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5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53화(253/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53화
253화 목적지 (3)
데미안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문을 쳐다봤다.
슬라 정도 되는 거악을 죽였으니 여파가 만만치 않으리라 예상은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클 줄은 몰랐던 것이다.
“지금 본단의 사람들이 모두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어요.”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실시간으로 커지고 있었다.
광명의 말대로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었다.
-데미안 학센! 얼굴 한 번만 보여 주세요!
-슬라가 죽었다! 슬라가 죽었어! 데미안 학센이 죽였다!
-으하핫! 그 탕녀가 죽을 줄이야!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선명하게 들려왔다. 하나 그들의 환호에도 데미안은 피곤함을 느낄 뿐이었다.
‘귀찮을 일을 피하려고 황궁도 안 찾아갔는데…….’
어쩌면 황궁보다 더 귀찮은 곳으로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 도망치기에는 이미 늦은 거 같네요. 사람들이 예상보다 빨리 몰려들었어요.”
광명이 녹풍을 돌아보며 말했다.
“녹풍, 부탁 좀 할게요. 저랑 데미안 학센을 성황궁까지 데려다주세요.”
“언니…….”
“성하의 명령이라고 아까 말하지 않았나요?”
광명의 목소리가 다시 싸늘해졌다. 녹풍은 마른침을 삼켰다.
“다들 제 주변으로 모이세요.”
데미안과 광명은 녹풍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아그네스가 광명에게 물었다.
하지만 아그네스는 가만히 있었다. 대신 아쉽다는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 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오대성인이 모이는 자리였다. 아그네스가 동행하기에는 지위가 너무 낮았다.
“그럼 출발할게요.”
녹풍이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그때, 몰타가 황급히 달려왔다.
“나도! 나도 같이 가자!”
“몰타 님은 왜요?”
“성하께 드릴 부탁이 있어서 그래.”
녹풍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진짜로 출발할게요.”
네 사람을 중심으로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폭풍이 시야를 가렸다.
잠시 후, 바람이 걷혔을 때 네 사람은 공방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성황궁.
본단의 중심에 도착한 것이다.
‘또 봐도 신기하군.’
녹풍이 소속되어 있는 종파 ‘얽매인 바람’은 신성력을 바람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권능을 가진 성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얽매인 바람의 성기사들은 자신의 몸을 바람으로 바꾸는 기이한 이동술을 사용하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까지 같이 이동시키는 것은 오직 녹풍만이 가능했다.
“그럼 들어갈까요?”
광명이 앞장서서 걸었다. 세 사람은 광명을 따라서 성황궁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층층이 쌓인 계단 위에 놓인 성좌가 보였다.
성좌 위에는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파가 앉아 있었다.
“데미안 학센, 반가워요.”
성황이 데미안 학센을 맞이했다.
* * *
간 만에 본 성황은 무척 야위어 있었다.
아마 일주일간 묵언기도를 올리느라 건강이 많이 상한 모양이었다.
‘사람이 한 명 더 있군.’
성황궁 내부에는 성황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이 한 명 더 있었다.
남성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그 탓에 무척 피곤해 보였다.
‘흑설(黑雪).’
뒤섞인 눈보라의 종주이자 오대성인 중 한 사람.
오대성인 중에서 청염의 뒤를 잇는 2인자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묵야(黙夜)는 없는 모양이군.’
또 다른 오대성인을 생각하며 데미안은 성황에게 고개를 숙였다.
“성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는 마지막으로 본 지 얼마 안 된 것 같네요. 일 년도 안 되지 않았던가요?”
성황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동안 데미안 경에 대한 소문들이 엄청 많이 들려왔었답니다. 용병왕에게 갔다거나, 제국의 헬리안 경연에서 우승했다거나…… 그리고 슬라를 죽였다는 소문까지요.”
“제가 좀 바쁘게 살았습니다.”
데미안이 농을 던지자 성황이 웃음을 터트렸다.
