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5화
25화 증명 (3)
데미안의 훈련은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끝이 났다.
“으, 으으…….”
“사, 사람 살려…….”
“내, 내 팔…… 내 팔이…….”
바닥에는 기사들이 널브러진 채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데미안은 그런 기사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런 한심한 새끼들.”
결투에 참가한다는 것들이 겨우 한 시간 움직이고 뻗어 버릴 줄은 몰랐다.
“좀 더 움직이고 싶었는데.”
데미안은 검을 내려놓고 착용하고 있던 마도구들을 모두 벗었다.
무거웠던 몸이 순식간에 가벼워졌다. 짜릿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데미안은 마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몸 상태를 관조했다.
훈련을 하기 전보다 근육량이 눈에 띄게 증가해 있었다.
‘소문대로 대단한 영약이로군.’
먹기만 해도 신체가 성장하는 영약을 훈련까지 연계해서 효능을 극대화시켰다.
덕분에 데미안은 스스로도 만족스러울 정도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두 번째 균형환을 섭취하고 싶었다.
“으어어…… 으아아아.”
“어, 엄마…… 엄마…….”
하지만 도무지 훈련을 지속할 상황이 아니었다. 데미안은 쯧쯧 혀를 찼다.
“야, 거기.”
데미안은 체구가 작은 기사를 지목했다. 처음에 데미안에게 말을 걸었던 그 기사였다.
“끄으으…… 끄어어어…….”
그 기사는 신음하느라 대답할 생황이 아니었다. 데미안은 미간을 좁히며 다시 말했다.
“대답 안 하면 두 다리를 분질러 버리겠다.”
“으, 으아아앗! 왜, 왜 부르셨습니까!”
데미안의 경고에 기사가 화들짝 놀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름이 뭐였지?”
“파, 파벨 버몬드입니다!”
“그래, 파벨 버몬드. 내 훈련을 받아 보니까 기분이 어떠냐?”
파벨 버몬드는 벌레 씹은 표정을 지었다. 입을 꾹 다물고 있었으나 불만이 아주 많아 보였다.
“대답 안 해?”
“대, 대단히 실전적이고 유익한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 아주 정확하게 봤군.”
데미안은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파벨 버몬드의 표정이 다시 일그러졌다.
“너희들은 누구한테 훈련을 받지?”
“세, 세바스찬 빈센조 경께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파벨 버몬드는 데미안의 눈치를 살피며 덧붙였다.
“……차, 참고로 빈센조 경은 미들클래스이십니다. 결투에 대비하여 저희를 특별히 지도해 주고 계십니다. 훈련을 받고 있는 저희가 이렇게 엄한 곳에서 다치고 오면 크게 화를 내실 게 분명합니다.”
파벨 버몬드의 말이 갑자기 빨라졌다. 본인 딴에는 경고를 한답시고 꺼낸 말인 듯했다.
“그 인간이 미들클래스인데 뭐 어쩌라고.”
하지만 데미안에게는 씨알도 먹혀들지 않았다.
‘미들클래스면서 이따위로 훈련을 시키다니.’
한 번도 만나 본 적은 없지만 별 볼 일 없는 기사인 듯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 훈련을 때려치우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랬다가는 미들클래스 한 명을 또 적으로 만들겠지.’
하이클래스가 전략병기라면 미들클래스는 최전선에서 가문을 움직이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가문 안팎으로 벌어지는 수많은 분쟁에 개입하는 역할을 주로 맡게 된다. 그래서 미들클래스는 항상 가문 밖으로 파견을 나가는 경우가 잦았다.
지금 공작가에 미들클래스가 에른스트 호위츠 한 명밖에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빈센조 경의 훈련이 끝나면 이곳으로 나와라. 나와 대련을 하도록 한다.”
“예, 예?”
파벨 버몬드가 놀라서 되물었다.
“저, 저희가 얻어맞고 오는 걸 알면 빈센조 경이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겁니다!”
“네 몸을 한번 살펴 봐라. 상처가 있나 없나.”
데미안의 말에 파벨 버몬드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어, 어어?”
데미안에게 맞을 때만 해도 분명히 멍이 들거나 피부가 터졌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파벨 버몬드의 몸은 생채기 하나 없이 깔끔했다.
“어, 어떻게?”
“내가 옛날에 사람을 패는 법을 좀 자세하게 배웠거든.”
데미안 싸워 본 마스터 중에 인격교정자라는 인물이 있었다.
인격교정자는 굉장히 특이한 이유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었다.
인격교정자는 대륙을 돌아다니며 범죄자들을 교화시키는 것을 업으로 삼은 인물이었다.
그가 범죄자를 교정시키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우선 한 시간 동안 두들겨 팼다.
