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6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2화(262/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2화
262화 탈환 (4)
“감히…… 날 이렇게…… 너만큼은…… 절대로…….”
알렉산데르는 데미안의 말을 듣지 못했다.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채 데미안을 증오할 뿐이었다.
데미안은 손가락 끝에 흑마력을 모아 흑마법을 발현했다.
허공에서 나타난 검은뱀이 알렉산데르의 몸을 휘감았다. 그러자 알렉산데르의 눈동자가 커졌다.
“칵! 카아악! 카아아악!”
알렉산데르는 작살에 뚫린 물고기처럼 버둥거렸다.
시체뱀.
생물의 육체를 부식시키는 저주학파의 흑마법이었다.
알렉산데르의 팔다리를 썩게 만든 것도 바로 이 흑마법이었다.
전투에 적합한 흑마법은 아니었지만 데미안은 굳이 이 흑마법으로 알렉산데르를 상대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몸이 썩어 가는 고통은 어떤가? 취향에 좀 맞는지 모르겠군.”
인간은 불에 탈 때,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 있었다. 바로 빠른 속도로 육체가 부패할 때 느끼는 고통이었다.
전신의 시체가 동시에 썩어가는 고통은 화상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데미안은 그 사실을 아버지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만! 그만해! 그마아아안!”
“그럼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들어야지.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 알겠나?”
알렉산데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을 땅에 처박고 있음에도 재주가 상당했다.
“너한테도 금제가 걸려 있나?”
데미안은 알렉산데르의 머리를 밟고 있던 발을 떨어트리며 말했다.
“그, 그 사실을 어떻게……?”
“이미 다른 녀석들을 만났거든.”
“뭐? 서, 설마…… 다른 사형제들한테도 손을 댄 거냐? 이 찢어 죽일……!”
데미안이 시체뱀에게 명령을 내렸다. 시체뱀이 알렉산데르의 몸을 한층 더 강하게 조였다.
“크아아악!”
“나는 너한테 질문을 허락한 적 없다. 앞으로 내가 물어볼 떄만 입을 열도록 해라.”
“이런…… 씨발……!”
알렉산데르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데미안은 가볍게 무시했다.
이 녀석도 금제가 걸려 있다면 영혼을 찢어서 기억을 흡수해 봤자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별로 없었다.
이럴 때는 스스로 답을 토해내도록 유도하는 게 상책이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멸세의 마검’은 얼마나 완성되었지?”
“네, 네놈…… 어, 어떻게 그 이름을…… 그, 그건 제자들 중에서도 아는 사람이 별로없는…….”
“대답.”
“모, 모른다.”
데미안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알렉산데르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저, 정말 모른다! 도시를 함락시키자마자 스승님께서는 우리들을 내보내셨어! 드워프들을 소탕하라고 말이야! 그 뒤로 난 도시로 들어가본 적이 없어!”
“그럼 도시 안에는 웨폰마스터 혼자 있다는 말이냐?”
“그, 그건 아니다! 드, 드워프가 한 명…… 아킬로라는 드워프가 있다!”
“아킬로? 설마 귀장(鬼匠)을 말하는 거냐?”
귀장 아킬로.
판데모니엄 소속으로 거악들이 사용하는 모든 애병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대장장이였다.
전생에 데미안도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었다. 대장장이임에도 전신에서 피 냄새가 흘러넘치는 끔찍한 드워프였다.
“설마 빗살망치 도시를 배신했다는 드워프가 아킬로였나?”
“그, 그렇다.”
“아킬로가 도시에…… 멸세의 마검을 탄생시킨 드워프가 그 인간일 줄은 몰랐군.”
데미안은 알렉산데르에게 재차 질문을 했다.
“도시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했지. 스승에게 부름을 받지 못한 거냐. 아니면 도시의 문이 닫힌 거냐.”
“다, 닫혔다. 스승님께서는 우리들 중 누가 찾아가도 절대로 도시 문을 열어 주시지 않으신다.”
“아쉽게 되었군.”
색욕의 저주를 알렉산데르에게 걸어서 도시를 통과한다는 계획은 포기해야 할 듯싶었다.
‘왜 이렇게 보안에 철저한 거지? 설마 제자들이 멸세의 마검을 탐낼까 봐 그러는 건가?’
전생에서도 많은 기사가 멸세의 마검을 탐냈다.
