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6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0화(260/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0화
260화 탈환 (2)
한참 동안 이어지던 비명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결국 체리벨의 숨통이 끊어진 것이다.
데미안은 체리벨의 영혼을 거둬들였다. 영혼을 파괴한 뒤, 기억을 흡수했다.
‘역시 금제가 걸려 있군.’
이전에 죽였던 제자와 마찬가지로 체리벨에게도 금제가 걸려 있었다.
그만큼 웨폰마스터가 마검의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 마검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지.’
데미안조차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워프의 요새를 빨리 함락시키려는 것도 그 마검이 완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별안간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킬로와 드워프들이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보고 있었다.
흑마법사가 기사를, 그것도 마스터클래스를 단숨에 처치했으니 경악할 만도 했다.
“뭘 가만히 있는 거냐. 가서 재료들을 가지고 와라.”
데미안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제야 드워프들은 정신을 차렸다.
“아, 알겠다. 이제부터 우리한테 맡기거라.”
드워프들이 허겁지겁 창고로 향했다.
데미안은 근처 바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그리고 스켈레톤을 시켜서 체리벨이 사용하던 마검을 가지고 오게 시켰다.
“어디 보자…….”
데미안은 두 자루의 단검을 이리저리 살폈다.
“백작급 악마가 만든 마검이군. 무엇이든 집어삼키고 흡수하는 권능을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지성이 없는 대신 악마의 권능이 강하게 담겨 있었다.
신기하긴 했으나 데미안이 관심을 가질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도미니코.”
데미안이 도미니코를 불렀다. 그림자 속에서 검은 기사가 걸어 나왔다.
-주군, 부르셨습니까.
“이걸 부숴라.”
도미니코는 곧바로 대검을 휘둘렀다. 오러블레이드가 마검을 여러 조각으로 절단했다.
-끼아아악!
-께에에엑!
마검이 파괴되면서 악마의 진력이 흘러나왔다. 데미안은 악마의 진력을 모두 흡수했다.
그러자 네 번째 문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문양을 들여다봤다.
“색욕의 권능이군.”
색욕의 권능을 사용하면 어떤 생물이든 맹목적으로 따르게 만들 수 있었다.
벌레, 짐승, 몬스터, 심지어 인간까지 말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무엇이든 세뇌시킬 수 있는 권능이었다.
“애매한 권능을 각성했군.”
색욕의 권능은 굉장히 까다로운 권능이었다.
지성이 부족한 동물과 몬스터는 쉽게 세뇌할 수 있었으나, 인간처럼 지성이 높은 생명체는 세뇌되기가 힘들었다.
다만, 무서운 권능임은 확실했다.
전생에 데미안은 도르고의 명령으로 포로로 잡힌 고위 귀족들을 세뇌시킨 뒤, 인간들을 이간질시켜서 군대를 해산시킨 적도 있었다.
데미안이 권능을 각성하는 동안 드워프들도 할 일이 끝났다.
“빅터! 물건들을 다 챙겼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데미안이 의아한 얼굴로 드워프들을 살펴봤다.
저렇게 커다란 창고를 털었는데 드워프들이 들고 있는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 저기에 담아 놨지.”
킬로가 몇몇 드워프들을 가리켰다. 그들은 어깨에 커다란 가죽 보따리를 짊어지고 있다.
“선조의 지혜로 만든 보따리다. 보기에는 작아 보이지만 내부는 엄청나게 넓지.”
“공간확장마법이 걸린 마도구인가?”
“흥, 그따위 것과 비교하지 마라! 저건 우리 선조의 신비로 만들어진 물건이니까!”
킬로가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뭐, 다 챙겼다니 또 움직여야겠군. 다음은 비상용 대장간을 되찾아야 하지?”
데미안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러자 킬로가 데미안을 붙잡았다.
“잠깐! 그전에 할 말이 있다!”
데미안은 인상을 찌푸렸다. 불쾌함은 살기로 표출되었다.
데미안에게서 살기가 뻗어 나오자 킬로를 비롯한 드워프들이 기겁했다.
“왜, 왜 또 화를 내는 것이냐!”
“설마 재료를 얻었으니 협력하지 않겠다는 개소리를 할 생각이냐?”
“우리를 뭐로 보는 거냐!”
킬로가 버럭 화를 냈다. 그러자 데미안은 바로 살기를 거둬들였다.
