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4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9화(249/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49화
249화 헤어짐 (2)
데미안은 잠시 생각하는 것을 잊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제국제일검(帝國第一劍).
마스터클래스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제국에서 정점에 군림하고 있는 기사.
사람들은 제국제일검과 검성, 신성교단의 청염, 그리고 훗날 성장할 검후를 동급에 놓고 누가 인류최강일지 궁금해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와 싸워 본 데미안은 정답을 알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인류최강은 제국제일검이었다.
사람들이 인류최강의 후보로 언급하는 이들 중에서 제국제일검의 실력이 가장 뛰어났다. 그것도 독보적일 정도로 말이다.
데스나이트 시절의 데미안조차 하마터면 패배할 뻔했을 정도였다.
현시점에서 제국제일검과 대항할 수 있는 존재는 판데모니엄의 수장뿐이었다. 그나마도 제국제일검보다 한참 부족했다.
제국제일검은 데미안을 쓱 살펴보다가 말했다.
“우산 가지고 있나?”
너무 뜬금없는 말에 데미안의 표정이 살짝 무너졌다.
“이 사람아. 갑자기 한다는 소리가 그거인가.”
“내일은 비가 올 거야. 그런 운명이 강하게 느껴져. 그러니 미리 챙겨두는 걸 추천하지.”
데미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제국제일검을 쳐다봤다.
‘아니, 생각해 보니 원래 이런 인간이었지.’
제국제일검은 좋은 말로 하면 자기만의 세계가 강하고, 달리 말하면 정신 나간 인간이었다.
전생에도 데미안을 처음 봤을 때 했던 말이 그것이었다.
-덥지 않나?
하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던 기억이 있다.
물론 당시의 데미안은 몸속에 갇혀 있었기에 행동으로 보여 주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무슨 일로 절 찾아오신 겁니까.”
제국제일검은 어지간해서는 수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황실 내부에 틀어박힌 채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제국 전체가 떠들썩해질 정도였다.
‘슬라를 처단했으니 이상할 건 없지만.’
슬라는 판데모니엄의 거악 중에서도 강대한 세력을 구축한 인물이었다.
그런 거물이 죽었으니 제국제일검이 데미안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도 당연했다.
“슬라…… 그래, 슬라가 죽었지. 기이한 일이야. 원래 슬라에게는 죽을 운명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말이야.”
제국제일검이 꿈꾸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옆에 있던 검성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원래 이런 녀석이니까. 맨날 뜻 모를 소리만 한다니까.”
제국제일검은 예언자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뜬구름 잡는 소리를 자주하는데. 간혹 그게 들어맞을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데미안 학센.”
그때, 제국제일검의 눈동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새빨간 눈동자가 데미안을 꿰뚫을 듯이 응시했다.
‘저 눈빛은 전생과 똑같군.’
제국제일검은 선천적으로 몸의 색소가 옅었다. 그렇기에 피부와 머리카락은 하얀색이었고, 눈동자는 새빨간 색이었다.
많은 사람이 제국제일검의 눈빛을 부담스러워했다.
새빨간 색이라서? 그게 아니었다. 제국제일검의 눈빛을 받으면 마치 발가벗겨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뜨자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숙소가 아니라 밤하늘 아래에 서 있었다. 발밑에는 샛노란 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그 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 오직 데미안과 제국제일검 단둘만 있을 뿐이었다.
별안간 제국제일검이 칼을 휘둘렀다. 감탄이 터져 나올 만큼 아름다운 궤적이 데미안의 목을 베었다.
그 직후, 다시 세상이 변했다. 밤하늘과 꽃밭 대신 숙소의 풍경이 보였다.
데미안은 자신의 목을 매만졌다. 베이기는커녕 상처조차 없었다. 제국제일검 역시 손에 검을 쥐고 있지 않았다.
‘……고약한 장난을 치는군.’
방금 전, 데미안이 목을 베인 곳은 제국제일검의 정신공간이었다.
