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4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3화(243/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3화
243화 블랑카 로쉐 (2)
어깻죽지부터 가슴, 윗배, 옆구리까지 참격이 이어졌다.
참격은 근육을 가르고, 뼈까지 닿았다. 몸통을 보호하고 있던 흉갑이 절단되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전신의 힘이 쭉 빠졌다. 두 다리가 몸을 지탱하지 못했다. 인내심을 발휘할 틈도 없이 무릎이 땅에 닿았다.
갈라진 상처에서 피가 왈칵왈칵 흘러내렸다. 출혈량이 심상치 않았다. 마스터클래스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죽었으리라.
대체 언제?
블랑카의 머릿속이 의문으로 가득 찼다.
데미안 학센의 움직임은 고사하고 검을 휘두르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
“살짝 얕았군.”
데미안 학센이 칼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블랑카 로쉐는 죽음이 드리운 눈동자로 데미안 학센을 올려다봤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끝내 주마.”
데미안 학센이 칼을 들어 올렸다. 성검이라 불리던 검이 사신이 낫처럼 보였다.
죽음의 문턱에 서자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자신을 뭐라고 욕할까. 로쉐 가문은 어떤 비난을 들을까.
그리고 가엘은, 내 아들은 어찌 될까.
그 아이가 병을 이겨 낼 수 있을까? 슬라가 그 아이를 도와주기는 할까? 그 아이가 날 찾지는 않을까.
엄마가 없다는 걸 그 아이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세상을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까득.
아들을 떠올린 순간, 죽어 가던 몸에 실낱같은 기력이 차올랐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그 불쌍한 아이를 혼자 두고 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블랑카에게는 데미안 학센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인가!”
멀리서 호통이 터져 나왔다. 블랑카는 눈동자만 움직여서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봤다. 학장과 교사 몇 명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사투를 벌이다니! 두 사람 다 미친 것인가!”
학장은 크게 분노하며 마력을 터트렸다.
이래 봬도 대마법사라는 경지에 오른 인물이었기에 학장이 내뿜는 마력은 심상치 않았다.
학장을 본 순간, 블랑카 로쉐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번뜩였다.
“도와주십시오!”
블랑카 로쉐가 데미안 학센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 남자가 갑자기 절 공격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아니었다면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학장과 교사들이 두 사람은 번갈아 쳐다봤다.
오랫동안 아카데미를 수호해 온 블랑카 로쉐와 갑자기 아카데미에 나타난 데미안 학센.
학장과 교사들이 두 사람 중 누구의 말을 믿을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 무뢰한 인간이! 기어코 일을 저질렀구나!”
“당장 로쉐 경에게서 물러나지 못할까!”
학장과 교사들이 데미안을 향해서 호통을 쳤다. 데미안은 인상을 쓰며 그들에게 말했다.
“다들 진정하고 제 말을…….”
“변명해도 소용없다!”
학장이 마법을 발동했다. 허공에 빛이 모여들더니 데미안 학센을 향해서 쏘아졌다.
데미안 학센은 칼날을 세워서 광선을 막아 냈다. 몸이 뒤로 쭉 밀려 나갔다. 그 덕분에 블랑카는 데미안 학센에게서 멀어질 수 있었다.
“당장 데미안 학센을 제압하시오!”
학장의 명령에 교사들이 모두 데미안 학센을 포위했다.
그 사이 블랑카 로쉐는 허겁지겁 자리를 벗어났다.
* * *
데미안은 자신을 포위한 교사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학장, 나중에 이 일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후회는 자네가 하겠지! 뭣들 하는가! 다들 저 인간을 제압하지 않고!”
교사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데미안을 덮치기 위해서 기회를 노리는 듯했다.
교사들은 대부분 마스터클래스의 실력자들이었다.
데미안에 비하면 한참 실력이 부족하기에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저들의 위치였다.
아카데미 교사들은 제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개인의 영달을 버리고 제국의 인재를 키워 내기 위해서 아카데미로 왔으니 말이다.
