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4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7화(247/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7화
247화 탕녀 (3)
밀려오는 기세에 슬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한순간이지만 데미안 학센이 내뿜는 기세에 압도되고 말았다.
다름 아닌 자신이, 거악이라 불리는 이 슬라가, 30년도 살지 못한 애송이한테 위협을 느낀 것이다.
우드득.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거악으로서 가지고 있던 자존심이 흔들렸다.
“놀랍기는 하지만.”
슬라는 상처 부위에 흑마력을 집중시켰다. 상처가 부글부글 끓더니 완벽하게 재생되었다.
그러자 늘어졌던 팔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슬라는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말했다.
“연결이 끊어졌으면 다시 연결시키면 그만이죠.”
불사체가 파괴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충격적이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불사체의 마력회로는 무척 복잡하게 되어 있었다. 이걸 베어내기 위해서는 데미안 학센도 집중을 해야 할 터.
한마디로 쉽게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여자의 몸에 손을 댄 걸 후회하게 만들어 드릴게요.”
“걱정 마라. 난 널 여자라고 조금도 생각하고 있지 않으니까.”
슬라는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렸다. 곧이어 데미안 학센을 향해서 뛰어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데미안 학센에게 도달했다. 턱을 부수기 위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이 공기를 찢으며 쇄도했다.
그 순간, 데미안 학센이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칼을 휘둘러서 슬라의 팔뚝을 베어 냈다.
칼날이 슬라의 팔뚝을 잘랐다. 마력회로까지 같이 잘려 나가는 바람에 재생되지 않았다.
슬라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허전해진 팔뚝을 쳐다봤다.
“어떻게……!”
마력회로를 이렇게 쉽게 끊는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도 못 하는 일을 어떻게…….
“찾아냈다고 했을 텐데?”
그리 말하며 데미안 학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잘려 나간 팔뚝을 붙일 시간이 없었다. 슬라는 팔뚝에 살점을 집중시켰다. 잘려 나간 부위에서 팔이 새로 자라났다.
“다가오지 마세요!”
슬라가 주먹을 내질렀다. 데미안 학센은 몸을 틀어서 공격을 피했다.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공기가 폭발하며 기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슬라는 재차 데미안 학센을 공격했다.
슬라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폭음이 터졌다. 건물과 땅이 뒤흔들렸다.
하지만 어떤 공격도 데미안 학센에게 닿지 못했다.
데미안 학센은 슬라의 공격을 모조리 피했다. 동시에 칼을 휘둘러서 슬라의 신체를 베어 냈다.
팔뚝이 몇 번이고 절단되었다. 한 번은 어깨까지 통째로 날아갔다.
약간만 방심해도 무릎이 절단되었다. 허리를 절단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
“말도, 말도 안 돼!”
데미안 학센에게 잘려 나간 부위는 재생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슬라는 자신의 육체를 ‘재생성’시킬 수밖에 없었다.
슬라의 육체는 무한하지 않았다. 데미안 학센에게 신체가 절단될 때마다 살점이 소모되었다.
이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자신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슬라로서는 최후의 수단을 꺼내야 했다.
“데미안 학센! 이번이 마지막 경고예요!”
데미안 학센을 공격하며 슬라가 소리쳤다.
“이제부터 나는 엄청 추해질 거예요. 나는 이 모습을 본 사람을 절대로 살려 두지 않아요! 그러니까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세요!”
자신의 경고에 데미안 학센은 비웃음으로 대답했다.
“지랄하는군.”
“……당신이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슬라는 안타깝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곧이어 슬라는 마지막 봉인을 해제했다. 몸속 깊은 곳에서 흑마력이 폭주했다.
* * *
광분학파의 흑마법사는 사람의 육체를 찰흙처럼 가지고 놀 수 있다.
그렇기에 광분학파의 흑마법사들은 모두 괴물 같은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슬라는 인간의 형상을 고집했다. 그것이야말로 최강이 되는 방법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인간이다. 그리고 그 인간들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마스터클래스였다.
그럼 당연히 강해지기 위해서 인간을, 마스터클래스를 연구하고 모방해야 하지 않겠는가.
슬라의 육체는 백여 명이 족히 넘는 마스터클래스와 천 명이 넘는 특수혈통 보유자를 조사함으로써 만들어졌다.
어떻게 하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모든 걸 분쇄할 수 있는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수십 년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슬라의 몸이었다.
하지만 슬라는 기껏 만들어 놓은 육체를 억제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너무 추했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에 수많은 가치가 있지만 그중에서 최고는 아름다움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배우자로 미인을 얻기를 바랐다. 외모가 빼어난 사람은 그 자체로 존중을 받았다.
그렇기에 슬라는 광분학파가 되었음에도 줄곧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그것을 지금 포기했다. 오로지 데미안 학센을 죽이기 위해서 육체를 재편성했다.
슬라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며 팔다리에 몬스터처럼 거대한 근육이 자리 잡았다.
척추뼈가 도드라졌다. 등에 삐죽삐죽한 돌기들이 튀어나왔다.
-이 모습은 정말로 보여 주기 싫었는데.
변한 것은 겉모습뿐만이 아니었다. 슬라의 목소리마저 남자처럼 굵게 변했다.
“…….”
충격을 받은 것인지 데미안 학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슬라는 분노를 터트렸다.
-날 빤히 보지 말아 줄래요? 당장 죽여 버리고 싶어지니까!
슬라가 고함을 내지르자 건물 전체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별안간 데미안 학센이 이상한 행동을 했다.
