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4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1화(241/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1화
241화 시험 (3)
겔리버는 쓰러진 것도 모자라서 아예 기절을 한 상태였다.
단 일격.
한 번의 공격으로 1학년 차석의 실력자가 패배한 것이다.
“저, 저게 어떻게 된…….”
블랑카가 당황해서 데미안을 돌아봤다. 데미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천재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럼 왜 포르티나 후작가에서 저 애를 내버려 뒀단 말인가……?”
올리버 포르티나는 재능이 없기에 후작가에서 버려지다시피한 학생이었다.
“적성에 안 맞는 검법을 익히고 있었거든요.”
포르티나 후작가의 검법은 화려한 동작을 통해서 상대방의 눈을 속이는 환검이었다.
하지만 올리버 포르티나는 환검의 재능이 없었다. 대신 쾌검에 기이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올리버의 신체구조조차 쾌검에 어울렸다. 이를 알아본 데미안이 쾌검을 몇 개 알려 주자 실력은 금방 상승했다.
훈련생에 불과했던 녀석이 단숨에 준기사를 눈앞에 둘 정도로 말이다.
“그럼 아까는 왜 그렇게 겁을 먹었단 말인가?”
“그건…….”
데미안이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겁쟁이라서 그렇습니다. 저 성격만큼은 뭘해도 안 고쳐지더군요.”
“허어…… 안타까운 일이로군.”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올리버가 훈련장에서 내려왔다. 올리버는 안도와 후련함이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인마 내가 뭐라고 했냐. 이길 수 있다고…….”
“선생님! 제가 이겼어요! 제가 이겼다고요!”
데미안을 보자마자 올리버가 큰소리로 외쳤다.
“저 빌어먹을 형을…… 저 개같은 인간을 이겼다고요! 제가…… 제가 이겼단 말이에요……!”
이내, 올리버의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올리버는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울음을 터트렸다.
짧게나마 핀잔을 주려고 했던 데미안은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올리버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그래, 네가 이겼다.”
데미안의 앞에서 올리버는 한참 동안 눈물을 닦아냈다.
* * *
시험이 모두 끝난 뒤, 데미안은 교실에서 13반과 마주했다.
“다들 수고했다.”
데미안의 첫 마디에 13반 전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훈련을 받으면서 데미안에게 칭찬을 받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받은 것이라고는 욕설과 매질, 살해협박뿐이었으니까.
“오늘로 시험은 끝났다. 아직 성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 반이 상위권에 들어가는 건 확실하다.”
사실 데미안도 13반을 처음 맡았을 때만 해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13반 학생들은 나름대로 독기를 품고 있었다. 덕분에 데미안의 생각보다 훨씬 잘해 줬다.
“너희들은 나와의 약속을 훌륭하게 지켰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너희들한테 간섭하지 않겠다.”
데미안의 해방선언에도 학생들은 눈치만 봤다. 데미안의 말을 쉽게 믿지 못하는 듯했다.
“농담하는 거 아니다. 내일부터는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해도 좋다.”
데미안이 재차 말하자 13반 학생들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이윽고 학생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으아앗! 드디어 해방이다! 해방이야!”
“더 이상 그 지옥 같은 훈련을 안 받아도 돼!”
“저 악마 같은 인간한테서 해방이다!”
학생들의 환호성에 데미안은 미간을 좁혔다. 이 자식들이 못 하는 말이 없네?
하지만 데미안은 실소만 흘릴 뿐, 학생들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13반에게 그 정도 자유는 허락하는 게 선생으로서 도리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여기 있을 수 없어!”
“나 먼저 나갈 거야!”
“나도 간다!”
13반은 곧바로 교실에서 도망치려 했다. 그때, 데미안이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어디 가는 거냐.”
13반 학생들은 놀란 얼굴로 데미안을 돌아봤다.
“그…… 방금 간섭 안 하신다고…….”
“내일부터라고 했지. 오늘은 아니야.”
데미안의 말에 학생들의 표정이 급격하게 우울해졌다.
“그, 그럼 오늘까지는 훈련을 받는 건가요?”
“그건 아니다.”
“또, 또 제국제식검법을 휘둘러야 하나요?”
“그것도 아니다.”
데미안이 씩 웃으며 말했다.
“도시에 식당 하나를 통째로 대여해 놨다. 오늘은 내가 너희들한테 한턱내도록 하마. 돈은 다 내가 낼 테니 마음껏 먹어도 좋다.”
데미안의 말에 13반 전원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 술도 사 주마.”
13반의 환호성이 더더욱 커졌다.
* * *
백혈기사단장.
블랑카 로쉐는 한적한 복도를 걷고 있었다.
평소에는 학생들로 가득한 곳이지만 오늘은 조용했다. 다들 시험 끝나고 놀러 나갔기 때문이다.
블랑카 로쉐는 입원실 앞에서 멈췄다. 문을 가볍게 두들긴 뒤,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아들인 가엘과 보건교사 미리암이 같이 있었다.
“어머니!”
가엘이 반갑다는 얼굴로 소리쳤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못했다.
가엘의 몸에 가득 꽂혀 있는 주삿바늘 때문이었다.
주삿바늘에는 반투명한 관이 꽂혀 있었다. 관을 통해서 정체 모를 약물이 가엘에게 주입되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치료가 끝나면…… 끄윽…….”
가엘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독한 약물을 몸에 집어넣고 있으니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윽…… 끄으윽…….”
