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3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34화(234/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34화
234화 구제불능 (2)
“바깥에서 실종됐다고?”
데미안이 놀라서 되묻자 제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것도 아카데미 근처가 아니라 방학이나 집안 사정 때문에 본가로 돌아간 학생들이 실종된 거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카데미가 조용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아카데미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혹시 슬라가 저지른 일일까요?”
제이크가 데미안에게 물었다. 데미안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살릭의 기억 속에서 슬라는 아카데미의 내부에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본가로 나간 학생들을 납치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수하들을 시키면 됐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슬라의 소행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실종되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실종된 학생들은 총 몇 명이지? 누가 실종됐는지도 알고 있나?”
“다 조사하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들은 학생들만 말씀드리자면…… 모두 여덟 명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숫자가 많았다.
“다들 귀족 출신이었습니다. 필립 백작가, 글레이더 배작가, 울스 자작가 그리고…….”
제이크가 학생들의 가문을 하나씩 언급했다.
가문명이 들려올 때마다 데미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기억이 곧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아, 제가 말씀드린 가문들은 모두 제국 내에서 유명한 가문들입니다. 모두 혈통을 타고난 가문들이거든요.”
혈통이라는 말에 데미안의 눈동자가 번쩍 뜨였다.
간혹 집안 대대로 신비한 능력을 타고나는 경우가 있다.
마력을 특수한 속성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거나, 신체가 마력을 흡수하여 더 빠르게 움직인다거나.
그런 가문들을 보고 ‘특수혈통’을 타고났다고 말했다.
‘듣고 나니 생각이 나는군. 슬라가 한때 특수혈통 연구에 전념했다고 했지.’
슬라가 거악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인 이유는 그녀가 진행했던 수많은 연구 덕분이었다.
그리고 슬라가 행했던 연구 중에는 특수혈통에 관한 것도 있었다.
특수혈통을 타고난 가문들을 연구하여,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 것이다.
‘어째서 슬라가 아카데미에 숨어들었는지 궁금했는데. 혈통을 연구하기 위해서였어.’
아카데미에는 제국의 모든 귀족이 모여들었다. 특수혈통을 가진 가문의 귀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카데미야말로 슬라가 특수혈통에 대해서 연구하기 안성맞춤인 곳일 터였다.
‘같은 가문의 사람이라 해도 혈통을 타고난 정도는 다르다. 아마 혈통을 강하게 타고난 학생을 찾아낸 뒤에 수하를 시켜서 납치시켰겠지.’
그렇다면 슬라는 학생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인물로 변장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직원은 모두 제외해야겠군.’
직원들은 아카데미의 업무를 수행하느라 학생들과 마주칠 일이 없었다.
‘교사들도 제외해야 한다.’
같은 과목이라도 학년 별로 수업하는 교사들이 달랐다. 슬라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았다.
“실종된 학생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조사해 줬으면 좋겠군.”
“어떤 걸 주로 조사하면 될까요?”
“실종되기 전에 누굴 만났는지. 평소에 누구랑 친하게 지냈는지.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조사해다오.”
“알겠습니다!”
제이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 *
아침 해가 뜨기 직전, 13반 학생들은 기숙사의 로비에 모여들었다.
아키데미의 학생들은 모두 한 건물을 사용했다. 그렇기에 13반은 어렵지 않게 한곳에 모일 수 있었다.
“다들 날 따라오도록 해.”
“올리버, 확실한 거지?”
“나만 믿으라니까.”
올리버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학생들을 이끌었다.
그렇게 올리버는 로비의 구석진 곳에 있는 벽으로 학생들을 데려왔다.
“잠깐만 기다려.”
올리버는 품속에서 낡은 종이를 꺼내 들었다.
“내가 도서관에 이걸 발견했다는 거 아니냐. 이 종이에 적힌 내용대로 벽을 두드리면…….”
“알겠으니까 빨리 문이나 열지 못해.”
“어디서 잘난 척이야.”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올리버는 곧바로 의기소침해졌다.
“알겠어…… 조용히 하고 있을게…….”
올리버는 손가락으로 벽돌 몇 곳을 두드렸다. 그러자 돌을 긁는 소리와 함께 벽이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우, 우와아…….”
“진짜로 통로가 있었잖아?”
학생들은 다들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올리버는 다시 의기양양해졌다.
“그런데…… 이게 다 열린 거야?”
“문 크기가…… 좀 작은데?”
벽이 올라가면서 나타난 구멍은 무척 작았다. 기어서 이동해야 간신히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여기를 통과해야 해?”
남학생 한 명이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페넬로페가 그 남학생에게 말했다.
“싫으면 너는 남아서 훈련을 받던가.”
“그, 그건 좀…….”
