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화
24화 증명 (2)
“많이 지쳤을 테니 오늘은 푹 쉬도록 하게. 자세한 건 내일 이야기하도록 하지.”
공작은 그리 말하며 하인을 시켜서 데미안을 귀빈실로 안내하도록 했다.
갑부로 유명한 가문답게 데미안이 받은 대접은 굉장히 호화로웠다.
목욕을 할 때면 서너 명이나 되는 하인들이 달라붙어서 시중을 들었다.
저녁 식사로 나온 음식들은 모두 모두 일류 요리사가 만든 것들이었다.
다섯 명이 넘는 하인들이 24시간 대기하며 데미안의 명령을 기다렸다.
‘살면서 이런 사치를 누린 적은 처음이군.’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누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정도로 대단한 호사였다.
‘하지만 이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데미안은 침대에 앉은 채로 균형환을 꺼내 봤다.
목재 상자 내부에 다섯 개의 환단이 곱게 포장되어 있었다.
이렇게 다시 보니 뚜껑에 황금색으로 글씨가 적혀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균형환
197년 연단학파 아조트 아르켈수스 제조.
“설마 그 아조트 아르켈수스인가?”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글씨를 몇 번이고 확인했다.
아조트 아르켈수스.
연단학파의 수장으로 대연금술사라 불리는 몇 안 되는 연금술사 중 한 명이었다.
“진짜 그 아조트가 만든 영약이면 어마어마하게 비싸겠는데.”
물론 아조트가 만든 전설적인 영약들에 비하면 균형환은 여러모로 부족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들에 비하면 부족하다 뿐이지 균형환 역시 굉장한 영약임은 틀림없었다.
‘섭취하는 것만으로 신체능력이 상승하는 비약이라니.’
데미안도 소문으로만 들어봤을 뿐,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상을 치유하는 데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했지.’
하지만 데미안은 균형환을 내상을 치유하는 데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금 데미안이 입은 내상은 스스로도 고칠 수 있을 정도로 경미했다.
데미안은 이 영단을 원래 목적대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냥 섭취하지 말고 훈련을 병행해야겠군.’
본래 영약은 온전히 흡수할 수 없다. 먹으면 반 정도는 날아간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영약의 기운을 완전히 흡수할 자신이 있었다.
‘나한테 꼭 필요한 보물이 들어왔어.’
데미안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아직 데미안은 육체도, 마력도 너무나도 부족했다.
그나마 마력 부족 현상은 패력축기공으로 얼추 해결이 됐다.
하지만 육체는 아직 너무 약했다. 회귀를 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탓이었다.
‘지금 내 상태로는…… 하이클래스를 이길 수는 없다.’
데미안은 가올 하임리히를 떠올렸다.
에른스트 호위츠까지는 어찌어찌 이길 수 있어도 가올 하임리히는 답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기술과 경험만 따지자면 데미안 학센이 가올 하임리히보다 몇백 배는 더 뛰어났다.
문제는 육체와 마력이었다. 이 두 개가 너무나도 빈약하기에 가올 하임리히를 이길 수 없었다.
부족한 힘을 기술로 해결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말 나온 김에 당장 훈련을 해 볼까?’
데미안이 균형환 한 알을 꺼내려던 찰나였다.
“데미안 학센 님, 기침하셨습니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냐.”
“각하께서 만남을 청하셨습니다.”
균형환의 효능이 궁금하기는 하지만 공작의 만남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상자의 뚜껑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하인을 따라 공작의 집무실로 향했다.
* * *
“오, 자네 왔는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공작이 반색하며 데미안 학센을 맞이했다.
“서 있지 말고 이리 와서 앉게나.”
공작은 데미안을 탁자로 손수 안내했다.
그것도 모자라 미리 우려 놓은 찻물을 손수 따라주기까지 했다.
“어젯밤에 푹 쉬었나? 내상은 좀 어떤가? 어디 안 좋은 곳은 없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한 친절이었다.
그만큼 어제 데미안이 보여 줬던 실력이 마음에 쏙 든 모양이었다.
“아침부터 불러내서 미안하네. 결투와 관련해서 상의할 것들이 좀 많아서 말이야.”
공작은 자신의 찻잔에도 차를 따르며 말을 이어 갔다.
“앞으로 한 달 뒤에 이파리 언덕에서 라이언블룸 후작가와 결투가 예정되어 있다네.”
데미안은 기억을 더듬었다.
이파리 언덕은 공작가와 후작가의 경계선에 있는 땅이었다.
