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2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9화(229/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29화
229화 아카데미 (1)
아카데미의 학장 알트만 베데풀리테는 오전 시간부터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 하워드……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
알트만은 벽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거울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거울은 장거리 통신을 위해서 만들어진 마도구였다. 거울은 알트만이 아니라 황제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학장 따위가 황제에게 하대를 하다니.
원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알트만 베데풀리테는 젊은 시절, 황제의 개인교사였다.
그 인연 덕분에 이렇게 단둘만 있을 때는 말을 놓을 수 있는 특권을 얻게 되었다.
-데미안 학센을 아카데미의 강사로 고용하고 싶습니다.
황제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트만은 강한 현기증을 느꼈다.
-선생님, 왜 아무 말씀도 없으십니까? 혹시 데미안 학센이 누구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나. 알고 있네…… 아주 잘 알고 있어…….”
어찌 모를 수 있을까.
초대 황제를 기리기 위해서 열리는 헬리안 경연의 우승자를 말이다.
요즘 제국에는 데미안 학센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역대 헬리안 경연의 우승자들은 모두 제국의 기사였다. 제국민 모두는 그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의 등장으로 인해서 제국인들의 자부심은 와장창 부서지고 말았다.
“하워드, 데미안 학센은 애플 왕국의 기사야. 그런 남자를 아카데미의 강사로 들이는 것은 전통에 어긋나는…….”
-선생님.
황제가 그윽한 눈빛으로 알트만을 바라봤다. 그 표정에 알트만은 아차 싶었다.
소년 시절의 황제는 지독한 고집쟁이였다. 한 번 결정한 일은 반드시 해내야 직성이 풀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황제가 무언가를 결정했을 때, 딱 저런 표정을 짓고는 했다.
-그 말은 신하들이 이미 지겹게 떠들어댔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뜻을 바꾸지 않겠구나.
-그렇습니다.
알트만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트만이 황제의 은사라지만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알겠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제 뜻을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황제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알트만은 순순히 황제의 뜻에 따를 생각이 없었다.
“대신 부탁할 것이 있네.”
-말씀하십시오.
“아카데미는 교육의 장소일세. 초대 황제께서는 귀족과 평민에게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 아카데미를 설립하셨지.”
황제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알트만이 불편한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는 걸 직감한 것이다.
“만약 데미안 학센에게 교육자의 자질이 부족하다면 나는 아카데미의 규율대로 해고할 생각일세.”
황제는 말없이 알트만을 바라봤다.
알트만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지금 황제가 갈등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알트만은 황제의 갈등을 조금 더 부추기기로 했다.
“하워드. 스승으로 하는 부탁이네. 부디 아카데미의 이념만은 잊지 말아 주게나.”
-……알겠습니다. 거기까지는 저도 간섭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황제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트만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뒷일은 선생님께 맡기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마도구의 통신이 종료되었다. 알트만은 비서를 불렀다.
“특별 회의를 소집해야겠네. 교수들을 모두 회의실로 불러 주게나.”
비서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학장실을 나갔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 학장은 회의실에서 교수들과 대면했다.
“학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갑자기 회의라뇨.”
교수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얼굴로 알트만을 바라봤다. 알트만은 방금 황제와의 대화를 교수들에게 설명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애플 왕국의 기사를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로 고용하게 되었다니요!”
“아무리 폐하의 말씀이라 해도 안 될 말입니다!”
예상대로 교수들은 크게 분개했다.
다들 아카데미의 교수라는 자부심으로 한평생을 살아온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황제의 명령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폐하께서는 뜻을 거둘 생각이 없어 보였소.”
알트만의 말에 교수들은 다들 탄식했다.
“대신 데미안 학센이 강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면 아카데미에서 내보내도 된다는 확답을 받아 냈소.”
그 말에 교수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그 젊은 놈이 교육이 뭔지 알기나 하겠습니까.”
