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3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33화(233/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33화
233화 구제불능 (1)
훈련은 해가 저물고 나서야 끝났다.
“흐아…… 흐아아…….”
“끄어…… 끄어어…….”
학생들은 모두 기진맥진한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꼭 비라도 맞은 것처럼 머리와 옷이 축축했다.
“한심한 것들. 겨우 이 정도 뛰고서 쓰러지다니.”
데미안은 학생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학생들의 얼굴에 억울함이 떠올랐다. 이렇게 개고생을 했는데 한심하다는 말을 들으니 불만이 솟구치는 모양이었다.
“뭐, 내 말에 불만 있나?”
물론 데미안이 눈을 부릅 뜨자 모두 표정 관리에 들어갔지만.
“내일부터는 훈련 강도를 두 배로 높이겠다.”
“예?”
“두, 두 배요?”
학생들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오늘 받은 훈련만 해도 죽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아니, 이건 훈련이 아니었다.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너희들처럼 놀고먹기만 한 것들이 일주일 만에 좋은 성적을 받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았냐?”
데미안의 호통에 학생들의 얼굴에 다시금 억울함이 떠올랐다.
이들은 단 한 번도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은 데미안의 강요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 상태로는 내일 훈련을 받기 힘들 것 같군.”
별안간 데미안 학센이 장검을 뽑아들었다. 그 모습에 학생들을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서, 선생님! 사, 살려 주세요!”
“제, 제발 죽이지 마세요!”
학생들이 머리를 땅에 박으며 애원했다. 너무 필사적이라 되레 데미안이 당황할 정도였다.
“누가 언제 너희들을 죽인다고 했느냐? 잘 지켜보기나 해라.”
데미안은 여명을 땅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질투의 권능을 발현했다.
데미안이 세 번째로 개방한 권능인 ‘질투’는 마력을 다른 성질을 가진 힘으로 변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데미안은 마력을 신성력으로 바꾼 뒤, 여명에 집어넣었다.
지이잉.
신성력을 흡수한 것이 기분이 좋았는지 여명이 검명을 울렸다.
본래, 여명은 스스로 신성력을 생성하고, 기적을 발휘할 수 있는 검이었다.
여명의 신성력에 데미안의 신성력까지 더해졌다. 그러자 여명의 지니고 있던 기적이 더욱 강화되었다.
여명이 빛을 내뿜었다. 뻗어나간 빛이 학생들의 몸을 감쌌다.
“어? 어어?”
“어라라?”
학생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씻은듯이 사라진 것이다.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봤다. 놀랍게도 육체가 완벽하게 회복되어 있었다.
“최, 최상급 치유 포션을 먹어도 이렇게 금방 회복되지 않는데…….”
“대체 저 검은 뭐지?”
“나 들어본 적 있어. 선생님이 신성교단에 갔을 때 받았다던 영급 성검이 틀림없어.”
“영급 성검? 그렇게 귀한 걸 어떻게 받아낸 거지?”
학생들은 신가하다는 얼굴로 수근거렸다.
학생들이 모두 회복되자 데미안은 여명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빛이 모두 사라졌다.
“다들 몸은 괜찮냐?”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데미안의 얼굴이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 내일도 훈련을 받을 수 있겠군.”
그 말에 학생들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몸이 회복되었다고 기뻐할 일이 아니었다. 저 성검이 있는 이상 데미안 학센은 매일 자신들을 혹사시킬 테니 말이다.
“그럼 내일 보자. 미리 말해 두지만 수업 째고 도망치는 놈이 있으면 죽여 버리겠다.”
“예…….”
학생들이 힘없이 대답했다. 데미안 학센은 몸을 돌렸다.
“아, 맞다.”
그러다 다시 학생들을 돌아봤다.
“너희들 머리카락 좀 내놔라.”
뜬금없는 부탁에 학생들의 얼굴에 강한 의문이 떠올랐다.
“어서 이쪽에 머리나 대라.”
