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3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30화(230/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30화
230회 아카데미 (2)
데미안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텅 빈 교실을 바라봤다.
“문제아 반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아카데미는 제국을 넘어서 대륙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교육기관이었다.
그런 곳에 다니는 학생들이 이렇게 구제 불능일 줄이야.
더 황당한 것은 13반에 소속되어 있는 학생들이 모두 고위 귀족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지위가 높은 가문은 그만큼 규율도 엄격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13반 학생들의 모습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설마 내가 잘못 읽었나?”
데미안은 어제 직원에게 넘겨받은 학생부를 다시 넘겨 봤다.
학생부에는 학생들의 사진은 물론이고 이력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포르티나 후작가, 샌드 백작가, 다 직책이 높은 가문들인데…….”
데미안이 학생부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학생인가 싶어서 문 쪽을 쳐다봤다. 하지만 데미안의 기대는 보기 좋게 배신당했다.
교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제복을 갖춰 입은 여기사였다. 등에 메고 있는 붉은색 장창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상당한 실력자로군.’
여기사를 보자마자 데미안은 속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사는 자신의 기세가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었다.
‘두 번째 벽을 내다보고 있겠어.’
저번 날 데미안이 싸웠던 패력의 살릭보다 우위에 있는 강자였다.
이런 실력자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튀어나오는 게 제국의 가장 두려운 점이었다.
“역시 아무도 나오지 않았나.”
여기사는 교실을 쓱 둘러보더니 한심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누구십니까?”
“아, 미안하군. 내 소개를 먼저 해야 했는데 무례를 저지르고 말았어.”
여기사가 데미안에게 사과했다. 고풍스러운 말투로 보아 고위 귀족 출신인 듯했다.
“나는 블랑카 로쉐라고 하네. 부족한 몸이지만 아카데미의 수호를 맡고 있는 백혈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네.”
백혈기사단이라는 이름에 데미안의 눈빛이 변했다.
이곳으로 떠나기 전, 레이첼에게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아카데미에는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서 제국이 나름대로 공을 들여서 키워 낸 기사단이 있다고 말이다.
그 기사단의 이름이 바로 백혈기사단이었다.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싶었는데. 기사단장이라고 한다면 납득이 되었다.
“데미안 학센이라고 합니다.”
데미안은 블랑카 로쉐에게 악수를 청했다. 블랑카 로쉐는 흔쾌히 데미안의 손을 맞잡았다.
“자네가 누구인지는 이미 알고 있네. 이곳에 온 것도 자네를 보기 위해서니까.”
블랑카 로쉐는 데미안을 쓱 훑어보더니 짧게 감탄했다.
“과연 소문대로 대단한 청년이군. 젊은 나이에 이렇게 엄청난 기운을 가지고 있다니. 정말 놀랍네.”
블랑카 로쉐는 맞잡은 손을 놓으며 말했다.
“자네도 만나고, 겸사겸사 도움을 줄까 해서 왔다네. 13반을 맡았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13반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아카데미의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지. 아카데미의 골칫거리들만 모아놓은 반이니까 말이야.”
블랑카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학문에 열의가 없는 학생. 다른 학생들과 폭력 사태를 벌인 학생. 한 마디로 아카데미도 통제하기 힘든 이들을 모아놓은 반이 이곳일세.”
블랑카의 말에 데미안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아카데미의 부적응자들만 모아놓은 곳이 13반이라는 뜻이었다.
“아카데미는 왜 그런 학생들을 방치해 놓고 있는 겁니까?”
“가문 때문이지. 13반 학생들은 모두 쟁쟁한 가문 출신이거든.”
그 말에 데미안은 의아함을 느꼈다.
아무리 가문의 위세가 높다 해도 이곳은 아카데미였다.
아카데미의 위상을 생각하면 아무리 가문이 비호를 받는다 해도 학생들을 제어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유가 있네만…… 이건 내가 말할 건 아닌 것 같군. 조금만 말해 주자면 가문도 그걸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네.”