그래도 교정이 되지 않으면 때리는 시간을 두 배씩 늘렸다.
처음에는 한 시간, 두 시간, 네 시간, 여덟 시간.
전해지는 소문에 따르면 최장 512시간 동안 두들겨 팬 적도 있다고 한다.
범죄자들을 교화시키는 과정에서 인격교정자는 자신에게 얻어맞느라 피투성이가 된 범죄자들에게 연민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어떻게 하면 범죄자들을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고 팰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
인격교정자가 얻은 경지의 이름은 ‘엄살(奄摋)’로 아무리 강하게 때려도 고통만 줄 뿐, 실핏줄 하나 터지지 않았다.
“미리 경고해 두지만 오늘 있었던 일을 빈센조 경에게 알린다거나, 내일 이곳에 나오지 않는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 훈련에 지장이 생긴다?”
데미안이 살의를 일으켰다.
파벨 버몬드와 다른 기사들은 데미안의 살기를 견디지 못했다.
가장 약한 기사는 입에 거품을 문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럼 그때는 내 손에 끌려와서 하루 종일 얻어터질 줄 알아라.”
* * *
그날 이후로 데미안과 결투기사들의 훈련이 시작되었다.
데미안은 매일 같이 기사들을 불러내서 훈련을 빙자한 구타를 했다.
“데미안 경! 아니, 데미안 님!”
참다못한 파벨 버몬드가 데미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소리쳤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처음 뵈었을 때 저질렀던 무례는 제가 사죄드리겠습니다! 이제 용서해 주십시오!”
데미안은 파벨 버몬드의 손을 뿌리쳤다.
“야, 어째 말이 좀 이상하다? 꼭 내가 너희들을 괴롭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잖아.”
“아, 아니 그, 그런 뜻이 아니라…….”
“내가 말하지 않았냐. 나는 지금 너희들을 훈련시키는 중이라고 말이야.”
파벨 버몬드는 할 말이 많지만 꾹 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황금을 들이밀어도 몰라보는 놈들.’
데미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이들은 알아보지 못했지만 데미안은 대련할 때, 특정한 검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기사들이 사용하는 사자위검을 말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기사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은 힘들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저들을 사자위검에 적응시키기로 결정했다.
‘한두 명 정도는 알아보지 않을까 했는데.’
단 한 명도 알아보는 기사가 없었다. 이들의 경험이 미천하다는 증거였다.
“쓸데없는 소리하느라 푹 쉬었지? 빨리 일어나라.”
데미안 학센은 훈련용 가검으로 땅을 탕탕 때리며 말했다.
* * *
그렇게 5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데미안은 기사들과 어울리며 균형환을 모조리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로 인해서 얻은 변화는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원래 데미안의 몸은 잔근육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옷을 입으면 왜소해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건장한 체격으로 바뀌었다. 균형환 덕분에 근육량이 확 증가한 덕분이었다.
‘단순히 외관만 변한 게 아니야.“
데미안은 훈련용 가검을 내리쳤다. 깔끔한 바람 소리와 함께 가검이 훈련장 바닥을 깊이 파고들었다.
‘근육의 질이 달라졌다. 훨씬 빠르고, 힘이 넘쳐.’
개보다 호랑이의 근육이 우월하다는 것은 굳이 고민해 볼 필요도 없다.
균형환은 데미안의 근육을 더 높은 수준까지 올려놨다.
‘과연 아조트 아르켈수스의 비약답군.’
데미안이 자신의 변화에 크게 만족하고 있을 때였다.
“크, 크허어…….”
“으아아아…….”
바닥에 엎어져 있는 기사들이 신음을 흘렸다.
데미안은 그들을 힐끔 내려다봤다.
‘저놈들도 많이 성장했지.’
처음에는 데미안에게 저항 한번 못 해 보고 얻어맞기만 했다.
하지만 열흘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대응하는 수준까지 왔다. 사자위검에 슬슬 적응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데미안이 손속을 뒀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들의 재능이 뛰어난 덕분이기도 했다.
‘괜히 결투기사로 뽑힌 게 아니야.’
이대로 한 달을 채우면 결투에서 승리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뭐 하나. 이 버러지들아! 당장 일어나라! 아직 훈련 안 끝났다!”
데미안이 큰 소리로 외쳤다. 기사들은 여전히 바닥을 기기만 했다.
“일어나지 않으면 한 놈씩 두들겨 패겠다!”
데미안 한 번 더 으름장을 놓고 나서야 기사들은 벌떡 일어났다.
그때였다.
“데미안 경! 여기 계셨군요.”
공작의 시종이 훈련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각하께서 데미안 경을 찾으십니다.”