“그러냐? 미안하게 됐다.”
“미안하다고 하면 끝날 일이냐!”
“안 끝나면 어떻게 할 건가?”
데미안이 다시 살기를 일으켰다. 킬로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럼 날 왜 부른 거냐.”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딱히 고맙다는 소리를 들을 짓은 안 한 것 같은데.”
“우리의 동족을 구해 줬잖나.”
킬로가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마검의 희생양이 될 뻔한 드워프들이 모여 있었다.
“……정말 고맙다.”
드워프는 고집불통으로 유명했다. 킬로가 속한 빗살망치 도시의 드워프들은 그런 성향이 한층 더 심했다.
그런 빗살망치 도시의 드워프가 데미안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데미안은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군.”
“뭐? 드워프가 기껏 고개를 숙였더니만…….”
“그보다 위치나 말해라. 다음 시설은 어디에 있나?”
“대장간으로 안내해 주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킬로가 말꼬리를 흘렸다.
“아직도 내 실력을 못 믿는 건가?”
“그럴 리가 있겠냐! 네놈이 더럽게 강하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비상용 대장간에는 우리들이 만든 방범 장치들이 가득하단 말이다!”
데미안이 흥미롭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방범 장치라고!”
“그래, 대장간에는 우리 빗살망치 드워프의 설비들이 가득하다! 외부인이 들어오기라도 하면 우리의 기술이 외부로 유출될지도 모르잖냐.”
“좀 더 자세하게 말해 봐라.”
킬로는 비상용 대장간에 대해서 쭉 설명했다.
설명을 들을수록 데미안은 고민에 빠졌다. 거의 작은 성채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뚫기 쉽지 않겠군.’
데미안이 머릿속으로 대장간을 함락시킬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으, 으으…….”
바닥에 엎어져 있던 체리벨의 수하 중 한 명이 신음소리를 냈다.
전신에서 가시가 돋아났음에도 용케 살아 있었다. 기사의 생명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주군, 확실하게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도미니코가 대검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데미안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였다.
“잠깐, 멈춰라.”
도미니코는 즉시 대검을 내렸다. 데미안은 체리벨의 수하들을 살펴봤다.
대다수는 죽었지만 살아 있는 놈들도 몇 명 있었다. 그들을 확인하자 데미안의 계획이 명확해졌다.
“이놈들을 열쇠로 쓰면 되겠군.”
* * *
“심심해 죽겠네.”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아키오가 중얼거렸다.
옆에서 같이 보초를 서고 있던 트리앙이 쯧쯧 혀를 찼다.
“심심해하는 건 네 자유인데. 저번처럼 농땡이 피우지 마라. 그랬다가 또 살바도르 님께 혼날라.”
아키오는 트리앙의 잔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살바도르 님께서도 너무하지. 이렇게 외진 곳에 있는 성에 누가 쳐들어오길래 우리한테 치키고 있으라 하시는 거람.”
두 사람이 지키고 있는 곳은 허크막 산맥의 깊은 곳에 세워져 있었다. 여간해서는 찾기 힘든 곳이었다.
게다가 이런 외진 곳에 지어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무엇보다 드워프들의 신비로 지어졌기에 온갖 괴랄한 방범 장치가 즐비했다.
가령 이 성벽이 그랬다. 허락되지 않은 자가 성벽을 오르려고 하면 곧바로 불타올랐다. 마법이 걸려 있는 것도 아닌데도.
웨폰마스터의 진영에서도 내부의 배신자가 아니었다면 성을 함락시키기 무척 힘들었으리라.“
“그만큼 중요한 장소잖냐. 듣자 하니 드워프의 기술들이 가득하다던데.”
“그건 아는데. 여기까지 누가 훔치러 오겠냐고요.”
“방심하지 마. 드워프 놈들이 저항군을 결성했다는 정보가 들어왔어.”
“그깟 놈들이 저항군을 만들어 봤자지. 아, 심심하다.”
“정 심심하면 저것들이나 가지고 놀던가.”
트리앙이 성벽에 세워져 있는 창들을 가리켰다. 창대에는 무언가가 묶여 있었다.
작은 키. 근육질의 신체. 얼굴을 가득 덮은 수염.
바로 드워프였다.
그들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었다. 몸이 걸레짝처럼 변해 있었다.
