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3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37화(237/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37화
237화 이유 (1)
저녁 무렵.
낮 동안 푸르스름했던 하늘은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고된 학업과 훈련을 마치고 각자 담소를 나누며 기숙사로 돌아갔다.
다소 소란스럽지만 평화로운 시간.
“크악!”
“크억!”
교사용 숙소 앞에서 두 학생이 몽둥이로 얻어맞고 있었다.
올리버와 페넬로페.
문제아들만 모여 있단 13반의 두 학생은 비오듯 쏟아지는 몽둥이 찜찔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뭐? 학년 수석과 차석을 이기고 싶어? 대련에서 이기고 싶다고? 이 새끼들이 빠져가지고는!”
데미안의 몽둥이질은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때가 되어서야 멈췄다.
“으어어어…….”
“으아아아…….”
몽둥이질이 멈췄으나 두 사람은 좀처럼 일어나질 못했다. 바닥에 엎어진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데미안은 몽둥이를 어깨에 올려놓은 채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이제 두 사람 다 정신 차렸겠지? 이만 들어가서 쉬어라.”
데미안은 그리 말하며 몸을 돌리려 했다. 그 순간, 갑자기 발목에 무언가가 걸렸다.
올리버와 페넬로페가 엉금엉금 기어와 데미안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선…… 생님! 부…… 탁드리겠습니다!”
“저희…… 저희를 부디…… 대련에서 이길 수 있게…… 훈련을…….”
데미안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내려다봤다.
이렇게 공을 들여서 ‘설득’했는데도 두 사람은 ‘갱생’되지 않았다. 데미안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유가 뭐냐.”
두 사람의 꺾이지 않는 의지가 데미안의 흥미를 불러왔다.
“이야기가 좀 길어질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리버와 페넬로페는 데미안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올리버가 미리 말한 것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는 무척 길었다.
하지만 꽤 흥미로운 이야기라 지루하지는 않았다. 데미안은 말없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정리를 했다.
‘올리버는 두 번째 부인의 자식이고, 그것 때문에 첫 번째 부인과 그 자식들한테 괴롭힘을 당했다 이거군.’
제국은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국가였다. 그래서 이것 때문에 많은 갈등이 발생했다.
‘문제는 올리버의 어머니는 작은 귀족 가문 출신이고, 올리버한테는 재능이 없었다는 거지.’
어머니의 가문은 너무 약해서 두 모자를 보호할 힘이 없었다.
게다가 올리버에게는 재능마저 없어서 아버지의 환심을 살 능력도 없었다.
즉, 두 모자에게는 괴롭힘에 대항할 수 있는 어떠한 수단도 없었다.
‘그리고 올리버를 특히 괴롭힌 녀석이 바로 겔리버고 말이야.’
첫째 부인의 다른 자식들은 모두 올리버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다. 각자 가문의 일을 맡고 있었기에 올리버 모자와 충돌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겔리버는 올리버와 나이가 비슷했다. 함께 하는 시간이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올리버는 유년 시절 내내 겔리버에게 괴롭힘을 당해 왔다.
‘페넬로페 저 녀석은 사생아라고 했지.’
그나마 어머니가 두 번째 부인으로 인정받은 올리버와 달리 페넬로페는 상황이 더 나빴다.
그녀는 공작이 심심풀이로 건드린 시녀에게 태어난 사생아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부인으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가문 내에서 두 모녀의 입지는 좁은 수준을 넘어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가문의 위세가 높을수록 명예에 집착할 수밖에 없지. 사생아인 페넬로페를 안주인과 자식들은 경멸했고…….’
페넬로페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자라났다.
‘그리고 혼기가 차면 공작가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가문에 팔려 가게 생겼다고 했지. 그걸 막으려면 아카데미 재학 중에 에밀리오를 상대로 승리해야 하고.’
데미안은 손으로 뒷머리를 매만졌다.
사정을 몰랐으면 모를까 듣고 나니 마냥 무시할 수가 없었다.
“너희들한테 어떤 이유로 나한테 그런 부탁을 했는지는 알겠다.”
두 사람의 시선이 데미안에게 집중되었다. 데미안은 묘한 부담감을 느끼며 물었다.
“그런데 왜 하필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하는 거냐? 다른 교사도 많을 텐데.”
