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4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6화(246/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6화
246화 탕녀 (2)
아카데미 내엔 이제 사용하지 않는 낡은 건물이 많았다.
슬라는 그런 구교사 중 하나를 자신의 본거지로 삼고 있었다.
“하아…….”
데미안의 살기를 느낀 슬라는 뜨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얼굴에 살짝 홍조가 어려 있었다.
“이렇게 농밀한 살기라니…… 역시 당신은 멋있네요.”
슬라가 양팔을 크게 벌렸다. 가슴을 내보이며 데미안에게 말했다.
“데미안, 이러지 말고 나와 함께 가는 게 어때요? 나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 줄 수 있답니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쾌락을…….”
그 순간, 데미안 학센의 몸이 사라졌다.
곧이어 슬라의 코앞에 나타났다. 슬라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어머나?”
데미안은 즉시 여명을 휘둘렀다. 여명이 슬라의 얼굴을 갈랐다.
하지만 슬라의 머리는 잘려 나가지 않았다. 여명에 베이자마자 곧바로 달라붙은 것이다.
발렌티노와 악튜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재생속도였다.
“정신 나간 년. 인간이기를 완전히 포기했군.”
“정반대에요. 이 몸은 인간을 연구한 덕분에 만들어진 거니까요.”
“개소리.”
데미안은 여명을 휘둘러서 슬라의 몸을 베었다. 칼날이 팔과 다리를 절단하고, 몸통을 갈랐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베어내자마자 재생되었다. 상처는 고사하고 베인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소용없어요~.”
그때, 데미안이 반대쪽 손을 내질렀다. 손날이 슬라의 가슴을 꿰뚫었다.
“어머?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데미안은 슬라의 말을 무시하며 몸속에 마력을 주입했다.
방대한 양의 마력이 슬라의 몸 곳곳에 퍼졌다. 곧이어 슬라의 모든 근육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
그 광경에 슬라의 표정이 굳었다. 곧이어 슬라가 머리를 회전시켰다.
우득.
짧은소리와 함께 근육이 원래대로 되돌아갔다.
‘육체를 제어해서 면리금침을 억눌렀군.’
슬라는 광분학파의 정점에 오른 흑마법사였다. 그만큼 육체를 제어하는 실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은 슬라의 가슴에서 팔을 빼냈다. 그리고 뒤로 훌쩍 물러났다.
“데미안, 여자의 몸을 망가트리다니 이게 무슨 짓인가요. 아무리 당신이라도 이런 행위는 용납할 수 없어요. 이런 극악무도한 기술은 두 번 다시 쓰지 마세요. 알겠죠?”
슬라는 아이를 타이르듯이 말했다. 데미안에게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데미안의 입가가 저절로 비틀렸다. 저 여유로운 면상을 당장 일그러트리고 싶었다.
“그보다 이상하네요. 아까부터 계속 향기를 발산하고 있는데 왜 멀쩡한 거죠?”
슬라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페로몬을 발산하는 능력이었다.
페로몬에 노출된 사람들은 모두 슬라의 노예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데미안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기사는 마력을 이용해서 외부의 요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다.
독을 몰아내거나, 환상을 버텨 낸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데미안은 과거에 지금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올랐던 기사였다.
비록 실력은 되찾지 못했지만 슬라의 향기에 현혹될 일은 없었다.
“이러면 다소 거친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네요.”
슬라가 겉옷을 벗었다. 그러자 맨몸이 훤히 드러났다.
알몸은 아니었다. 하얀색 천으로 중요한 부위를 모두 가리고 있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중요한 부위만 가리고 있었다.
슬라가 슬쩍 가슴을 강조하는 자세를 잡았다. 데미안은 끔찍한 짓이냐는 듯 인상을 썼다.
“사람을 돌보듯 하네요. 이건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데요.”
슬라는 자세를 풀어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내밀었다. 앙증맞은 주먹이 데미안을 가리켰다.
“좀 아플 거예요.”
슬라가 땅을 박찼다. 그 순간, 바닥이 산산이 부서졌다.
