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3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35화(235/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35화
235화 구제불능 (3)
데미안이 사라진 이후로도 13반 학생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너무 힘들어서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휴식이 꿀처럼 달게 느껴졌다. 몇몇 학생들은 골아 떨어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야, 올리버.”
학생 한 명이 올리버를 불렀다. 올리버는 누워 있는 채로 고개만 들었다.
“왜 불러?”
“너, 우리한테 분명히 비밀통로라고 말하지 않았냐? 그런데 어떻게 데미안 학센이 출구에서 딱 기다리고 있었던 건데?”
그 질문에 다른 학생들도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올리버를 쳐다봤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올리버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명백한 오해였으나 해명할 방법이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의심받기 딱 좋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설마 데미안 학센한테 우리를 팔아먹은 거냐?”
“어쩐지 데미안 학센이 저놈만 안 때리더라.”
“아, 아니 그건…….”
올리버는 너무 억울했다.
그가 데미안 학센에게 얻어맞지 않은 이유는 학생들을 구멍에 빼내는 잡일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맞지 않았다고 해서 좋아할 것도 없었다. 본인 역시 기절한 학생들을 구멍에서 빼내느라 어깨가 빠질 듯이 아팠다.
“아무 말도 못하는 거 봐! 역시 데미안 학센과 한편이었던 거지?”
“이 자식, 가만 안 놔두겠어! 거기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어!”
화가 잔뜩 난 학생들이 올리버를 둘러싸려고 할 때였다.
“와, 이게 뭐야? 쓰레기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잖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13반 학생들은 반사적으로 훈련장 입구를 쳐다봤다.
두 명의 남학생들이 훈련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13반 학생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13반의 쓰레기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더니 소문이 진짜였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남학생 한 명이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13반 학생들은 아무도 화를 내지 않았다. 정확히는 낼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은 각각 1학년 수석과 차석을 차지하고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불량하기로 유명한 13반 학생들도 이 두 사람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
“근데 올리버 이 녀석은 어디에 있는 거야?”
“여, 여기 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올리버 포르티나가 튀어 나왔다. 올리버의 얼굴을 보자마자 남학생은 인상을 찌푸렸다.
“형이 왔으면 즉시 튀어 나왔어야지. 밍기적거려?”
“게, 겔리버 형님…… 그, 그게…….”
초면에 데미안한테도 대들던 올리버가 남학생한테는 찍소리도 못하고 있었다.
겔리버 포르티나.
제국의 명문가로 유명한 포르티나 후작가의 삼남이자 올리버의 형이었다.
“너처럼 아둔한 놈이 눈치까지 부족하면 어떻게 하냐? 응?”
단지 그것뿐이라면 올리버가 이렇게 쩔쩔매지 않았으리라.
첫 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겔리버와 달리 올리버는 두 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났다.
두 사람의 위치도, 가문 내의 입지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었다.
“며, 면목이 없…….”
“됐고, 내가 널 왜 찾아왔을 것 같냐?”
“모, 모르겠습니다.”
겔리버 앞에 선 올리버는 제대로 말을 잇질 못했다. 얼핏 봐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너 같은 머저리가 또 나대다가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할 까봐 무서워서 온 거야.”
그렇게 말하며 겔리버는 검지로 올리버의 이마를 툭툭 밀어 댔다.
“이 멍청한 동생아. 벌써 잊은 거냐? 너처럼 재능도 없고, 지능도 낮은 놈이 나섰다가 어떻게 됐는지?”
“죄, 죄송…….”
“게다가 데미안 학센 같이 근본 없는 기사한테 훈련을 들어? 아버지께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 가만히 계실 것 같아?”
아버지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올리버의 눈동자가 커졌다.
“혀, 형님…… 아, 아버지께만은 제, 제발…… 부, 부탁입니다……!”
“에휴, 이 한심한 놈아.”
겔리버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이 머저리 같은 놈들아.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그렇지 데미안 학센의 수업을 들어?”
겔리버가 13반의 학생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13반 학생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을 본 겔리버가 조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한심한 새끼들. 너희들이 그러니까 가문의 오물이라고 불리는 거야.”
“겔리버, 그만 해라.”
그때, 겔리버와 함께 온 다른 남학생이 말했다.
“어차피 말해 봤자 알아듣지도 못할 거다. 그랬으면 13반에 버려지지도 않았겠지.”
“하긴, 그렇긴 하네.”