“선생님께서 들롱 뮐러를 이기셨기 때문입니다.”
페넬로페가 입을 열었다.
“들롱 뮐러는 성격은 나쁘지만 검술에 대한 이해도는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런 인간을 제국제식검법만으로 이기셨죠. 선생님께서 가지고 계신 검술에 대한 이해도가 들롱 뮐러보다 훨씬 대단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들롱 뮐러를 ‘그런 인간’이라고 부르는 싸가지에 데미안은 속으로 감탄했다.
“그래서 나라면 너희들을 복수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냐.”
페넬로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데미안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저번에는 교사를 못 믿겠다고 하지 않았냐?”
“그, 그건…….”
페넬로페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페넬로페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우물쭈물했다.
“그, 그렇게 말한 건…… 그러니까…… 아카데미의 교사들은…… 다들 저희를 싫어해서…… 그러니까…….”
데미안은 대충 어떤 사정인지 눈치를 챘다.
어제 들롱 뮐러의 태도로 보았을 때, 아카데미의 교사들 대부분은 13반을 경멸하고 있었을 것이다.
교사들에게 그런 대우를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사를 적대하게 되었으리라.
‘사정은 딱하지만……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는군.’
솔직히 말해서 거절할 수밖에 없는 부탁이었다.
이제 시험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계획대로 체력과 제국제식검법 종목에 집중해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결투에서 승리하게 만든다? 그것도 1학년 수석과 차석을 상대로?
하지만 진짜로 거절하자니 망설여졌다. 자신이 방황하던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망나니 시절, 가족들은 데미안의 행패를 견디다 못해 결국 그를 쫓아냈다.
그때, 가족들이 내뱉었던 비난과 분노는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서 데미안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데미안의 잘못이었으며, 데미안이 자초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가족들의 비난과 분노를 감당하는 것은 무척 버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의 잘못이 없음에도 가족들에게 배척을 받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느꼈을 고통은 데미안보다 훨씬 크고 괴로웠으리라.
“……좋아. 너희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데미안은 심사숙고한 뒤, 두 사람에게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일단 확실하게 해 둘 게 있다. 너희가 그놈들을 이기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1학년 수석과 차석답게 에밀리오 보르자와 겔리버 포르티나는 준기사라는 경지에 올라 있었다.
준기사는 오러를 발현하고,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시킬 수 있는 경지였다.
일반인의 기준으로 봐도 충분히 초인이라 불릴 법했다.
“그놈들을 이기려면 다른 놈들보다 몇 배는 더 고생해야 한다. 그래도 어떤 불만도 가지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그, 그렇게 할게요!”
“선생님께서 내리시는 명령은 모두 따르겠습니다!”
올리버와 페넬로페가 곧바로 대답했다. 데미안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이 한 가지 더 있다.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하지.”
“네! 말씀해 주세요!”
“지면 나한테 죽는다.”
순간, 두 사람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하게 말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내 손에 죽는 거다.”
“에이, 선생님 농담도…….”
“지금 내가 농담하는 것처럼 보이냐?”
데미안의 두 눈동자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섬뜩한 안광이 두 사람을 향해서 쏘아졌다.
그 섬뜩한 눈빛에 두 사람은 침을 꿀꺽 삼켰다.
* * *
그 뒤로 데미안은 두 사람을 돌려보낸 뒤, 멸마단원과 접촉했다.
“데미안 경, 또 뵙습니다.”
멸마단원 제이크는 반갑다는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외눈안경으로 제이크의 이마에 찍힌 문양을 확인했다.
“부탁한 것은 알아봤나?”
“시간이 많지 않아서 대단한 정보는 얻지 못했습니다.”
데미안은 실망하지 않았다. 겨우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다. 정보를 구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시간이었다.
“다만, 한 가지 흥미로운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게 뭐지?”
“요 1년 동안 백혈기사단의 기사들이 자주 외출했다고 하더군요.”
백혈기사단은 아카데미를 수호하기 위해서 창설된 기사단이었다.
그런 백혈기사단의 기사들이 외출이 잦다는 건 어딘가 수상했다.
‘슬라 혼자서 학생들을 물색하고, 납치까지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설마 백혈기사단 내에 슬라의 수하들이 잠입한 건가?’
