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4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8화(248/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8화
248화 헤어짐 (1)
데미안은 슬라의 시체를 응시했다.
흑마법 지식 덕분에 볼 수 있었다. 슬라의 영혼이 얼마나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소멸했는지 말이다.
아무리 육체의 재생력이 뛰어나다 한들 영혼이 파괴되면 끝.
이제 눈앞에 있는 것은 빈껍데기에 불과했다.
“끝났군.”
긴장이 풀리자 몸 곳곳이 쑤셔왔다. 전투의 여파가 뒤늦게 밀려온 것이다.
서 있는 것도 힘들었기에 데미안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데미안은 지긋이 두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누님…….”
전생에 루이즈는 가족들 중에서 유일하게 데미안을 끝까지 챙겨줬다.
데미안이 가문에서 쫓겨날 때도 걱정해 줬다. 숨겨 두었던 돈까지 건네주며 행복을 빌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누님의 마지막 부탁까지 어기고 말았다.
데스나이트가 되어서 자신을,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가족들을 죽이고, 누님의 영혼을 슬라의 손에 떨어지게 만들었다.
누님은 슬라의 손에 붙잡힌 채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다.
“드디어…… 죽였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전생의 이야기였다.
지금의 누님은 현실에서 행복한 신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슬라를 죽여 봤자 전생의 누님이 구원받을 일은 없다. 만족하는 이는 데미안 혼자뿐이었다.
그렇다고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전생에 가족들의 영혼을 망가트린 쓰레기들을, 도르고의 편에 붙어서 온 세상을 불행에 빠트린 버러지들을.
혹 전생과 같은 미래가 될 가능성이 1%라도 남아 있다면.
단 한 명도 살려 둘 수 없었다. 모조리 죽이고, 영혼 한 점까지 소멸시킬 생각이었다.
“너도 수고했다.”
데미안은 여명을 내려다봤다. 그러다 문득 눈치챘다. 여명의 칼날에 이가 나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슬라의 마지막 일격을 온전히 버티지 못하고 이가 나간 듯했다.
“너도 무리했구나. 미안하게 됐다.”
지이잉.
여명이 괜찮다는 듯이 검명을 울렸다. 물론 정말 괜찮을 리가 없었다.
“오랜만에 신성교단을 찾아가야겠군.”
안 그래도 한번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명 같은 영급 성검은 전투를 거듭하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성장할 때마다 한 번씩 담금질을 해 줘야 온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쉬고 있어라.”
데미안은 여명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위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수많은 사람이 천장의 구멍에서 쏟아졌다. 그중 한 사람이 소리쳤다.
“데미안 경! 살아 있는 게요? 데미안 경!”
학장인 알트만 베데풀리테였다.
알트만은 교사들과 함께 데미안에게 달려왔다. 그러다 슬라의 시체를 보고 기겁했다.
“이, 이건 대체……?”
슬라의 시체는 영혼이 파괴된 여파로 미라처럼 바짝 쪼그라든 상태였다.
하지만 본체가 워낙 거대했기 때문에 미라조차 굉장히 컸다.
시체라는 걸 알면서도 압도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말이다.
“슬라입니다.”
데미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알트만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이, 이게 정말 슬라란 말인가?”
“믿기 힘드시면 조사관을 부르십시오. 슬라의 흑마력이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그쯤은 이미 파악하고 있을 거 아닙니까.”
그 말에 학장을 비롯한 다른 교사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데미안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오니 믿기 싫어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판데모니엄의 거악 탕녀 슬라의 시체가 맞다는 사실을 말이다.
“……슬라를 단신으로 처리하다니.”
“그만한 실력자가 제국에 몇 명이나 될까요.”
“열 명이 넘지 않을 겁니다. 어마어마하군요.”
교사들은 다들 경악한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데미안은 그런 교사들의 반응에는 별반 관심이 없었다.
“이만 지나가겠습니다.”
“자, 잠깐만 어딜 가려고 그러나?”
학장이 놀라서 물었다. 데미안은 싸늘한 시선으로 학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설마 아까처럼 제 앞을 막을 생각입니까.”
데미안은 학장이 자신을 방해한 일을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다.
데미안의 으름장에 학장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그럴 리가 있겠는가.”
“피곤해서 쉬려고 합니다. 숙소에 있을 테니 조사관이 파견되면 불러주십시오.”
데미안은 천장을 훌쩍 뛰어넘었다. 밖으로 나가자 다른 교사들의 얼굴이 보였다.
그들 사이에 학생이 딱 두 명 끼어 있었다.
올리버 포르티나와 페넬로페 보르자였다.
“둘 다 다친 곳은 없는 거냐.”
데미안이 그리 말하며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두 사람은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저, 저기…….”
“그, 그러니까…….”
두 사람은 명백히 데미안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데미안은 딱히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슬라를 발견했을 때, 데미안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때의 표정을 봤으니 두 사람이 겁을 먹는 것도 당연했다.
“둘 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혹시 모르니 검사를 받고 쉬도록 해라.”
데미안은 몸을 돌려 숙소로 향했다.
올리버와 페넬로페는 복잡한 얼굴로 데미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 *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조사관들이 아카데미에 파견되었다.
조사관들은 슬라의 시체에서 흑마력을 추출해서 검사했다.
“……흑마력의 패턴이 일치합니다. 슬라가 확실합니다.”
“이게 정말 슬라라고? 가장 위험한 거악 중 한 명이 이렇게 쉽게 죽는다고?”
“어쩌겠습니까. 눈앞에 시체가 떡하니 있는데 믿어야지요.”
조사관들은 곧바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황실에 올렸다.
보고서를 받은 황실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슬라가 아카데미에서 죽은 게 확실하다고 합니다.”
