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6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4화(264/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4화
264화 고집 (2)
웨폰마스터가 등장하자마자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드워프들의 얼굴에 극심한 공포가 떠올랐다. 방금 전까지 분노와 의욕을 불태웠던 것이 거짓말인 것 같았다.
“아킬로.”
웨폰마스터가 입을 열었다. 평균에 조금 못 미치는 체구와 달리 목소리가 굉장히 굵고 무거웠다.
“왜 일을 귀찮게 만드는 거냐.”
“말하지 않았소. 재료가 많을수록 이 화로는 더욱 완벽해진다니까.”
“그럼 수하들을 시켜서 저놈들을 제압하면 될 것을 왜 굳이 도시까지 들여보낸 거지?”
“그래도 열심히 준비를 해 줬으니 한번 구경해 보고 싶었소.”
“겨우 그딴 이유로 이 난리를 피운 거냐?”
“장인의 미학이란 복잡한 법이지. 부디 이해해 주시오.”
아킬로가 웃으며 말했다. 웨폰마스터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찼다.
“죽이면 안 된다고 했던가?”
“숨만 붙여서 데려와 주시오.”
웨폰마스터가 드워프들을 돌아봤다.
연녹색 눈동자가 드워프들을 훑어봤다. 그들은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숫자가 적군.”
대뜸 웨폰마스터가 드워프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에게 협력하는 흑마법사가 한 명 있다고 들었다. 장작패기 빅터라고 했던가? 그 녀석은 어디에 있는 거지?”
“그, 그 녀석은 여기에 없다!”
킬로가 간신히 용기를 쥐어 짜내어 소리쳤다.
하지만 웨폰마스터가 자신을 응시하자마자 억지로 쥐어 짜냈던 용기가 순식간에 증발하고 말았다.
“없다? 설마 너희들끼리 왔단 말이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군. 뭐, 그 녀석이 없다면 나도 너희들한테 볼일은 없다.”
웨폰마스터가 드워프들을 향해 말했다.
“항복할 자는 바닥에 무릎을 꿇어라. 그렇지 않으면 팔다리를 잘라서 끌고 가겠다.”
웨폰마스터에게서 살기가 뻗어 나왔다.
그는 거악 중에서도 정점에 가장 가까운 존재였다.
그런 강자가 내뿜는 살기는 그 자체로 흉기였다.
몇몇 드워프는 극도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입에서 거품을 물었다.
“……어림없는 소리하지 마라!”
“항복? 개소리하고 있군!”
“반드시 이 자리에서 네놈을 죽여 주마!”
하지만 웨폰마스터에게 굴복하는 드워프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차라리 이곳에서 죽겠다는 듯 결연한 눈빛으로 웨폰마스터를 노려볼 뿐이었다.
“귀찮게 되었군. 벌레를 죽이는 것보다 살리는 게 천 배는 더 어려운 일인데.”
웨폰마스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그때, 드워프 한 명이 고대의 태양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웨폰마스터! 너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다! 너만큼은……! 너만큼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겠다!”
드워프가 웨폰마스터를 향해서 고대의 태양을 던졌다.
드워프가 내던진 고대의 태양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폭발과 함께 붉은 화염이 웨폰마스터를 뒤덮었다. 고대의 태양을 내던진 드워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웨폰마스터가 화염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나온 것이다.
“이게 너희 빗살망치 드워프들이 자랑하는 ‘고대의 태양’인가? 생각보다 위력이 상당하군. 하지만 이 몸에게 닿을 정도는 아니야.”
웨폰마스터가 옷에 묻은 불씨를 털어내며 말했다.
“이, 이 괴물이!”
드워프가 다시 고대의 태양을 던졌다. 웨폰마스터의 두 눈에 힘이 들어갔다.
그 순간, 드워프의 손목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고대의 태양을 움켜쥔 채로 손이 절단되었다.
“끄, 끄으윽!”
드워프는 손목을 움켜잡으며 괴로워했다.
“설마 그 느려터진 공격을 또 맞아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웨폰마스터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숨만 붙이면 된다고 했으니…… 팔다리는 필요 없겠군.”
웨폰마스터의 눈동자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다음 순간, 손목이 잘린 드워프의 무릎에서 피가 솟구쳤다.
“아아악! 끄아아악!”
한쪽 팔과 두 다리를 잃은 드워프가 바닥에 엎어졌다. 드워프는 잘려 나간 부위에서 피를 쏟아내며 발버둥쳤다.
