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4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5화(245/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5화
245화 탕녀 (1)
페넬로페는 부스스 눈을 떴다.
한숨 자고 일어났으나 아직 몸에 피로감이 남아 있었다.
“흐아암, 어제 너무 무리했나.”
페넬로페는 작게 하품했다. 어제 데미안 학센이 대관한 식당에서 밤새도록 13반 학생들과 음식과 술을 즐기며 놀았다.
그때 너무 무리한 탓인지 한숨 자고 일어났음에도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페넬로페는 뒤늦게 깨달았다.
“……여긴 어디지?”
자신이 있는 장소가 기숙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바닥에는 새하얀 타일이 깔려 있었다. 벽에는 어떤 장식도 걸려 있지 않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도구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일부 물건들은 하얀 천에 뒤덮여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페넬로페는 바닥에 잠들어 있는 올리버 포르티나를 발견했다.
“올리버! 올리버!”
“으, 으응?”
페넬로페는 즉시 올리버를 흔들어 깨웠다. 올리버는 비몽사몽 깨어났다.
“페넬로페? 네가 내 방에 왜 있는 거야?”
“정신 차려라! 여긴 기숙사가 아니다!”
“무슨 소리를…….”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올리버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어라? 진짜 내 방이 아니잖아? 여기는 어디야?”
“나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부터 그걸 알아봐야 한다.”
페넬로페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올리버는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알겠다. 또 데미안 학센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게 틀림없어. 그래서 밤사이에 우리를 납치한 거야.”
올리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하얀 방을 돌아다니며 말했다.
“대체 우리를 어디로 납치한 거지? 아카데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올리버, 너무 경솔하게 행동하지 마라.”
“이건 또 왜 천에 덮여 있는 거지? 뭘 가려 놓은 거야?”
올리버가 하얀 천을 확 잡아당겼다. 다음 순간, 비명을 질러댔다.
“으, 으아악! 끄아아악!”
천이 덮고 있던 것은 ‘해부된’ 사람의 시체였다.
내부의 장기는 물론이고 머리의 뇌, 그리고 팔다리의 근골까지 모두 활짝 열려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뭐야…….”
두 사람을 더욱 경악시킨 것은 시체가 무척 어려 보인다는 것이었다. 자신들과 별반 나이 차이가 나지 않아 보였다.
“…….”
“…….”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야 자신들이 진짜로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페, 페넬로페…… 도, 도망쳐야 해…… 여, 여기 있으면 안 돼……!”
“알겠으니 진정해라. 그전에 우리의 몸을 지킬 수 있을 만한 걸 찾아야…….”
그때였다.
철컥,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두 사람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문 쪽을 쳐다봤다.
누군가 문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놀란 얼굴로 말했다.
“어머나? 벌써 일어났네. 마취제를 좀 강하게 써서 걱정했는데. 두 사람 다 건강해서 금방 깨어났나 보구나.”
안으로 들어온 여자를 보자마자 두 사람의 얼굴에 깊은 의문이 떠올랐다.
두 사람 모두 이 여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리암 선생님?”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아카데미의 보건교사 중 한 명인 미리암이었다.
교사들과 사이가 나쁜 두 사람이지만 미리암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교사로 매년 뽑히는 사람이 바로 미리암이었으니 말이다.
“선생님께서 저희를 납치하신 겁니까……?”
“내가 직접 한 건 아니지만 명령은 내렸으니 그런 셈이지?”
미리암의 대답에 페넬로페는 당혹스러워했다.
“대체 왜…… 설마 데미안 학센이 시킨 겁니까?”
“뭐어? 데미안 학센이 시켰냐고?”
미리암은 웃음을 터트렸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한참을 웃은 뒤에 말했다.
“그럴 리가 있니. 아, 그런데 관계는 있단다.”
“그게 무슨…….”
“데미안 학센을 끌어들이려고 너희들을 데려온 거거든.”
페넬로페와 올리버는 미리암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난 말이지. 오래전부터 데미안 학센을 탐내왔단다. 근데 그 사람이 성격이 보통 더러운 게 아니잖니? 분명히 순순히 잡혀 줄 리가 없어서 고민을 좀 했지. 그러다 너희들이 나타난 거야.”
미리암의 설명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그러했다.
“13반 학생들 중에서 데미안 학센은 너희들한테 특히 공을 들였잖니? 인질로 적당하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이렇게 데려온 거야.”
“……데미한 학센을 왜 탐내시는 겁니까?”
“응? 잘생겼잖아.”
미리암이 당연하지 않냐는 듯이 말했다.
“거기다 강하기까지 하지. 이런데 어떻게 탐이 나지 않을 수 있겠니?”
처음이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데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말이다.
“……그러니까 데미안 학센을 사모하시는 겁니까?”
“사모? 조금 달라.”
미리암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두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그것만으로 미리암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순진무구했던 얼굴이 닳고 닳은 창녀처럼 요염하게 느껴졌다.