영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조금 더 묻고 싶었지만 데미안에게는 그보다 급한 일이 있었다.
“학생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그건 나도 모르네. 다만, 아카데미를 순찰하다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지. 다들 무척 바빠 보였어.”
“한 달 중에서 13반 학생들이 수업에 출석하는 횟수는 얼마나 됩니까?”
“글쎄? 출석하면 그날로 아카데미에 화제가 되는데. 최근에는 들어본 적이 없군. 다른 학생들이 그걸로 내기를 하거든.”
그 말에 데미안은 한탄했다. 즉, 거의 안 나온다는 소리가 아닌가.
‘골치 아프게 되었군.’
일주일 뒤에 열리는 평가시험의 검술 과목에서 13반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데미안은 아카데미에서 쫓겨나게 된다.
쫓겨나는 것은 상관없다. 데미안은 슬라만 찾으면 그만이니까.
문제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으로 슬라를 찾기 힘들다는 데에 있었다.
슬라는 광분학파의 흑마법사였다. 판데모니엄에서 그녀보다 인간의 몸을 잘 다루는 이는 없었다.
슬라는 광분학파의 흑마법을 이용해서 누구로든 위장할 수 있었다.
대상이 기사나 마법사여도 상관없었다. 슬라는 기사로 변하면 오러를 사용할 수 있었고, 마법사가 되면 온갖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광분학파의 흑마법으로 대상의 육체를 완벽하게 흉내내기 때문에 가능한 묘기였다.
그렇기에 데미안의 능력으로도 아카데미에 숨어 있는 슬라를 찾아내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아카데미는 무척 넓었다. 이곳을 다 뒤지고 다니려면 일주일이라는 시간으로는 택도 없었다.
데미안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였다. 블랑카가 데미안에게 말했다.
“그럼 나는 이만 가 보겠네. 아직 순찰할 곳이 남아 있거든.”
블랑카는 인사를 한 뒤, 교실을 나갔다. 데미안은 잠시 교실 문을 빤히 바라봤다.
‘슬라인가?’
슬라는 마스터클래스로도 위장할 수 있었다.
물론 슬라의 능력으로도 마스터클래스를 완벽하게 흉내 낼 수는 없었다. 실제로 싸워 보면 가짜라는 티가 확연하게 났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때는 진짜 마스터클래스와 구분하기 힘들었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어.’
슬라는 누구로든 변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아카데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의심할 작정이었다.
데미안은 교탁에 몸을 기댄 채 고민에 잠겨 있을 때였다.
갑자기 교실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왔다.
처음에 데미안은 블랑카가 다시 돌아온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데미안의 착각이었다.
교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아카데미의 제복을 입고 있는 남학생이었다.
앞니가 생쥐처럼 툭 튀어나와 있는 소년은 데미안을 보더니 환호성을 질렀다.
“와, 소문이 진짜였잖아? 진짜 데미안 학센이 우리 13반의 담당 강사가 됐어!”
데미안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구라도 한참 어린애한테 반말을 들으면 데미안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데미안이 어떤 기분인지 조금도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이거 진짜 미쳤네! 당장 가서 애들한테 말해 줘야지.”
남학생은 도로 교실을 나가려고 했다. 데미안은 즉시 남학생을 불러세웠다.
“이봐.”
남학생은 교실을 나가려다가 멈춰 섰다. 데미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13반의 학생이냐?”
“그런데?”
예절을 개한테 줘버린 소년의 태도에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말이 좀 짧구나.”
“그래서?”
남학생의 당당한 태도에 데미안은 하마터면 자신이 실수를 한 게 아닌가 착각할 뻔했다.
“설마 지금 내가 말을 놔서 기분이 나쁘다 그거야? 이거 웃긴 사람이네.”
남학생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난 포르티나 후작가의 사남(四男)인 올리버 포르티나야! 애플 왕국 출신인 네놈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이거지.”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제야 왜 이 녀석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서는지 이해가 되었다.
