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4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0화(240/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0화
240화 시험 (2)
예상을 벗어난 13반의 선전에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큰 충격에 빠졌다.
“정말 13반이 맞나?”
“놀라기에는 일러. 쟤들만 이상할 수도 있잖아.”
“하긴 아직 시험은 많이 남았으니까.”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과 달리 13반의 선전은 계속되었다.
뒤이어 오래달리기 시험을 본 13반 전원이 최상위 순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다.
“으, 으아악! 난 죽기 싫어!”
“엄마 얼굴도 못 보고 죽을 수 없단 말이야!”
다소 뜻을 알 수 없는 기괴한 외침과 함께 말이다.
게다가 오래달리기는 물론이고, 멀리뛰기, 팔굽혀펴기 같은 시험에서도 모두 우수한 성적을 냈다.
“젠장, 우리 반이 13반보다 순위가 낮다고?”
“이럴 수는 없어. 뭔가 잘못된 거야.”
다른 학생들은 모두 현실을 부정했지만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체력은 그렇겠지. 하지만 다음 시험은 그렇게 못할걸.”
“저 멍청이들이 제국제식검법을 제대로 익혀 놨을 리가 없지.”
하지만 제국제식검법 시험에서도 13반의 독주는 계속되었다.
제국제식검법의 시험은 형식, 베기, 질의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제국제식검법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느냐, 나무 기둥처럼 단단한 사물을 얼마나 깔끔하게 베어내느냐, 제국제식검법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
세 가지 분야에서 13반 학생들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베, 베어야 해! 나무를 못 베면 내 목이 잘려 나갈 거야!”
“돌아가신 어머니를 이렇게 빨리 뵐 수는 없단 말이야!”
체력 시험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작년에는 13반이 모두 꼴찌였잖아?”
“그냥 꼴찌도 아니고 전원 미참가로 0점을 받지 않았어?”
“뭐,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시험 결과에 아카데미의 모두가 큰 충격에 빠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받은 사람은 학장이었다. 학장은 눈앞에서 벌어진 결과조차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 아니…… 아니 이게…… 이게 대체 무슨…….”
지금까지 수많은 교사가 13반을 맡았지만 저들을 통제할 수 있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기에 13반이라면 데미안 학센을 확실하게 내쫓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대체 무슨 요술을 부렸는지 데미안 학센은 13반을 완벽하게 통제하는데 성공했다.
“말도…… 말도 안 되는…….”
혼란스러워하는 학장의 시야에 데미안 학센이 들어왔다.
데미안 학센은 저 멀리서 학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학장과 눈이 마주치자 입꼬리를 비틀었다.
“억, 어억…….”
명백한 조소에 학장은 뒷목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하, 학장님! 괜찮으십니까?”
“정신 차리십시오!”
주변에 있던 교사들이 학장을 부축했다. 하지만 학장의 상태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애플 왕국의 기사가…… 아카데미에서 설치고 다니는 꼴을 이렇게 무력하게 지켜봐야 한다니…….”
학장은 절망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그때, 누군가 입을 열었다. 들롱 뮐러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학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인가! 이미 성적은 결정이 되었는데!”
“아직 시험을 치르지 않은 학생이 두 명 남아 있습니다.”
들롱 뮐러는 1학년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다. 그렇기에 13반의 사정도 자세히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올리버 포르티나와 페넬로페 보르자. 그 두 학생은 시험 과목으로 대련을 선택했습니다.”
“뭐? 그게 정말인가?”
“심지어 걸리버와 에밀리오를 대련 상대로 지목했죠.”
그 말에 학장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걸리버 포르티나와 에밀리오 보르자는 1학년 수석이었기에 학장도 이름을 알고 있었다.
“결과야 뻔하죠. 13반 따위가 1학년 수석과 차석을 이길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걸 이용해서 데미안 학센의 자질을 문제 삼는 겁니다.”
그 말에 학장의 눈빛이 번뜩였다.
방금 들롱 뮐러가 언급한 두 학생은 다른 13반 학생들과 다른 종목을 선택했다. 그런 마당에 시험에서 탈락하기까지 한다?
데미안 학센이 그 두 학생을 내팽개친 게 아니냐는 식으로 트집을 잡을 수 있었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로군!”
학장은 순식간에 건강을 되찾았다. 다른 교사들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학장을 비롯한 교사들은 몰랐다.
저 멀리 서 있는 데미안 학센이 이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끝까지 구질구질하게 구는군.’
데미안은 학장과 교사들의 작당 모의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달리 말하자면 그만큼 자신을 내쫓고 싶어서 혈안이 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잡음이 안 나오게 하려면 그 두 녀석을 반드시 이기게 만들어야겠는걸.’
하루라도 빨리 슬라의 수색에 집중해야 하는데 더 이상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데미안 경. 여기 있었나?”