데미안은 블랑카 로쉐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조금 더 자세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 * *
다음 날, 훈련 시간이 되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단 한 명도 도망치지 않고 모두 훈련장에 모여 있었다. 이제 도망쳐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페넬로페는 앞으로 나와라.”
데미안은 명령에 페넬로페가 앞으로 나섰다. 데미안은 그녀에게 몽둥이를 쥐어주며 말했다.
“오늘 오전 수업은 네가 담당한다.”
“……예?”
갑작스러운 명령에 페넬로페는 크게 당황해했다.
“오전에 잠깐 가 볼 때가 있거든. 걱정하지 말고 내가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오전 시간 내내 쉬지 않고 달리게 시키면 돼.”
“알겠습니다.”
페넬로페는 의아해하면서도 데미안의 명령에 따랐다.
데미안은 그렇게 13반을 내버려 둔 채, 훈련장 밖으로 나갔다.
“어디 보자…… 1학년 검술 수업이 어디서 진행된다고 했더라.”
데미안이 말한 볼일이란 다름 아닌 에밀리오와 겔리버의 훈련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올리버와 페넬로페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그래서 데미안이 선택한 방법은 에밀리오와 겔리버의 기술과 버릇 등을 모조리 파악한 뒤, 페넬로페와 올리버에게 적응시킬 생각이었다.
‘준기사라고 하지만 이길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
준기사는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시켜 봤자 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 게다가 대련이기 때문에 오러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즉, 기술적인 우위에 설 수만 있으면 이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제 5일밖에 안 남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군.’
데미안이 그리 생각하며 걸음을 옮길 때였다.
“아니, 데미안 경이 아닌가?”
맞은편에서 블랑카 로쉐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빈손이 아니었다. 커다란 나무상자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마침 잘 만났군. 안 그래도 자네에게 줄 것이 있다네.”
블랑카 로쉐가 나무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안에는 각종 훈련장비들이 담겨 있었다.
“저번에 말한 훈련 장비일세. 많이 낡았지만 쓸 만할 걸세. 보수작업을 매일 빼먹지 않았거든.”
블랑카 로쉐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블랑카 경, 정말 가져와 주실지 몰랐습니다.”
“음? 날 뭘로 보는 건가. 이 블랑카 로쉐. 허튼소리는 절대 하지 않는다네.”
블랑카 로쉐가 흉갑을 손바닥으로 탕탕 때리며 말했다.
그녀를 바라보며 데미안은 어제 제이크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감사합니다만…… 솔직히 좀 당황스럽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신경 써 주시는 겁니까.”
데미안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데미안의 물음에 블랑카 로쉐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하긴, 사정을 모르면 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군.”
블랑카 로쉐는 잠시 고민하다가 데미안에게 말했다.
“잠깐 시간을 내줄 수 있겠나?”
데미안은 멀리 있는 시계탑을 바라봤다. 아직 1학년 검술 수업이 시작하기 전이었다.
“잠깐이라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고맙군. 그럼 날 따라와 주게나.”
그리 말하며 블랑카 로쉐는 걸음을 옮겼다.
* * *
“13반 출석부에 결원이 한 명 있지?”
이동하는 도중 블랑카 로쉐가 데미안에게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13반의 중에 딱 한 명, 휴학 중인 학생이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그것뿐일까. 이름도 알고 있다네. 가엘 론도 아닌가?”
“맞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아이를 만나러 가는 걸세.”
블랑카 로쉐의 걸음이 멈췄다. 데미안은 고개를 들어서 문에 걸려 있는 명패를 바라봤다.
명패에는 입원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받다가 크게 다치거나 병에 걸린 학생들이 잠시 요양하는 곳이라네.”
“이 안에 가엘 론도가 있는 겁니까?”
블랑카 로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원실의 문을 열었다. 안에는 열 개가 넘는 침대가 놓여 있었다.
그중 딱 한 침대에 한 소년이 앉아 있었다.
피부에 생기가 없고, 볼이 홀쭉했다. 혈색은 죽은 사람처럼 어두웠다. 이렇게 멀리 있음에도 지독한 약 냄새가 풍겨져 왔다.
“……아!”
블랑카를 발견하자마자 소년이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