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3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38화(239/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38화
238화 이유 (2)
소년의 외침에 블랑카 로쉐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한걸음에 달려가서 소년을 끌어안았다.
“가엘,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느라 심심하지 않았니?”
“전혀요. 밖에서 다른 애들이 훈련받는 걸 구경하느라 정신없었는걸요.”
소년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순진무구한 미소와 달리 소년의 혈색은 금방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어두웠다.
“그런데 저분은 누구신가요?”
“아, 깜빡했구나. 데미안 학센 경이라고 한단다. 엄마가 저번에 말했지? 헬리안 경연의 우승자가 바로 이분이란다.”
소년의 눈동자가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너무 놀란 나머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기까지 했다.
“학센 경! 그 유명한 분을 제가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소년은 일어나기 위해서 손으로 침대를 짚었다. 하지만 앙상한 두 팔은 소년의 몸을 제대로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탁 힘이 풀리면서 꺾이고 말았다. 소년은 일어난다는 간단한 행위조차 못하고 있었다.
“가엘, 무리하지 마렴. 데미안 경도 네 사정을 이해해 주실 거란다.”
“아, 알겠어요.”
블랑카의 말에 결국 소년은 일어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경, 괜찮으면 내 아들의 인사를 받아 줄 수 있겠나.”
감히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데미안은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와…… 소문대로 정말 잘생기셨네요!”
“칭찬 고맙구나.”
“제국 출신이 아닌데 헬리안 경연에서 우승하셨다면서요? 어떻게 그렇게 강하신 거예요?”
소년은 데미안을 붙잡고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블랑카가 슬쩍 끼어들었다.
“가엘, 미안하다. 데미안 경은 일이 있으시단다. 이제 곧 가 보셔야 해.”
“아, 그럼 어쩔 수 없죠. 혹시 괜찮으시면 나중에 또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엘은 수줍게 말했다. 데미안은 알겠다고 말한 뒤, 입원실을 나왔다.
“어떻게 된 겁니까?”
밖으로 나오자마자 데미안은 블랑카에게 물었다. 블랑카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보는 그대로라네. 가엘 론도는 내 아들이야. 론도는 남편의 성씨지.”
“남편 분은 어디에 계십니까?”
“판데모니엄의 흑마법사와 싸우다가 죽었다네.”
블랑카가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저 아이는…….”
“병에 걸렸다네. 열흘의 갈증이라는 이름을 가진 불치병이지.”
블랑카는 담담히 말을 이어 나갔다.
“온몸의 근육이 메마르고, 마지막에는 혈액까지 말라서 죽는 병이라고 하더군. 발병 원인도, 치료 방법도 모두 밝혀지지 않았어.”
신성력은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독도 제거가 가능했다.
하지만 질병은 예외였다.
신성력으로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외부의 요인으로 발생한 상처뿐, 질병은 치료할 수 없었다.
“저 아이가 13반에 배정된 것도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없기 때문이야. 대충 이름만 올려놓는 형식으로 13반에 소속되어 있지.”
“이해할 수 없군요. 그런 병에 걸렸으면 아카데미가 아니라 백마탑이나 연금학파로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질병에 관해서는 그 두 곳 만큼 정통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 봤지. 하지만 열흘의 갈증은 백마탑과 연금학파에서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없더군.”
블랑카의 입가가 비틀렸다. 입꼬리 끝에서 증오가 묻어 나왔다.
“수소문 끝에 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냈다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더군.”
“그게 누구입니까.”
“그건…….”
그때,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백의를 입은 여성이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어머나?”
여성은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그리고 걸음을 재촉해서 블랑카에게 다가갔다.
“블랑카! 왔으면 말을 했어야죠!”
“아, 미안하게 됐네. 예정에 없던 일이라…….”
“화내는 거 아니에요. 그냥 좀 섭섭해서 한마디해 봤어요.”
여성은 흑발의 머리를 길게 기르고 있었다. 공들여서 다듬는지 머릿결이 무척 매끄럽고 찰랑거렸다.
“이분은 누구신가요?”
“데미안 학센 경이네. 알고 있지?”
“아! 헬리안 경연의 우승자잖아요! 어머! 어머어머!”
여성은 호들갑을 떨더니 데미안의 손을 덥썩 움켜잡았다.
“미리암이라고 해요! 아카데미의 보건교사를 맡고 있답니다! 원래는 연금술사였거든요.”
“데미안은 학센입니다. 처음 뵙습니다.”
“처음인데 엄청 친숙하게 느껴지네요! 유명인사라서 그런가? 아무래도 그런 거 같지 않아요? 여기저기서 막 당신 이야기뿐이거든요!”
차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여성은 무척 수다스러웠다.
“크흠.”
그때, 블랑카가 헛기침을 하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데미안 경, 아까 나한테 물어봤지? 왜 아들을 아카데미에 두는 거냐고. 미리암이 그 대답이라네. 미리암은 제국에서 유일하게 열흘의 갈증을 치료할 수 있는 연금술사거든.”
데미안은 신기하다는 얼굴로 여성을 바라봤다.
아카데미의 보건교사로 초청될 정도니 보통 실력이 아닐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설마 백마탑과 연금학파에서도 포기한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 줄이야.
“블랑카, 그렇게 말하면 데미안 경이 오해하잖아요. 저도 아직은 연구 중이라 완치까지는 불가능해요. 병의 경과를 늦추는 게 고작이랍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어쨌든 불치병을 치유할 정답에 근접해 가고 있다는 뜻이니까.
