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3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32화(232/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32화
232화 아카데미 (4)
페넬로페 보르자는 번쩍 눈을 떴다.
“여, 여기는…….”
익숙한 훈련장의 풍경이 아니었다. 낯선 교실의 모습이 보였다.
교실에 있는 사람은 페넬로페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학생들, 정확히는 13반 학생들도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페넬로페는 혼란스러웠다.
기절했다가 깨어난 것은 알겠다. 그런데 기절하기 전에 무슨 일을 당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 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머리가 터지는 듯한 무시무시한 고통뿐이었다.
“저 녀석이 깨어났으니 슬슬 수업을 시작해도 되겠군.”
그때, 낯설지만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페넬로페는 고개를 들어서 정면을 쳐다봤다.
칠판 앞에 놓인 교탁에 한 남성이 서 있었다. 그 얼굴을 보자마자 페넬로페는 불현듯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떠올렸다.
“데미안 학센!”
페넬로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사람의 머리를 몽둥이로 때리다뇨! 이런 일이 용납될 거라고…….”
데미안 학센이 몽둥이 끝으로 바닥을 내려찍었다.
그러자 웅장한 소리와 함께 건물 전체가 뒤흔들렸다. 천장에서 먼지가 파스스 떨어졌다.
그 무지막지한 모습에 페넬로페는 마른침을 삼켰다.
새삼 눈앞에 있는 남자가 마스터클래스라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조용히 해라. 내가 말하는 중이지 않느냐.”
페넬로페는 즉시 자리에 앉았다. 반항심은 이미 씻은 듯이 사라진 뒤였다.
방금 전, 그것을 봤으면 누구라도 똑같이 행동했으리라.
“내 소개를 하도록 하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내 이름은 데미안 학센이라고 한다. 애플 왕국 출신 기사지.”
제국의 귀족들은 다른 왕국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강했다. 제국에 비해서 다른 왕국들은 너무나도 미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데미안 학센을 비웃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데미안에게 ‘갱생’을 당한 덕분이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오래 있지는 않을 거다. 임시계약직이거든.”
그 말에 13반 학생들 전원의 얼굴이 밝아졌다. 몇몇 학생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질렀다.
“다만, 내 개인적인 용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런데 학장이 조건을 하나 걸더구나. 일주일 뒤에 열리는 학년평가의 검술 과목에서 13반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바로 해고하겠다고 말이야.”
학생들의 얼굴이 더더욱 밝아졌다.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데미안 학센에게 해방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학생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러니 너희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내가 너희들에게 요구할 것은 아주 간단하다. 일주일 동안 내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훈련을 받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된다. 알겠나?”
훈련이라는 말에 학생들의 표정이 삐뚜름하게 변했다.
지금까지 13반 학생들은 모두 제멋대로 살아왔다. 그러니 훈련이라는 말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잠깐, 우리가 시험을 개판으로 치면 저 인간은 일주일 뒤에 바로 쫓겨난다는 거잖아?”
“그러게? 우리가 왜 순순히 훈련을 받고, 시험을 치러야 하는 거지?”
페넬로페의 옆에 있던 두 남학생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엿듣고 있던 페넬로페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우리가 데미안 학센의 명령에 순순히 따라야 한단 말인가.
오히려 명령을 거부하면 일주일 뒤에 아카데미에서 쫓아낼 수 있…….
“아마 대다수는 내 훈련을 거부하면 날 바로 내쫓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페넬로페는 뜨끔한 얼굴로 데미안 학센을 쳐다봤다.
“더 나아가서 어째서 내 명령을 따라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학생들 몇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은 즉시 그 학생들을 노려보자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 이유는 너희가 학생이고 내가 선생이기 때문이다.”
페넬로페 보르자는 크게 실망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도입부였기 때문이다.
보나마나 이 다음에는 너희들의 미래를 위해서 훈련을 받아야 하느니, 교사로서의 의무라느니 그런 틀에 박힌 소리를…….
“학생은 선생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법.”
……해야 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애초에 너희들의 의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희들이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만들 생각이니까.”
그 순간, 데미안 학센의 눈빛이 불타올랐다. 데미안 학센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학생들을 둘러봤다.
명령을 거부하면 그 자리에서 죽여 버리겠다고 경고하는 듯했다.
“그러니 잠자코 내 명령에 따르도록 해라.”
학생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데미안 학센을 바라봤다. 다들 이게 맞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쿵.
데미안 학센이 다시 몽둥이 끝으로 땅을 찍었다. 건물이 뒤흔들렸다.
“대답.”
“마, 맞습니다! 학생은 선생님의 명령에 복종해야 합니다!”
“무슨 명령이든 내려 주십시오! 한 마리의 개처럼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학생들은 데미안 학센에 대한 공포심이 뼛속 깊이 새겨진 지 오래였다. 단 한 명도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저…… 선생님?”
