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5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50화(250/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50화
250화 헤어짐 (3)
데미안은 에레보스의 조각이 눈앞에 있음에는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다.
“이게 어떤 물건인지 알고 계시면서도 제게 주시겠다는 겁니까?”
에레보스는 기원을 알 수 없는 무기였다.
그나마 알려진 것이라고는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과 작은 조각이라 할지라도 엄청난 힘을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
“잘못 사용하면 엄청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걸 제게 주시겠단 말입니까?”
제국제일검은 살짝 고개를 들었다. 먼 곳을 응시하며 말했다.
“이것의 운명이 그대에게 이어졌으니까.”
그런 이유로 에레보스의 조각을 넘기는 것을 보면 역시 정신 나간 인간이 맞았다.
하지만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제국제일검이 가지고 온 조각은 상당히 컸으니까.
저것을 에레보스에 흡수시키면 위력이 크게 강화될 게 분명했다. 어쩌면 새로운 권능이 개방될지도 몰랐다.
웨폰마스터와의 전투를 고려하고 있는 시점에서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선물이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데미안은 에레보스의 조각을 붙잡았다. 손목에 문신으로 잠들어 있던 에레보스가 조각에 반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데미안 학센, 폐하께 받은 보검을 가지고 있나?”
데미안이 조각을 받자 제국제일검은 생뚱맞은 질문을 던졌다.
이미 제국제일검의 화법에 익숙해진 터라 데미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것을 이용해서 황명을 사칭했다던데.”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아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도록 해라.”
“……예?”
데미안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제국제일검을 쳐다봤다.
“이미 폐하와 이야기가 끝났다. 그대의 목적을 위해서 마음껏 폐하의 권위를 빌리도록 하라.”
데미안은 물론이고 검성까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제국제일검의 말은 황제가 데미안의 뒷배가 되어주겠다는 뜻이었다. 이는 황족을 넘어선 특권이었다.
“또한 그대가 암흑기사라는 사실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해도 보검의 사용을 허락하겠다. 그때는 폐하뿐만 아니라 나도 그대를 비호하겠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비틀림을 바로잡는 게 더 중요하다.”
흑마력을 사용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였다. 그렇기에 데미안도 남들이 보지 않을 때만 사용해 왔다.
하지만 황제와 제국제일검이 데미안을 옹호한다면 상황이 달라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남들 앞에서 흑마력을 무분별하게 남용할 생각은 없었다. 너무 위험한 행위였으며, 괜한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싫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친다면…… 그때는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겠군.’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흑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손에 들어왔다. 언젠가 유용하게 쓰일 날이 올 것이다.
“아, 그리고 폐하께서 꼭 황실에 들려 달라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하더군.”
“조사가 끝나면 바로 가야겠군요.”
“아니, 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예?”
“황실에 갔다가는 폐하와 관료들에게 붙잡히게 될 거다. 하지만 그대는 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지 않나.”
그 말을 남기고 제국제일검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작별 인사도 없이 방을 나갔다.
“…….”
데미안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방문을 쳐다봤다. 제국제일검의 성격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저 녀석 저거 말도 없이 그냥 나가네.”
검성은 예상했다는 듯 쯧쯧 혀를 찼다.
“그보다 저놈의 말이 사실이냐? 정말 암흑기사야?”
“맞습니다.”
“……농담하는 거지?”
이미 들켰으니 숨길 필요가 없었다. 데미안은 팔찌를 풀어서 흑마력을 조금 해방시켰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흑마력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줬다.
“……맙소사.”
검성은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적잖이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흑마법도 사용할 줄 압니다?”
“뭐? 이거 진짜 돌아버리겠네.”
검성은 푹푹 한숨을 내쉬었다.
“절 처단하실 겁니까?”
“아니, 안 해.”
검성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저 녀석이 좀 이상한 놈이긴 해도 흑마법사와 암흑기사에 대해서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아. 모두 죽여 버리지. 그런데 저 녀석이 널 살려 뒀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다는 거겠지.”
생각보다 검성은 제국제일검을 깊이 신뢰하고 있는듯했다.
“제가 흑마력을 사용할 줄 아는 건 사실이지만 흑마력 때문에 사람을 죽인 적은 없습니다.”