암흑기사들뿐만 아니라 제국의 기사들까지 말이다.
그만큼 아름답고, 무시무시한 권능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묻고 싶은 건 다 물어본 것 같군.”
데미안이 질투의 권능으로 마력을 흑마력으로 전환했다.
그 모습을 본 알렉산데르의 얼굴에 극심한 공포가 떠올랐다.
“사, 살려 줘.”
“그럴 수는 없지.”
“제, 제발 이렇게 부탁하마! 애, 애초에 너도 흑마법사잖냐! 흑마법사가 왜 우리를 적대하냔 말이다!”
알렉산데르가 입에서 침을 튀기며 소리쳤다. 데미안은 더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됐으니 잘 가라.”
데미안의 손에 맺힌 흑마력이 더욱 짙어졌다.
그때, 누군가 데미안에게 말했다.
“……빅터, 잠깐만 기다려다오.”
데미안은 시선을 돌렸다. 킬로와 드워프들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의 양손에는 동족의 시신이 놓여 있었다.
“왜 기다려 달라는 거지?”
“이 녀석들도 저놈의 죽음을 지켜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드워프들은 알렉산데르의 앞에 시신들을 내려놓았다.
드워프들의 얼굴에는 모두 표정이 없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감정했다.
“이제 집행해다오.”
하지만 두 눈동자에서는 증오가 들끓고 있었다.
“…….”
데미안은 말없이 흑마법을 발현했다. 시체뱀을 중첩시켰다.
“자, 잠깐! 잠깐만!”
알렉산데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데미안은 흑마법의 발현을 취소하지 않았다.
“사, 살려 줘! 살려 달란 말이야! 아악! 아아아악!”
알렉산데르의 시체가 빠르게 썩어들어갔다. 얼굴의 뼈가 드러났다. 갈비뼈가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어억…… 커어억!”
끝나는 몸속에 있는 폐와 심장까지 모두 썩었다.
드워프들은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지켜봤다. 단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마치 이 순간을 모두 머릿속에 저장해 놓겠다는 듯이 말이다.
데미안은 허공에 손을 뻗어 알렉산데르의 영혼을 붙잡았다.
-왜, 왜!
알렉산데르의 영혼이 절규했다. 어째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는 원망이 전해졌다.
“금수만도 못한 놈들과 한 약속은 지키지 않는 편이라.”
데미안은 드워프들이 보는 앞에서 알렉산데르의 영혼을 소멸시켰다.
-아아악! 끄아아아악!
끔찍한 비명소리와 함께 알렉산데르의 영혼이 사라졌다.
* * *
그 뒤로 드워프들은 대장간의 시설들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대장간은 탈환했지만 또 언제 웨폰마스터가 수하들을 보낼지 몰랐기 때문이다.
‘슬슬 저쪽에서도 알아차릴 때가 되었지.’
데미안이 드워프를 구해 내고, 창고와 대장간을 탈환하기까지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웨폰마스터 측에서 알아차리기도 힘들 정도로 단기간에 벌어진 일었다.
‘설마 도시의 문을 잠그고 내부에 틀어박혀 있을 줄이야.’
데미안은 혀를 찼다.
색욕의 저주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쉽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다.
드워프들이 도시를 뚫을 병기를 만들면 될 일이었으니 말이다.
“빅터.”
데미안이 성벽 위에서 고민에 잠겨 있을 때였다. 킬로가 데미안에게 다가왔다.
대장간을 탈환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킬로의 얼굴은 곧 죽을 사람처럼 어두웠다.
“무슨 일이냐? 혹시 또 되찾아야 할 시설이라도 있는 거냐?”
“아니, 없다. 재료도 충분하고, 대장간도 되찾았다. 이제 병기를 만들 일만 남았다.”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대체 어떤 병기를 만들려는 거냐.”
“뭐냐, 그게 궁금했냐?”
갑자기 킬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우리가 만들려는 병기가 뭐냐면 ‘고대의 태양’이라는 물건이다. 항아리 정도 되는 크기인데. 던지기만 하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물건이다. 그 폭발력이 얼마나 크냐면…….”
그렇게 자세하게 묻지 않은 것 같은데. 킬로는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대장장이는 맞군.’