그때, 블랑카 로쉐가 데미안에게 다가왔다.
“블랑카 경? 기사단 업무를 보러 가신 게 아니셨습니까?”
“그랬는데. 13반이 눈에 밟혀서 말일세.”
블랑카 로쉐가 겸연쩍은 얼굴로 말했다.
“나도 나름 그 아이들을 훈련시켰으니 마지막까지는 지켜보고 싶네.”
데미안은 블랑카와 함께 대련 시험장으로 향했다.
* * *
대련 시험은 중앙 운동장 바로 옆에 마련된 야외훈련장에서 진행이 됐다.
이미 훈련장에는 대련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중에는 올리버 포르티나와 페넬로페 보르자도 있었다.
“흐, 흐아아아…….”
올리버는 어깨를 한껏 움츠린 채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긴장감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상태였다.
“올리버, 그렇게 가만히 있지 말고 몸이나 풀어놔라. 이제 곧 대련이 시작된다.”
보다못한 페넬로페가 올리버에게 말했다. 올리버는 울먹이는 얼굴로 말했다.
“어, 어떻게 그렇게 침착한 거야? 우, 우리는 이제 곧 그, 그 인간들이랑 싸워야 한단 말이야.”
“너도, 나도 서로 바란 일이 아니었나?”
“그, 그렇기는 하지만…….”
막상 직접 싸운다고 하니 두려움이 마구 밀려왔다.
“그, 그리고…… 그동안 제대로 배운 것도 없잖아…… 매, 맨날 선생님한테 얻어터지기나 하고.”
“으음.”
페넬로페는 올리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두 사람이 데미안 학센에게 받은 것은 훈련을 빙자한 구타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리버,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잖다.”
“그,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이 자식들이 대련이 코앞인데 쓸데없는 소리나 하고 있네.”
그때, 데미안 학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올리버와 페넬로페가 데미안을 돌아봤다.
“선생님, 오셨습니까. 로쉐 경도 같이 오셨군요.”
페넬로페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올리버도 황급히 페넬로페를 따라했다.
“올리버, 배짱도 좋구나. 내 말에 이의를 제기하고 말이야.”
데미안의 눈초리에 올리버는 딸꾹질을 했다.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긴장이나 풀어둬라. 너희 두 명은 분명히 이길 수 있을 테니까.”
데미안이 확신을 담아서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썩 믿음이 가는 표정이 아니었다.
“에밀리오 보르자, 페넬로페 보르자는 위로 올라오거라.”
그때, 감독관을 맡은 교사가 페넬로페를 불렀다.
“다녀오겠습니다.”
페넬로페는 훈련용 목검을 들고 훈련장 위로 올라갔다.
“이 두 아이는 데미안 경이 직접 훈련시키느라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했지.”
블랑카는 페넬로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과연 데미안 경이 저 아이들을 어떻게 훈련시켰을지 궁금하군.”
블랑카 로쉐가 기대감으로 가득 찬 얼굴로 훈련장을 바라봤다.
* * *
훈련장 위에는 이미 에밀리오 보르자가 서 있었다.
“네가 미쳤구나. 감히 나한테 대련을 신청하다니.”
에밀리오가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 상황 자체가 마음에 안 드는 듯했다.
아카데미에서는 순위가 높은 학생은 낮은 학생의 도전을 거절할 수 없었다.
따로 규칙이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옛날부터 전해지던 아카데미의 전통이었다.
진정한 실력자라면 도전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생겨난 전통이었다.
반대로 순위가 높은 자가 낮은 자에게 결투를 신청하면 겁쟁이라고 비난을 받았다.
“내가 저번에 경고하지 않았나? 얌전히 교양 수업이나 들으라고 말이야.”
에밀리오가 내뿜는 살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마치 화가 잔뜩 난 야수와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페넬로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밀려오는 공포심 속에서 페넬로페는 데미안 학센의 조언을 떠올렸다.
-상대는 준기사다. 원래대로라면 네가 이길 가능성은 없다.
맞는 말이었다.
준기사는 오러를 발현할 수 있는데다 맨손으로 짐승도 패죽일 수 있는 신체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만약 전장에서 만났더라면 제대로 된 반항조차 못 해 보고 목숨을 잃었으리라.
-하지만 이건 대련이다. 에밀리오는 오러를 사용할 수 없어. 그럼 그 녀석은 신체능력만 좀 뛰어난 기사에 불과하지.
페넬로페 역시 마나연공법을 익히고 있었다. 준기사인 에밀리오 만큼은 아니지만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놈은 널 얕잡아보고 있다. 방심은 최악의 아군이지. 넌 그걸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페넬로페가 본 데미안 학센은 폭력적인데다 미친 게 아닌가 싶은 인간이었지만 검술에 대한 식견만큼은 대단했다.
-우선 놈을 도발해라. 흥분시켜라. 놈의 사고방식과 시야를 좁게 만들어라.
