인한 육체와 더 많은 마력이 필요했다.
“영약을 얻고 싶습니다. 기왕이면 육체와 마력을 동시에 강화시킬 수 있는 물건이면 좋겠습니다.”
“호오…… 설마 그랜드마스터를 노릴 생각이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성은 재미있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잘됐군. 마침 나한테 딱 맞는 영약이 하나 있지.”
“그게 무엇입니까.”
“드래곤하트.”
데미안은 멈칫하며 검성을 쳐다봤다. 검성은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의 조각 중 하나를 내가 가지고 있다. 선대 폐하께 받은 물건이지.”
조각이라 해도 대단한 영약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근데 지금 당장은 내 손에 없어. 너무 귀한 물건이라 따로 보관하고 있거든. 나중에 사람을 통해서 너한테 보내도록 하마.”
“알겠습니다.”
드래곤하트의 조각이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이 세상에 그것보다 뛰어난 영약은 존재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해 봐라.”
“제국의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도록 힘을 써 주십시오.”
데미안의 부탁을 듣자마자 검성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아카데미에 들어가고 싶다고? 설마 학생이라도 될 생각이냐?”
“그럴 리가요. 이 나이에 어떻게 아카데미의 학생이 되겠습니까.”
아카데미의 입학하는 이들은 모두 10대 소년들이었다. 데미안은 나이가 너무 많았다.
“직원, 경비원, 경비기사. 직책은 상관없습니다. 아카데미에 장기간 머물 수 있기만 하면 됩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거기에 슬라가 있습니다.”
검성의 눈동자가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탕녀 슬라가 거기에 있다고? 대체 그 정보는 어디서 얻은 거지?”
데미안이 슬라의 위치를 알 수 있었던 것은 살릭의 기억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거짓말을 섞었다.
“살릭이 저와 싸우는 도중에 몇 가지 정보를 흘렸습니다. 유독 아카데미에 대해서 많이 거론하더군요.”
“그래서 아카데미에 슬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군.”
검성은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은 추측일 뿐이야. 확실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지.”
결국 거절당하는 건가 싶은 순간, 검성이 덧붙였다.
“하지만 판데모니엄이라는 것들은 도무지 흔적을 드러내지 않아. 이런 실마리조차 놓칠 수 없지. 부탁을 들어주도록 하겠다.”
검성의 눈빛이 변했다. 술꾼도, 제자의 생존에 감격한 스승의 눈도 아니었다.
야수를 잡으려고 하는 사냥꾼의 눈빛이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까지 하려는 거지? 제국인도 아닌 네가 왜 슬라를 잡으려고 하는 거냐.”
“저는 이전에 용병왕을 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슬라와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그 일이라면 나도 알고 있다.”
“그때 슬라는 제게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때, 그 여자를 보면서 느꼈습니다. 제가 먼저 죽이지 않으면 큰 화가 될 거라고 말입니다.”
데미안의 말에 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슬라는 자신이 눈독을 들인 남자를 절대 놔주지 않는 여인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야 만족하는 미치광이였다.
“게다가 슬라는 광분학파의 대흑마법사입니다. 괴물로 변할 수 있고, 반대로 지극히 평범한 인간으로도 위장할 수 있죠. 그래서 제국에서도 슬라는 여태 찾아내지 못한 거 아닙니까?”
전생에서도 그랬다.
다른 거악들은 제국에게 한 번씩 꼬리를 밟힌 적이 있었으나 슬라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이번에 아셨겠지만 저는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납니다. 슬라를 방심시키기에 좋죠. 게다가 슬라는 제가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용병왕을 납치하려던 슬라의 계획을 막은 게 바로 데미안이었으니 말이다.
“슬라는 어떤 방식으로든 제게 접근할 겁니다. 그럼 제가 슬라를 잡아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검성은 결국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도와주시는 겁니까?”
“당연하지. 다만 널 어떤 직책으로 들여보내느냐가 문제인데…….”
학생으로 들어가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일꾼으로 들여보내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 경호용 기사로 들어가는 것은 여러모로 장애물이 많았다.
“……강사는 어떨까?”
“강사라고요?”
“그래, 검술 과목이나 실전 훈련 과목의 경우에는 종종 외부에서 임시 강사를 고용하거든.”
“저는 상관없습니다.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만 있으면 됩니다.”
“근데 문제가 있어. 추천서는 써 주겠지만 그게 받아들여질지는 나도 잘 모르겠거든.”
검성의 말에 데미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검성 정도 되는 인물의 추천서가 있는데도 불가능할지 모른다니?
“제국의 아카데미는 역사가 굉장히 깊지. 제국의 초대 황제께서 미래의 인재들을 키워 내기 위해 만들어 낸 곳이거든. 실제로 아카데미가 배출해 낸 인재도 굉장히 많아.”
검성이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제국인들은 아카데미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 그런 곳에 다른 왕국의 기사인 자네를 교사로 들여보내 줄지는…… 솔직히 나도 확신이 서질 않아.”
한 마디로 다른 애플 왕국 출신인 데미안이 제국 귀족들을 가르치는 것이 못마땅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허락하신다면 가능하겠지만…… 폐하께서는 원리와 원칙을 철저하게 따지는 분이야. 이런 일을 허락하실 리가 없어.”
멸마단의 일이라 해도 넘을 수 없는 선이라는 게 있는 법이었다.
특히 이번 일은 아카데미의 전통과 질서를 깨트리는 일이었다.
“만일을 대비해서 다른 방법도 고민해 봐야겠군요.”
“아무래도 그 편이 현명해 보이는군.”
검성의 말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허락하도록 하지.”
황궁 내에서 진행되던 비밀회의에서 황제가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비밀회의에 참석 중이던 고위 관료와 귀족들은 크게 당혹스러워했다.
그들을 향해서 황제가 한 번 더 말했다.
“데미안 학센을 아카데미의 강사로 고용하는 것을 허락하겠다는 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