“실력은 제법 뛰어난 모양입니다만 전투와 교육은 완전히 다른 법이지요.”
교수들은 크게 기뻐했다.
“그럼 학장님, 데미안 학센의 자질을 어떻게 시험하실 생각이십니까?”
교수 중 한 명이 물었다. 황제의 특별지시로 강사가 된 만큼 괜한 트집을 잡을 수는 없었다.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 했다.
“그건 걱정 마시오. 안 그래도 이미 생각해 둔 방도가 있소.”
“그게 무엇입니까?”
교수들의 물음에 알트만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13반을 맡길 생각이오.”
그 말에 교수들은 몸을 움찔 떨었다.
“아, 아무리 그래도 13반은…….”
“그, 그래요…… 너무 심한 건 아닌지…….”
교수들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몇몇 교수들은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그래요. 폐하의 특별 추천을 받을 정도라면 13반은 지도할 수 있어야지요.”
“맞습니다.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다들 납득할 것 아닙니까.”
알트만이 박수를 하며 말했다.
“그럼 다들 동의한 것으로 알겠소. 더 이상 전할 말은 없으니 회의는 여기서 끝내겠소.”
그렇게 학장이 급하게 열었던 특별회의는 종료되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데미안 학센이 아카데미에 도착했다.
* * *
“엄청 크군.”
아카데미에 처음 도착했을 때, 데미안이 품은 감상은 그것이었다.
높은 성벽에 둘러싸여 있는 아카데미는 도시와 맞먹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그리고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상점이나 여관 같은 건물들이 모여 거대한 생활권을 이루고 있었다.
아마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기 위해서 모여든 모양이었다.
“대단한 곳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클 줄이야.”
전생에 데미안은 아카데미에 와 보지 못했다. 이곳은 도르고가 만든 4대 마왕 중 하나가 공격했다.
4대 마왕은 도르고가 만들어 낸 최고이자 최강의 언데드였다. 물론 데미안을 제외했을 때 이야기였다.
원래 데미안 학센이 아니었다면 제국 공략의 핵심이 되었을 언데드들이었다.
도르고가 데미안을 만들어 낸 이후로 중요성이 크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빨리 가 봐야겠군.”
데미안은 건물들을 지나서 중앙의 성에 도착했다.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황제에게 받은 직인을 내밀었다.
병사들은 곧바로 성문을 열었다. 데미안은 성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왔다.
아카데미의 모습은 다른 도시들과는 많이 달랐다.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고, 학생들이 뛰어다닐 수 있는 커다란 운동장과 훈련장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저 사람은 누구지?”
“처음 보는데.”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데미안 학센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잠깐만 저 사람은 데미안 학센이잖아!”
그러다 누군가 데미안 학센을 알아봤다.
“데미안 학센? 설마 헬리안 경연의 우승자라는 그 남자?”
“나, 나 그때 경기장에 있어서 잘 알아! 데미안 학센이 맞아!”
학생들은 모두 데미안 학센을 보기 위해서 몰려들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봤다.
“쳇…… 저 인간이 여길 왜 온 거야?”
“애플 왕국 같은 소국의 기사가 헬리안 경연의 우승자가 되다니.”
몇몇 학생들은 데미안 학센에게 적개심을 드러냈다.
타국의 기사가 헬리안 경연에서 우승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데미안은 아카데미 중앙에 있는 학장실로 향했다.
“데미안 학센이다. 알트만 베데풀리테 학장님을 뵈려고 왔다.”
1층에 있는 직원에게 용건을 말했다. 직원은 곧바로 데미안은 학장실로 안내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하얀 수염이 길게 자라난 노인이 데미안을 맞이했다.
“그대가 데미안 학센이로군. 폐하께 말씀은 들었네. 아카데미에 방문한 것을 환영하네.”
눈빛부터 표정, 말투까지 모두 딱딱했다. 데미안 학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
‘설마 이렇게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티를 낼 줄이야.’