“뭐? 그렇다면 정말로 아카데미에 슬라가 숨어 있었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아카데미가 어떤 곳인데 그곳에 거악이……!”
“아무래도 다른 기관들도 조사를 해 봐야 할 듯합니다. 판데모니엄의 마수가 닿았을지 누가 압니까.”
황실의 관료들은 이번 사태를 무척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아카데미는 제국의 미래를 키워 내는 요람이었다. 그런 곳이 판데모니엄에 의해서 더럽혀졌다.
다른 기관이라 해서 괜찮다는 보장이 없었다. 제국을 뒤엎는 한이 있더라도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야 했다.
“그보다 데미안 학센이라는 기사 말입니다. 정말로 슬라를 혼자 상대한 겁니까?”
“학생들과 교사들의 증언이 일치합니다. 확실합니다.”
“말도 안 됩니다. 슬라는 판데모니엄의 거악 중에서도 손꼽히는 괴물이 아니었습니까?”
“슬라한테 죽은 기사들이 몇 명인데. 그걸 데미안 학센 혼자서…….”
본래 관료들은 데미안 학센을 굉장히 안 좋게 생각했다.
헬리안 경연의 전통을 깨부순 인간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기사가 슬라라는 거악을 죽였다면 말이 달라졌다.
“그 빌어먹을 년이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속이 후련합니다.”
“수십만 명이 넘는 제국민이 그 탕녀한테 희생되었지요.”
“기사들은 좀 많이 죽었습니까. 빼앗긴 인재들은 좀 많고요?”
슬라가 제국에 끼친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제국의 귀족들 중에서 슬라에게 이를 갈지 않는 이가 없었다.
“듣자 하니 슬라를 찾기 위해서 아카데미로 간 거라고 하더군요.”
“그런 것도 모르고 데미안 학센을 욕한 거군요.”
“허어, 이것 참…… 뭐라고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관료들이 한창 데미안 학센과 슬라로 떠드는 사이, 황제도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슬라를 처단하다니…….’
황제는 크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제국은 수십 년 동안 슬라를 뒤쫓았으나 꼬리조차 잡지 못했다.
그런 괴물을 단신으로 찾아냈을 뿐만 아니라, 홀로 처단하기까지 했다.
‘어마어마한 대단한 공적을 올렸군…….’
이만한 공적은 제국의 역사를 뒤져 봐도 나오지 않을 터였다.
‘잠깐.’
불현듯 황제는 깨달았다.
‘이제 마음껏 지원해 줘도 되는 거 아닌가?’
* * *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데미안은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일주일은 요양해야겠어.’
슬라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 합환무극공과 벌성지광약을 극한까지 운용해야 했다.
두 마나연공법을 사용하면 신체능력과 마력출력이 몇 배로 상승하지만 그만큼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도 컸다.
‘아직 슬라 정도 되는 적을 상대하는 건 힘들다.’
데미안은 이번 승리를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나마 슬라는 ‘비교적’ 쉬운 편에 속했었다. 상성적으로 데미안이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슬라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페로몬을 발산하는 것이었다.
대다수의 기사들은 페로몬에 홀려서 슬라의 노예가 되었다. 버티더라도 전투 도중에 페로몬에 계속 방해를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데미안에게는 페로몬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데미안이 육체를 조절하는 능력이 그만큼 뛰어났기 때문이다.
‘신체능력은 무시무시했지만 그만큼 동작이 간단했지.’
슬라의 속도와 파괴력은 독보적이었지만 권법을 익히지 않았기에 공격이 단조로울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데미안은 슬라의 모든 동작을 읽고 미리 대처할 수 있었다.
‘웨폰마스터는 그렇게 쉽지 않을 거다.’
웨폰마스터는 마스터클래스로서 이미 수많은 벽을 넘은 강자였다.
기술적으로도 완성되어 있었으며, 마검을 사용해서 얼마든지 변수를 창조해 낼 수도 있었다.
‘웨폰마스터를 상대하려면 더 강해져야 한다.’
데미안은 아공간에 담겨 있는 드래곤하트를 떠올렸다.
그것만으로는 다소 아쉬웠다. 데미안의 능력을 좀 더 끌어 올려줄 영약이 필요했다.
‘가능하면 에레보스의 조각을 더 얻었으면 좋겠는데.’
에레보스의 권능이 지금보다 더 강해지면 웨폰마스터와의 전투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을 터였다.
‘조각을 또 얻을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더라…….’
데미안이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데미안은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그러자 뜻밖의 손님이 보였다.
“어르신?”
검성이 문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검성은 다짜고짜 데미안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큰소리로 웃었다.
“으하핫! 이 정신 나간 녀석아! 설마 슬라를 죽일 줄은 몰랐다!”
검성은 데미안을 얼싸안고 기뻐했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데미안을 놔줬다.
“바쁘신 분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슬라가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 당장 달려왔지!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죽을 지경이다!”
검성은 데미안의 등을 마구 두드렸다.
“근데 뒤에 계신 분은 누구십니까?”
데미안은 검성의 뒤에 서 있는 남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남성은 검은 로브로 머리와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아, 이 녀석은 말이지…….”
검성의 얼굴에 잠시 곤란함이 떠올랐다.
“내가 직접 소개하지.”
남성이 머리를 가리고 있던 로브를 벗으며 말했다.
달빛을 실로 뽑아낸 듯한 은색 머리카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특이한 것은 머리카락뿐만이 아니었다. 남성의 피부는 색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하얀색이었다.
“내 이름은 에오스라고 한다.”
남성은 피처럼 새빨간 눈동자로 데미안을 응시하며 말했다.
“제국제일검이라는 호칭으로도 불리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