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5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54화(254/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54화
254화 협박 (1)
성황이 데미안을 안내한 곳은 다름 아닌 성황궁의 지하였다.
지하에는 두꺼운 쇠로 이루어진 거대한 문이 놓여 있었다.
성황이 문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신성력을 조금 주입하자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들어가도록 하죠.”
데미안은 성황을 따라서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아무런 장식도 놓여 있지 않은 황량한 방이었다. 대신 벽에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광원이 없음에도 방 전체가 빛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가 당신이 부탁한 성소랍니다.”
데미안은 신기하다는 얼굴로 방을 둘러봤다.
전설에 의하면 초대 성황은 동굴 안에서 신성력을 처음으로 깨달았다고 한다.
신성교단의 본성은 그 동굴 위에 지어졌다. 그리고 그 동굴을 끝없이 넓히고, 보수하여 만들어진 방이 바로 이곳이었다.
“그나저나 성소를 이용하게 해 달라고 부탁할 줄은 몰랐네요.”
성소는 단순히 상징적인 자리가 아니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성소에서는 신성력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그래서 고위 성기사들에게 각광 받는 훈련 장소이기도 했다.
성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력 덕분에 육체가 더욱 빨리 회복될 뿐만 아니라, 훈련 효과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슬라와의 전투 때문에 내상을 크게 입어서 말입니다.”
사실 데미안이 성소를 빌린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성소에서 환골탈태를 시도해 볼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데미안이라 해도 환골탈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만큼 환골탈태는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현상이었다.
다행인 점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는 점이었다.
‘신성력은 사람의 육체를 자극하는 효능이 있다. 영약을 섭취한 뒤, 성소의 신성력을 이용한다면…….’
데미안이 바라는 대로 환골탈태에 성공할지도 몰랐다.
그 때문에 데미안은 성소를 이용하게 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제가 무리한 부탁을 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아요. 성소가 중요한 곳이긴 하지만 통째로 훔쳐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금 본단에 있는 사람 중에서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성황에게 감사를 표한 데미안은 성소의 벽면에 그려진 벽화들을 찬찬히 살펴봤다.
벽화에는 일곱 명의 남녀가 온갖 괴물들과 싸우고 있었다.
데미안은 머지않아 일곱 남녀의 정체에 대해서 눈치챌 수 있었다.
“이 벽화들은 모두 구원단에 대한 것들이군요.”
“맞아요. 잘 알아보셨네요.”
제국과 신성 교단이 세워지기 전, 대륙은 괴물과 악마들이 들끓는 땅이었다고 한다.
당시 인류는 괴물들에게 쫓겨 동굴이나 숲에 숨어서 간신히 살아갈 만큼 별 볼 일 없는 존재였다.
그랬던 인간들을 규합하고, 괴물들과 싸운 일곱 명의 영웅이 있었다.
구원단.
그들은 괴물들과 악마들을 죽이고, 대륙을 탈환했다. 그제야 비로소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당시 구원단을 이끌던 인물이 바로 제국의 초대황제였다.
“제가 알기로는 본단이 지어질 때, 이 벽화들도 같이 그려졌다고 하더군요.”
“그럼 엄청 오래된 벽화겠군요.”
신성교단은 제국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다. 이 그림들은 엄청난 가치를 가진 유물이었다.
“음……?”
그러다 문득, 데미안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구원단의 벽화 아래에 누군가 칼로 긁은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허리를 숙여서 흔적을 살펴봤다. 놀랍게도 이건 단순한 낙서가 아니었다. 두 남녀의 그림이었다.
“이 낙서는 누가 새긴 겁니까?”
“아, 저거 말씀이군요. 아무도 모른답니다.”
“모른다고요?”
성황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엄청 오래 전부터 있던 낙서라서 아무도 누가 그렸는지 모른답니다.”
데미안은 좀처럼 낙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럼 저는 이만 나가 보도록 하죠. 내일 아침 다시 데미안 경을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성황은 그리 말한 뒤, 성소를 나갔다. 철문이 다시 닫혔다.