“저것들은 너무 많이 심문해서 질렸어.”
아키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본래 저 드워프들은 성채를 지키고 있던 놈들이었다.
성채가 함락당하면서 붙잡혔고, 한동안 ‘심문’이라는 명목하에 지루함을 달래 줄 장난감 같은 역할을 해 줬다.
“그리고 너무 많이 망가졌단 말이지. 봐봐.”
아키오가 칼을 꺼내서 드워프의 허벅지를 찔렀다. 하지만 드워프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너무 괴롭혀서 죽은 거나 다름없어졌어. 아마 내일쯤이면 진짜로 죽을걸?”
아키오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그때, 아키오의 시야에 무언가 들어왔다.
세 남성이 성벽을 향해서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봐, 아키오! 보초는 잘 서고 있나!”
그중 한 사람이 아키오에게 아는 척을 했다. 그 얼굴을 본 순간, 아키오는 반색하며 소리쳤다.
“발렌틴! 프랑코! 체리벨 님 밑에 있어야 할 놈들이 여기는 어쩐 일이냐!”
“네놈 얼굴이나 보려고 왔지.”
아키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발렌틴과 프랑코는 아키오의 동기였다. 같은 시기에 웨폰마스터의 휘하에 들어와서 검술을 익혔다.
“그런데 뒤에 있는 놈은 누구야?”
발렌틴과 프랑코 뒤에는 웬 남성이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무척 수상한 행색이라 아키오는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나도 몰라.”
“뭐라고?”
“오는 길에 이상한 놈이 얼쩡거리길래 붙잡았지.”
“그렇다면 당장 심문을 해 봐야겠는걸.”
이게 얼마만의 심문이란 말인가.
아키오의 입가에 잔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발렌틴이 데려온 녀석은 무척 건강해 보였다. 한동안 즐거울 게 분명했다.
“알겠으면 문 좀 열어 줘! 사람을 언제까지 세워 둘 생각이야!”
“성격도 급하기는. 조금만 기다려!”
아키오는 성벽 위에 있는 장치를 조작했다. 그러자 성문이 위로 끌어올려지기 시작했다.
“트리앙, 내려가자.”
아키오는 트리앙과 함께 성문 아래로 내려왔다.
발렌틴을 비롯한 세 사람이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게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체리벨 님 밑에서 고생 좀 했나 봐?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이 더욱…….”
발렌틴과 프랑코가 장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아키오와 트리앙의 복부에 쑤셔 박았다.
두 사람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쓰러졌다. 발렌틴과 프랑코는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에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빅터 님, 처리했습니다.”
로브를 쓴 남자.
데미안 학센은 로브를 벗어던졌다. 그리고 발렌틴과 프랑코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둘 다 자살해라.”
“아아…… 저희에게 또 명령을 내려주시다니……!”
“당장 따르겠습니다!”
발렌틴과 프랑코는 스스로 목을 그었다. 죽어 가는 순간까지 두 사람의 얼굴에는 황홀함만이 가득했다.
이게 색욕의 권능이 무서운 점이었다.
색욕의 권능은 단순한 세뇌가 아니었다. 어떤 명령을 내려도 기쁜 마음으로 따르도록 만들게 했다.
“너, 너……!”
그때, 바닥에 누워 있던 아키오가 데미안을 향해 소리쳤다.
“저, 저 두 명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머리를 적당히 만져 줬지.”
아키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 이 짐승만도 못한 놈! 이렇게 끔찍한 방법을 사용하다니!”
데미안은 아키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키오의 복부를 걷어찼다.
“커억!”
안 그래도 칼에 관통당했던 복부가 더욱 망가졌다. 아키오는 피를 토하며 괴로워했다.
“짐승만도 못하다? 당연하지. 난 이 자리에 금수만도 못한 새끼들을 죽이러 왔다. 그런데 인간처럼 보여야 쓰겠나?”
데미안은 몸을 돌렸다. 어차피 죽어 가는 놈이었다. 더 이상 관심을 줄 필요가 없었다.
데미안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직 대장간 내부에는 많은 숫자의 암흑기사들이 존재했다.
“모두 나와라.”
데미안의 그림자가 물결치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언데드들이 튀어나왔다.
“단 한 명도 살려두지 마라.”
언데드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흩어졌다.
그 모습은 마치 환호성을 내지르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