그런 이들을 죽이거나 상처 입히면 데미안은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게 될 터였다.
그때, 데미안은 아공간에 넣어뒀던 물건이 떠올랐다.
데미안은 즉시 아공간을 열었다. 그 안에서 한 자루의 보검을 꺼냈다.
데미안이 보검을 높이 쳐들자 달려들던 교사들이 모두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저, 저건 폐하의 보검이 아닙니까!“
”데미안 학센이 어떻게 저것을……!“
데미안은 보검을 쳐든 채 교사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나는 페하의 명령으로 아카데미의 숨어든 흑마법사를 잡기 위해서 왔다! 내 앞을 가로막는 사람은 모두 이 검으로 베어 내겠다!”
교사들은 얼굴로 학장을 쳐다봤다.
“아, 아니…….”
학장조차 당혹감에 제대로 말을 잇질 못하고 있었다.
데미안의 말이 사실이라면 학장은 황명에 거역한 셈이었다. 이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비키지 않겠다면 이 검으로 목을 베겠다!”
데미안이 엄포를 놓자 교사들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저 멀리서 폭발이 일어났다. 고막이 터질듯한 소리와 함께 붉은 화염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젠장.”
데미안은 폭발이 일어난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남겨진 학장과 교사들은 닭 쫓던 개처럼 데미안의 등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교사 중 한 명이 학장에게 물었다. 학장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 * *
현장을 벗어난 블랑카 로쉐는 아공간에서 포션들을 꺼내서 마구 들이마셨다.
그중에는 수명이 줄어드는 위험한 포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블랑카 로쉐에게는 포션의 부작용을 걱정할 여유가 없었다.
데미안 학센이 언제 자신을 쫓아올지 몰랐다. 최대한 빨리 상처를 치료하고, 체력을 회복시켜야 했다.
상처를 회복한 직후, 블랑카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아들이 있는 입원실이었다.
데미안 학센을 생포하지 못했으니 앞으로 일이 더 커질 것이다. 그전에 아들을 데리고 도망쳐야 했다.
“가엘!”
블랑카 로쉐는 다급하게 소리치며 입원실 문을 열었다.
“어라~ 네가 왜 여기에 온 거야~?”
“블랑카 경, 밖이 소란스럽던데 설마 데미안 학센과 싸운 겁니까?”
하지만 아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두 명의 남자와 같이 있었다.
두 남성은 백혈기사단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블랑카에 대한 존중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너희들이 여기는 왜…….”
“그건 우리가 할 말이지~ 슬라의 명령은 제대로 완수한 거야~?”
“설마 데미안 학센에게 패배한 겁니까?”
그때, 블랑카의 시야에 두 남성에게 붙잡혀 있는 가엘의 모습이 들어왔다.
가엘은 두 눈을 허옇게 뒤집은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었다.
“내 아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그 모습을 보자마자 블랑카는 분노를 토해 냈다. 그러자 남성 중 한 명이 피곤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멍청한 년. 그 반대라는 걸 몰라보네.”
“블랑카 경, 우리는 당신의 아들을 살리고 있는 겁니다.”
두 사람의 말에 블랑카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재가동시키는 거지~.”
“잘 보십시오.”
남성 한 명이 가엘의 팔뚝에 주사기를 꽂고 약물을 주입했다.
그러자 허옇게 뒤집어졌던 가엘의 눈동자가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축 처져 있던 고개에 힘이 들어갔다.
“……어, 어어?”
가엘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어머니?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어라? 이 두 분은 누구신가요?”
아들이 제정신을 차리자 블랑카의 마음속에 안도감이 번졌다.
그런 블랑카를 향해서 두 남성이 말했다.
“그거 알아~? 이건 가짜야~.”
“당신의 진짜 아들은 이미 죽은 지 오래입니다.”
그 말에 블랑카는 형용하기 힘든 불쾌감을 느꼈다. 지금 저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는 아이를 보고 무슨 소리를…….