홀로 남겨진 데미안은 다시 낙서를 살펴봤다. 정확히는 두 남녀 중에서 남자 쪽이 들고 있는 대검을 바라봤다.
“에레보스.”
데미안이 허공에 손을 뻗으며 말했다. 손목의 문신이 사라지며 에레보스가 나타났다.
제국제일검이 건넨 조각을 흡수한 덕분에 에레보스는 이전보다 훨씬 길어져 있었다.
데미안은 에레보스와 벽화를 번갈아 살펴봤다.
“……어째 에레보스랑 닮은 것 같은데.”
솜씨가 서툴러서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에레보스의 특징이 군데군데 드러나 있었다.
데미안은 고개를 들어서 구원단에 대한 벽화를 쳐다봤다.
그림에 그려진 인원은 모두 일곱 명.
그 아래에 새겨진 두 명의 남녀.
“어쩐지 두 명이 더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군.”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다시 문신으로 변환시켰다.
흥미롭기는 하지만 겨우 낙서에 불과했다. 더 이상 시간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데미안은 아공간에서 드래곤하트의 조각과 엘릭서를 꺼냈다.
데미안은 우선 엘릭서를 섭취했다. 엘릭서는 목구멍을 타고 끈적끈적하게 흘러내렸다.
병에 담겼을 때는 차갑게 느껴졌는데, 직접 마시게 되니 불덩어리처럼 뜨거웠다.
’마치 녹인 금을 마시는 것 같군.‘
엘릭서는 위에 닿자마자 생명력으로 변환되었다. 그 순간, 데미안은 몸이 팽창하여 폭발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어마어마한 생명력이군.’
데미안은 침착하게 엘릭서의 기운을 억눌렀다. 그리고 드래곤하트의 조각을 입에 넣었다.
겨우 20분의 1조각.
하지만 드래곤하트를 섭취하자마자 방대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마력으로 이루어진 바닷속에 빠진 것 같았다.
엘릭서의 생명력과 드래곤하트의 마력.
두 가지가 몸속에서 날뛰었다. 살아 있는 맹수를 통째로 몸 안에 집어넣은 것 같았다.
데미안은 필사적으로 정신줄을 붙잡았다.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주변에 있는 신성력을 흡수한다.’
데미안은 두 기운을 억제하는 한편, 성소에 가득한 신성력을 흡수했다.
두 가지 기운이 이제는 세 가지로 늘어났다. 데미안이 느끼는 부담도 더욱 커졌다.
‘면리금침으로 마력통로를 모두 개방한 뒤, 벌성지광약으로 세 가지 기운을 완전히 흡수한다.’
데미안이 환골탈태를 시도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두 마나연공법 덕분이었다.
면리금침은 마력통로를 조작할 수 있으며, 벌성지광약은 신체를 활성화시키는 공능을 가지고 있었다.
데미안은 두 마나연공법을 끊임없이 운용했다.
우드득.
데미안의 몸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거대한 기파가 몇 번이고 터져 나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데미안은 천천히 눈을 떴다.
“후우…….”
데미안은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전신에서 무언가가 부스스 떨어져 내렸다.
마치 계란껍질 같은 무언가 바닥에 수북하게 쌓였다. 데미안은 그것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생각보다 쉽게 성공했어.”
* * *
데미안은 그 뒤로도 본단에 계속 머물렀다. 여명이 완성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데미안 학센이다! 저기로 가고 있다!”
“데미안 경! 오랫동안 흠모해 왔습니다! 제발 제게 데미안 경을 기념할 수 있는 물건 하나만…….”
“데미안 경! 오늘 기도회에서 한 말씀만 해 주십쇼!”
“오오! 영웅이시여! 우리의 영웅이시여!”
본단에 머무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힘든 일이었다. 수많은 성기사와 사제들에게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미안은 본단에서 머무는 동안 하루 종일 숨어다녀야 했다.