데미안은 신성교단에 있는 몰타를 떠올렸다. 몰타도 자신이 만드는 물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들어보니 폭발력이 엄청난 것 같은데. 그런 걸 써도 괜찮겠나?”
“응? 무슨 소리냐?”
“도시의 피해가 클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나중에 복구하기도 힘들 테고, 인명피해도 클 텐데?”
데미안의 말에 킬로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그건…… 괜찮다.”
“괜찮다고?”
“도시는 더 크게 지으면 되고…… 동족들은…… 피해를 입을 일이 없을 테니까.”
데미안은 한 줄기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더 자세하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드워프들은 고집불통이긴 해도 어리석은 종족이 아니었으니까.
“그보다 너한테 제안을 할 게 있다.”
“제안?”
“네가 다루는 언데드들 말이다. 보니까 형편없는 무기를 쓰고 있더구나.”
스켈레톤들은 금방이라도 망가질 것 같은 낡은 무기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해서 실제 무기는 아니었다. 데미안이 흑마력을 이용해서 임시로 만들어 낸 것이었으니 말이다.
“조롱하려는 거냐?”
“날 뭘로 보는 거냐! 물론 무게 중심도 안 잡혀 있고, 날은 다 빠져 있고,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쓰레기 같은 물건이지만 조롱할 의도는 전혀 없다!”
데미안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그래서 무슨 제안을 할 생각이냐.”
“만들어 주마.”
뜬금없는 소리에 데미안은 고래를 갸웃거렸다.
“뭘?”
“네 휘하의 있는 언데드들이 사용할 무기를 우리가 만들어 주겠다는 소리다.”
그 말에 데미안은 기쁨보다는 더욱 강한 의문을 품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라. 우리들을…… 우리의 복수를 도와준 대가다.”
“멍청한 소리를 하는군. 난 너희들을 위해서 움직인 게 아니다. 내 목적을 위해서 놈들을 죽였을 뿐이다.”
“그렇다 해도 네 덕분에 우리가 복수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킬로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덧붙였다.
“……네가 없었다면 우리는 복수하지 못했을 거다. 복수는커녕 놈들에게 붙잡혀서 죽었겠지.”
킬로가 다시 데미안을 응시했다.
“그러니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다. 이건 내 뜻이 아니라 모두의 뜻이다.”
킬로는 장인의 얼굴을 하며 말했다.
“부탁이다. 우리들에게 너의 병사들이 사용할 무장을 맡겨다오.”
드워프가 만든 무구들은 같은 무게의 보석들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되었다.
심지어 킬로와 부하들은 고대 드워프들의 비밀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빗살망치 도시의 드워프였다.
그런 드워프들이 작정하고 만드는 무장이라니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이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데드들에게 그런 무장은 거치적거리기만 할 텐데.”
언데드의 최대 장점은 실체와 허상을 넘나든다는 점이었다.
평소에는 그림자 속에 숨어 있다가 기습적으로 튀어나오는 전술은 데미안도 즐겨 사용할 만큼 위협적이었다.
“그건 걱정 마라. 선조들께서 개발하신 합금 중에는 언데드가 사용할 것을 감안하고 만들어진 것도 있다.”
“그런 합금이 있다고……?”
데미안이 놀라워하자 킬로의 콧대가 높아졌다.
“그렇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군. 하지만 도시의 성벽을 뚫을 전쟁병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무장까지 만들 시간이 있는 건가?”
“우리들의 숫자를 생각해 봐라. 그 정도 업무는 거뜬하다.”
킬로가 호언장담했다. 그 모습에 데미안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킬로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언데드들의 전력을 크게 강화시킬 기회였다. 놓치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그럼 부탁하도록 하지.”
“후회하지 않을 거다.”
킬로가 씩 웃으며 말했다.
* * *
그 뒤로 킬로와 드워프들은 도시를 탈환할 전쟁병기와 언데드들이 사용할 무장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데미안은 혹시 모를 웨폰마스터의 습격에 대비하여 경계를 강화했다.
하지만 습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드워프들은 별다른 방해 없이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전쟁병기와 언데드들을 위한 무장이 완성된 날.
데미안도 모르는 사이 드워프들이 사라졌다. 완성되었다던 전쟁용 병기도 같이.
-미안하게 됐다.
대신 그 자리에는 쪽지와 언데드용 무장만이 남겨져 있었다.
-이 일은 우리들이 마무리 짓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