“또 불만 있는 사람?”
13반 전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들어가도록 하자. 올리버, 네가 경험자니까 앞장서.”
올리버가 먼저 기어서 통로로 들어갔다. 다른 학생들이 그 뒤를 따라갔다. 페넬로페는 가장 마지막에 들어갔다.
페넬로페가 들어가자마자 다시 벽이 내려오더니 문이 닫혔다. 갑자기 통로가 어두워지자 학생들은 크게 당황했다.
“무, 문이 닫혔잖아?”
“이, 이래도 되는 거야?”
“다들 걱정하지 마. 내가 저번에 통과해 봤는데. 아무 문제 없었어.”
올리버의 말에 그제야 학생들은 침착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럼 이동한다.”
올리버가 통로를 엉금엉금 기어갔다. 다른 학생들도 올리버를 따라갔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이동한 끝에 13반 학생들은 출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올리버는 다시 종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종이에 적힌 대로 벽돌을 두드렸다.
벽이 위로 올라가며 환한 빛이 쏟아졌다. 올리버와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드디어 밖으로 나간다!”
“해방이다!”
“데미안 학센! 이 빌어먹을 개자식아! 우리는 떠난다!”
올리버는 히히 웃으며 통로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러자 출구를 가로막고 서 있는 데미안 학센의 모습이 보였다.
“…….”
올리버는 대번에 얼어붙었다. 올리버가 이동하지 않으니 뒤에 있는 학생도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야! 올리버! 왜 안 나가는 거야!”
“빨리 비켜! 답답해 죽겠단 말이야!”
올리버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그런 올리버를 향해 데미안이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켰다. 비키라는 뜻이었다.
올리버는 냉큼 데미안이 가리킨 장소에 섰다. 그러자 뒤에 있던 학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젠장, 뭐 하느라고 가만히…….”
두 번째 학생 역시 데미안 학센을 발견하자마자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두 번째 학생은 온몸을 덜덜 떨었다.
“데, 데데, 데데데데…….”
데미안이 가차없이 두번째 학생의 머리를 몽둥이로 내리쳤다.
“꾸엑!”
괴상한 비명소리와 함께 남학생이 축 늘어졌다. 그러다 바로 뒤에 있던 남학생이 불평했다.
“넌 또 왜 밍기적 거리는 거야! 빨리 나오란 말이야!”
데미안은 올리버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올리버는 냉큼 기절한 남학생을 통로에서 끄집어내서 바닥에 눕혔다.
학생들이 밖으로 나올 때마다 데미안은 몽둥이를 휘둘렀고 올리버는 부지런히 학생들을 옆으로 치웠다.
“후, 갑갑해 죽는 줄 알았다.”
마지막으로 페넬로페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데미안 학센과 눈이 마주쳤다.
“…….”
너무 놀란 나머지 페넬로페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데미안은 그런 페넬로페를 내버려 둔 채 올리버에게 물었다.
“얘가 마지막이지?”
“그, 그렇습니다.”
대답을 듣자마자 데미안이 몽둥이를 내리쳤다. 페넬로페는 머리가 터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 * *
잠시 후, 학생들이 모두 정신을 차렸다.
“나는 너희들에게 무척 실망했다.”
데미안은 학생들은 한 자리에 세워놓고 설교를 늘어놓았다.
“어제 분명히 훈련에서 도망치면 지옥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하루를 못 참고 이런 짓을 벌이다니.”
데미안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결론은 딱 하나더군.”
데미안이 학생들 앞에 몽둥이를 내밀었다. 학생들을 질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데미안은 몽둥이로 학생들을 때리지 않았다.
“이게 문제였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학생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폭력으로 사람을 다스리려 하니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지.”
그 말에 학생들은 모두 당황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을 그렇게 때렸으면서 이제와서 폭력을 탓한다고?
“억압하면 억압할수록 튀어 나가려는 게 사람의 마음이지. 내가 너희들의 마음을 몰라줬다. 사과하도록 하마.”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학생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다. 진심 어린 사과가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저기…… 선생님…… 그게…….”
“저희가…… 그게…….”
학생들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미안한 마음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니, 아무 말도 하지 말거라. 이미 나는 깨달았다. 너희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말이다.”
데미안이 몽둥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때마침 하늘에는 아침 해가 떠올라 있었다. 태양과 몽둥이가 겹쳤다.
“더 큰 폭력이 필요했던 거야.”
순간, 학생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어중간하게 폭력으로는 너희들을 다스리기는커녕, 우습게 보일 뿐이지.”
데미안 학센의 눈동자에서 섬뜩한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학생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서, 선생님……? 저, 저희는 한 번도 선생님을 우습게 본 적이 없, 없습니다.”