“대, 대체 왜 손목이 잘린 거지?”
“웨, 웨폰마스터는 가만히 있었는데?”
혼란과 두려움이 전염병처럼 퍼졌다.
어떤 드워프도 감히 웨폰마스터에게 고대의 태양을 던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일단 한 명.”
웨폰마스터는 팔다리가 잘린 드워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목덜미를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웨폰마스터는 발견했다. 겉옷 밑에 있는 기묘한 물건을 말이다.
드워프는 철구를 여러 개 이어붙인 조끼를 입고 있었다.
속옷도 아니고, 갑옷은 더더욱 아니었다. 웨폰마스터가 의아해하는 그때, 드워프가 간헐적으로 웃었다.
“그 유명한…… 웨폰마스터한테…… 가장 먼저 엿을 먹이는…… 드워프가 나라니…… 이거 영광이군……!”
드워프가 옷 속에서 빠져나와 있는 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 순간, 조끼가 폭발했다. 주변의 건물들이 모조리 날아갔다. 붉은 화염이 하늘까지 솟구쳤다.
고대의 태양을 하나만 던졌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위력이었다.
“큭.”
웨폰마스터조차 폭발 때문에 뒤로 밀려 나갈 정도였다. 심지어 한쪽 옷소매가 완전히 불에 타 버린 상태였다.
“지금이다! 덮쳐라!”
“선조를 위하여!”
“빗살망치 도시를 위하여!”
모든 드워프가 웨폰마스터를 향해서 몸을 날렸다. 동시에 조끼의 줄을 잡아당겼다.
거대한 폭발이 연달아 일어났다. 웨폰마스터는 순식간에 화염에 뒤덮였다.
“…….”
그 광경에 아킬로는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자폭이라고? 진짜 미쳐 버린 거냐?”
“미쳐? 우리들은 멀쩡하다!”
킬로가 고함을 내질렀다. 수하들은 모두 웨폰마스터를 향해 몸을 던졌다.
이 자리에 남아 있는 저항군은 킬로뿐이었다.
“웨폰마스터 같은 괴물을 상대하려면 이 정도 희생은 치러야지!”
드워프의 능력으로는 마스터클래스 한 명조차 당해기 힘들었다.
하물며 웨폰마스터는 마스터 중에서도 벽을 여러 개 넘은 거물이었다.
드워프들이 그런 괴물과 싸우기 위해서는 허를 찌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자폭’이었다.
“멍청한 놈! 웨폰마스터는 고대의 태양 따위로는 죽지 않는다! 이건 목숨을 쓰레기통에 내다 버린 것뿐이야!”
“상관없다! 어차피 저건 웨폰마스터의 발을 묶기 위한 방법일 뿐이었다!”
킬로가 겉옷을 벗었다. 그의 몸에도 고대의 태양을 이어 붙인 조끼가 입혀져 있었다.
“우리의 진짜 목표는 저 화로를 부수는 것이다! 저것만 없앨 수 있다면 이깟 목숨 따위는 아깝지 않아!”
킬로가 화로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아킬로의 얼굴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아, 안 돼! 이 화로만은 안 된단 말이다!”
아킬로에게는 전투 능력이 없었다. 킬로의 자폭을 막을 방법 따위는 없었다.
화로가 가까워지자 킬로는 즉시 줄을 잡아당기려고 했다.
그때, 하늘에서 붉은빛이 번쩍였다.
무언가 사선으로 낙하했다. 그리고 킬로의 복부를 관통했다.
“커헉!”
내장이 터지는 고통에 킬로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킬로는 배의 구멍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들었다. 검 한 자루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이 보였다.
평범한 검이 아니었다.
새빨간 칼날과 칼자루에 돋아나 있는 눈동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마검.”
-키헤헤헷! 알아봐 주니 기분 좋네!
마검이 허공을 날아다니며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주인님! 시키는 대로 막았어요! 내가 막았다니까요? 내가! 이 벤달이 막았어요!
“그래, 수고했다.”
폭발 현장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웨폰마스터가 불길을 뚫고 걸어 나왔다.
웨폰마스터의 옷은 모조리 불타 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웨폰마스터 본인은 멀쩡했다.
킬로를 제외한 모든 드워프가 목숨을 내다버렸음에도 웨폰마스터에게 조금도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파괴력이 상당하군. 마검들이 아니었다면 크게 다쳤을 뻔했어.”