“일 년도 안 되는 시간에 마스터클래스에 오르고, 슬라까지 죽인다…… 미안한 말이지만 저는 제국 측에서 헛소문을 흘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직접 보니까…….”
성황의 얼굴에 서서히 놀라움이 깃들었다. 그녀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정말…… 엄청 강해지셨군요.”
성황은 기사가 아니었다. 생전 무기라고는 잡아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알고 있었다. 성황에게는 제국제일검과 마찬가지로 기이한 통찰력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흑설, 지금 데미안 경은 어느 정도의 강자인가요?”
성황의 물음에 흑설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희 오대성인과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는 수준입니다.”
성황은 더더욱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렇게 젊은 나이에 슬라를 토벌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다…… 직접 보고 있는데도 믿어지지 않네요.”
“소인도 성하와 같은 생각입니다. 사실 방금 전까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흑설이 데미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두운 눈빛이 데미안을 직시했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신께 은총을 받은 사람들은 더욱 많죠. 제국제일검도 믿기 힘든 일화들을 많이 남기지 않았습니까. 데미안 학센 만큼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흑설의 말에 성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청염이 없어서 아쉽네요.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한 데미안 경을 봤으면 무척 좋아했을 텐데.”
성황이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늙은이가 데미안을 봤으면 실력을 확인해 보자면서 다짜고짜 주먹부터 휘둘렀을 테니 말이다.
“탕녀 슬라는 판데모니엄의 기둥 중 하나였죠. 제국뿐만 아니라 우리 본단도 슬라에게 많은 인재를 잃었답니다.”
성황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전대 오대성인 중에는 슬라의 손에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었답니다. 슬라는 그분의 유해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한 모독을 저질렀죠.”
슬라는 평범한 거악이 아니었다.
백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중에는 누구나 들으면 알 만한 유명한 강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교단은 줄곧 슬라의 뒤를 쫓았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죠. 그랬던 슬라가 토벌당하는 모습을…… 설마 제가 죽기 전에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성황이 성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서, 성하!”
녹풍이 놀라서 성황을 말리려 했다. 하지만 성황은 오히려 녹풍의 손을 거부했다.
“데미안 학센.”
계단에서 완전히 내려온 성황이 데미안의 앞에 섰다. 주름진 손으로 데미안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슬라는 존재 자체가 신에 대한 모독이었으며, 본단의 치부였습니다. 하지만 당신 덕분에 그 끔찍한 이단자를 처단할 수 있었습니다.”
성황의 고개가 천천히 내려왔다. 주변에 있던 오대성인들 전원이 깜짝 놀랐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성황은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말한 뒤에야 고개를 들었다.
“이 일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요.”
“보답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닙니다.”
성황은 고개를 저었다.
“데미안 경께서는 신을 대신하여 슬라를 처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신의 뜻을 따르는 우리가 그에 합당한 보답을 하는 것이 옳습니다. 게다가 당신은 본단의 명예성기사니까요.”
성황의 말에 데미안은 속으로 크게 흡족해했다.
‘역시 통이 크군.’
사실 방금 했던 말은 적당히 예의를 차린 것뿐이었다.
데미안은 교단에서 무언가를 준다는데 거절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데미안이 말을 하려던 찰나였다. 별안간 몰타가 앞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성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몰타, 나중에 말해 주시겠어요?” 지금은 데미안 경의 공훈을 논하고 있으니까요.“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몰타가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데미안 학센이 본단에 온 이유는 성검을 수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전에 지급 받은 영급 성검이 슬라와의 일전에서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정말인가요?”
성황이 놀란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데미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게 수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성하께서 아시다시피 영급 성검이란 성장할 때마다 다시 재련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데미안 경에게 지급된 성검이 너무 크게 성장해 버렸지 뭡니까.”
“숨 쉬고 말하셔도 돼요.”
성황의 말에 몰타는 숨을 가쁘게 들이마셨다.
