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5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51화(251/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51화
251화 목적지 (1)
교단을 나온 데미안은 신성교단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제국제일검과 검성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금 데미안에게는 할 일이 많았다. 제국에 얽매여 있을 수는 없었다.
‘슬라를 죽였으니 판데모니엄 쪽에서 어떤 식으로든 반응할 거다.’
슬라는 평범한 거악이 아니었다. 판데모니엄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였다.
그런 인물이 죽었으니 판데모니엄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날 건드는 건 상관없다. 모두 죽여 버리면 되니까. 하지만 가족들이 그걸 용납할 리 없어.’
데미안의 유일한 약점이 바로 가족들이었다. 행여나 판데모니엄에서 가족들을 건드린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오장육부가 끊어지는 것 같았다.
‘가족들 옆에서 판데모니엄의 습격을 대비하는 건 하책이다.’
판데모니엄에서 무슨 계략을 꾸밀지 모르는데 가만히 가족들만 지키고 있을 수 없었다. 그건 판데모니엄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데미안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판데모니엄을 한 번 더 뒤흔든다.’
판데모니엄 측에서 데미안과 가족들에게 신경 쓰지 못하도록 한 번 더 판을 뒤엎을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웨폰마스터를 죽여야 한다.’
웨폰마스터는 슬라 못지않게 강대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거악이다.
슬라에 이어서 웨폰마스터까지 죽는다면? 판데모니엄은 큰 충격에 빠지고 대외적인 활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이 계획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그 장소까지 어떻게 가느냐가 문제군.’
이전에 데미안은 웨폰마스터의 제자를 죽임으로써 웨폰마스터의 위치를 알아냈다.
하지만 웨폰마스터가 있는 장소는 인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어쩌면 신성교단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리 생각하며 데미안은 걸음을 재촉했다.
* * *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데미안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동했다.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본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는 여전하군.”
데미안은 본단을 둘러싸고 있는 높은 성벽을 내다보며 말했다.
성벽의 주변에는 강처럼 넓은 해자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데미안은 해자에 놓여 있는 다리를 따라서 이동했다. 끝에 도착하자 성문을 지키고 있는 거신상 두 대가 보였다.
-멈춰라. 본단은 낯선 자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
두 거신상이 데미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데미안은 아공간에서 명예성기사의 징표를 꺼냈다.
두 거신상의 시선이 징표에 집중되었다. 잠시 후, 거신상들이 창을 치우며 말했다.
-명예성기사 데미안 학센이로군.
-신원을 확인했다. 안으로 들어가도 좋다.
이 두 거신상은 평범한 골렘이 아니었다. 막강한 전투력을 가진 병기일 뿐만 아니라, 본단과 신성력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떤 업무든 금방 처리할 수 있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라.
데미안이 가만히 있지 거신상들이 재촉했다. 데미안은 두 거신상에게 말했다.
“혹시 아그네스라는 성기사가 있으면 내가 왔다고 전해 줬으면 좋겠군.”
아그네스.
오대성인 중 한 명인 청염의 일대제자.
그리고 환생한 이후, 데미안이 처음으로 연을 맺은 성기사였다.
신성교단처럼 넓은 곳을 혼자 다닐 수는 없었다. 도우미가 필요했다.
-잠시 기다려라.
거신상들의 눈동자가 다시 빛났다. 이윽고 거신상들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아그네스라는 성기사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곳으로 오는 중이니 들어가서 기다리도록 해라.
데미안은 성문 안으로 들어간 뒤, 잠시 기다렸다. 그러자 저 멀리서 여자 성기사 한 명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데미안 님!”
아그네스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서는 데미안의 앞에 멈춰섰다.
평소에는 무감정하다 못해서 차갑게 느껴지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라 있었다.
“아, 아니…… 대체 어떻게 오신 겁니까……?”
“섭섭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제가 온 게 달갑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데미안이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아그네스는 크게 당황했다.
“아, 아닙니다! 저는 언제나 데미안 님을 기다리고 있었…… 그, 그게 아니라 교단은 언제나 데미안 님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데미안 님께서는 제국의 기사가 되신 게 아닌가 해서…….”
“제가요? 제국의 기사가 됐다고요?”
데미안으로서는 아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헬리안 경연에서 우승하셨잖습니까.”