하지만 데미안은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았다.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단검으로 머리카락을 조금씩 잘라 작은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난 진짜 가 보마.”
이번에는 진짜 훈련장 밖으로 나갔다.
데미안이 사라지자마자 학생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젠장…….”
“어쩌다 저런 인간이 담당교사가 되어서는…….”
학생들은 모두 한숨을 푹푹 내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야! 올리버! 네가 저 인간한테 우리를 팔아 넘겼지?”
“이 자식! 그런 의리 없는 짓을 하다니!”
학생들의 분노는 올리버에게 향했다. 올리버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항변했따.
“나, 나도 협박을 받아서 그런 거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죽어도 입을 열지 말았어야지!”
하지만 가혹한 훈련으로 인해서 화가 잔뜩 난 학생들에게는 올리버의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은 우리들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그때, 누군가 입을 열었다. 학생들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페넬로페 보르자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자신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계속 데미안 학센에게 훈련을 받게 될 거다. 다들 그러고 싶은 건 아니겠지?”
“두 말 하면 잔소리지!”
“젠장, 누가 저딴 인간한테 훈련을 받고 싶대!”
학생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페넬로페 보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내 검술을 가다듬어도 모자랄 판에 이딴 쓸모없는 훈련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어.”
“하지만 어떻게 막자는 건데?”
험악하게 생긴 남학생이 페넬로페에게 물었다. 페넬로페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른다. 그러니 너희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게 아니겠나.”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다른 남학생이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런 무식한 훈련이 용납될 리가 없어! 다른 교사들에게 말하면 틀림없이 데미안 학센에게 징계가 내려질 거야!”
남학생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영 시큰둥했다.
“어떤 교사한테 말할 건데?”
“우리 13반의 말을 들어줄 교사가 있나?”
“그, 그건…….”
남학생은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여기 모인 학생들은 아카데미의 교사들과 계속 마찰을 빚다가 13반에 버려졌다.
아카데미에 재직 중인 대다수의, 아니 모든 교사는 13반을 경멸하며, 싫어했다.
“나도 다른 애들과 같은 생각이다. 교사들이 우리를 도와줄 리가 없지.”
페넬로페가 불쾌감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 역시 교사라는 존재를 믿지 않았다.
“그럼 가문에 알리자. 그러면 이 문제를 공론화시킬 수 있을 거야!”
또 다른 누군가가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좋은 생각이라 여긴 모양이었다.
하지만 페넬로페는 이번에도 부정적으로 말했다.
“가문? 말한다고 해서 우리들의 편을 들어줄까?”
페넬로페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데미안 학센에게 얻어맞을 때, 아버지에게 말한다고 협박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허세일 뿐이었다.
실제로 말한다 한들, 가문에서는 13반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은 가문에서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그때, 올리버 포르티나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다들 인상을 찌푸렸다.
“데미안 학센에게 우리를 팔아넘긴 놈이 의견을 내겠다고?”
“설마 이번에도 데미안 학센한테 일러다 바칠 생각인 거 아니야?”
“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니까!”
“일단 들어보도록 하지.”
페넬로페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다들 조용해졌다. 페넬로페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위압감 때문이었다.
“결국 요점은 훈련을 안 받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 데미안 학센이 우리를 잡지 못하도록 먼저 도망치는 거야.”
올리버의 말에 학생들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아까 도망쳤다가 잡혀 온 놈들 못 봤어?”
“마스터클래스한테서 어떻게 도망치라는 거야!”
마스터클래스의 탐지 범위는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그 탓에 방금 전에도 데미안에게서 도망치지 못하고 붙잡힌 것이다.
데미안 학센이 아침부터 기숙사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학생들로서는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아, 아직 내 말 안 끝났어!”
“또 무슨 멍청한 소리를 하려고!”
“아카데미의 역사가 엄청 길다는 건 다들 알지? 역사가 긴 만큼 아카데미의 건물들은 계속 증축되어 왔어.”