제국의 후작가는 다른 왕국의 후작가와는 격이 다른 위세를 가지고 있었다.
기사단, 상시 대기 중인 정예병력, 여기에 다수의 마스터클래스까지.
후작가의 위세를 등에 업고 있는 이상, 데미안은 자신을 건드리지 못 하리라 생각한 듯했다.
실제로 다른 교사들은 이 학생을 조심스럽게 다뤘을 테니 더더욱 그렇겠지.
“뭐, 그래도 마침 잘됐다.”
데미안은 올리버에게 성큼 다가갔다. 데미안이 갑자기 거리를 좁히자 올리버는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뭐야, 왜 가까이 다가오는 거야?”
“방금 다른 애들한테 나에 대해서 알린다고 말했지? 다른 학생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거냐? 그럼 당장 안내하도록 해라.”
데미안의 말에 올리버의 표정이 살짝 험악해졌다.
“싫은데? 내가 너한테 그걸 왜 말해 줘야 하는 건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서 무언가를 꺼냈다. 데미안이 꺼낸 물건을 보자마자 올리버는 흠칫 놀랐다.
“너, 너 그게 뭐야.”
데미안이 아공간에서 꺼낸 것은 나무를 깎아 만든 몽둥이였다.
정확히 육각형을 이루고 있는 몽둥이는 기름을 잘 먹여놓은 덕분에 반들반들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시 묻도록 하겠다. 다른 학생들은 어디에 있지?”
“뭔 개소리…….”
데미안은 즉시 몽둥이로 올리버 포르티나의 머리를 내리쳤다.
깡.
통렬한 소리와 함께 올리버 포르티나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악! 아악! 으아아아악!”
올리버 포르티나는 머리를 붙잡은 채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이, 이 미친놈이! 가, 감히 나, 날 때려? 너, 너 죽었어! 아, 아버지한테 다 이를 거야!”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 거냐.”
“시,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 네가 방금 내 머리를…… 머리를…….”
올리버 포르티나는 자신의 뒤통수를 만지작거렸다.
“어……? 어어……?”
상처는커녕 부어오르지도 않았다. 이 기이한 현상에 올리버 포르티나는 크게 당황했다.
“너, 너 어떻게…….”
“한 번 더 묻도록 하겠다. 다른 학생들이 어디에 있지?”
“꺼, 꺼져! 내, 내가 친구들을 팔아넘길 것 같아?”
그런 올리버의 태도에 데미안은 감탄했다. 보통 한 대 때리면 기가 죽는데. 이 녀석은 좀처럼 기가 죽지 않았다.
“반골 기질이 돋보이는 녀석이로군.”
그 사실에 경의를 표하며 데미안은 올리버의 머리를 한 대 더 후려쳤다.
깡.
한층 더 맑아진 소리와 함께 올리버는 다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악! 아악! 너, 너 죽었어! 우리 아버지께서 절대로 가만 있지 않을…….”
데미안이 방망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올리버는 두 팔로 머리를 가리며 소리쳤다.
“자, 잠깐! 말할게! 말한다고! 다, 다들 흩어져 있어서 나도 위치를 다 알지는 못해! 하, 하지만 이 시간이면…….”
“아니, 지금은 말할 필요 없다.”
갑자기 달라진 말에 올리버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올려다봤다.
“뭐, 뭐?”
“이런 상황에서도 입에서 존댓말이 재깍 튀어나오지 않는 걸로 봐서 너는 보통 불량한 녀석이 아니야. 다른 학생들을 찾기 전에 우선 너의 그 그릇된 태도를 ‘갱생’시켜야겠다.”
데미안은 육모방망이로 손바닥을 탁탁 두드렸다. 올리버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방망이를 쳐다봤다.
“그러니 우선은 좀 맞자.”
조용한 빈 교실.
무언가를 두들겨 패는 소리만 담담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