데미안이라는 존재는 여러모로 아카데미의 전통을 해치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자신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리라는 것 정도는 예상했다.
하지만 학장이라는 인물이 이렇게 대놓고 적개심을 표출할 줄은 몰랐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데미안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는지 학장의 표정이 살짝 꿈틀거렸다.
데미안은 학장이 자신을 싫어하든 말든 아무 관심도 없었다.
슬라.
그 빌어먹을 년을 찾아낼 동안만 아카데미에 머물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왜 아카데미에 검술 강사로 근무를 하고 싶은 건가? 자네의 실력이라면 찾는 곳이 아주 많을 텐데.”
사실 아카데미의 근무는 출세와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제국의 아카데미 교수와 교사들의 타락을 철저하게 경계했다. 약간의 뇌물도 받지 못하게 했다.
돈과 권력은 필요 없고, 명예만 원하면 아카데미로 가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오래 전부터 아카데미를 동경해 왔습니다. 이곳에서 검술을 배우고 싶었죠. 그 꿈을 강사로서 조금이나마 이루고 싶습니다.”
데미안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학장은 멸마단에 소속된 인물이 아니었다. 슬라를 찾으러 왔다고 솔직하게 밝힐 수는 없었다.
“……우리 아카데미를 선망하는 이들이 많기는 하지.”
알트만 학장의 얼굴에 자부심이 떠올랐다. 데미안의 칭찬이 퍽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학장은 다시 싸늘한 눈빛으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원래 외부에서 초빙한 강사는 특별 수업을 맡는 게 정석이라네. 하지만 나는 아직 자네를 믿지 못하겠네.”
“제 실력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헬리안 경연의 우승자를 어떻게 의심하겠나. 내가 걱정하는 것은 자네의 지도력이라네.”
옛날부터 그런 말이 있었다.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말이다.
1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10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게다가 아카데미의 재학 중인 학생들은 모두 자신이 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네. 애플 왕국인 자네에게 배우려는 이들은 아무도 없을 걸세.”
학장의 말도 이해가 됐다. 이곳에 들어올 때도 꽤 많은 학생들이 적개심을 보이지 않았던가.
‘귀찮게 굴기는.’
사실 데미안으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는 진짜로 아카데미에 소속되려는 게 아니라 슬라만 찾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라를 찾을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학장에게 협조할 필요가 있었다.
“제가 어떻게 증명하면 되겠습니까.”
“현재 담당교사가 없는 반이 하나 있다네. 그곳에서 자네의 지도력을 증명하면 나도, 다른 학생들도 모두 자네를 신뢰할 걸세.”
“그렇게 하도록 하죠.”
데미안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알트만 학장의 눈빛이 묘한 빛을 띠었다.
“미리 말해 두지만 후회할지도 모르네. 자네가 맡게 될 13반은 골칫거리로 유명한 반이지. 자네 앞에도 많은 교사들이 지도를 포기했다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좀 다를 테니까요.”
데미안이 아공간에 넣어둔 육모방망이를 떠올리며 말했다.
“으음? 이상하군…… 갑자기 웬 한기가…….”
학장은 파르르 몸을 떨었다.
“일주일 뒤에 학년평가시험이 있다네. 거기서 13반 학생들이 검술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면 자네를 믿어주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러다 문득, 데미안은 학장에게 물었다.
“만약 학년평가시험 때, 13반 학생들이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 물음에 알트만 학장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무능한 교사는 아카데미에 필요 없지. 이걸로 대답은 충분하리라 생각하네.”
* * *
그 뒤로 데미안은 교직원 숙소로 가서 짐을 풀었다.
‘뭐, 어려울 거 없지. 베로니카도 갱생시켰잖아.’
데미안은 이전에도 많은 이를 훈련시켜 본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일도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튿날, 13반에 도착한 순간, 데미안은 자신이 아카데미를 너무 쉽게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아무도 없잖아?”
13반의 학생들 중에서 출석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