“무슨 일이지?”
“그것이…….”
시종이 곤란하다는 듯 안색을 굳혔다.
“첼시 대공녀께서 곧 돌아오신답니다.”
* * *
데미안은 곧바로 회의장으로 향했다.
회의장에는 이미 공작과 가신들이 모여 있었다. 데미안이 공작가를 습격했을 때보는 숫자가 적었다.
그때는 타 지역의 가신들도 모두 모이는 대회의였기에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데미안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자는 없는 것으로 보아 첼시 대공녀는 아직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 데미안.”
공작이 손을 흔들었다. 데미안은 공작의 옆에 가서 섰다.
“첼시 대공녀가 곧 돌아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아랫것을 보내서 먼저 소식을 알려 왔다네. 지금 돌아오는 중이라고 말이야.”
공작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두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외국에 나간 채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가 딸에게 하는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살벌한 소리였다.
“첼시가 어떤 기사를 데려올지는 나도 모르네. 미리 말해 두지만 첼시가 데려온 기사가 자네보다 월등히 뛰어나면 대표자 자리가 바뀔지도 몰라.”
그동안 보여 준 모습과는 달리 공작의 태도는 굉장히 매정했다.
“각하, 제가 저번에 했던 말을 벌써 잊으셨군요.”
“응? 무슨 소리인가.”
“누구를 데려와도 저보다 못합니다.”
공작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큰소리로 웃었다.
“으하하핫! 난 자네의 이런 모습이 마음에 들어! 항상 자신감이 넘치잖나.”
공작이 데미안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그때, 문밖으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리로 보건데 적게 잡아도 십여 명이 넘게 다가오고 있었다.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자 회의장 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양쪽 문을 활짝 열었다.
젊은 여성을 필두로 열 명이 넘는 남자들이 뒤따라오고 있었다.
모두 전사인지 살벌한 기세를 품고 있었다.
“아버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젊은 여인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같이 온 남성들도 똑같이 행동했다.
“첼시 골드픽시. 지금 귀환했습니다.”
또렷한 목소리가 회의장을 가득 울렸다.
데미안 학센은 공작 옆에 선 채 첼시 골드픽시를 관찰했다.
지금까지 그가 봐 왔던 귀족 영애들과는 많은 점에서 달랐다.
우선 입고 있는 옷부터 그랬다.
단출하고 실용적인 여행복을 입고 있었다. 곳곳이 헤진 것으로 보아 오랫동안 입은 듯했다.
머리는 멋을 부리지 않고 하나로 묶어 놓았다. 덕분에 목선이 훤히 드러나 보였다.
‘무엇보다 눈빛이 다르군.’
마치 작은 불씨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야심에 가득 찬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이었다.
‘이래서 공작이 탐탁지 않아 했던 것인가.’
귀족 가문에서 부모 자식 간의 권력 다툼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아직 정정한 부모와 빨리 권력을 승계 받고 싶어 하는 자녀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첼시, 무사히 돌아왔구나.”
속마음과는 별개로 공작은 첼시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듯 양팔을 크게 벌렸다.
“그래서 결투에 참가시킬 기사는 데려왔느냐?”
첼시가 손짓했다. 무리 중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왔다.
흑곰이 연상될 만큼 덩치가 크고 몸에 털이 많은 남자였다.
눈이 굉장히 작았다. 반면 검은자위는 커서 흰자위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등에는 두 자루의 손도끼를 짊어지고 있었다.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었으나 피비린내가 물씬 풍겨 왔다.
“각하! 안녕하십니까!”
남자가 입을 열었다. 호탕한 목소리가 회의장을 울렸다.
“광야수(狂野獸) 기욤 블랙윙이라 합니다!”
그 이름이 들리자마자 회의장이 시끄럽게 변했다.
* * *
데미안은 기욤 블랙윙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애초에 그가 기억하고 있는 기사들은 대부분 마스터 클래스 뿐이었다. 로우클래스 따위를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기욤 블랙윙이라면…… 자유기사로 유명한 남자 아닙니까?”
“에클레앙 왕국의 분쟁에 참가해서 로우클래스들을 학살하다시피 했다던데…….”
“로우클래스 중에서는 적수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욤 블랙윙이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가신들의 대화만 들어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오호.”
공작조차 기욤 블랙윙에게 관심을 표했다. 공작은 기욤 블랙윙을 유심히 살피며 물었다.
“그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네. 전장에만 나오면 맹수처럼 날뛰는 바람에 광야수라는 칭호가 붙여졌다지?”
“애플 왕국까지 제 명성이 퍼진 모양입니다.”
기욤 블랙윙은 거칠게 웃으며 좋아했다.