페넬로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에밀리오에게 말했다.
“실망스럽군. 아버지께 그렇게 배웠나? 싸우기 전에 말을 늘어놓으라고? 난 아버지의 가르침을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지만 이딴 가르침이라면 필요 없겠어.”
그 순간, 에밀리오의 얼굴에 혈관이 도드라졌다.
“시녀의 자식 주제에 못 하는 말이 없구나!”
에밀리오가 페넬로페를 향해서 목검을 내리쳤다. 사선으로 떨어진 일검이 페넬로페의 팔뚝을 노렸다.
훈련생에 불과한 페네로페를 한참 능가하는 속도였다. 원래대로라면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페넬로페는 반사적으로 에밀리오의 검을 막아 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에밀리오의 검이 튕겨져 나갔다.
“……막았어?”
에밀리오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놀란 것은 페넬로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페넬로페가 놀란 이유는 조금 달랐다.
똑같다.
시험이 시작되기 전까지 페넬로페는 데미안 학센에게 대련을 빙자한 구타를 당했다.
그때, 데미안 학센이 취했던 동작과 에밀리오의 공격이 판박이었던 것이다.
“운이 좋았구나. 하지만 몇 번이나 막을 수 있을까!”
에밀리오의 공격이 이어졌다. 보르자 공작가의 검술이 연달아 펼쳐졌다.
머리가 인식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페넬로페는 에밀리오의 공격을 모두 받아쳤다.
“어?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전부 막아 냈잖아?”
대련장에 있던 학생들은 모두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에밀리오는 1학년 수석을 차지했을 정도로 엄청난 실력자였다.
어지간한 학생들은 에밀리오의 공격을 한 번이라도 막아 내지 못하고 패배했다.
그걸 13반의 학생인 페넬로페가 막아 내고 있다고?
“멍청아. 가문이 같으니까 같은 검법을 익혔겠지. 그러니까 막을 수 있는 거고.”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잘 막는데?”
공방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에밀리오의 검은 페넬로페에게 닿지 못했다.
말도 안 돼.
공격을 막아 내는 내내 페넬로페는 속으로 경악했다. 지금 에밀리오의 움직임은 데미안 학센과 똑같았다.
검술은 물론이고 검을 휘두르기 직전의 버릇, 눈동자의 움직임까지.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페넬로페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말도…… 말도 안 되는 짓을!”
에밀리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흥분한 탓에 동작에 허점이 늘어났다.
이마저도 데미안 학센과 똑같았다. 그 순간, 페넬로페의 동작이 달라졌다.
허리를 숙여서 목검을 피했다. 동시에 에밀리오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에밀리오의 목에 목검을 가져다 댔다.
그 순간, 훈련장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
심판을 맡은 교사조차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쉽게 믿지 못했다.
“……페, 페넬로페 보르자! 승리!”
* * *
페넬로페는 목검을 거두고 몸을 돌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에밀리오는 딱딱하게 굳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만큼 패배의 충격이 크다는 뜻이었다.
에밀리오의 얼빠진 표정을 기억에 새긴 채 페넬로페는 데미안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선생님, 이기고 왔습니다.”
페넬로페가 후련한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뭐라 했냐. 이길 수 있다고 했지.”
“의심해서 죄송했습니다.”
“알면 됐다. 너도 수고했다.”
짧은 칭찬이었지만 페넬로페는 더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페넬로페! 정말 대단했다! 엄청나더구나!”
옆에 있던 블랑카 로쉐도 페넬로페를 칭찬했다. 페넬로페는 미소를 지었다.
“으, 으아아…… 으어어…….”
그때, 바로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올리버가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페넬로페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데미안에게 물었다.
“저 녀석은 아직도 저러고 있는 겁니까?”
“그러게 말이다. 이제 좀 적당히 진정할 것이지 말이야.”
두 사람이 소곤거리고 있을 때였다.
“올리버 포르티나는 시험을 준비해라.”
심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올리버의 얼굴이 더욱 창백하게 질렸다.
“서, 선생님……! 지, 지금이라도 기권하면…….”
“뭐? 지금 당장 내 손에 죽고 싶다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나가기나 해라.”
데미안은 올리버를 걷어차서 훈련장 위로 내보냈다. 올리버는 비명을 지르며 훈련장으로 튕겨져 나갔다.
“데미안 경, 방금 그건 너무 심하지 않나?”
블랑카 로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저렇게 긴장해서야 어떻게 싸울 수 있겠나. 게다가 상대는 1학년 차석인데.”
“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데미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블랑카 로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나 저렇게 긴장하고 있는데.”
“저도 몰랐는데 저 녀석, 천재더라고요.”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
그때, 북이 터지는 것처럼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블랑카는 깜짝 놀라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믿기 힘든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올리버 포르티나의 발밑에 겔리버 포르티나가 쓰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