“그럼 이건?”
“흑마법사들을 죽이고, 흩어진 흑마력을 모아서 사용한 겁니다.”
“그래서 저 녀석이 가만히 있었나.”
검성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나도 이만 가 봐야겠다. 저 녀석을 내버려 두면 불안해서 말이야.”
방을 나가기 전, 검성이 말했다.
“아, 그리고 황실로 가지 않는 건 나도 추천한다. 저 녀석 말대로 폐하께서 널 붙잡고 절대로 놔주지 않을 것 같거든.”
그리 말한 뒤, 검성도 방을 나갔다.
그런데 두 사람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데미안은 두 사람이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밖에 있는 사람은 제국제일검도, 검성도 아니었다.
“데미안 경, 문을 열어 줘서 고맙네.”
아카데미의 학장 알트만 베데풀리테였다.
* * *
첫 만남 때, 알트만 베데풀리테는 데미안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아니, 그 수준을 넘어서 싫어하는 티를 낼 정도였다.
“안에 들어가도 되겠나?”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랐다. 기가 죽은 채 데미안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들어오시지요.”
“고맙네.”
데미안은 알트만을 방 안으로 안내했다. 두 사람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학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네.”
의자에 앉자마자 알트만은 그렇게 말했다. 데미안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갑작스럽군요.”
“당연한 수순이라네. 아카데미에 슬라가 잠입한 것도 모자라서 학생들까지 여럿 희생시키지 않았나.”
슬라는 특수혈통을 가진 아카데미 학생들을 납치해서 연구재료로 사용되었다.
아카데미에 남아 있는 슬라의 흔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사실들이 모두 드러나고 말았다.
“그러니 학장인 내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게 맞겠지. 나뿐만 아니라 교사진이 대대적으로 물갈이가 될 거야.”
알트만의 목소리에서는 미련이나 억울함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족한 감이 있지. 내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니.”
그러기는커녕 죄책감만 가득했다.
“학장직을 그만두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 내일부터는 바빠질 예정이야. 그래서 그전에 자네를 만나러 온 것이라네.”
알트만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네.”
알트만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 덕분에 슬라를 막을 수 있었네. 아니었다면 더 많은 학생이 희생되었을 거야.”
알트만의 감사는 짧게 끝나지 않았다.
“더불어 납치된 13반의 학생들을 구해 줘서 고맙네.”
“13반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요.”
“좋아하지는 않지. 하지만 어느 교사가 학생들이 죽기를 바라겠네.”
알트만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품속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서 데미안에게 내밀었다.
“이걸 받아 주게나.”
약병 안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액체가 담겨 있었다. 데미안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데미안의 물음에 알트만이 나지막이 말했다.
“엘릭서라네.”
* * *
그 말을 들은 순간, 데미안은 하마터면 약병을 떨어트릴 뻔했다.
엘릭서.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전설의 비약.
물론 진짜로 죽은 자를 살리는 효능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전설이 생길 정도로 대단한 비약임은 틀림없었다.
설사 심장이 뜯겨 나가고, 하반신이 통째로 잘려 나가도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먹이면 전부 재생이 될 정도였으니까.
“엘릭서는 연단학파에서만 복원하는데 성공했다고 들었는데요.”
“연단학파의 종주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네. 그때 어렵게 받은 물건이지.”
알트만은 엘릭서를 데미안의 앞에 내밀며 덧붙였다.
“엘릭서는 여분의 목숨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비약일세. 하지만 다른 효능도 있지. 멀쩡한 사람이 엘릭서를 먹으면 신체가 재구성을 하거든.”
신체의 재구성.
그 말에 데미안은 눈을 빛냈다.
“환골탈태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환골탈태란 마스터클래스들이 벽을 넘는 과정에서 극히 드물게 발생하는 신체의 각성을 말했다.
육체가 성장하는 것도, 변이하는 것도 아니다. 근본부터 완전히 새롭게 구성됨으로서 더 높은 차원에 도달한다.
그것을 환골탈태라고 불렀다.
“다만, 엘릭서를 마신다고 무조건 환골탈태를 경험할 수 있는 건 아니라네. 개인의 역량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들었네.”