“헬리안 경연에는 다른 국가의 기사들도 참가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참가했다가 우승한 것뿐입니다.”
“황제에게 보검을 하사받으셨다고 들었는데요.”
“그냥 받은 거지 충성 맹세를 한 적은 없습니다.”
“제국의 아카데미에 교사가 되셨잖습니까.”
“그건 슬라를 잡기 위해서 들어간 것뿐입니다.”
아그네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다행이네요. 저는 데미안 님께서 제국의 휘하에 들어가신 줄 알았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 마음은 언제나 신께 향하고 있습니다.”
데미안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말했다.
신성교단과의 연줄은 굉장히 유용했기에, 이렇게 금칠을 해서라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역시 그러셨군요! 다른 사람들은 데미안 님께서 신앙을 저버렸다고 떠들어댔지만 저는 믿지 않았습니다. 저는 데미안 님께서 아직도 독실한 신앙심을 품고 계실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아그네스 님께서는 제 마음을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 그그, 그렇게 잘 아는 건 아닙니다.”
아그네스가 두 볼을 붉히며 말했다.
“참, 잊을 뻔했네요.”
별안간 아그네스가 데미안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아그네스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왜 이러시는 겁니까?”
“데미안 님께서 탕녀 슬라를 죽였다고 들었습니다. 이단자들 중에서도 가장 극악무도인 자를 처단하시고, 신의 뜻을 바로 잡으셨으니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게 당연합니다.”
아그네스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성기사들도 데미안 님께 같은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슬라의 죽음은 제국뿐만 아니라 신성교단까지 뒤흔든 모양이었다.
세상에서 흑마법사들을 가장 혐오하는 집단이 신성교단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그네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그런데 교단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호, 혹시 저 때문에 오신 거라면…….”
“이걸 수리하려고 왔습니다.”
데미안이 허리춤에 있는 여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아그네스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성검을 수리하려고 오셨군요.”
“속이라도 안 좋으신 겁니까?”
“……아닙니다.”
아그네스가 어딘가 가시 돋힌 말투로 대답했다. 데미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아그네스를 쳐다봤다.
“이 시기에 오셔서 다행입니다.”
“다행이라뇨?”
“스승님께서 임무 때문에 외출하셨거든요. 스승님께서 데미안 님을 봤다면 분명히 앞뒤 가리지 않고 대련을 청했을 테니까요.”
그 말에 데마안은 몸이 으스스해지는 것을 느꼈다. 청염의 성격을 생각하면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교단을 처음 방문했을 때도 데미안의 실력이 궁금하다며 다짜고짜 공격했으니 말이다.
당시 데미안은 겨우 미들클래스였고, 청염은 마스터클래스임에도 그랬다.
“성검을 수리하러 오셨다면 몰타 경을 뵈러 가셔야겠군요.”
“성하께 먼저 인사를 드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성하께서는 일주일 전에 묵언기도에 드셨습니다. 오늘 저녁에 끝나십니다.”
성황은 주기적으로 묵언기도라는 것을 올렸다.
아무 말도 없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일주일 동안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절 따라오세요.”
아그네스는 데미안을 본단 내부에 있는 공방으로 안내했다.
신성교단의 무구는 대륙 전역에서 인정을 받을 정도로 뛰어났다. 명성에 걸맞게 공방의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공방을 돌아다니고 있는 대장장이들의 모습이었다.
키가 어린애처럼 작았다. 반면 전신에 돌덩어리 같은 근육이 가득 붙어 있었다.
공방에 있는 대장장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드워프들이었다.
신성교단은 인간뿐만 아니라 이종족 사이에도 널리 퍼져 있는 종교였다.
이들은 신성교단이 창설될 당시, 투신한 드워프들의 후손이었다.
“어린 성기사. 무슨 일이냐.”
드워프 한 명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아그네스는 짧게 인사하며 말했다.
“몰타 님을 뵈려고 왔습니다.”
“약속은 잡았나? 그렇지 않은 자는 들여보낼 수 없다.”
“여기 계신 분은 약속을 하지 않아도 몰타 님을 뵐 자격이 있습니다.”
드워프는 삐딱한 시선으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 분은 데미안 학센 님입니다. 영급 성검인 여명의 주인이시죠.”
“……뭐? 데미안 학센이라고?”