제국제일검에게는 다른 이들에게는 없는 기이한 능력이 넘쳐났다.
그중 하나가 자신의 정신 속으로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제국제일검은 그곳에서 검을 수련하고, 때때로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무언가를 시험한다고 들었다.
“장난이 과하시군요.”
데미안의 말에 검성이 제국제일검을 홱 돌아봤다.
“설마 또 그 짓을 한 건가? 다들 무서워하니까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나.”
“어째서 가만히 있었지?”
제국제일검은 검성의 질책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검성은 예상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곳에서는 모든 제약이 사라진다. 순수하게 기량만을 겨룰 수 있지. 그런데 어째서 막지 않았지?”
“막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겁니다. 어떻게 제가 제국제일검의 검을 막겠습니까.”
“거짓말을 하고 있군.”
제국제일검은 곧바로 데미안의 말을 부정했다.
“내게는 느껴진다. 그대의 실력은 이 정도 수준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감추지 마라. 속이지 마라.”
붉은 눈동자가 데미안을 빤히 응시하며 말했다.
“나는 오늘 그대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 왔으니까.”
제국제일검의 말에 데미안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제국제일검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데미안이 가장 걱정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데미안이 아는 한 제국제일검의 통찰력은 인간의 수준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데스나이트일 때도 그러했다. 자신과 싸우던 도중 제국제일검은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있었나? 용케 미치지 않았군.
-미쳤으면 차라리 편했을 텐데. 변해 버린 자신을 받아들이면 되었을 텐데.
-끝까지 인간으로 남고 싶었던 것인가? 미련하지만 고귀하군.
제국제일검의 통찰력이라면 자신이 실력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예감은 적중하고 말았다.
데미안은 잠시 고민했다. 제국제일검을 속여 넘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모든 것을 보여 주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내심 데미안도 제국제일검과 제대로 싸워 보고 싶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전생에 자신을 위협했던 숙적이었으니까.
“원하신다면 보여 드리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상이 변했다. 밤하늘과 꽃밭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빼어난 풍경에 감탄할 틈도 없이 검격이 들이닥쳤다.
데미안은 칼날을 세워서 막아 냈다. 제국제일검의 검격이 바로 목 밑에서 막혔다.
그러자 비로소 제국제일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그거다. 널 보여다오.”
제국제일검이 검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다시 데미안을 향해 휘둘렀다. 데미안도 곧바로 응수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참격들이 수십 차례 충돌했다.
제국제일검의 검은 화려하지 않았다. 빠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강맹한 것도 아니었다.
평범하고, 조용했다. 단조롭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기이할 정도로 막기 힘들었다. 조금만 집중력을 잃어버리면 어느새 목덜미까지 칼날이 와 있었다.
‘이미 과거부터 완성되어 있었군.’
제국제일검과 검을 맞댈수록 데미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 싸웠던 제국제일검의 실력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대가 보이지 않는군.”
제국제일검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하면 보일지도 모르겠어.”
갑자기 제국제일검의 모습이 사라졌다. 동시에 밤하늘이 검의 궤적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수천? 수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참격이 몰려들었다. 데미안을 찢어발기는 것을 넘어서 가루로 만들 기세였다.
끔찍한 광경임에도 데미안은 놀라지 않았다.
현실의 데미안이었다면 이 기술에 대처하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정신공간에서는 육체와 마력의 제약이 풀렸다. 데미안의 모든 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었다.
데미안의 검이 움직였다.
몰려오는 검격을 쳐 냈다. 부셨다. 끊어 버렸다.
데미안을 집어삼키려던 참격의 폭풍이 멈칫했다. 데미안에게 가까워지지 못하고 밀려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공간이 생긴 순간, 데미안의 몸이 회전했다. 검을 크게 휘둘렀다.
어둠이 폭발했다.
검은 참격이 폭풍을 갈랐다. 검의 궤적이 한순간에 모조리 지워졌다.