그래도 괜찮았다. 환골탈태의 가능성을 마련해 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회였으니 말이다.
“제가 이걸 받아도 되겠습니까.”
“오히려 내가 부탁하고 싶네. 그래야 내 마음의 짐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 같아.”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엘릭서를 아공간 속에 넣자 학장의 얼굴이 살짝 펴졌다.
* * *
그 뒤로 며칠의 시간이 더 지난 뒤에야 조사가 마무리되었다.
조사가 끝나자 데미안은 아카데미를 떠날 준비를 했다.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나왔다. 하지만 데미안은 성문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데미안이 도착한 곳은 바로 블랑카 로쉐가 죽은 장소였다.
건물은 완전히 전소되어 버렸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검은 잿더미와 잔해들뿐이었다.
“어리석은 여자 같으니.”
데미안은 조사관들에게 블랑카 로쉐에 대한 것들을 모두 말했다. 단 하나도 숨기지 않았다.
그 때문에 블랑카 로쉐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고, 영원토록 배신자로 불릴지라도 상관없었다.
그녀는 자식을 살리고자 슬라에게 협력했으며 수많은 학생을 희생시켰다.
단순히 죽는 것만으로는 죗값을 치를 수 없었다.
“내가 뭐라고 했나. 다 잃을 거라고 했지.”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서 창을 꺼냈다. 그리고 땅에 내리꽂았다.
“원수는 갚았다.”
데미안이 마지막에 블랑카 로쉐의 창을 챙긴 이유는 그녀의 물건으로 슬라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였다.
그녀를 동정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한 행동은 용서받을 수 없다. 데미안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흑마법사에게 농락당하다 죽은 모습에서 데미안은 전생의 자신을 보았다.
그렇기에 마지막 온정을 베푼 것이다.
“잘 있어라.”
데미안은 몸을 돌렸다. 아카데미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성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성문에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너희들이 어쩐 일이냐?”
올리버와 페넬로페, 그리고 13반 학생들은 서로 눈치를 봤다. 그러다 한 사람이 외쳤다.
“그,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한두 명씩 소리쳤다.
“서, 선생님 덕분에 처음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가, 가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 정말로 제가 한 게 맞냐면서요!”
“이, 이렇게 칭찬을 받은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13반을 쳐다봤다.
설마 이 망나니 같은 놈들이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 자신을 기다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철이라도 든 모양이었다.
“……선생님.”
그때, 학생들 사이에서 올리버와 페넬로페가 걸어왔다. 두 사람은 죄라도 지은 것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죄, 죄송합니다.”
“뭐가 말이냐. 또 맞을 짓이라도 한 거냐?”
“저, 저희 둘을 구해 주셨는데…… 저희는…… 그러니까…….”
데미안을 보고 겁먹은 일을 아직까지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모양이다.
“신경 쓰지 마라. 난 괜찮으니까.”
데미안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이리 와 봐라.”
데미안이 손짓을 했다. 두 사람은 머뭇거리며 다가왔다. 데미안은 두 사람을 안으며 말했다.
“올리버, 너는 쾌검에 재능이 있다. 꾸준히 갈고 닦도록 해라.”
“예, 예!”
“페넬로페, 너는 솔직히 말해서 평범한 수준이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높은 경지를 볼 수 있을 거다.”
“명심…… 하겠습니다.”
데미안은 두 사람을 품에서 놓았다.
어느새 데미안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대체 왜 걸어가는 걸 고집하는지 모르겠네.”
검성은 길을 걸으며 투덜거렸다.
“올 때는 빨리 가야 한다면서 달려왔잖아. 근데 왜 갈 때는 이렇게 느긋한 건데.”
제국제일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검성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응?”
그때, 제국제일검의 걸음이 멈췄다. 검성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그러냐. 또 무슨 운명이 보이기라도 한 거냐?”
“그래, 보였다.”
“뭐? 정말이야? 뭐가 보였는데?”
“기이하군. 새로운 운명들이 나타났어. 비틀림이 약간 해소되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데미안 학센이 또 뭔가를 한 건가?”
제국제일검은 중얼거리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사람이 말하면 좀 알아듣는 척이라도 해라.”
검성은 투덜거리며 제국제일검을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