“그랬다면 이렇게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겠지. 내 분명 어제 훈련을 빼먹고 도망치면 가만 놔두지 않겠다고 경고를 했는데 말이야.”
데미안이 몽둥이로 손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일단 좀 맞고 시작하자.”
학생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하늘을 뒤덮은 어둠이 물러나는 시간.
아카데미의 한쪽에서는 몽둥이에 두들겨 맞는 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 * *
데미안은 학생들을 한참 두들겨 팬 뒤, 훈련장으로 끌고 왔다.
“일단 뛰어라.”
훈련장에 도착하자마자 데미안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13반 학생들을 달리게 했다.
“뒤처진 열 명은 나한테 죽는다.”
다만, 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체벌이 강화됐다는 점이었다. 13반 학생들은 데미안의 몽둥이를 피해서 죽기 살기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서, 선생님! 주, 죽을 것 같습니다! 아니, 이미 반쯤 죽은 것 같아요!”
“엄살 부리지 말고 일어나라.”
못 버티고 쓰러져도 소용없었다. 데미안 학센이 훈련장에 여명을 꽂아 넣고 주기적으로 신성력을 주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학생들은 실시간으로 부상과 체력이 회복되었다.
그렇게 학생들은 점심시간까지 혹사를 당해야 했다.
“슬슬 식사 시간이군. 오전 훈련은 여기서 멈추겠다.”
데미안의 말에 학생들은 일제히 바닥에 쓰러졌다. 얼마나 땀을 많이 흘렸는지 바닥이 온통 젖어 있었다.
“한심한 놈들. 겨우 이거 뛰었다고 쓰러지다니.”
데미안이 학생들을 보며 혀를 차고 있을 때였다. 훈련장 입구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세상에…….”
백혈기사단의 단장 블랑카 로쉐가 훈련장을 바라보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13반 학생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서 한번 와 봤네. 소문을 처음 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이었군.”
블랑카 로쉐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학생들을 바라봤다.
“대체 무슨 마법을 사용한 겐가? 어떻게 이 청개구리들이 네 말을 듣고 있는 거지?”
“진심을 담아서 설득했더니 다들 이해해 주더군요.”
그 말에 학생들이 일제히 데미안을 노려봤다. 시선만으로 사람을 죽일 기세였다.
“정말 대단하군…… 아카데미의 어떤 교사도 이 아이들을 다루지 못했는데 말이야. 이러다 정말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겠어.”
“아직 한참 부족합니다. 이렇게 죽기 살기로 노력해도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군요.”
“혹시 훈련 장비 필요하지 않나? 최근에 기사단에서 훈련 장비를 새로 구입하게 되어서 원래 쓰던 걸 버리게 됐거든.”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학생들은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힘들어 죽겠는데 기사용 훈련 장비까지 포함되면 진짜 죽을지도 몰랐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데미안은 슬쩍 블랑카를 살폈다.
‘슬라는 학생들과 자유롭게 접촉이 가능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백혈기사단은 아카데미의 경비를 맡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카데미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었다.
도적단이나 몬스터 같은 외부의 위험 요인을 처리하기 위해서 외출하기도 하고, 종종 먼 지역으로 떠나는 학생들을 호위하기도 했다.
‘게다가 부자연스러울 만큼 자주 나한테 접근하고 있다.’
아카데미에 온 이후, 데미안을 찾아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들 데미안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블랑카 로쉐만이 유일하게 데미안을 찾아오고 있었다. 여러모로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경, 식사 시간인데 같이 가겠나? 내가 괜찮은 식당을 알아놨다네.”
블랑카 로쉐가 데미안에게 말했다. 안 그래도 블랑카 로쉐를 의심하고 있던 터라 데미안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가시죠.”
데미안은 훈련장을 떠나기 전, 학생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들 식사를 마치고 이곳으로 와라. 오후에는 검술 훈련을 하겠다.”
* * *
그 뒤로 데미안은 블랑카 로쉐가 봐뒀다는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식사 도중 계속 블랑카 로쉐를 관찰했지만 의심스러운 점을 찾을 수는 없었다.
‘역시 무식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나.’
슬라의 위장을 파헤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싸우는 것이었다.
슬라의 위장이 아무리 완벽해도 마스터클래스의 움직임까지 따라할 수는 없었지만.
하지만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만에 하나 슬라가 아니라면 되레 데미안이 역풍을 맞을지 몰랐다.
‘기회를 봐서 대련을 신청하던가 해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훈련장으로 돌아왔을 때, 데미안은 기이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너희들처럼 한심한 놈들도 노력이라는 걸 할 줄 아는구나?”
“왜 다들 조용하지? 무슨 말이라도 해 보지 그러냐.”
처음 보는 학생들이 13반을 조롱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