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5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56화(256/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56화
256화 허크막 (1)
당나귀 한 마리가 이끄는 수레가 흙길 위를 지나고 있었다.
“저기가 허크막 산악지대라우.”
수레를 이끌던 노인이 정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수레에 누워 있던 청년이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산들이 마치 성벽처럼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웅장하다 못해서 두렵기까지 한 광경이었다.
“멋있지 않소? 별명도 제법 근사하다오. 세상의 장벽이라던가?”
“그런 별명이 붙을 만하군요.”
청년의 말에 노인이 큰소리로 웃었다.
“그런데 여태 그 가면을 쓰고 있었소? 불편했을 것 같은데.”
청년은 얼굴에 나무로 만든 가면을 쓰고 있었다. 노인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벗지 않았다.
“이게 편해서 말입니다.”
“거참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군.”
그리 말하며 노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보다 저곳에는 무슨 일이오? 워낙 위험한 곳이라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 곳인데.”
“그건 물어보지 않기로 하셨잖습니까.”
“아차, 늙으면 맨날 깜빡깜빡한다니까.”
청년은 수레에서 내렸다. 그리고 노인에게 은화를 몇 닢 내밀었다. 노인은 희희낙락 웃으며 은화를 받았다.
“젊은 사람이 인심이 후하구먼. 그럼 난 돌아가 보겠소.”
노인은 수레의 방향을 돌렸다. 그러다 문득, 까먹었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이름이…… 뭐라고 했었지?”
“빅터.”
노인의 물음에 청년이 짧게 말했다.
“장작패기의 빅터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 * *
노인은 수레를 이끌고 돌아갔다.
데미안은 가만히 서서 노인이 떠나는 것을 지켜봤다.
본래 데미안은 수레를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혼자 움직이는 게 더 빨랐다.
그럼에도 수레를 이용한 이유는 장작패기 빅터의 흔적을 확실하게 남기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웨폰마스터가 죽었을 때, 판데모니엄에서 금방 ‘장작패기 빅터’를 특정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굉장히 험한 곳이로군.”
데미안은 산들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많은 산들을 겪어봤지만 이곳이 제일 위험해 보였다.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었다. 그곳에서 여행용 트렁크를 꺼냈다.
트렁크를 좌우로 열자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보였다.
그때,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검은 그림자로 이루어진 늑대가 데미안을 덮쳤다. 그 바람에 데미안은 뒤로 넘어졌다.
-쭈인님! 쭈인님!
늑대가 데미안에게 볼을 마구 핥아댔다. 데미안은 인상을 찌푸리며 뭉치를 밀어냈다.
“좀 떨어져라.”
-쭈인님…… 차가워……!
뭉치가 원망스럽게 말하며 뒤로 물러났다. 데미안은 몸을 일으킨 뒤, 옷자락을 툭툭 털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또 다른 것이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중성적인 외모의 소녀였다.
“캥! 캐애애앵!”
소녀, 미야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데미안을 향해 앙칼진 울음소리를 냈다.
마치 왜 여태까지 꺼내 주지 않았냐고 원망하는 듯했다.
“이게 어디서 신경질이야.”
하지만 데미안이 눈을 부릅뜨자 곧바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뭉치의 뒤로 쏙 숨었다.
-쭈인님! 화내면 무서워!
“캥! 캥!”
뭉치가 가세하자 미야가 더욱 크게 소리쳤다.
참다못한 데미안이 주먹을 들어 올리자 둘은 부리나케 도망쳤다.
“저것들이 언제 저렇게 친해졌지.”
데미안이 그렇게 중얼거릴 때였다. 또 다시 어둠이 술렁거렸다.
이번에 밖으로 나온 존재는 검은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였다.
기사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데미안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군,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간만에 얼굴을 보는구나. 그동안 별 일 없었나?”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주군의 명령대로 훈련에만 매진했습니다.
데미안이 꺼낸 여행용 가방은 언데드를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도구였다.
그래서 내부는 굉장히 넓은 아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도구의 내부에는 이 세 명뿐만 아니라 스켈레톤들도 머무르고 있었다.
본래 도미니코의 수하들로 아몬드 백국에 소속되어 있던 병사들이었다.
-그런데 가면을 쓰고 계시는군요. 그런 모습은 처음 뵙습니다.
“사정이 있어서 쓰게 됐다. 참, 당분간은 날 데미안 학센이 아니라 빅터라고 불러라.”
-예?
난데없는 명령에 도미니코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그게 말이지…….”
데미안은 도미니코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설명을 모두 들은 도미니코는 놀란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럼 이곳에 웨폰마스터가 있단 말입니까?
“그래,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데미안의 말에 도미니코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드워프의 도시를 찾아야한다니…… 어렵군요. 자력으로 드워프의 도시를 찾아간 인간은 거의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드워프들은 동굴에서 살던 습성 때문에 굉장히 은밀한 장소에 도시를 지었다.
거기에 뛰어난 기술력까지 더해진 탓에 여간해서는 도시를 찾기 힘들었다.
-게다가 이렇게 넓은 곳을 뒤져야 한다니…….
도미니코가 곤란하다는 얼굴로 산맥을 둘러봤다.
“힘들겠지. 그래도 해야 한다.”
-알고 있습니다. 쓰레기들을 치우려면 다소 수고를 감소해야 하는 법이죠.
도미니코의 눈빛이 어둡게 빛났다.
도미니코와 백국의 병사들이 데미안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데미안에게 빚을 갚기 위해서 그리고 흑마법사들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우선 단서를 찾아야겠군요. 어디서 드워프가 뚝 떨어지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뭐, 그럼 좋겠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있겠나.”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이 농을 주고받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미야가 다가와서 데미안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캥! 캐앵!”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놀아 달라고 해라.”