남학생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13반 사이를 걸어가더니 페넬로페 보르자의 앞에서 멈춰 섰다.
“페넬로페.”
페넬로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남학생을 노려볼 뿐이었다.
“내가 경고하지 않았나?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라고 말이야.”
“나도 말했을 텐데. 쓸데없는 참견하지 말라고 말이야.”
페넬로페가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남학생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참견? 멍청한 소리를 하는군. 이 에밀리오 보르자. 공작가의 후계자로서 네년이 허튼 짓거리를 못하도록 감시할 의무가 있다.”
에밀리오 보르자.
보르자 공작가의 장남이자 차기 후계자였다.
장남임에도 에밀리오는 페넬로페와 나이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다. 거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페넬로페, 근본 없이 굴지 마라. 시녀의 자식인 걸 티내지 말란 말이다.”
페넬로페는 공작의 사생아였다.
보르자 공작이 장난삼아서 안았던 시녀가 그녀의 어머니였다.
그나마 어머니가 둘째 부인으로 인정받은 올리버와 달리 페넬로페의 어머니는 여전히 시녀인 채였다.
“내가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말해 뒀을 텐데? 검을 휘두를 시간에 예법이나 공부해 놓으라고 말이다. 시집이라도 잘 가는 게 네가 가문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헌신이다.”
페넬로페가 입술을 깨물며 에밀리오를 노려봤다.
에밀리오는 페넬로페를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정략결혼의 대상으로만 여길 뿐이었다.
“계속 그렇게 날 무시했다가는…… 언젠가 후회하게 될 거야.”
“후회? 설마 날 이기면 후계자 자리를 다시 고민해 보겠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믿고 있는 거냐?”
에밀리오가 코웃음을 쳤다.
“헛된 꿈을 꾸고 있군. 넌 날 이길 수 없어. 만에 하나 이긴다 해도 아버지께서 너 같은 것을 후계자로 삼을 리가 없지.”
에밀리오의 조롱에 페넬로페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나는 이만 가 보겠다. 페넬로페, 내 경고를 명심하도록 해라.”
에밀리오 보르자가 몸을 돌렸다. 겔리버도 에밀리오를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훈련장 입구에 누군가 서 있었던 것이다.
“너희들은 뭐 하는 놈이냐?”
데미안 학센이 두 사람을 향해서 물었다.
* * *
“너희들은 뭐 하는 놈이냐?”
훈련장에 도착한 데미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
처음 보는 놈들이 13반에게 폭언을 쏟아 내고 있으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곧이어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에밀리오 보르자라고 합니다.”
“겔리버 포르티나입니다.”
예의 바른 모습에 데미안은 신선함을 느꼈다. 초면부터 반말을 지껄이던 13반과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먼저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동생들을 보려고 왔습니다.”
“동생이라고?”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의 성씨가 어딘가 익숙했다. 데미안은 페넬로페 보르자와 올리버 포르티나를 가리켰다.
“설마 쟤들 말이냐?”
“맞습니다.”
데미안은 신기하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살펴봤다.
동생들과 달리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만큼 재능도 뛰어나고,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뜻이었다.
“데미안 경의 명성은 익히 들어 왔습니다.”
“애플 왕국의 출신으로 헬리안 경연에 우승하셨다지요.”
두 사람은 존경스럽다는 얼굴로 데미안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저희의 못난 동생들이 데미안 경께 폐를 끼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13반 자체가 워낙 불량하다 보니 데미안 경께서도 고생하셨을 듯합니다.”
두 사람의 말에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13반 놈들이 좀 구제불능이긴 하지.”
데미안의 말에 두 사람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데미안 경처럼 실력 있는 분께서 13반을 맡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카데미의 큰 손해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저희가 다른 반으로 옮길 수 있도록 힘 써 보겠습니다.”
“아니, 그렇게 할 필요는 없는데.”
데미안의 거절에 에밀리오가 웃으며 말했다.
“부담스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들의 작은 호의일 뿐입니다.”
“가문에 말하면 그 정도 힘은 쓸 수 있습니다.”
데미안은 재차 거절하려 했다. 그때, 13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데미안에게 대들던 13반 학생들이 모두 의기소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꼭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처럼 말이다.
데미안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어차피 반을 옮길 수는 없었다. 학장이 내건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우나 고우나 데미안은 13반과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무작정 ‘갱생’만 시킬 게 아니라 적당히 기를 세워줄 필요가 있었다.