올리버가 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그래서 건물들 마다 비밀통로가 여러 개 숨겨져 있지. 우리 기숙사도 예외는 아니야.”
“너 설마……?”
“맞아. 내가 비밀통로를 몇 개 알고 있어.”
올리버의 말에 학생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새벽에 비밀통로를 통해서 성 밖으로 도망친 다음에 일주일 뒤에 복귀하는 거지. 그때면 데미안 학센도 아카데미에서 쫓겨난 뒤일 거 아니야.”
학생들의 얼굴이 활짝 퍼졌다.
“올리버 이 자식! 그렇게 좋은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니!”
“역시 너밖에 없다!”
학생들은 올리버에게 몰려와서 환호성을 질렀다.
* * *
하지만 이들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기껏 생각해 낸 게 비밀통로라니.”
데미안 학센이 훈련장 밖에서 이들의 대화를 모두 엿듣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마스터클래스 정도로 오감이 발달하면 이런 먼거리에서도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한심하기는.”
데미안은 쯧쯧 혀를 찼다. 그런 방법으로 자신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어리석기짝이 없었다.
“그럴 줄 알고 이미 대책을 세워 놨지.”
데미안은 품속에서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방금 전, 학생들의 머리카락를 잘라다 넣은 주머니였다.
데미안이 학생들의 머리카락을 수입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신체 일부분이 있으면 추적계열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뭐, 이게 없어도 금방 찾을 수 있지만.”
비밀통로라 해 봤자 결국 아카데미 내부로 이어져 있을 것이다.
데미안의 감지 범위는 아카데미뿐만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감싸고도 남았다.
땅속에 있으면 알아내기 힘들지만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만 하면 바로 감지 해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데미안이 굳이 흑마법을 사용하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슬라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슬라를 찾기에도 바쁜데 학생들 때문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편리한 방법을 찾다가 흑마법에 생각이 닿은 것이다.
“내일 확실하게 조져 놔야겠군.”
데미안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주먹을 매만졌다. 손가락 관절에서 뚜둑거리는 소리가 났다.
* * *
해는 저물었지만 아직 데미안의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
데미안은 숙소가 아니라 서관의 건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라 건물을 이용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데미안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3층의 마지막 교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한 남성이 서 있었다.
몰개성한 얼굴에 큼직한 안경을 쓰고 있었다. 공격성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데미안 경, 딱 맞춰서 오셨군요.”
남성이 웃으며 말했다. 데미안은 남성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멸마단. 맞나?”
“예, 제이크라고 합니다. 평민이니 편하게 불러 주세요.”
검성이 미리 잠입시켜 놓았다던 멸마단원이 바로 이 남자였다. 신분은 평민이지만 엄연한 멸마단원이었다.
“잠깐 확인을 해 봐도 되겠나?”
“얼마든지요.”
데미안은 품속에서 작은 외눈안경을 꺼내서 썼다. 그러자 제이크의 이마에 찍힌 낙인이 보였다.
슬라는 다른 사람으로 변장할 수 있었다. 잡입한 멸마단원이 일치감치 슬라로 바꿔치기 당할지도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검성은 멸마단원들의 이마에 마법의 인장을 찍어놓았다.
인장이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 본인도 몰랐다. 오직 데미안 학센만이 사전에 검성을 통해서 전달받았기에 알고 있었다.
“본인이 맞군. 슬라에 대해서 조사해 봤나?”
“노력은 해 봤습니다만 마땅한 단서는 찾지 못했습니다.”
제이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제이크는 데미안과 비슷한 시기에 직원으로서 아카데미에 잠입했다. 짧은 시간이니 알아낸 정보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직원들한테서 이상한 소리를 듣기는 했습니다.”
“이상한 소리라니?”
“최근에 실종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에 데미안은 미간을 좁혔다.
“학생들이 실종됐는데 아카데미는 왜 조용한 거지?”
“아, 그게 말입니다. 학생들은 아카데미 내부에서 실종된 게 아니라고 합니다.”
제이크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카데미 밖에서 실종되었다고 하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