그떄, 맨 앞에 앉아 있던 남학생이 손을 들었다. 오늘 하루 종일 데미안과 붙어 다녔던 올리버 포르티나였다.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당연한 것을 묻는구나.”
데미안 학센이 교탁의 모서리를 잡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
콰드득.
나무로 만들어진 모서리가 섬뜩한 소리와 함께 부스러졌다.
데미안 학센이 손가락을 비비자 곱게 으스러진 가루들이 우수수 흘러내렸다.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하게 만들어 주마. 참고로 비유가 아니라는 걸 명심하도록 해라.”
학생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 버렸다. 본능적으로 저게 거짓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럼 10분을 주겠다. 다들 기숙사로 가서 운동복을 갈아입고 오도록.”
10분이면 기숙사에 도착하기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저 쏜살같이 교실을 튀어 나갔을 뿐이었다.
* * *
정확히 10분 뒤, 재빠르게 움직인 학생들은 데미안 학센이 말한 대로 훈련장에 모여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하지만 전원이 모인 것은 아니었다. 인원수가 조금 줄어들어 있었다.
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데미안 학센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어디 간 거야?”
“우리를 불러놓고 자기는 안 나온다고?”
학생들이 수군거리고 있을 때였다.
“악! 아악!”
“끄아악! 아아악!”
훈련장 밖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대여섯 명의 학생들이 데미안 학센에게 두들겨 맞으며 훈련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서, 선생님! 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훈련장으로 들어왔음에도 데미안의 매타작은 끝나지 않았다. 학생들의 몸 곳곳을 연신 몽둥이로 두들겨 팼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학생들이 질릴 정도로 무자비한 구타였다.
신기한 것은 저렇게 심하게 때리고 있는데 학생들의 몸에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놈들은 감히 훈련을 빼먹고 도망치려고 했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데미안은 손을 멈추며 말했다.
“감히 마스터클래스에게서 도망치려고 해? 다들 잘 들어라. 너희들이 내 손에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얌전히 훈련을 받는 게 신상에 이로울 거다.”
데미안 학센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3초 셀 테니 일어나라.”
그 서늘한 경고에 학생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인원이 다 모인 것 같군. 그럼 훈련을 시작하도록 하자.”
데미안 학센이 몽둥이로 손바닥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일단 달리기부터 시작해 볼까?”
* * *
저녁 시간이 가까워진 시간.
스무 명이 넘는 학생들이 훈련장의 벽을 따라서 달리고 있었다.
“헥…… 헥…… 헥…….”
“나…… 나 죽어…….”
학생들은 모두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하나 같이 얼굴이 창백했다.
“뭣들 하는 거냐! 더 빨리 달리지 못해! 거기 너! 마나연공법을 익히고 있으면 두 배로 달리라고 했지!”
데미안 학센은 훈련장의 중앙에 선 채 학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으, 으아아…… 더, 더는 못 달려…….”
“내가 쓰러질 때까지 달리라고 했지.”
“악! 아악!”
이따금 나약한 소리를 하는 학생이 나오면 몽둥이를 휘두르기도 했다.
달리는 학생들을 보며 데미안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일주일 내내 굴리면 체력 종목은 통과할 수 있겠군.’
데미안이 사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학년시험평가에서 검술 시험은 총 세 가지 항목으로 점수가 매겨졌다.
체력, 제국제식검법, 마지막으로 대련이었다.
이 중에서 체력과 제식검법이 차지하는 점수 배율은 각각 25%였다. 그리고 대련의 경우에는 무려 50%였다.
이렇게 항목을 나누는 이유는 아카데미의 학생들마다 수준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이라고 해서 모두 기사를 지망하는 것은 아니었다. 학자, 마법사, 등등 다양했다.
기사를 지망하는 학생이 다른 학생들보다 검술 종목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는 것은 당연했다.
‘실력에 자신이 없으면 체력과 제국제식검법에 열중하고, 아니면 대련에 집중하라 이거지.’
당연한 말이지만 데미안은 대련 쪽은 아예 포기하기로 했다.
13반 학생 중에서 기사를 지망하는 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올리버 포르티나, 페넬로페 보르자, 그 외에 몇 명은 가문의 검술과 마나연공법을 익히고 있었다.
하지만 페넬로페 보르자를 제외하면 모두 오랫 동안 훈련을 내팽개친 지 오래였다.
‘그런 놈들이 겨우 일주일 배운 것만으로 다른 학생들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지.’
13반을 잡으러 돌아다니는 동안 데미안은 아카데미의 다른 학생들도 확인해 봤다.
제국의 귀족들답게 모두 실력이 우수했다. 그런 이들을 놀고먹기만 한 13반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행히 다른 두 개의 과목은 열심히 노력만 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일주일 동안 학생들을 개처럼 굴릴 생각이었다.
“거기 속도가 느리다. 더 빨리 움직이지 못하겠냐!”
데미안의 호통에 학생들이 바쁘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