“캐애앵! 캥!”
미야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데미안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왜 갑자기 이렇게 귀찮게 구는…….”
시선을 돌린 순간, 데미안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뭉치가 무언가를 입에 물고 있었던 것이다.
두꺼운 천 옷에 땅딸막한 키. 근육으로 꽉꽉 채워져 있는 팔다리.
그것을 본 데미안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드워프?”
* * *
“이거 놔라! 놓지 못하겠냐!”
드워프는 팔다리를 마구 휘두르며 저항했다. 하지만 워낙 작아서 뭉치의 입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젠장! 이 이상하게 생긴 짐승은 뭐냐! 대체 날 어떻게 찾아낸 거냐!”
“뭉치야. 놔줘라.”
“으아악!”
뭉치가 입을 열었다. 드워프는 허우적거리며 땅에 떨어졌다.
“아이고, 턱이야. 이 멍청한 짐승 놈아! 놓을 거면 좀 사뿐하게 내려놨어야지!”
드워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뭉치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빗살망치 도시의 드워프냐?”
데미안이 드워프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드워프가 뚱한 얼굴로 대답했다.
“흥! 어차피 다 알고 있으면서 뭘 물어보는 거냐!”
“잘 됐군. 너희들의 도시로 들어가는 방법을 말해라.”
“이 허여멀건 인간이…… 지금 날 떠보려는 거냐? 그 방법은 너희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거 아니냐!”
드워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말에 데미안은 위화감을 느꼈다.
“알고 있다니?”
“언데드들을 이렇게 대동하고 있는 걸 보니 보나마나 웨폰마스터, 그 개새끼의 부하일 테지! 그런 네놈이 도시로 들어갈 방법을 모른다면 대체 누가 알겠느냐!”
데미안은 인상을 썼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해 봐라. 방금 한 말이 무슨 뜻…….”
그때였다.
데미안은 드워프를 심문하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산맥 깊은 곳에서 마력의 파동이 연달아 터져 나왔던 것이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희미했지만 확실했다. 저 안쪽에서 누군가 싸우고 있었다.
“도미니코, 이놈을 붙잡아라.”
도미니코가 즉시 드워프의 팔다리를 움켜잡았다.
데미안은 기파가 터져 나오는 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모두 날 따라와라.”
* * *
허크막 산악지대의 안쪽.
그곳에서 격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인간들을 모두 죽여 버려라!”
“물러나지 마라! 뭉치면 이길 수 있다!”
갑옷을 갖춰 입은 드워프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그들이 싸우고 있는 대상은 놀랍게도 인간들이었다.
“이야! 벌레 새끼들을 여기서 마주칠 줄은 몰랐는걸!”
인간 쪽에 있던 남자가 웃으며 소리쳤다.
남자가 손에 쥐고 있는 검에는 새까만 오러블레이드가 맺혀 있었다.
암흑기사.
그것도 마스터클래스의 실력자라는 증거였다.
“스승님의 명령에 반발하는 머저리들이다. 모두 죽여라!”
남성이 명령을 내리자 수하들이 움직였다. 드워프들을 향해서 뛰어들었다.
단편적으로 봤을 땐, 드워프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해 보였다. 수십 명이 넘는 데다 무장도 우월했으니까.
반면 인간 쪽은 겨우 열 명밖에 되지 않았고 무장이라곤 무기 한 자루가 끝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인간들이 일방적인 학살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악! 내 팔! 내 팔이!”
“컥! 커어어억!”
남자의 수하들은 모두 오러를 다룰 줄 아는 기사들이었다.
오러가 맺힌 무기는 드워프들의 갑옷을 너무나도 쉽게 잘라냈다.
“이…… 악마같은 놈들……!”
“선조께서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드워프들은 욕을 내뱉으며 발악했지만 소용없었다. 인간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아, 아아…… 아아아…….”
전투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
드워프 킬로는 절망으로 가득 찬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내, 내가 잠깐 떠난 사이…… 마, 말도 안 돼…… 아아…… 아아아…….”
원래 킬로도 저 무리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정찰을 위해서 잠깐 떠난 사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뛰어가서 동족들을 돕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킬로는 붙잡혀 있는 상태라 움직일 수가 없었다.
킬로는 자신을 사로잡은 이들을 쳐다봤다.
웃기지도 않는 나무가면을 쓴 인간 남자가 한 명, 사령 기사가 한 명,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간 소녀가 또 한 명, 마지막으로 그림자로 이루어진 늑대까지.
괴상한 조합이었으나 비웃을 수는 없었다.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막강한 흑마력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전황이 절망적인데 이들까지 가세하면 그때는 정말 끝이었다.
‘내, 내가 어떻게든 해야 해…… 최소한 이놈들만이라도 멀리 떨어트려야…….’
킬로가 마음을 굳게 먹을 때였다.
“도미니코.”
가면을 쓰고 있던 인간 남자가 말했다. 그 말에 사령기사가 대답했다.
-예, 주군.
“훈련에 매진했다고 했지. 그 성과를 보일 때가 되었다.”
사령기사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아니, 저걸 미소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걸까.
마치 짐승이 사냥감의 목을 물어뜯기 직전, 송곳니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
-주군의 명이시라면 얼마든지.
가면을 쓴 남자가 아공간 속에서 여행용 가방을 꺼냈다.
“모두 나와라. 쓰레기들을 청소할 시간이다.”
여행용 가방이 활짝 열렸다. 그 속에서 수십 명이 넘는 스켈레톤들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