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6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3화(263/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3화
263화 고집 (1)
데미안은 손에 쥐고 있던 쪽지를 구기며 대장간을 둘러봤다.
어젯밤 드워프들이 자랑스럽게 보여 줬던 전쟁병기 ‘고대의 태양’들은 모조리 사라진 뒤였다.
“대체 어떻게 사라진 거지?”
대장간의 주변은 데미안과 언데드들이 지키고 있었다.
드워프들이 들키지 않고 대장간을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군, 이걸 좀 봐주십시오.
도미니코가 데미안을 불렀다. 한쪽 벽을 가리고 있던 상자들을 치우자 곡괭이로 파낸 땅굴이 나타났다.
데미안이 동굴을 잠깐 살펴보니 얼핏 봐도 굉장히 깊어 보였다.
“원래 이런 땅굴은 없었는데…… 설마 그 짧은 시간 동안 새로 파낸 건가?”
데미안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감각을 피할 정도였음에도 깊은 땅굴을 이렇게 쉽게 파내다니.
과연 드워프다웠다. 인간의 상식을 초월하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성공해 냈다.
“그들끼리 마무리를 짓겠다고? 설마 마지막까지 고집을 부릴 줄이야.”
원래 드워프는 자존심이 굉장히 강하고 무척 이기적인 종족이었다.
다만, 빗살망치 드워프들은 데미안에게 몇 번이고 도움을 받았다. 그들의 대장인 킬로는 직접 머리를 숙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자존심을 굽힌 줄 알았는데 데미안의 큰 착각이었다.
“그 와중에 이건 또 완성시켜 놨군.”
데미안은 대장간 구석에 있는 진록색 병장기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킬로가 데미안에게 말했던 특수한 합금을 이용해서 만든 무기였다.
단기간에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굉장히 뛰어난 완성도를 가진 무기였다.
스켈레톤들이 사용할 무구들 외에 도미니코, 미야의 전용 무기와 뭉치를 위한 갑옷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주군,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도미니코가 지팡이를 하나 가져왔다.
길이는 약 1m 정도 될까. 재질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손잡이는 은과 비슷한 광물로 마무리가 되어 있었다.
지팡이에는 쪽지가 하나 묶여 있었다. 데미안은 쪽지를 풀어서 읽었다.
<최초이자, 최후의 흑마법사 친구를 위해서.>
데미안은 지팡이를 움켜잡았다. 그러자 몸속의 마나가 순환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제야 데미안은 이 지팡이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킬로가 데미안을 위해 만들어 놓은 마법지팡이였다.
마력 순환에 특화된 레어메탈들을 일정 비율로 섞어서 만들어진 듯했다.
“어이가 없군.”
데미안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고맙기는 하지만 괘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도미니코, 스켈레톤들을 무장시켜라. 드워프를 쫓는다.”
-하지만 주군, 도시의 위치가 어디인지 모르지 않습니까.
드워프들은 자신들이 안내하겠다며 도시의 위치를 끝끝내 말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이미 그때부터 고집을 부릴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걱정 마라. 내 생각이 맞으면 저쪽에서 알아서 알려줄 테니까.”
-예?
도미니코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멀리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천둥소리 따위는 가볍게 지울 수 있을 정도로 컸다.
동시에 온 세상이 흔들렸다. 미세한 지진이 땅과 건물을 뒤흔든 것이다
-이것은…….
“드워프 놈들이 ‘고대의 태양’을 터트린 거다.”
데미안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드워프들은 저곳에 있다. 당장 쫓아가자.”
* * *
땅굴을 빠져나온 킬로와 드워프들은 도시로 향했다.
그들의 걸음은 신속했다. 먼 거리를 단숨에 주파했다. 도시가 보이는 위치까지 단숨에 도착했다.
하지만 드워프들은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다.
도시 주변을 지키고 있는 웨폰마스터의 수하들 때문이었다.
“흐아아암, 이게 무슨 고생이람.”
“웨폰마스터께서는 언제까지 우리들을 밖에 두실 생각이지?”
“도시로 들어가서 푹신한 침대에 눕고 싶군.”
수하들은 끊임없이 도시 주변을 정찰했다. 킬로는 수풀 속에 숨어서 수하들을 살펴봤다.