동시에 슬라의 몸이 사라졌다. 데미안의 눈동자가 커졌다. 슬라의 움직임을 완전히 놓쳐 버린 것이다.
다음 순간, 데미안의 복부에 주먹이 틀어박혔다.
몸이 뒤로 날아가서 벽에 처박혔다. 벽이 박살이 나며 천장까지 무너져 내렸다.
“어머, 좀 셌나?”
슬라가 혓바닥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요. 숨만 붙어 있으면 내가 살려 줄게요.”
* * *
데미안은 잔해를 걷어내며 밖으로 걸어나 왔다.
주먹에 타격을 당하기 직전,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했지만 충격을 모두 막아 낼 수 없었다.
“퉷.”
데미안은 입안에 고여 있던 피를 뱉어냈다.
“어머? 내장이 완전히 뭉개졌을 줄 알았는데. 너무 멀쩡한데요?”
슬라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대체 어떻게 몸을 단련시킨 건가요? 뭔가 특별한 기술이라도 익히고 있나요?”
“시끄럽군.”
“알려 줄 생각이 없나요? 그럼 일단 제압하고 나중에 들어야겠네요.”
슬라가 다시 주먹을 쥐었다.
“이번에는 좀 더 세게 때려도 되겠죠?”
슬라의 자세는 굉장히 엉성했다. 마치 한 번도 싸워 보지 않은 사람 같았다.
하지만 얕잡아볼 수 없었다.
방금 전의 속도와 파괴력은 데미안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 공격은 ‘가볍게’ 내지른 것에 불과했다.
“역시 만만하지 않군.”
제국의 숙적이라 불리는 판데모니엄.
거악은 판데모니엄의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게다가 슬라는 거악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였다.
이 정도의 상대는 환생한 이후로 처음이었다. 이제부터 데미안도 밑천을 드러내야 했다.
“헤메이라. 날 보호해라.”
데미안이 짧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허공에서 튀어나온 철판들이 데미안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마갑? 그것도 꽤 수준이 높아 보이네요? 그건 어디서 구한 건가요?”
데미안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몸을 살짝 낮추며 중얼거렸다.
“삼환(三環).”
몸속에 만들어 뒀던 세 개의 고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고막이 찢겨나갈 듯한 공진음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와……?”
슬라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건 좀 재미있겠는걸요.”
슬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데미안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슬라도 똑같이 움직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공격했다. 데미안은 검을, 슬라는 주먹을 휘둘렀다.
데미안이 휘두른 검이 슬라의 몸을 쉴 새 없이 베어 냈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마치 여러 명이 동시에 검을 휘두르는 것 같았다.
슬라는 데미안의 막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공격에만 집중했다. 가공할 만한 재생력이 그 행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아하핫! 진짜 재미있네요!”
슬라가 내지른 주먹이 데미안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헤메이라가 뜯겨 나갔다.
‘정신 나간 육체로군.’
고리를 세 개까지 가동시켰음에도 슬라의 속도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데미안이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적인 우위 덕분이었다.
데미안은 자신의 역량을 모두 동원해서 슬라의 움직임을 읽어 내고 있었다.
데미안이 좀처럼 밀리지 않자 슬라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재미있지만 더 상대해 드리기는 곤란하네요. 이렇게 지원군이라도 오면 곤란하잖아요.”
슬라의 몸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얇은 팔다리에서 근육이 도드라졌다.
데미안은 슬라의 몸에서 일어난 변화를 곧바로 깨달았다.
특수혈통들을 발현해서 신체능력을 더욱 향상시킬 심산이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추해져서 싫지만…… 어쩔 수 없죠.”
슬라가 앞으로 튀어 나가며 주먹을 내질렀다.
동작이 컸기에 알아보기 쉬웠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서 피할 수 없었다.
데미안은 여명을 세워서 주먹을 막아 냈다. 하지만 주먹에 담긴 힘이 너무 강했다.
“큭.”
데미안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또 다시 벽에 처박혔다.
“이번에는 안 기다려 줄 거예요!”
슬라는 곧바로 데미안을 뒤쫓았다. 그리고 연달아 주먹을 휘둘렀다.