“네 아들은 사실 불치병에 걸린 게 아니야. 특수혈통이 너무 강하게 발현된 거지.”
“슬라는 그 혈통을 연구하기 위해서 당신한테 접근한 겁니다. 당신 아들은 연구 도중에 죽죠.”
블랑카의 불쾌감이 더욱 커졌다. 블랑카는 두 남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자꾸 헛소리하지 마. 내 아들이 죽었다고? 저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는…….”
별안간 옆에 있던 남자 중 한 명이 가엘의 머리를 몸통에서 뜯어냈다.
“안 돼!!”
블랑카가 절규하며 가엘의 머리를 향해 몸을 던졌다. 머리가 떨어지기 전에 낚아챘다.
“아, 안 돼…… 안 돼! 빠, 빨리…… 빨리 몸에 붙이면…….”
“엄마……?”
블랑카의 몸이 덜컥 굳었다. 블랑카는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엄마, 괜찮으세요? 왜 울고 계세요.”
머리가 뜯어졌음에도 살아 있는 사람은 없다.
몸을 잃어버렸음에도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
“어, 어머…… 어머니…… 어머니…….”
가엘이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서서히 녹아내렸다. 녹아버린 살점 사이로 하얀 뼈가 보였다.
“어, 어머…… 어머니…….”
아들의 머리는 천천히 말을 멈췄다. 두 눈동자에 생기가 사라졌다.
블랑카는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제 우리 말이 믿어져~?”
“그건 슬라가 만들어 낸 인형입니다. 인형에 당신의 아들이 가지고 있던 기억을 섞어놓은 거죠.”
“그렇게 하면~ 아무도 가짜인 걸 모르더라고~ 신기하지이~?”
블랑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두 눈동자가 말라붙은 우물처럼 쾡해졌다.
“아…….”
블랑카가 아들의 머리를 양팔로 끌어안았다.
“아아…….”
고개를 땅에 파묻고 절규했다.
“아아…… 아아…….”
그 순간, 공기가 달아올랐다. 불길이 치솟았다.
“아아악!”
블랑카가 적염을 방출했다. 폭발과 함께 붉은 화염이 건물 전체를 날려 버렸다.
“슬라! 슬라! 슬라아악!”
끝없이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블랑카가 절규했다.
“죽여 버리겠어! 지금 당장 네년을!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죽여 버리겠어어어!”
하지만 블랑카는 차마 손에 있는 아들의 머리를 버리지는 못했다.
“우리 주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안 되지~.”
남성의 목소리에 블랑카는 멈칫했다.
그 직후, 불길을 뚫고 검은 쇠사슬이 날아와서 블랑카의 가슴을 꿰뚫었다.
“컥.”
블랑카는 입에서 피를 토해 내면서도 불길을 응시했다. 그 속에서 두 남성이 멀쩡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 어떻게…….”
로쉐 가문의 적염은 아무도 버틸 수 없다. 하물며 지금 블랑카는 분노 때문에 내상을 입을 정도로 마력을 쥐어 짜냈다.
“네 아들 덕분이지~.”
“슬라가 당신의 아들을 왜 연구했겠습니까. 당신 가문의 특수혈통 때문이죠.”
입에서 피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블랑카는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아이들을 납치한 이유가…….”
“아, 고맙게 됐어. 네 덕분에 제법 많은 특수혈통을 확보할 수 있었거든.”
“슬라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하더군요.”
남성이 씩 웃으며 사슬을 잡아당겼다. 쇠사슬이 뽑혀 나오며 심장과 폐가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블랑카 로쉐는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생명을 잃은 몸이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그녀가 안고 있던 가엘의 머리도 땅에 떨어졌다.
그 충격 때문일까. 정지한 줄 알았던 머리가 작동했다.
“어…… 어어…….”
가엘의 망가진 눈동자가 블랑카를 응시했다.
“어머니…… 어머니…….”
그 말을 끝으로 머리는 완전히 정지했다.