덕분에 길이 생겨났다. 저 멀리 서 있는 제국제일검의 모습이 보였다.
제국제일검은 놀란 얼굴로 데미안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건 설마…….”
데미안은 즉시 땅을 박찼다.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길게 이어진 참격이 제국제일검의 목을 베어 냈다.
* * *
제국제일검의 목을 베어 내자마자 데미안은 현실로 돌아왔다.
“내가 졌군.”
제국제일검의 말에 검성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제국제일검이 한때 데미안의 숙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이미 제국제일검을 이겼다. 그의 기술과 경지를 흡수하고, 더욱 높은 수준에 올랐다.
그렇기에 이제 제국제일검은 데미안의 상대가 아니었다.
“신기한 일이야. 그대의 검술에는 여러 기술이 섞여 있어. 마치 수백 명과 동시에 싸우는 것 같았지.”
제국제일검이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근간은 하나였어. 그것을 기반으로 기술들을 만들어 냈지.”
제국제일검은 데미안을 응시하며 물었다.
“데미안 학센, 그대는 암흑기사였군.”
그 말에 검성의 눈동자가 커졌다. 검성은 제국제일검을 다그쳤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데미안 경이 어째서 암흑기사란 말인가.”
제국제일검은 이번에도 검성의 말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검성은 속이 터진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악의는 없다. 증오심과 분노로 가득하지만 그게 우리를 향하고 있지 않군. 애초에 그대의 운명은 우리를 향하고 있지 않아.”
제국제일검은 눈을 잠시 감았다. 마치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했다.
“……그대를 보러오길 잘했다. 덕분에 모든 것이 확실해졌으니까.”
제국제일검은 눈을 감은 채 말을 이어 나갔다.
“데미안 학센, 나는 운명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세상의 운명이 크게 비틀렸다. 원인도, 이유도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비틀렸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제국제일검이 다시 눈을 떴다. 붉은 눈동자가 데미안을 향했다.
“데미안 학센, 그대가 슬라를 죽이는 것도 예정된 운명에서 벗어난 일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대가 슬라를 죽인 덕분에 비틀림이 다소 해소되었다. 덕분에 나는 잠시나마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제국제일검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흔들림 없는 어조로 말했다.
“데미안 학센, 나는 곧 죽는다.”
* *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제국제일검은 이렇게 빨리 죽을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멸망전쟁 당시에도 끝까지 살아남아서 제국군을 이끌었다. 한참 뒤에나 가서야 데미안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래, 나는 원래 죽을 운명이 아니었다. 하지만 운명은 비틀렸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는 곧 죽는다.”
의미불명의 말이었다. 하지만 흘려들을 수 없었다.
제국제일검의 예언은 기이할 정도로 잘 맞아떨어졌으니까.
“죽음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그로 인해 달라진 세상이 두렵다. 내 죽음으로 인해서 망가질 미래가 날 참기 힘들 정도로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대를 찾아온 것이다.”
제국제일검의 말이 길게 이어졌다.
“데미안 학센, 곧 그대의 숙적이 자신을 되찾을 것이다. 다만, 그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정도 비틀림으로는 그대를 어쩔 수 없으니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제국제일검의 목소리가 살짝 어두워졌다.
“더 큰 비틀림이 온다. 너무 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 능력 따위로는 그 비틀림이 무엇인지 가늠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제국제일검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니 대비하라. 지금보다 더 강해져라. 이제 곧 찾아올 새로운 재앙에 대비하라.”
제국제일검이 품속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꺼냈다.
제국제일검이 꺼낸 물건은 칠흑처럼 검은 쇳조각이었다.
무척 컸으며, 부러진 흔적이 있었다. 양쪽에는 날이 달려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데미안의 눈동자가 커졌다.
“원래 나는 이것을 없앨 방법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의 운명은 그대에게 이어졌다.”
에레보스의 조각.
제국제일검이 그것을 내밀며 말했다.
“이것이 그대의 앞길에 도움이 되길 바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