“난 그 사람의 모든 걸 소유하고 싶은 거야. 몸도, 마음도, 그리고 능력도 말이야.”
어째서일까.
페넬로페는 미리암이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본능적인 혐오감이 개미처럼 팔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저희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글쎄? 솔직히 말해서 난 데미안 학센만 가질 수 있으면 돼. 너희들은 필요없어.”
페넬로페는 조금 안도했다. 그렇다면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근데 이번에 내가 데미안 학센을 데려오느라 벌인 게 조금 많거든. 앞으로는 아카데미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미리암이 안타깝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처럼 양질의 실험재료를 구하기는 무척 힘들거든. 그러니까 너희들을 그냥 보내 주기는 아깝지.”
미리암이 생긋 웃으며 덧붙였다.
“그러니 내 실험에 도움을 좀 줘야겠어.”
페넬로페는 섬뜩함을 느꼈다. 즉시 올리버를 향해서 소리쳤다.
“올리버! 무기를 찾아라!”
“…….”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페넬로페는 당황해서 올리버를 쳐다봤다.
올리버는 넋을 잃은 채 미리암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찌나 몰입했는지 입에서 침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올리버!”
페넬로페는 올리버의 어깨를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그래도 올리버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뭐라고 하지 마렴. 남자라면 저게 당연한 반응이거든.”
“대, 대체 무슨 짓을…….”
“딱히 위험한 짓을 한 건 아니란다. 그저 이렇게 향기를 뿌린 것뿐이지.”
미리암이 긴생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러자 꽃향기 같은 것이 풍겨 왔다.
그 향기를 맡은 순간, 페넬로페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미리암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니, 눈을 떼기 싫었다. 당장 달려가서 저 품에 안기고 싶었다. 미리암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고 싶었다.
“아…… 아으…… 으으…….”
저항? 그럴 생각은 아예 들지 않았다. 이 순간, 그들은 오로지 미리암의 관심만을 갈구했다.
“페넬로페랑 올리버라는 이름이었지?”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더욱 가파르게 뛰었다.
“저기 남는 실험대가 있거든? 거기 올라가 줄래?”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페넬로페와 올리버는 미리암의 말대로 실험대 쪽으로 향했다.
“그래, 잘했네. 옆에 보면 메스가 있어. 그걸로 팔다리의 힘줄을 적당히 잘라 주렴. 실험 도중에 고통에 몸부림치는 애들이 많거든. 힘들 것 같으면 서로 도와주고 알겠지?”
페넬로페와 올리버는 메스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목에 가져다 댔다.
손에 힘을 주자 메스가 피부를 파고들었다.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두 사람 모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미리암의 명령에 따르는 것뿐…….
그때였다.
폭음과 함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 소리에 페넬로페와 올리버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 어어? 내,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으아악! 이게 뭐야!”
덕분에 두 사람은 미리암의 명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메스를 내던졌다. 그리고 놀란 얼굴로 무너진 천장을 바라봤다.
뻥 뚫린 천장으로 누군가 뛰어내렸다. 그리고 바닥에 쌓인 잔해 위에 착지했다.
그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페넬로페와 올리버의 얼굴에 눈물이 핑 돌았다.
“데미안 선생님……!”
거대한 안도감이 두 사람의 몸속을 가득 채웠다. 페넬로페와 올리버가 울먹이며 데마안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의 얼굴을 본 순간,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학센은 자신들을 보고 있지 않았다. 오로지 미리암을 쳐다보고 있었다.
“찾았다.”
데미안 학센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사냥감을 찾아낸 맹수처럼 사나운 미소였다. 한껏 찢어진 입가와 확대된 동공에서는 광기마저 느껴졌다.
그 순간, 두 사람은 깨달았다.
데미안 학센은 자신들을 구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미리암을 죽이기 위해서 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페넬로페, 올리버.”
데미안이 작게 말했다. 목소리에서 미처 숨기지 못한 희열이 진하게 묻어 나왔다.
“내가 뚫어놓은 구멍으로 도망쳐라. 다른 사람들한테는 위험하니 아카데미에서 모두 도망치라고 전하고.”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입가가 굳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데미안 학센이 말한 대로 구멍 위로 뛰어올라서 도망쳤다.
“데미안 학센. 드디어 와 줬군요!”
두 학생이 사라지자 미리암이 데미안에게 소리쳤다.
“다른 사람들은 같이 오지 않았나요? 결국 당신 손에 모두 죽은 모양이네요.”
미리암이 안타깝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당신이 와 줬으니 됐어요. 원래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다소 희생을…….”
“슬라.”
데미안 학센이 미리암, 아니 슬라의 말을 딱 끊었다.
“지금 내가 얼마나 기쁜지 넌 짐작조차 못 할 거다.”
데미안 학센이 장검을 빼들었다. 그 순간,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마치 홍수에 댐이 범람하듯 지하실을 가득 채웠다.
“지금 당장 네년의 살점을 만 갈래로 찢어다가 모조리 짓밟아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