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2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8화(228/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8화
228화 임시계약직 (2)
검성이 보낸 편지를 받았을 때, 황제는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사결의 바넥시아라는 거악을 처단한 것도 대단한 일인데 그에 준하는 강자를 두 명이나 처단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황제가 특히나 감동한 부분은 바로 그 두 명을 처단한 인물이 바로 데미안 학센이라는 점이었다.
‘과연 데미안 학센이로다. 본인이 눈여겨본 인물다워!’
이제 막 마스터클래스에 오른 기사가 거악에 맞먹는 강자 둘과 싸워서 이기는 게 말이 되는 건가?
그런 의문이 잠깐 생겼으나 무시하기로 했다. 세상에는 간혹 상식을 깨부수는 천재들이 탄생하고는 했으니까.
게다가 다름 아닌 검성의 보증이 붙어 있었다.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역시 데미안 학센에게는 황실의 혈통이 흐르는 게 틀림없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을 리 없어.’
편지의 말미에는 검성의 특별 부탁이 적혀 있었다.
-폐하, 거악 슬라가 아카데미에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색을 위해서 데미안 학센이 임시 강사로 고용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이는 데미안 학센의 요청이기도 합니다.
문장을 다 읽기도 전에 황제는 이 부탁을 들어주기로 굳게 결심했다.
검성의 부탁이라서? 그게 아니었다. 데미안 학센의 요청이었기 때문이다.
황제는 즉시 비밀회의를 소집했다. 멸마단에 대해서 아는 극소수의 신하들이 모여들었다.
그 자리에서 황제는 검성이 보낸 편지를 공개한 뒤, 선언했다.
”데미안 학센이 아카데미의 강사로 고용되는 것을 허락하겠네.“
당연한 말이지만 신하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아카데미의 오랜 역사 동안 타국의 인물을 강사로 고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는 아카데미의 전통을 해치는 일입니다!”
황제의 선언에 신하들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평소라면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그게 참된 군주의 덕목이니까. 하지만 지금 황제에게는 그 덕목을 지킬 마음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지금 황제에게는 신하들의 불만을 묵살시킬 아주 좋은 핑곗거리가 있었다.
“이건 검성이 멸마단주로서 보낸 부탁일세. 아카데미의 케케묵은 전통 때문에 거악 슬라를 잡을 기횔 놓치란 말인가!”
황제의 호통에 신하들은 모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거악 슬라는 판데모니엄의 악인들 중에서도 특히 위험한 인물이었다.
슬라에게 홀려서 제국을 저버린 귀족과 인재들이 세 자릿수가 넘으며, 슬라의 실험에 희생당한 제국민들만 다섯 자릿수가 넘어갔다.
“폐하, 타국의 기사를 강사로 들인다면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귀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것입니다.”
하지만 신하들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아카데미가 가지고 있는 위상이 컸기 때문이다.
“그럼 슬라를 이대로 내버려 두란 뜻인가?”
지금 황제는 완벽한 명분을 손에 쥔 입장이었다. 얼마든지 억지를 부릴 수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애플 왕국의…….”
“그만! 더 이상 듣기 싫네!”
듣다 못한 황제가 분노를 토해 냈다.
애플 왕국의 기사인 게 뭐 어쨌단 말인가. 어쩌면 황실의 혈통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데미안 경은 제국을 위해서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네! 판데모니엄에서도 악명 높은 강자들을 두 명이나 처리했어! 어떻게 치하할지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데미안 경의 부탁을 무조건 거절한단 말인가?”
말을 하면서 황제는 잠깐 고민했다.
그래, 이런 엄청난 공적을 세웠는데 당연히 보상을 내려야지.
어떤 보상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며 황제는 말을 이어 나갔다.
“무엇보다 영구적인 것도 아니고 일시적인 일일세. 데미안 학센이 슬라를 잡을 때까지만 아카데미에 머물게 해 달라 하지 않았나!”
신하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황제의 뜻이 이렇게 단호하니 더 이상 반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딱 한 명,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는 신하가 있었다.
“폐하, 알트만 학장께서도 이번 결정을 반기지 않으실 겁니다.”
알트만이라는 이름에 황제는 멈칫했다.
알트만 베데풀리테.
아카데미의 현 학장이자, 백색 마탑의 전대 주인, 대마법사의 지위를 가진 초월자.
사실 이런 지위들로도 황제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제국에서 황제는 절대적인 존재였으며 제국인은 모두 황제의 권위에 머리를 숙여야 했으니까.
하지만 알트만은 조금 예외였다. 그는 황제를 어린 시절부터 가르쳤던 스승이었기 때문이다.
황제는 잠시 앓는 소리를 냈다.
아무리 만인지상의 자리라 하더라도 젊은 시절에 신세를 졌던 은사를 함부로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데미안 학센이나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가르쳤던 은사냐.
고민은 짧았고, 결정은 쉬웠다.
“그래도 본인의 뜻은 변함이 없다.”
황제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데미안 학센을 아카데미의 강사로 고용하도록 하겠다.”
그렇게 데미안의 아카데미행이 결정되었다.
* * *
“통과됐다.”
이른 아침.
데미안을 찾아온 검성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데미안에게 말했다.