“미리암 때문에 나는 아들과 함께 아카데미에 있는 거라네. 미리암이 없으면 내 아들은 이미 목숨을 잃을 거야.”
“저야 말로 블랑카한테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걸요. 백혈기사단이 희귀한 약재들을 많이 구해다 줘서 연구하기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무슨 소리인가. 내가 더 고맙지.”
“아니에요 제가 더…….”
두 사람은 한치의 물러남도 없이 서로를 칭찬했다. 그러다 서로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 * *
그 뒤로 데미안은 인사를 나눈 뒤, 두 사람과 헤어졌다.
‘설마 아들 때문에 내게 접근했을 줄은 몰랐군.’
이름만 올려놓기는 했지만 데미안은 명색이 아들의 담당교사였다. 그렇기에 블랑카도 데미안은 가만히 내버려 두지 못한 것이었다.
‘백혈기사단이 희귀한 약재들을 구해다 준다고 했지…… 설마 외출이 잦았던 게 그것 때문이었나?’
굉장히 수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전부 이유가 있는 행동이었다.
무엇보다 아들의 존재가 데미안의 의심을 누그러트렸다.
‘이제 할 일에 집중해야겠군.’
데미안의 걸음이 향한 곳은 다른 학년의 검술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야외훈련장이었다.
데미안은 자신의 기척을 숨겼다. 다른 반의 교사가 수업을 훔쳐본다는 게 들켰다가는 딱히 좋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게 뻔했다.
‘들롱 뮐러로군.’
수업을 지도하고 있는 사람은 들롱 뮐러였다.
제국제식검법을 연습하고 있는 13반과 달리 다른 반에서는 개개인의 검술에 맞춘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긴 이게 더 효율적이겠지.’
가문에 따라서 익히고 있는 비전이 모두 달랐다. 억지로 같은 검술을 익히게 할 필요가 없었다.
‘흠…… 보르자 공작가랑 포르티나 후작가는 저런 검법을 사용한단 말이지.’
데미안은 나무 위에서 걸리버와 에밀리오의 검술을 지켜봤다.
검술뿐만 아니라 자세와 버릇, 주로 사용하는 기술까지 전부 세세하게 파악했다.
분석을 마친 뒤, 데미안은 다시 13반으로 향했다.
그리고 13반에 도착했을 때, 데미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흐아앗!”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내라!”
13반 학생들이 모두 죽을 기세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몽둥이가 무서워서 억지로 내달리던 어제와는 전혀 달랐다. 훨씬 적극적이고, 열의가 느껴졌다.
“다들 왜 이래? 뭐 잘못 먹었나?”
데미안은 어이없어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13반을 향해서 소리쳤다.
“그만. 내가 왔으니 이제 쉬어도 좋다.”
데미안의 허락이 떨어지고 나서야 13반은 모두 달리는 것을 멈추고 바닥에 쓰러졌다. 다들 미친 사람처럼 숨을 헐떡였다.
“페넬로페.”
데미안은 페넬로페를 불렀다. 페넬로페는 바닥에 누워서 쉬다 말고 곧바로 달려왔다.
“야야, 혹시 애들 때렸냐?”
“아닙니다.”
“그럼 혹시 협박이라도 했냐? 다들 왜 저렇게 말을 잘 듣는 거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대답에 데미안의 당혹감은 더더욱 커졌다.
“진짜 단체로 뭘 잘못 먹었나?”
13반의 이상행동은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오후 훈련 때도 똑같은 일이 생겼다.
“제국제식검법의 3형식, 4형식, 5형식, 1형식, 2형식을 차례대로 연결해서 휘두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500번을 휘두른다.”
지시를 내린 뒤, 데미안은 몽둥이를 매만졌다.
어제처럼 13반이 반항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미안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흐앗! 핫!”
“흐아앗!”
13반 학생들이 모두 군말 없이 지시를 따른 것이다. 다들 자리를 잡고 데미안이 말한 대로 제국제식검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진짜 왜 이러는 거야?”
어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데미안이 낯설다는 표정으로 학생들을 쳐다봤다. 그런 데미안에게 페넬로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와 올리버랑 같은 이유가 아닐까요?”
“같은 이유라니?”
“어제 선생님께서 저희의 편을 되어 주셨잖습니까.”
그 말에 데미안은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확실합니다. 지금까지 저희들을 편들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페넬로페가 강한 확신을 담아서 말했다. 옆에 있던 올리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렇단 말이지…….”
데미안은 묘한 표정을 지은 채 13반을 바라봤다. 잠시 후, 확신을 담아서 말했다.
“헛소리.”
“……예?”
“그런 걸로 달라질 놈들이면 벌써 달라졌겠지.”
데미안은 페넬로페의 말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 13반이 어떤 놈들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됐으니 검이나 들어라.”
“예?”
“이기고 싶은 상대가 있다며? 그놈들을 이기려면 다른 애들처럼 훈련을 하면 안 되지.”
데미안이 아공간에서 몽둥이를 꺼내며 말했다.
“지금부터 한 명씩 나랑 대련한다. 살려 달라고 애원해도 안 멈출 테니까 그렇게 알아라.”
데미안의 서슬 퍼런 경고에 두 사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데미안을 향해 소리쳤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
이후로 데미안은 13반을 훈련시키는데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
낮에는 학생들을 훈련시키고, 밤에는 슬라의 흔적을 뒤쫓았다. 그렇게 5일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학년평가시험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