고저가 평탄하고, 지질도 단단해 결투하기엔 알맞은 장소였다.
“자네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은 시간 동안 결투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듣고 싶네.”
“뭐, 특별한 계획이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하던 대로 훈련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데미안은 이번 기회에 균형환을 이용해서 신체능력을 확 끌어올릴 생각이었다.
“뭐든지 익숙한 것이 좋지. 하지만 데미안, 기왕 이곳에 왔으니 좀 특별한 훈련을 받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특별한 훈련이라면?”
“원한다면 가올 하임리히 경에게 지도를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네.”
다른 기사가 들었다면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다.
가올 하임리히는 애플 왕국에 단 세 명밖에 없는 하이클래스다.
그에게 지도받는 것은 천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기회이니 말이다.
“아, 괜찮습니다. 저는 혼자서 훈련하는 걸 좋아해서요.”
하지만 데미안은 딱 잘라 거절했다.
‘하이클래스 따위가 무슨.’
마스터 클래스가 와도 관심을 가질까 말까 하는데. 하이클래스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데미안의 단호한 거절에 공작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핫,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하다니. 가올 경이 들으면 자존심에 상처를 좀 입겠는걸.”
“각하께서 불안하시면 가올 경에게 지도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야, 됐어. 내가 알아보니 자네는 스승도 없이 혼자서 여기까지 성장한 모양이더군. 독학하는 것이 체질에 맞는 듯하니 더 이상 참견하지 않겠네.”
데미안은 찻잔을 들어 올리다 말고 공작을 빤히 쳐다봤다.
이곳에 온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다. 그사이에 자신에 대해서 낱낱이 조사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나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수집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데미안은 최근에 급격히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기사니 공작가에서 주목하고 있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 같군. 이만 돌아가서 볼일 보게나.”
데미안은 짧게 인사한 뒤, 집무실을 나왔다.
***
“하이클래스의 지도를 거절하다니.”
데미안이 나가자마자 공작은 한쪽 입꼬리를 쓱 올렸다.
“가올 경, 아쉽게 되었군.”
집무실의 대형 커튼 뒤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노기사, 가올 하임리히는 무심한 얼굴로 대답했다.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그런가? 솔직하게 말해도 되네.”
“정말입니다.”
공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대답과 달리 가올의 눈동자는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가올 경, 저 친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골드픽시 공작의 물음에 가올 하임리히는 잠시 고민했다.
“……대단한 젊은이입니다. 젊은 나이임에도 기술을 극한까지 갈고닦아 놨더군요. 마력을 운용하는 실력 역시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극찬 중의 극찬이었다.
지도를 거절당했음에도 가올 하임리히는 사심 없이 데미안 학센을 평가했다.
공작은 가올 하임리히의 이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에른스트 호위츠와 달리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알았다.
“제자로 삼지 못해서 아쉽겠…….”
“전혀 아쉽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가올 하임리히가 즉시 대답했다. 공작은 다시 뱃살을 잡고 웃었다.
“그럼 미하엘 라이언블룸과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은가?”
가올 하임리히는 고민에 잠겼다. 방금 전보다 훨씬 더 길었다.
“확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이내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데미안 학센은 공작가의 경비를 돌파하고, 미들클래스의 공격을 막아 내지 않았나?”
“그 정도는 미하엘 라이언블룸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작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로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괴물이었다.
“미하엘 라이언블룸을 처음 봤을 때, 마치 들끓는 화산을 보는 듯했습니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언젠가 폭발하게 되면 온 세상을 집어삼킬 것 같았습니다.”
하이클래스에 오를 정도면 가올 하임리히 역시 천재라는 소리였다.
그런 인물조차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대단한 천재였다.
“그럼 데미안 학센은?”
공작의 물음에 가올 하임리히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번에는 훨씬 더 길었다.
“……너무 명확해서 오히려 이상하더군요.”
“그게 무슨 소리지?”
“로우클래스, 그중에서도 최상위 강자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뻔히 들여다보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가올 하임리히가 만약 10년만 젊었더라면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경험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데미안 학센에게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확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가올 하임리히가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공작은 가올 하임리히를 탓하지 않았다.
“자네도 결과를 알 수 없다라…… 아주 재미있군.”
공작이 두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원래 혼란한 시장이야말로 한몫을 단단히 잡을 수 있는 보물창고인 법이지.”
지금은 좀 잠잠하지만 골드픽시 공작은 소싯적에 타고난 승부사로 유명했다.