본단을 떠나는 날에도 사람들이 시선을 피해서 새벽에 밖으로 나왔을 정도였다.
“굳이 마중을 나오지 않으셔도 되는데…….”
데미안은 성황을 바라보며 말했다. 성황은 웃으며 말했다.
“귀한 손님을 떠나보내는데. 어떻게 주인으로서 배웅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나오고 싶어 했는데. 상황이 공교롭게 됐네요.”
광명과 흑설은 새로운 임무를 맡은지라 본단에 없었다.
녹풍은 남아 있었지만 데미안이 싫었는지 이 자리엔 나오지 않았다.
“데미안 님…….”
성황의 옆에는 아그네스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본단을 떠나면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잠깐 둘러볼 곳이 있습니다. 아마 오랫 동안 제 소식이 끊어질지도 모릅니다.”
“위험한 곳으로 가시려는 겁니까?”
“세상 어디든 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웨폰마스터를 잡으러 간다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데미안은 대충 얼버무렸다.
“데미안 님,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말씀해보시죠.”
“혹시 여행 중에 장작패기 빅터에 대한 정보를 얻으시면 본단에 연락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작패기 빅터라고요?”
“예, 최근에 본단에서 주목하고 있는 흑마법사인데…… 도통 정보가 들어오지 않아서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데미안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작패기 빅터의 정체는 데미안이었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사람들 앞에서 흑마법을 사용해야 할 때, 데미안이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빅터라는 이름을 둘러댔다.
‘설마 지금까지 교단에서 쫓고 있을 줄은 몰랐군.’
당사자에게 당사자를 조사해 달라는 부탁을 듣게 될 줄이야.
데미안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 부탁은 어렵지 않죠.”
“감사합니다. 정보를 얻으시면 지방의 교단을 찾아 주시면 됩니다. 지방의 교단은 모두 본단과 연락할 수단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데미안은 알아들었다는 의미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저도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애플 왕국의 가족들에게 제가 괜찮다는 소식을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웨폰마스터를 죽여야 했다. 애플 왕국에 들릴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오랫동안 가족들과 연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라도 소식을 전달하고 싶었다.
“저만 믿으십시오.”
아그네스가 자신 있다는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은 짧게 감사를 표했다.
“몰타 님.”
데미안은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몰타가 뚱한 표정을 지은 채 서 있었다.
“빨리 가야 하니까 어서 주시죠.”
데미안이 몰타에게 손을 내밀었다. 몰타는 못마땅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젠장, 여명이를 또 이렇게 떠나보내야 하다니…….”
“어서 달라니까요.”
몰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데미안에게 여명을 내밀었다.
여명은 이전과 모든 면에서 달라져 있었다. 손잡이와 검집조차 말이다.
“한번 뽑아 봐라.”
데미안은 칼자루를 잡고 천천히 뽑았다. 칼날이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데미안이 여명을 모두 빼냈을 때, 사방이 밝아졌다. 데미안은 놀란 표정으로 여명을 바라봤다.
본래 여명은 운철을 녹여서 만든 검이었다.
그 탓인지 이전에는 제대로 녹지 않아 표면이 울퉁불퉁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여명은 달랐다.
거울을 보는 것처럼 표면이 매끈했다. 물결처럼 굽이진 문양이 검신 전체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아름답지?”
몰타가 들뜬 얼굴로 말했다.
“여명이에다가 신철과 레어메탈로 만든 합금을 섞었다. 절삭력, 강도, 탄성, 모든 부분에서 이전보다 훨씬 강화되었지.”
몰타는 신이 나서 여명에 대해서 설명했다.
“신철이 들어간 성검은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역사에 이름을 남겼지. 내가 장담하는데 여명도 그렇게 될 거다. 아니, 그냥 이름을 남기는 정도가 아니지. 가장 뛰어난 성검으로 기록될 거야.”