기사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예의라는 것을 조금도 모르는 남자인 듯했다.
“아버지, 기욤 블랙윙 경은 고맙게도 제게 충성을 맹세하고, 이번 결투에 참가하겠다 약조했습니다.”
첼시 골드픽시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기욤 블랙윙 경이라면 미하엘 라이언블룸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지원을 해 주신다면 확률은 더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가신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욤 블랙윙이라면 정말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미하엘 아이언블룸이 천재라고 불리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명성만 놓고 보면 기욤 블랙윙이 더 위에 있지 않습니까?”
“미하엘 라이언블룸이 완성되어 가는 중이라면 기욤 블랙윙은 이미 완성되어 있습니다.”
가신들의 의견은 무척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공작은 그렇지 않았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되었군.”
공작이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첼시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직 소개하지 않았구나.”
공작이 데미안 학센을 가리키며 말했다.
“데미안 학센 경이다. 이번에 결투의 대표자가 되었지.”
첼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드렸잖습니까.”
“그렇게 말하긴 했지. 하지만 내가 기다려 주겠다고 말한 적은 없지 않느냐.”
황당하다는 듯 첼시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그럼 지금이라도 대표를 바꾸시면 되겠군요.”
“그건 고민을 좀 해 봐야겠구나.”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 아닌가요? 전 데미안 학센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런 근본도 없는 기사보다 기욤 블랙윙 경을 선택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
첼시가 공작을 노려보며 말을 쏟아냈다.
“그건 그렇습니다. 데미안 학센 경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기욤 블랙윙이 더 믿음직스럽죠.”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기욤 블랙윙 경이 상대하고 데미안 학센 경은 다른 기사를 상대시키면 됩니다.”
가신들은 첼시의 말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들이 보아도 데미안 학센보다는 기욤 블랙윙이 훨씬 강해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공작의 의견은 달랐다.
“여기 있는 데미안 학센 경은 혼자 공작가의 경비를 돌파했고, 에른스트 호위츠 경의 일격까지 막아 냈어. 기욤 블랙윙 경의 실력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데미안 학센 경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되는군.”
공작의 말에 첼시 골드픽시가 이를 악물었다.
“……능력을 중요하다면서 어머니를 내치실 때는 언제고 지금은 다르게 행동하시네요.”
그 순간, 공작의 얼굴이 확 굳었다. 의자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구나.”
“용서하세요. 여행의 피로가 쌓여 있어서 제정신이 아니거든요.”
첼시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
“대표자의 변경은 가신들과 상의한 뒤에 결정하도록 하겠다.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고 물러나도록 해라.”
공작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때였다.
“각하, 남자가 볼품없이 회의가 뭡니까.”
별안간 기욤 블랙윙이 입을 열었다. 깜짝 놀란 첼시 골드픽시가 기욤 블랙윙을 말렸다.
“지금 무슨 짓이에요.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
“어차피 대표자니 뭐니 가장 강한 놈이 앉는 거 아닙니까? 그냥 화끈하게 싸워서 이기는 놈이 가져가는 걸로 합시다.”
기욤 블랙윙이 데미안 학센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데미안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마음 같아서는 저 건방진 놈을 당장 때려눕히고 싶었다.
그랬다가는 저 무식한 놈과 동급으로 취급받을 게 뻔했다.
그렇기에 우선 공작에게 양해를 구하기로 했다.
“각하, 회의장을 약간 망가트려도 되겠습니까?”
“음? 마음대로 하게.”
데미안은 기욤 블랙윙에게 다가갔다. 기욤 블랙윙의 코털이 보일 정도로 근접했다.
“남자답게 해결하자고 했나?”
“오오, 그쪽도 내 말에 동의하는 모양이지?”
“동의하고말고.”
데미안이 기욤 블랙윙에게 손을 내밀었다.
“굳이 싸울 필요까지 있나. 그냥 이 자리에서 힘을 겨루는 걸로 결정하자.”
그 말에 가신들은 크게 당혹스러워했다.
기욤 블랙윙은 데미안 학센보다 머리통이 하나 이상 컸고 팔뚝은 세 배 이상 두꺼웠다.
겉으로만 차이가 나는 게 아니었다. 기욤 블랙윙은 괴력으로 유명한 기사였다.
“그러다 팔 뽑혀도 난 모른다?”
“잔인하기도 하군.”
데미안은 기욤 블랙윙의 팔을 쓱 쳐다보며 말했다.
“난 적당히 어깨뼈를 뽑아 버리는 선에서 끝내 주마.”
“지랄.”
기욤 블랙윙이 데미안 학센의 팔을 움켜잡았다.
그 직후, 기욤 블랙윙은 머리부터 땅에 처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