“대장, 정말 빅터를 놔두고 온 게 잘한 걸까요?”
그때, 수하 중 한 명이 킬로에게 말했다. 킬로는 그 즉시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이 멍청아! 언제부터 우리 빗살망치 드워프들이 그렇게 맥아리 없는 소리를 하게 된 거냐! 이 모습을 보시면 선조들께서 통곡하실 거다!”
킬로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미리 상의하지 않았더냐. 그 녀석을 괜히 끌어들이지 말자고 말이야. 아무리 흑마법사라 해도 우리는 그 녀석에게 은혜를 입었다. 위험하게 만들 수야 없지.”
그 말에 수하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킬로가 말한 대로 이미 다 상의가 끝난 일이었다.
“그런 걸 고민할 시간 있으면 빨리 움직여라. 저놈들한테 한 방 거하게 먹여 줘야지.”
“옙!”
부하들이 앞을 나왔다. 그리고 등에 매고 있던 커다란 원통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장전해라.”
뒤에 있던 다른 드워프들은 등에 매고 있던 가죽주머니에서 주먹만 한 크기의 철구를 꺼냈다.
드워프들이 철구를 원통에 집어넣자 안으로 데굴데굴 굴러 들어갔다.
그리고 원통의 바닥에 닿는 순간, 굉음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사출되었다.
밖으로 튀어나온 철구가 포물선을 그리며 웨폰마스터의 수하들이 있는 곳으로 떨어졌다.
“어? 저게 뭐지?”
“으응? 철구잖아?”
순찰을 돌고 있던 웨폰마스터의 수하들은 철구를 발견했다.
처음 보는 물건이었기에 반응이 늦어졌다. 철구는 그대로 수하들의 발밑에 떨어졌다.
그리고 폭발했다.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주변이 초토화되었다. 폭발에 휘말린 수하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커, 커억……!”
“쿨럭, 쿨럭.”
폭발에 직격당한 수하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팔다리가 하나 떨어져 나가거나, 전신이 화상 투성이었다.
“가자!”
킬로가 즉시 명령을 내렸다. 드워프들은 일제히 성문으로 달려갔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은 굉장히 높고, 안쪽으로 휘어 있었다. 마치 바닥이 뚫려 있는 그릇이 도시를 덮고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그들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찰흙과 비슷했으나 점성이 있었다. 드워프들은 그것을 문에 덕지덕지 발라 놨다.
이것의 정체는 고대의 태양을 만들 때 사용하는 화약이었다.
항아리에 담아서 던지는 게 기본적인 사용법이지만 커다란 사물을 파괴할 때는 이렇게 화약들을 뭉쳐서 터트리는 게 훨씬 효과가 좋았다.
“터트리겠습니다!”
수하가 큰 소리로 외치며 심지에 불을 붙였다. 심지를 타고 올라간 불씨가 화약에 닿았다.
그 직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성문이 단숨에 박살 났다. 성문뿐만이 아니었다. 도시의 건물들도 다수가 날아갔다. 정말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들어가자!”
킬로가 앞장섰다. 드워프들이 그 뒤를 뒤따랐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반이 넘는 드워프들은 성문에서 멈춰 섰다.
“그럼 대장, 우리들은 계획대로 입구를 막고 있겠수.”
“밖에 있는 놈들이 한 명도 못 들어오게 단단히 틀어막고 있을 게요!”
밖에는 아직 웨폰마스터의 수하가 많이 남아 있었다.
거하게 한 방 먹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곧 들이닥칠 게 분명했다.
“……너희들만 믿고 있겠다.”
“우리도 대장만 믿고 있겠수.”
“꼭 해방시켜 주세요.”
드워프들이 웃으며 말했다. 킬로는 이를 깨물며 몸을 돌렸다.
“다들 날 따라라!”
킬로는 남아 있는 드워프들을 이끌고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도시의 내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드워프는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고 건물 안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건물엔 불이 꺼져 있었다. 연기가 올라오는 굴뚝도 보이지 않았다.
원래는 빗살망치 도시에는 수만 명이 넘는 드워프가 생활했다. 활기차다 못해 시끄러운 곳이었다.
그런 도시가 완전히 죽었다. 킬로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킬로는 그런 감정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지금은 그런 감정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건물들을 지나서 광장으로 나왔다. 그러자 킬로와 드워프들은 볼 수 있었다.