마력을 모조리 거둬들였다. 그러자 공진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장검을 둘러싸고 있던 오러블레이드도 모조리 사라졌다.
-이게 지금 무슨 짓인가요.
슬라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래도 소용없어요. 나는 절대로 당신을 살려 두지 않을 거니까.
이 모습을 보인 이상, 슬라는 데미안 학센을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최후의 경고를 한 것이다.
“이제 보이는군.”
그리 말하며 데미안 학센이 장검을 아래로 늘어트렸다.
“이제 베어 낼 수 있겠어.”
-대체 뭘 베어 낸다는…….
별안간 데미안 학센에게서 묘한 위압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못 느낀 줄 알았다. 하지만 위압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졌다.
무방비한 몸.
무방비한 자세.
하지만 슬라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본능적인 두려움이 느껴진 것이다.
-빠득.
하지만 슬라는 자신의 본능을 무시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 추한 모습을 본 사람을 절대로 살려 둘 수 없었기에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죽여서 지워 버려야 했다.
슬라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팔뚝이 꿈틀거리며 부풀어 올랐다. 팔뚝의 크기가 두 배쯤 커졌다.
-데미안 학센, 이렇게 끝나게 돼서 유감이에요.
“말이 많군. 덤비기나 해라.”
슬라가 부풀어 오른 주먹을 내질렀다. 공기가 일시에 밀려 나가며 데미안 학센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을 뒤흔들었다.
데미안 학센이 늘어트렸던 검을 휘둘렀다. 칼날과 주먹이 서로 부딪혔다.
슬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러블레이드조차 덧씌우지 않은 검과 전력을 다해서 내지른 자신의 주먹.
누가 이길지는 뻔했다. 이제 곧 데미안 학센은 장검째로 몸이 으스러질…….
다음 순간, 슬라의 주먹이 갈라졌다. 데미안 학센의 장검은 슬라의 주먹과 팔뚝을 베어 내며 전진했다.
-……어?
슬라가 당황한 찰나.
데미안 학센의 검이 슬라의 몸통을 통째로 베어 냈다.
* * *
마스터클래스에 오르기 위해서는 ‘경지’를 얻어야 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 학센은 마스터클래스에 올랐음에도 고유한 경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른 마스터클래스의 경지를 모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도르고의 노예 신세였기 때문이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데미안도 몰랐다.
확실한 것은 데미안 학센은 고유한 경지가 없었음에도 마스터클래스에 올랐다는 것이며, 한참 뒤에야 자신의 경지를 손에 넣었다는 것이다.
검신(劍神).
지금까지 모방한 경지들을 합일시킴으로써 만들어 낸 데미안의 경지.
데미안이 검신을 만들어 낸 이유는 반드시 죽여야 할 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르고.
리치는 자신의 영혼을 라이프베슬이라 불리는 구슬에 넣고 숨겨놓는다.
라이프베슬이 있는 한 리치는 죽지 않았다. 설사 육체를 가루도 남기지 않고 소멸시켜도 다시 부활했다.
문제는 도르고에게 지배받고 있는 데미안이 라이프베슬을 찾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검신을 만들어 냈다. 라이프베슬을 찾지 않고도 도르고를 죽일 수 있도록 말이다.
벤다.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든. 어떤 위치에 있든 상관없다.
도르고의 영혼을 베기 위한 일념 하나로 만들어 낸 경지가 바로 검신이었다.
하지만 검신은 데스나이트로서 만들어 낸 경지였다. 흑마력이 아닌 마력으로서 검신을 온전히 펼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슬라의 살점을 계속 깎아 냈다.
슬라의 영혼을 확실하게 베어 낼 수 있도록 표면을 뒤덮고 있는 것들을 걷어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이었다.
데미안은 여명을 집어넣었다. 아직 슬라가 살아 있었지만 시간문제였다.
“아, 아아…….”
잘려 나간 몸에서 흑마력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영혼이 파괴되면서 흑마력을 방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흑마력과 함께 생명력까지 뿜어져 나왔다. 슬라의 몸이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몸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도 모자라 피부가 주름지기 시작했다. 몇 초 되지도 않는 시간에 슬라는 노인처럼 변해 버렸다.
“그만…… 그만……! 이렇게 추한 건…… 이런 건 용납할 수 없어!”
슬라는 자신의 몸을 붙잡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제, 제발 부탁이에요. 나, 날 죽여 줘요. 이, 이런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제발……!”
슬라가 데미안을 향해서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파괴된 영혼으로는 육체를 제대로 제어할 수 없었다.
“제발……!”
슬라는 팔을 이용해서 땅바닥을 기었다. 데미안의 발밑까지 다가왔다.
“날 죽여 줘요……!”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었다. 그 안에서 한 자루의 창을 꺼냈다.
블랑카 로쉐가 사용하던 창이었다. 이곳으로 달려오기 전, 데미안은 창을 미리 챙겼다.
전투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 사용할 데가 있었다.
데미안은 창날을 슬라의 앞에 박아 넣었다. 창날의 매끈한 표면으로 슬라의 얼굴이 반사되었다.
“아아악! 꺄아아악!”
슬라는 얼굴을 쥐어뜯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이건 아니야! 이건 내 얼굴이 아니란 말이야! 아아악! 꺄아아악!”
슬라가 하늘 높이 절규를 내질렀다.
그것을 끝으로 슬라의 영혼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눈동자에 생기가 사라졌다.
슬라의 몸은 그대로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