몰타가 열심히 설명했으나 데미안의 귀에는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다.
여명에 모든 감각이 집중되어 있는 탓이었다.
“……정말 대단하군요.”
“그치?”
“성격만 이상하신 줄 알았는데. 실력도 대단히 뛰어나셨군요.”
“으하핫, 내가 누군데 당연히…… 뭐? 지금 너 뭐라고 했냐?”
데미안은 여명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세 사람에게 인사를 한 뒤, 본단을 떠났다.
* * *
본단을 나온 데미안은 서쪽으로 향했다.
-빗살망치 도시가 어디에 있는지는 나도 정확히 몰라.
-하지만 어느 지역에 있는지는 알지.
-허크막 산악지대에 있다더군.
허크막 산악지대는 산세가 험악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소왕국 크기의 넓은 땅이 온통 산맥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거기다 위험한 몬스터가 다수 서식하고 있어서 접근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데미안은 허크막 산맥을 향해서 이동했다.
어느새 해가 하늘 높이 떠올라 있었다. 새벽의 푸르스름한 공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본단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
별안간 데미안이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서 소리쳤다.
“이제 밖으로 나와라.”
데미안이 허공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나오라고 했을 텐데.”
그제야 근처에 있던 수풀에서 한 남성이 걸어 나왔다.
“뭐야,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거야? 이러면 재미없는데.”
남성이 짧게 투덜거렸다. 데미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를 응시하며 물었다.
“웨폰마스터의 제자가 내게 무슨 볼일이냐.”
남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랍쇼? 그건 또 어떻게 알아봤데? 신기하네?”
“마검을 그렇게 대놓고 매고 다니는데 모를 수가 없지.”
데미안이 남성이 등에 매고 있는 대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햐…… 잠들어 있는 마검을 알아봐? 진짜 귀신 같은 인간이네. 과연 슬라를 죽인 인간답군.”
남성은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이미 들켰으니 정식으로 소개하지. 나는 제레미 드망이라고 한다. 웨폰마스터께 검술을 사사했지. 나름 수제자 중 한 명으로 인정…….”
“누가 네놈이 누군지 물어봤나? 날 왜 미행했는지 대답이나 해라.”
데미안이 딱 잘라 말했다. 그러자 제레미의 얼굴 근육이 살짝 꿈틀거렸다.
“성질도 급하시군. 난 스승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 널 찾아왔다. 워낙 유명인사라 금방 행적을 쫓을 수 있었…….”
“대답.”
제리미의 표정이 조금 더 크게 꿈틀거렸다.
“스승님께서 널 보고 싶어 하신다. 나와 같이 가자.”
그 말에 데미안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판데모니엄이 악인들의 하는 제안은 보통 함정일 가능성이 높았다.
설사 함정이라 해도 웨폰마스터와 만날 수 있다면 이득이었다.
“그 제안을 받아…….”
“참, 거절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대뜸 제레미가 말했다.
“당신, 애플 왕국 출신이지? 가족들도 거기에 있고?”
데미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반대로 제레미의 얼굴에는 미소가 맺혔다.
“오해는 하지 마. 아직 가족들한테 사람을 보내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날 따라오지 않으면 그때는 어떻게 될지 모를…….”
그 순간, 데미안의 전신에서 검은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무지막지한 살기가 제레미에게 쏟아졌다. 그 광경에 제레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내 제레미가 입가를 비틀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게 당신의 역린이었군. 가족들이 무사하길 바란다면 날 따라오는 편이……”
그 순간, 데미안이 땅을 박찼다. 몸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제레미의 복부를 걷어찼다.
폭음과 함께 제레미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나무들을 연달아 박살 내며 땅에 꽂혔다.
“미안하군. 잠시 이성을 잃어서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어.”
데미안이 제레미가 날아간 방향을 응시했다.
“그래서 방금 뭐라고 지껄였지? 한 번만 더 말해 주겠나?”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두 눈동자에 살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