광장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무언가를 말이다.
네모난 모양에 위에는 굵고 길쭉한 굴뚝이 솟아나 있었다.
내부에서는 용암이 들끓었다. 거기서 올라오는 검은 연기가 쉴새 없이 하늘 위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것만 보면 화로와 비슷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다.
마치 생명체처럼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원래 화로란 흙을 쌓아서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것은 달랐다.
근육같은 것이 몸체를 이루고 있었다. 그 근육이 끊임없이 박동했다. 박동할 때마다 내부에 있는 화염이 들끓었다.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밀려올 만큼 끔찍한 광경이었다.
그 화로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작은 키와 근육질의 체형으로 보아서 드워프가 확실했다.
하지만 다른 드워프와 달리 달리 수염을 말끔하게 깎은 상태였다. 옷도 작업복이 아니라 말끔한 정복을 입고 있었다.
그 드워프를 향해서 킬로가 증오를 담아서 소리쳤다.
“아킬로!”
아킬로가 고개를 돌렸다. 기이하게도 두 눈에는 흰자위가 없었다. 홍채도 없었다.
온통 검은색뿐이었다. 마치 두 눈을 빼버리고 어둠을 담아놓은 것 같았다.
“밖이 시끄럽다 싶었는데. 역시 너희들이었나.”
여유가 넘치는 태도에 킬로는 빠득 이를 갈았다.
“이 더러운 배신자 놈…….”
“배신자? 저번에 말하지 않았나. 날 먼저 내쫓은 건 너희들이야. 배신자라는 말은 옳지 않지.”
“네가 왜 쫓겨났는지 잊은 거냐? 너와 네 애비가 금기를 어겼기 때문이었다!”
킬로는 역병의 책임 때문에 아킬로와 그 아버지가 쫓겨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반만 사실이었다.
그 역병을 불러온 것은 아킬로와 그 아버지였다. 그 두 사람이 금기를 어기면서 생긴 부작용이었다.
“선조들께서는 금속만 다루라 하셨다! 생물을 다루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지! 그런데 너와 네 애비는 금기를 어기는 것도 모자라서 동족들을 납치해서 금기를 시험해보지 않았더냐!”
고대의 드워프들은 무구를 만들 때, 금속만 사용하지 않았다.
생물도 같이 사용했다. 생물의 살과 근육, 뼈, 신경, 영혼 등등. 그 모든 것을 활용해서 무구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구는 훨씬 강할 뿐만 아니라 그 생물의 특성까지 담겼다.
하지만 너무나도 끔찍한 기술이었기에 금기로 지정되고 말았다.
그 금지된 기술을 다시 연구한 것이 아킬로와 그 아버지였다.
“금기라…… 장인이라는 자들이 어찌 그렇게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군.”
“시끄럽다! 네놈의 헛소리도 오늘로 끝이다!”
아킬로는 쯧쯧 혀를 찼다.
“저번에 그렇게 된통 당했으면 멀리 도망칠 것이지. 왜 또 도시로 돌아온 거지?”
“네놈의 뒤에 있는 그것을 부수기 위해서 왔다!”
“아아, 이거 말인가.”
아킬로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맥동하고 있는 화로를 사랑스러운 얼굴로 바라봤다.
“이해할 수 없군. 이렇게 훌륭한 화로를 어째서 부수겠다는 거지? 그러고도 네가 대장장이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이냐.”
“어디서 그딴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네놈이 저것을 만들기 위해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데!”
킬로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저것 화로를 만들기 위해서 아킬로가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져서 죽을 것 같았다.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 것도 이제 끝이다.”
킬로와 드워프들이 주머니에서 철구를 꺼냈다. 고대의 태양을 보자마자 아킬로가 두 눈을 빛냈다.
“그 짧은 시간에 고대의 태양을 양산해 내다니. 실력만큼은 인정해 줄 수밖에 없겠군. 그런데…… 설마 그것만 믿고 온 건가?”
아킬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에 누가 있는지 잊은 건 아닐 텐데 말이야.”
화로 위에서 누군가 뛰어내렸다.
등과 허리, 그 외에 몸 곳곳에 무기를 매달고 있는 남자였다.
그 남자를 본 순간, 킬로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웨폰마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