데미안이 처박힌 자리에 주먹이 쏟아졌다. 폭음과 함께 벽과 땅이 박살이 났다. 박살이 난 잔해들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아하핫! 데미안 학센! 왜 가만히 있나요! 다시 뭔가를 보여 주세요!”
슬라가 큰소리로 외쳤다. 얼굴이 희열에 물들어 있었다.
“당신은 이렇게 죽을 사람이 아니잖아요? 뭔가 더 있죠? 보여 주세요! 당신이 뭘 숨기고 있는지! 뭘 감추고 있는지!”
우뚝.
슬라가 주먹질을 멈췄다. 데미안이 있던 자리는 완전히 박살이 나서 흙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앗, 너무 흥분했네. 이러면 걸레가 되어 버렸을지도 모르는데.”
슬라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제가 다 고쳐 드릴 게요! 원래 몸보다 멋있게…….”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데미안의 모습이 나타났다.
“……어?”
슬라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박살이 나 버렸어야 했을 데미안이 멀쩡한 모습으로 있었던 것이다.
“어, 어라? 이럴 리가 없는데……?”
“불사체라고 해서 이점만 존재하는 건 아니지.”
데미안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통각이 없다. 그렇기에 감각이 둔할 수밖에 없어. 내가 네 년의 공격을 흘려보내는 것도 모른 채 말이야.”
데미안은 슬라가 가한 모든 공격을 양손으로 밀어내며 흘려보냈다.
그 덕분에 주변의 땅만 파괴되었을 뿐, 데미안은 무사할 수 있었다.
“하.”
슬라가 웃음을 터트렸다. 당황한 얼굴에 기쁨이 차올랐다.
“역시 당신은 대단해.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탐나는 사람은 처음이야.”
“헛소리하지 마라.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는 주제에 말이야.”
“이제는 못 참아. 지금 당장 당신을 데려가야겠어!”
슬라가 데미안을 향해서 뛰어들었다. 엄청난 속도에 공기가 밀려 나가며 파공음이 터져 나왔다.
슬라가 데미안을 붙잡기 위해서 한 손을 뻗었다.
데미안은 몸을 틀면서 슬라의 공격을 피했다. 동시에 여명을 휘둘러서 슬라의 팔을 베어 냈다.
슬라는 데미안을 지나쳐서 벽에 처박혔다. 벽에서 튀어나오며 말했다.
“대체 언제까지 휘두를 생각이에요? 이쯤 되면 알 거 아니에요. 아무리 베어도 소용없…….”
덜렁.
슬라의 팔이 아래로 떨어졌다. 팔뚝 아래가 힘없이 떨궈진 것이다.
“…….”
슬라는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팔을 쳐다봤다.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심지어 상처도 재생되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난 쓸모없는 짓을 했던 게 아니다. 네년의 살점을 파헤치면서 마력의 흐름을 끊을 방법을 찾은 거지.”
재생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흑마력이 공급되어야 했다. 달리 말하자면 흑마력의 흐름만 끊어지면 재생체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평범한 재생체였다면 금방 흑마력을 끊을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상대는 거악이었다. 흑마력의 흐름이 복잡하게 감춰져 있어서 끊어 낼 수 없었다.
“수천 번을 난도질해서야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아주 잘 숨겨 놨더구나.”
슬라의 얼굴에 여유가 사라졌다. 대신 다급함이 나타났다.
“……오래 살려 둬서는 안 되겠네요.”
슬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수증기가 한층 더 짙어졌다. 전신의 근육이 더욱 도드라졌다.
“날 이렇게 추하게 만들다니. 이 대가는 절대로 가볍지 않을 거예요.”
“그전에 나랑 먼저 값을 치러야지.”
데미안이 마력을 일으켰다. 전신의 마력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벌성지광약.”
체온이 급격히 상승했다. 모든 감각이 날카롭게 섰다.
“사환(四環).”
네 번째 고리가 가동했다. 공진음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네 년의 몸을 만갈레로 찢어 버리겠다고 했지?”
데미안에게서 압도적인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슬라의 기세가 단숨에 밀려 나갔다.
“그 약속을 지금부터 지켜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