남들은 도전하지 않는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여 큰 수익을 내고는 했다.
“데미안 학센, 투자할 가치가 있는 사내야.”
* * *
‘역시 가올 하임리히가 있었군.’
집무실의 문 뒷편에서 데미안 학센은 속으로 생각했다.
안으로 들어올 때부터 데미안은 가올 하임리히의 기척을 알아차렸다.
가올 하임리히를 숨겨 놓은 이유가 궁금해서 나가는 척하고 문 뒤에 숨었다.
‘가올 하임리히를 통해서 날 계속 가늠하고 있었어.’
계속 로우클래스를 가장한 보람이 있었다.
완벽하게 숨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가올 하임리히의 안목을 속이는 데 성공했다.
‘계속 날 시험하려 하다니. 역시 피곤한 인간이야.’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협력관계에 있지만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은 유형의 인간은 아니었다.
‘이제 균형환을 시험하러 가야겠군.’
데미안은 집무실을 떠나서 훈련장으로 향했다.
* * *
야외에 마련되어 있는 훈련장에는 이미 열 명 정도 되는 기사들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잠깐 저기 봐봐, 데미안 학센이잖아.”
“각하께서 대표자로 결정했다던 그놈 말이야?”
데미안이 등장하자마자 기사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반면 데미안은 기사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훈련장의 시설을 확인하느라 바빴다.
‘역시 공작가답군. 좋은 도구가 많아.’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각종 운동기구는 물론이고 대련용 골렘, 무게를 조절할 수 있는 팔찌 형태의 마도구 등등.
‘용병으로 일할 때 써 봤던 물건들도 있군.’
데미안이 훈련 도구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한 무리의 기사들이 데미안에게 다가왔다. 그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네가 데미안 학센이냐?”
데미안은 마도구를 구경하다 말고 기사를 쳐다봤다.
굉장히 키가 작은 기사였다. 체구가 땅딸막해서 하마터면 소년으로 착각할 뻔했다.
“나는 파벨 버몬드라고 한다.”
체구는 작지만 실력은 확실한 모양이었다. 기사들을 대표해서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번에 대표자로 선출되었다지? 공작가를 습격한 주제에 그런 자리를 덥석 받다니. 양심이 어디로 갔는지 모를 놈이로군.”
데미안은 파벨 버몬드와 다른 기사들을 쓱 훑어봤다.
“처음 보는 얼굴들인데. 너희들은 누구지?”
“잘 물어봤어. 우리는 이번 결투에 참가하기로 한 결투기사들이다.”
데미안은 기사들의 숫자를 세어 봤다. 모두 다섯 명이었다.
아마 후보까지 합친 숫자인 듯했다.
“어제는 우리 모두 야외에서 훈련을 받고 있어서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네놈한테는 행운이었지. 우리가 있었으면 네놈이 그렇게 날뛰지 못했을 테니 말이야.”
데미안은 다소 어이없다는 얼굴로 파벨 버몬드를 쳐다봤다.
어제 있었던 일들을 모두 들었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자신을 깔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전생에도 이런 놈들을 몇 번 본 적이 있었지.’
데미안이 용병으로 일할 때 일이다.
당시 데미안이 속해 있던 용병단은 영지전에 참가하여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용병단을 고용한 대귀족 역시 용병단을 크게 총애할 정도였다.
그게 아니꼬웠는지 대귀족의 장남이 데미안 학센에게 시비를 건 적이 있었다.
물론 데미안 학센은 전쟁터에서 곧바로 되갚아 줬지만.
‘적당히 재능도 있고, 가문의 힘도 강하고, 그래서 평생 실패를 경험해 보지 못한 도련님들은 늘 이렇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니까.’
항상 성공만 경험하는 바람에 이렇게 오만해진 것이다.
“왜 말이 없는 거냐? 못 믿겠으면 이 자리에서 증명해 주마.”
파벨 버몬드가 훈련용 가검에 손을 얹었다.
“귀찮으니 꺼져라.”
데미안은 더 이상 이들을 상대할 가치를 못 느꼈다. 남은 마도구들을 마저 살피기 시작했다.
파벨 버몬드와 다른 기사들은 벙찐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어떤 놈일지 궁금했는데. 이제 보니 겁쟁이에 불과했군.”
“파벨 형님, 저딴 놈을 상대할 필요 없습니다. 이만 가시죠.”
파벨 버몬드와 기사들은 자리를 떠났다.