“이 녀석을 새로 재련하려면 재료들이 만만찮게 필요한데 창고에 남아 있는 레어메탈이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침 성하께서 데미안 학센의 공훈을 논하고 계시니 지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지원이라…… 그걸로 충분히 보답이 될까요?”
“성하! 저희 신성교단의 야금술은 대륙 최고입니다! 제국조차 저희에게 미치지 못하죠! 본단에서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서 보상을 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데미안 경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황이 데미안에게 물었다.
데미안은 잠시 몰타를 쳐다봤다. 몰타는 데미안을 향해서 간절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원래는 영약을 요구할까 했는데…….’
데미안은 고민에 빠졌다.
영약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현재 데미안의 수중에 있는 영약은 드래곤하트의 조각과 엘릭서였다.
이 두 개와 비견되는 영약은 대륙을 뒤져 봐도 얼마 없었다.
‘당분간은 이 두 개를 흡수하는 일도 버거울 테니…….’
새로운 영약을 받아 봤자 바로 섭취할 수 없었다. 그럴 바에는 다른 보상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데미안은 뛰어난 무기가 얼마나 대단한 효용을 발휘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저는 찬성입니다.”
“데미안 경도 이렇게 말씀하셨으니 몰타, 당신의 부탁을 들어드리죠. 비고에 가서 필요한 레어메탈을 마음껏 가져가세요.”
성황이 흔쾌히 허락했다. 하지만 몰타는 고개를 저었다.
“성하, 저는 레어메탈을 부탁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럼 뭐가 필요한 거죠?”
“신철(神鐵)을 내어 주시길 바랍니다!”
몰타가 그 이름을 거론한 순간, 성황의 표정이 굳었다.
성황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오대성인들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몰타 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신철이 어떤 물건인지 아시는 분이 어떻게 그런 부탁을 하실 수 있나요!”
“알고 있지. 초대 성황께서 신께 하사받은 물건이잖냐.”
초대 성황 바르톨레오.
최초로 신성력을 각성한 인물로, 메이스 한 자루로 마룡의 골통을 부셨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초인 중의 초인이었다.
그때, 사용했던 메이스가 바로 신에게 직접 하사받았다고 알려진 신기 ‘모르페’였다.
특이하게도 모르페는 초대 성황이 죽은 이후, 물처럼 녹아내렸다고 한다.
그 녹아 버린 모르페가 바로 몰타가 말하는 ‘신철’의 정체였다.
“성하, 데미안 학센에게 지급한 영급 성검인 ‘여명’은 제 일생일대의 역작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운철을 이용해서 만들었죠! 그렇게 대단한 녀석이 수많은 격전을 거쳐서 성장했습니다!”
몰타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여명이 상대한 적 중에는 슬라도 있습니다! 그 괴물을 상대하고도 부러지지 않고 버텨 냈어요! 저는 지금까지 여명이처럼 크게 성장한 성검은 본 적이 없습니다!”
몰타가 머리를 땅에 박으며 소리쳤다.
“성하! 신철을 모두 내어 달라는 게 아닙니다! 조금만…… 술잔 정도의 양만 내어 주시면 됩니다!”
그런 몰타의 행동에 성황의 고민이 깊어졌다.
“성하, 안 됩니다.”
녹풍이 또다시 반대했다.
“데미안 학센은 본단에 정식으로 소속된 인물이 아닙니다. 그런 자에게 영급 성검을 내어 주신 것도 과한 은혜를 베푸신 것입니다. 그런 마당에 신철을 지원하시는 건 말도 안 됩니다.”
“녹풍의 말도 일리가 있군요.”
성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몰타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슬라를 죽였잖아요. 그 정도 공적이라면 신철을 조금 내어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 그건…….”
이미 반쯤 허락한 듯한 성황의 말에 녹풍은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다.
“언니! 아, 아니 광명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녹풍이 다급하게 광명을 쳐다봤다. 다른 오대성인의 권위를 빌리려는 듯했다.