“아니, 정말 필요 없다.”
“데미안 경, 부담스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부디 저희들의 호의를 받아 주십시오.”
그리고 묘하게 이 두 명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
명색에 교사인 자신에게 ‘경’을 붙이는 것도 그렇고 ‘호의’ 타령 하는 것도 거슬렸다.
무엇보다 짜증나는 것은 두 명의 눈빛이었다. 마치 아랫것을 보는 듯했다.
“더럽게 귀찮게 구는군.”
데미안은 불쾌감을 그대로 담아서 말했다. 그러자 에밀리오와 겔리버의 미간이 좁아졌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적당히 알아듣고 꺼질 것이지, 무슨 말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구나.”
이어지는 말에 두 사람의 미간이 더더욱 좁아졌다.
“이제 훈련을 시작해야 하니까 둘 다 꺼져라. 시간 없어 죽겠는데 웬 날파리들이 이렇게 들끓는지 모르겠군.”
데미안이 허공에 손을 흔들며 말했다.
“데미안 경, 저희들의 호의를…… 거부하시는 겁니까?”
“호의? 호의라…….”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두 사람의 경지는 이제 겨우 준기사에 불과했다. 나이를 고려하면 대단한 성취였으나 데미안과 비교하면 바닥에 깔린 먼지만도 못했다.
준기사 따위가 마스터클래스인 자신에게 호의를 운운하고 있으니 가소로울 수밖에 없었다.
“저희 두 사람이 어느 가문의 사람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이렇게 행동하셔서 좋을 건 없을…….”
에밀리오의 말이 뚝 끊어졌다.
어느새 데미안 학센이 턱 밑에 검지손가락을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짓…….”
에밀리오의 얼굴이 서서히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어째서일까 마치 손가락이 칼날처럼 느껴졌다. 데미안 학센이 이대로 손가락을 쳐올리면 턱과 뇌가 통째로 꿰뚫릴 것 같았다.
“호의라…… 아주 좋은 단어야.”
데미안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했다.
“그럼 내가 이 자리에서 너희 두 사람을 살려 두는 것도 호의라고 볼 수 있겠군?”
* * *
“13반 놈들이 좀 구제불능이긴 하지.”
데미안 학센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을 때, 13반 학생들은 크게 실망했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왜 실망한 거지? 데미안 학센이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아서?
웃긴 일이었다. 그토록 싫어했던 데미안 학센이 저 두 사람한테 동조했다고 실망하다니.
“데미안 경처럼 실력 있는 분께서 13반을 맡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카데미의 큰 손해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저희가 다른 반으로 옮길 수 있도록 힘 써 보겠습니다.”
그 말이 들려왔을 때도 몇몇 학생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자신들을 맡았던 교사들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두 13반을 포기하고 떠났으니까.
데미안 학센도 당연히 그렇게…….
“더럽게 귀찮게 구는군.”
그런데 다음에 이어지는 말은 13반의 예상을 한참 벗어난 것이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적당히 알아듣고 꺼질 것이지 무슨 말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13반 학생들은 놀란 얼굴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지금 데미안 학센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설마 13반을 떠나지 않으려는 건가?
“이제 훈련을 시작해야 하니까 둘 다 꺼져라. 시간 없어 죽겠는데 웬 날파리들이 이렇게 들끓는지 모르겠군.”
13반 학생들의 얼굴이 모두 멍해졌다.
잘못들은 게 아니었다. 지금 데미안 학센은 13반에 남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도저히 이해는 안 되지만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럼 내가 이 자리에서 너희 두 사람을 살려 두는 것도 호의라고 볼 수 있겠군?”
데미안 학센이 에밀리오에게 그렇게 말했을 때, 13반 학생들은 후련함을 느꼈다.
그때였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게요!”
호통이 터져 나왔다. 저 멀리서 강렬한 기운이 밀려 들어왔다.
중년 남성이 훈련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거대한 마력이 휘몰아쳤다.
“저 두 아이가 누군지 아시오? 1학년 수석과 차석이오! 교사라는 사람이 그런 훌륭한 학생들을 협박한단 말이오?”
13반 학생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중년 남성을 쳐다봤다.
들롱 뮐러.
아카데미에서 1학년 검술 수업을 총괄하는 인물이자.
한때 제국의 영웅이라 불리던 마스터클래스의 기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