그제야 데미안은 방해받지 않고 훈련도구들을 살필 수 있었다.
“자, 누가 먼저 나서겠냐!”
“오늘은 제가 도전해 보겠습니다!”
“좋아! 어서 덤벼라!”
등 뒤에서 파벨 버몬드와 기사들의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대련을 하는 중인 듯했다.
그런데 어째 소리가 이상했다.
실력 있는 기사는 검을 휘두르는 소리부터 남다른 법이다.
그런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하나 같이 맥아리가 없었다.
‘결투에 참가한다는 것들이 실력이 왜 이래?’
결국 데미안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결투 장면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훈련장 위에서 파벨 버몬드와 기사들이 짝을 지어 대련하고 있었다.
‘……뭐야.’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던 데미안은 경악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실력이 형편없지?’
공작가에 오기 전, 데미안은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기사인 게릭과 싸웠다.
‘그 기사가 좀 강한 편이기는 했지만…… 결투에 참가하지는 못했으니 후작가는 더 실력이 뛰어난 기사가 있다는 소린데.’
공작가의 기사들은 게릭에 한참 못 미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기사들의 실력이 이래서야 결투에서 이길 수 없는데.’
결투에는 총 세 명이 참가하며 먼저 2승을 거둔 쪽이 승리한다.
데미안 학센이 미하엘 라이언블룸을 상대로 승리해도 남은 두 판을 지면 결국 결투에서 패배하게 된다.
‘라이언블룸 후작가가 미래에 공작가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군.’
기사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은 곧 가문의 힘이 강하다는 뜻이다.
후작가와 공작가는 로우클래스만 따져 봐도 이렇게 차이가 컸다.
‘이를 어쩐다…….’
데미안은 고민에 빠졌다. 결론은 금방 나왔다.
‘어쩔 수 없지. 내가 좀 거드는 수밖에.’
데미안은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 거기 다섯 놈.”
파벨 버몬드와 나머지 기사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생각이 달라졌다. 여기서 한 판 붙어 보자.”
그 말에 파벨 버몬드가 피식 비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지만…… 좋아. 내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 주지.”
파벨 버몬드가 훈련용 가검을 붕붕 휘두르며 다가왔다.
그런 파벨을 향해 데미안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잠깐만 기다려라.”
“왜? 갑자기 생각이 달라지기라도 했냐? 이미 늦었으니까 도망칠 생각하지 마라!”
“뭔 개소리야.”
아무리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지만 마냥 무료로 봉사할 수는 없었다.
데미안은 저들을 훈련시킬 겸, 자신도 훈련을 할 생각이었다.
‘근력 훈련도 좋지만 역시 가장 좋은 건 대련이지.’
대련을 하면 전신을 다 사용하는 건 물론, 꼭 필요한 근육까지 집중적으로 단련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데미안은 어지간하면 대련을 훨씬 좋아했다.
“거기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어라.”
데미안은 미리 봐 둔 무게를 조절하는 팔찌 형태의 마도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마도구를 작동시키자 몸 전체가 무거워졌다. 물에 젖은 솜을 짊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근육에 부하를 주는 경갑을 착용했다. 시험 삼아 팔을 굽혀 봤다. 근육에 철심이 박혀 있는 것처럼 쉽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연습용 마법검을 들었다. 허공에 휘둘러봤다. 마치 물속에서 칼질을 하는 것처럼 무겁고 느렸다.
마지막으로 균형환을 꺼내서 삼켰다.
“됐다. 이제 덤벼라.”
데미안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
파벨 버몬드는 말없이 데미안을 쳐다봤다.
공작가에서 오래 생활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데미안이 지금 터무니없는 족쇄를 채웠다는 것을 말이다.
저런 짓을 하고 대련을 하겠다? 사람을 어지간히 무시하지 않고서는 못 할 짓이었다.
“이 자식이…… 날 얼마나 깔보는 거냐!”
파벨 버몬드가 격노하며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머리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데미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파벨 버몬드의 검을 받아쳤다.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검이 멀리 날아갔다.
“……어?”
당황한 파벨 버몬드의 목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파벨 버몬드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기절했다.
“후우…… 이거 제법 운동이 되는데.”
데미안은 목을 좌우로 꺾었다.
그거 잠깐 움직였다고 벌써 숨이 차오르고 근육이 아파 왔다.
“뭐 하냐? 어서 덤비지 않고.”
데미안이 남은 기사들을 향해 말했다.
“안 오면 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