“음…… 저도 좀 과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것도 아니고 신철이라뇨.”
“그, 그렇죠?”
“근데 슬라를 토벌했는데.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녹풍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흐, 흑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녹풍은 포기하지 않고 흑설을 불렀다. 흑설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신철은 너무하지.”
“그렇죠?”
“그런데 슬라를 잡았으니…… 난 상관없는데.”
녹풍의 얼굴에 절망이 내려앉았다.
“그럼 다른 성인들께서 찬성하셨으니…….”
성황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데미안 학센의 성검 재련에 신철을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 * *
성황의 명령이 떨어진 뒤, 오대성인들은 성황궁을 떠났다.
녹풍은 크게 충격을 받았는지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성황궁 밖으로 나갔다.
“저 아이를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별안간 성황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융통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단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랍니다.”
성황의 말에 데미안은 녹풍을 죽일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심장을 관통당하고, 죽어 가는 순간까지 녹풍은 성황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어떻게 오대성인 중 한 분을 미워하겠습니까. 그러다 괜히 큰일 나려고요.”
“미워하지 않는다니 다행이네요.”
데미안의 농담에 성황이 웃으며 말했다.
“왜 저보고 남으라고 하신 겁니까?”
오대성인들과 달리 데미안이 아직도 남아 있는 이유는 성황의 부탁 때문이었다.
“한 가지 더 물어볼 게 있어서요.”
데미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성황은 잠시 뜸을 들이다 데미안에게 물었다.
“이번 일로 조금은 후련해지셨나요?”
그 물음에 데미안은 입을 다물었다. 한참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슬라를 막 죽였을 때는 속이 시원했다.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을 뿐이다.
결국 슬라를 죽여 봤자 전생의 누님은 구원받지 못한다. 데미안이 한 일은 그저 자기만족일 뿐이었다.
“슬라 따위를 죽여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요.”
게다가 아직 죽여야 할 놈들이 너무 많았다. 가족들을 농락한 쓰레기들이 너무 많이 숨을 쉬고 있었다.
웨폰마스터가 그랬다.
웨폰마스터는 아버지의 영혼을 받아 갔다. 그리고 아버지의 영혼을 개의 사체에 집어넣었다.
아버지는 살이 썩고, 구더기가 살을 파먹는 불쾌함 속에서 절규하며, 괴로워했다.
이유?
에레보스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데미안에게 에레보스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한낱 유치한 질투심 때문에 아버지를 모독했다. 아버지를 고통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성하, 아직 멀었습니다. 아직 쓰레기들이 한참 남아 있습니다. 그 버러지들을 모두 죽이지 않는 한…….”
데미안의 두 눈동자가 살기로 번뜩였다.
“저는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 * *
“…….”
성황은 말없이 데미안을 바라봤다.
성황은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에 데미안 학센을 봤을 때, 성황은 피로 물든 땅과 검은 기사를 보았다.
검은 기사는 피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몸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성황의 눈에 보이는 데미안 학센은…….
“……달라진 게 전혀 없군요.”
성황의 중얼거림에 데미안 학센이 되물었다.
“무엇이 말입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실 성황은 데미안 학센에게 신철을 제공해도 될지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문답으로 망설임은 사라졌다.
이 상처받은 어린 양이 구원받을 수 있다면 신철을 조금 내주는 것쯤이야 무엇이 아깝겠는가.
“혹시 또 부탁할 게 있나요? 무엇이든 말해 보세요.”
마음이 약해졌기 때문일까. 성황은 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데미안 학센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아, 그렇다면 한 가지 부탁을 더 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데미안 학센은 성황에게 필요한 것을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성황은 연신 두 눈을 깜빡였다.“
“정말 그거면 되나요?”
“예, 그렇습니다.”
“너무 쉬운 부탁인데…….”
“제게는 꼭 필요합니다.”
성황은 약간 김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무슨 부탁이든 들어주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설마 그런 걸 요구할 줄이야.
“절 따라오세요. 지금 안내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