* * *
“이만 슬라한테 돌아갈까?”
발렌티노가 그리 말하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악튜르가 말했다.
“그전에 손님을 한 명 더 맞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
발렌티노의 귓가에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누군가 두 사람 앞에 떨어졌다.
얼굴을 본 순간, 발렌티노의 입가에 반가움의 미소가 범람했다.
“데미안 학센!”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발렌티노를 전혀 보고 있지 않았다. 오로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블랑카 로쉐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역시 가짜였나.”
그리 중얼거린 뒤에야 데미안 학센은 발렌티노와 악튜르를 쳐다봤다.
“데미안 학센, 오랜만에 보네? 이 아저씨를 기억하고 있니?”
“살면서 그런 못생긴 얼굴은 본 적이 없는데.”
“푸흐흐흣, 역시 재미있는 녀석이야.”
발렌티노가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힘을 줘서 돌렸다.
우드득.
괴상한 소리와 함께 발렌티노의 머리가 180도 돌아갔다.
평범한 사람 같으면 죽어야 정상인 각도였다. 하지만 발렌티노는 죽지 않았다.
오히려 멀쩡하게 목을 원위치로 돌렸다. 이윽고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다.
뼈에 가죽만 붙어 있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삐쩍 마른 얼굴이 나타났다.
“철지주 발렌티노 미켈레.”
데미안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용병왕한테 덤볐다가 잿덩어리가 된 줄 알았는데. 슬라가 제때 살려 줬나 보군.”
“아직 기억해 주고 있었구나~ 이 아저씨는 부끄럽단다~.”
“그럼 옆에 있는 녀석도 슬라의 애첩이겠군.”
“악튜르라고 합니다. 한때, 고벽(高壁)의 기사라고 불렸습니다.”
“아, 기억나는군. 한때 황궁을 수호하는 기사였다지. 그러다 슬라한테 넘어가서 배신했고.”
“부끄러운 과거입니다.”
고벽의 기사 악튜르가 공손히 말했다.
“데미안 경, 저희와 함께 가시죠. 슬라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개소리를 지껄이는군.”
“제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셨군요. 슬라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니까요? 이게 얼마나 큰 영광인지 모르겠습니까?”
상상만 해도 기쁘다는 듯 악튜르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의 품에 안길 수 있는 겁니다. 그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악튜르는 황홀경에 젖어든 채 말했다. 그런 악튜르를 향해 데미안 학센이 관심없다는 투로 말했다.
“아름다워? 그깟 고깃덩어리가 뭐가 이쁘다는 건지 모르겠군.”
그 말에 악튜르의 몸이 굳었다. 악튜르는 데미안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고깃덩어리라고 했다. 틀린 말도 아니잖아? 슬라는 이미 자신의 원래 육체를 잃은 지 오래야.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대충 형체를 잡고 있는 거지. 그걸 아름답다고 할 수 있나?”
까드득.
악튜르가 이를 갈았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이가 깨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당신…… 해도 될 말이 있고 안 될 말이 있는 겁니다…… 슬라를…… 그 미모를 두고 고깃덩어리? 감히 그런…… 그런 개소리를……!”
“악튜르~? 조금 진정을 하는 게…….”
발렌티노조차 당황해서 악튜르를 말리려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악튜르의 분노는 선을 넘은 지 오래였다.
“이, 이 불경한 놈……! 지금 당장 널…… 널 죽여서 슬라한테……!”
악튜르는 분노로 미쳐서 날뛰기 직전이었다. 그 바람에 미처 깨닫지 못했다.
데미안 학센이 허리춤의 칼을 뽑은 뒤, 몸을 살짝 낮췄다는 사실을 말이다.
“삼환(三環).”
데미안의 몸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발렌티노와 악튜르 사이에 나타났다.
“응?”
“어?”
데미안 학센이 검을 휘둘렀다.
좌우로 한 번씩.
섬광처럼 휘둘러진 검이 두 사람의 목을 절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