가엘의 신음소리가 길어질수록 블랑카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블랑카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잡았다. 손톱이 피부를 파고들었지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가엘, 이제 바늘을 뺄게.”
미리암이 가엘의 몸에 꽂혀 있던 바늘을 하나씩 제거했다. 그러자 가엘의 표정이 조금씩 편안해졌다.
“아하…… 아하하…… 이제 좀 괜찮네요.”
가엘이 힘겹게 웃으며 말했다. 전신에 식은땀이 가득했다.
블랑카는 가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아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가엘, 오늘도 잘 참았구나.”
“별것도 아니었는걸요.”
블랑카는 미소를 지은 채 한참 동안 가엘을 바라봤다.
“쿨럭.”
별안간 가엘의 입에서 기침이 터져 나왔다.
“쿨럭, 쿨럭.”
기침을 할 때마다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블랑카는 당황한 얼굴로 미리암을 쳐다봤다.
“미리암! 가엘이……!”
“잠깐만요.”
미리암이 황급히 다가와서 가엘을 진찰했다.
미리암은 품속에서 약을 꺼내 가엘에게 먹였다. 그러자 가엘은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후우…… 다행이네요.”
미리암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블랑카는 창백한 얼굴로 가엘의 손을 맞잡고 있었다.
“블랑카, 가엘의 약물거부반응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요.”
가엘이 앓고 있는 열흘의 갈증은 근육과 체액이 모조리 메말라서 죽는 불치병이었다.
가엘의 병은 이미 말기에 와 있었다. 하루라도 약물을 주입하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생겼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블랑카가 애타는 얼굴로 미리암을 쳐다봤다. 미리암은 고개를 저었다.
“블랑카, 알잖아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뿐이에요.”
“하지만…… 그건…… 그것만큼은…….”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할 때가 왔어요.”
짙은 절망이 블랑카의 얼굴을 뒤덮었다. 블랑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내일까지 결정하도록 하겠네.”
그 짧은 시간에 블랑카의 목소리는 완전히 쉬어 있었다.
* * *
이튿날, 데미안은 아침부터 묘한 소포를 받게 되었다.
“이게 뭐야?”
데미안은 소포를 이리저리 확인해 봤다. 보낸 사람에 검성이라는 두 글자가 찍혀 있었다.
“뭘 보낸 거지?”
데미안은 소포를 뜯어봤다. 그러자 마법진이 빼곡하게 각인되어 있는 상자가 나타났다.
데미안은 상자를 열어 봤다. 그러자 붉게 빛나는 보석조각이 나타났다.
보석 아래에 놓여 있는 종이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드래곤하트 조각.>
“쿨럭.”
그것을 보자마자 데미안은 사레가 들렸다.
“이 인간이 미쳤나.”
드래곤하트 조각처럼 귀한 물건을 소포로 보낼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던 것이다.
“이게 드래곤하트 조각이란 말이지?”
모르고 봤으면 심장이 아니라 보석이라고 착각했을 만큼 표면이 아름다운 물건이었다.
더욱 특이한 것은 겉으로만 봤을 때는 어떤 마력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특수한 가공이 되어 있는 건가?”
데미안은 조각을 들어서 손에 쥐어봤다. 그 순간, 거대한 박동소리가 온몸을 뒤흔들었다.
“……!”
놀랍게도 드래곤하트 조각은 이 상태로도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상상을 초월한 생명력에 데미안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데.”
당장 섭취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할 일이 있었다. 데미안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드래곤하트 조각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외출 채비를 갖추고 밖으로 나왔다.
학장과의 약속을 지켰으니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슬라를 찾아다닐 생각이었다.
“……혹시 나온 애들 있나?”
그러다 문득, 13반이 떠올랐다.
어젯밤 13반은 데미안이 대여한 식당에서 밤새도록 놀고먹고 마시다 기숙사로 돌아갔다.
만에 하나라도 학생이 출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데미안은 13반으로 향했다.
“없잖아.”
하지만 데미안의 기대와 달리 출석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내가 간섭 안 한다니까 진짜 한 명도 안 나왔네.”
데미안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데미안도 할 말은 없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학생들을 악마처럼 굴려댔으니 말이다.
“다른 놈들은 그렇다 쳐도 올리버랑 페넬로페까지 안 나왔을 줄이야.”
그 두 사람은 데미안 덕분에 기사로서 한 걸음을 내딛었다.
배우는 기쁨을 깨달았으니 다른 학생들과 다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
“하여간 겉과 속이 똑같은 놈들이야.”
사실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13반을 잡아 올 수 있었다.
데미안은 아직 13반 학생들의 머리카락이 간직하고 있었다. 이 머리카락이 있으면 흑마법을 이용해서 얼마든지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물론 그럴 생각은 없었다. 13반은 데미안과 약조를 훌륭하게 완수했으니까.
“안심하고 할 일을 하러 가야겠군.”
그리 말하며 교실을 나가려고 할 때였다.
별안간 문이 열리며 블랑카 로쉐가 들어왔다. 블랑카 로쉐는 데미안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데미안 경, 다행히 여기 있었군.”
“어쩐 일이십니까?”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다네.”
의아해하는 데미안을 향해 블랑카 로쉐가 말했다.
“슬라의 전언일세.”
블랑카가 나지막이 말했다.
“올리버와 페넬로페는 내가 데리고 있다. 그 둘을 구하고 싶으면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요구를 따르도록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