하지만 아그네스가 이름을 밝히자 두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여명의 주인이라면 몰타 님을 뵐 자격이 있지. 조금만 기다리도록 해라.”
드워프는 공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무언가 시커먼 것이 안쪽에서 튀어나왔다.
“여명아아아아아!”
얼굴과 머리에 털이 북슬북슬한 드워프가 울음보를 터트린 채 달려오고 있었다.
“네이놈 데미안 학센! 어서 여명이를 내놓지 못하겠느냐!”
데미안은 징그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여명을 내밀었다. 몰타는 양팔로 여명을 끌어안았다.
“여명아! 이게 대체 얼마만이냐! 네가 없는 동안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아느냐?”
지이잉! 지이이이잉!
여명도 반갑다는 듯 검명을 울렸다. 그러자 몰타는 더 크게 울었다.
“어디 보자…… 그동안 다치지 않고 잘 지냈는지 확인해 보자꾸나.”
몰타가 여명을 칼집에서 빼냈다. 그리고 여명의 칼날에 이가 나간 것을 보자마자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데미안 학센.”
“왜 그러십니까.”
“……이게 무엇이냐.”
“칼날이 나갔잖습니까.”
데미안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러자 몰타의 두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누가 그걸 몰라서 묻는 줄 아느냐! 여명이를 얼마나 험하게 굴렸으면 이 단단한 아이의 몸에 상처가 났냐고 묻고 있는 게 아니냐!”
“슬라랑 싸우다가 생긴 겁니다.”
“뭐? 슬라?”
슬라라는 이름에 몰타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몰타는 여명을 끌어안은 채 중얼거렸다.
“탕녀 슬라…… 그런 괴물이라면 이 정도 상처쯤은…… 오히려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 내가 만든 무기가 슬라의 숨통을 끊어 버릴 줄이야…….”
한참 고민하던 몰타가 데미안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번 한 번만 봐주도록 하마.”
“예에, 눈물 나게 감사하군요.”
데미안이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러자 몰타가 다시 쌍심지를 켰다.
“안 되겠다! 여명아! 다시 내 품으로 돌아오거라! 저딴 놈한테 널 맡겨 둘 수는 없다!”
지이이잉…….
“뭐? 싫다고? 이 배은망덕한 놈! 이래서 딸자식 키워야 아무짝에도 소용없다는 옛말이 있는 게로구나!”
데미안은 피곤하다는 얼굴로 몰타를 쳐다봤다.
“그리고 이놈! 영급 성검은 성장할 때마다 담금질을 해야 하거늘 왜 이제야 여명을 가져온 게냐!”
“최근에 많이 바빴습니다.”
“어쨌든 잘 가져왔다! 아주 잘했어!”
몰타는 여명의 칼날을 쓰다듬으며 괴기하게 웃었다.
“여명이 이놈…… 못 보던 사이에 아주 훌륭하게 성장했구나…… 내 손길만 거치면 이번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질 게다…… 으흐흣.”
데미안은 징그럽다는 얼굴로 몰타를 흘겨봤다. 그러다 아그네스에게 물었다.
“원래 저런 드워프입니까?”
“그…… 평소에는 자제를 하시는 편인데…….”
아그네스는 데미안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몰타 님,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만.”
“뭐냐? 여명의 손질 방법을 물을 생각이라면 조금만 기다려라.”
“……그걸 물어보려는 게 아닙니다. 몰타 님께서는 신성교단에 투신한 드워프들을 모두 이끌고 계시죠?”
“그런데 왜?”
“그렇다면 다른 지역에 있는 드워프들과도 교류를 맺고 계십니까?”
데미안의 물음에 몰타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교류를 맺고 있는 도시가 몇 군데 있긴 하지.”
드워프들은 왕국이 아니라 도시 단위로 생활하는 종족이었다.
인간이 생각하는 도시와는 모습이 많이 달랐다. 산맥이나 동굴 깊숙한 곳에 숨어서 생활하며 규모도 훨씬 컸다.
“그렇다면 빗금망치 도시와도 교류를 맺고 계십니까?”
“빗금망치? 거기는 왜?”
“여행길에 이름을 듣게 되어서 한번 물어봤습니다.”
사실 거짓말이었다. 데미안은 빗금망치라는 도시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데미안이 빗금망치 도시를 물어보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웨폰마스터.
다음 목표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