“밥 먹는데 찾아와서 그게 무슨 소리랍니까.”
“네가 아카데미의 강사로 들어갈 수 있도록 폐하께서 허락하셨단 말이다.”
그 말에 데미안은 기쁨보다는 의아함을 먼저 느꼈다.
황제가 직접 허락해 줬다고? 검성이 황제의 승락을 받기는 힘들다고 하지 않았나?
“허…… 참…… 폐하께서 원래 이런 분이 아닌데…… 판데모니엄도 중요하지만 제국의 법도를 조금 더 중시하는 분이셨는데…….”
검성도 데미안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뭐, 어쨌든 잘됐다. 이제 슬라를 찾아내는 일만 남았다.”
검성의 눈빛이 예리하게 변했다. 데미안도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하게 진행되는 일이다 보니 내일모레까지 아카데미에 도착해야 한다는군.”
“알겠습니다.”
“멸마단도 몇 명 잠입시켜 놓겠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뭐든 좋으니 시켜 먹고.”
그리 말한 뒤, 검성은 저택을 떠났다.
검성이 사라진 뒤, 데미안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미하엘, 베로니카 그리고 리암 블루그린과 레이첼까지 데미안의 앞에 모여 앉았다.
“당분간 제국의 아카데미에 검술 강사로 고용됐다.”
데미안은 일행들에게 말했다.
그 말에 일행들 사이에서는 짙은 침묵이 흘렀다.
“어…… 데미안 경? 내가 뭘 잘못 들은 것 같네만.”
최연장자인 리암 블루그린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아카데미에 검술 강사로 고용되었다고? 대체 어떻게? 아니, 그전에 왜? 이유가 뭔가?”
“제가 이번에 헬리안 경연에서 우승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와서 특별 강의를 좀 해 달라고 하더군요.”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 없기에 데미안은 일행들을 속일 수밖에 없었다.
“……자, 잠깐만요. 그런 이유로 아카데미에서 당신을 초대했다고요?”
레이첼이 당황한 얼굴로 되물었다. 제국인인 만큼 데미안이 한 말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바로 간파한 듯했다.
“아카데미가 그럴 리가 없는데요? 정말 사실이에요?”
“못 믿겠으면 봐라.”
데미안은 레이첼에게 아카데미의 고용증서를 내밀었다. 그것을 본 레이첼의 눈동자가 세 배쯤 커졌다.
“혀, 형님! 대단하십니다!”
미하엘은 뒤늦게 반응했다. 얼굴에서 존경심과 경외심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푸, 푸하하핫!”
하지만 베로니카는 달랐다. 뱃살을 잡고 웃고 있었다.
“가, 강사래! 데미안 학센이 강사를 한다니. 마, 말도 안 돼. 푸, 푸하핫…… 악! 아악!”
데미안은 주먹으로 베로니카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한 번 때리자니 화가 안 풀려서 두 번 더 때렸다.
“리암 경, 저는 제국에 볼일을 마쳐야 하니까 미하엘과 베로니카를 데리고 먼저 왕국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저는 일을 마치고 뒤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미하엘, 너는 왕국에 도착하면 학센 백작가에 가서 내 편지를 전해다오.”
데미안은 미하엘에게 편지를 한 통 내밀었다. 늦게 도착할 것 같으니 편지라도 보낼 생각이었다.
“베로니카 너는…… 그냥 알아서 해라.”
“아, 왜 나한테만 부탁을 안 하는 건데!”
데미안이 다시 주먹을 들어 올리자 베로니카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
“그럼 나는 이만 나가 보겠다. 내일모레까지 아카데미에 도착해야 하거든.”
그리 말하며 데미안은 먼저 밖으로 나갔다.
“데미안 경이 아카데미의 강사로 불려가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로군.”
데미안이 나가자마자 리암 블루그린은 감탄했다.
제국의 아카데미가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는 리암 블루그린도 잘 알고 있었다.
제국이 상징과도 같은 그곳에서 애플 왕국의 기사가 강사로 초대되다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근데 괜찮을까요.”
그때, 레이첼이 나지막이 중얼거리자 세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데미안이 검술 강사라니…… 그야 실력도 확실하고…… 잘 가르치기도 하지만…….”
리암 블루그린을 제외한 세 명은 데미안에게 직접 훈련을 받아 본 경험이 있었다.
데미안의 지도 자체는 굉장히 수준이 높고, 깊이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가르치는 방식이었다.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우거나 성취가 미진하면 가차 없이 몽둥이를 들었다.
-아무래도 너의 게으름을 ‘갱생’시킬 필요가 있겠구나.
-아, 걱정 마라. 내가 너의 안 좋은 버릇을 ‘갱생’시켜 줄 테니까.
몽둥이에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맞을 때마다 전신이 아려왔다.
더 환장하겠는 건 아무리 맞아도 몸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때려도 상처가 생기지 않기에 데미안 학센은 거리낌 없이 몽둥이를 들었다.
덕분에 실력은 일취월장했지만 그만큼 고통스럽고 끔찍했다.
“게다가 아카데미에는 고위 귀족들의 자제들이 널려 있는데…….”
네 사람은 데미안 학센이 나간 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네 사람 모두 공통된 의문을 품었다.
정말 이대로 데미안을 보내도 괜찮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