마검 몇 자루가 웨폰마스터의 주변을 부유하고 있었다. 저것들이 폭발로부터 웨폰마스터를 지킨 모양이었다.
“젠장…… 이렇게 빨리…….”
킬로는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수하들이 모두 죽은 이상, 화로를 부술 수 있는 드워프는 자신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 좋지 못한 부위를 마검에게 관통당한 탓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두 다리에게 계속 일어나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알아듣지를 않았다.
“킬로, 이 어리석은 친구야. 이곳은 웨폰마스터가 지키고 있는 곳이야. 그런 거물에게 이딴 방법이 통할 거라고 진지하게 믿은 건가?”
킬로는 입술을 깨물었다.
방금 전, 당황했던 것조차 연기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모든 것은 아킬로의 저열한 즐거움을 만족시키기 위한 연기일 뿐이었다.
‘뭔가……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화로에 가까이 갈 수만 있다면…… 성문을 지키고 있는 수하들은? 그 녀석들이 와 준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킬로는 남아 있는 수하들에게 희망을 걸었다.
그때였다.
뒤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밖을 지키고 있던 웨폰마스터의 수하들이 도시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주군, 명령대로 적들을 생포했습니다.”
수하들의 손에는 킬로의 부하들이 잡혀 있었다.
그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을 당한 것인지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수고했다. 전부 아킬로에게 건네거라.”
“예!”
수하들은 드워프들을 질질 끌고 가서 아킬로의 발밑에 던져놓았다.
“재물들이 또 도착했군.”
아킬로는 사랑스럽다는 얼굴로 드워프들을 바라봤다.
“아……킬로…… 이 배신자…… 같으니…….”
“이만한 상처를 입고도 기절하지 않다니. 아주 팔팔하군. 너로 정했다.”
아킬로가 드워프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화로에서 여러 개의 촉수가 돋아났다. 촉수는 단숨에 드워프의 몸을 꿰뚫었다.
“커억!”
“벌써 아파하면 곤란한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티끌에 불과하거든.”
촉수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드워프의 몸이 찢겨져 나갔다.
전신의 근육이 결대로 찢겨져 나갔다. 그 속에 감춰져 있던 신경이 모두 드러났다. 새하얀 뼈가 바깥 공기와 만났다.
“아아악!”
그런 모습이 되었음에도 드워프는 살아 있었다. 고통으로 가득한 비명을 질렀다.
촉수는 분해한 드워프를 화로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드워프의 근육과 신경이 화로에 연결되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아아아아악!”
드워프의 비명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몸이 찢어질 때보다 더욱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비명소리였다.
“아킬로! 멈춰라! 멈추란 말이다!”
보다 못한 킬로가 절규하듯이 소리쳤다. 하지만 아킬로는 시선조차 돌리지 않았다.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라. 이놈들의 차례가 끝나면 다음은 네 녀석이니까.”
모두가 그 광경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웨폰마스터도, 그의 수하도.
그렇기에 모두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도시에 깔려 있는 어둠이 술렁이고 있다는 사실을.
도시의 그림자들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응?”
암흑기사 한 명이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잠깐, 이거 설마…….”
그림자 속에서 녹색 창들이 튀어나왔다.
날카롭게 재련된 창날이 암흑기사들의 몸을 모조리 꿰뚫었다.
모두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창날에는 모두 오러가 맺혀 있었다.
“크아아악!”
“카아아악!”
암흑기사들은 단말마를 토해 내며 찢겨 나갔다.
수십 명이 넘는 암흑기사가 한순간에 고깃덩어리로 변해 버렸다.
“스켈레톤?”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오는 해골들을 바라보며 웨폰마스터가 놀라서 소리쳤다.
하지만 놀라움은 이내 반가움으로 변했다. 웨폰마스터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설마…… 드디어 나타난 거냐? 내게 대적하겠다는 건방진 애송이가?”
킬로의 바로 앞에 어둠이 모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어둠은 하나의 형체를 이루었다.
그 형체를 본 순간, 킬로는 놀라서 소리쳤다.
“빅터……?”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
빅터가 킬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무심한 눈빛이 이토록 반가울 수가 없었다.
“서, 설마…… 날…… 도우려고 온 거냐?”
빅터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마치 킬로를 일으켜 세워 주려는 듯했다. 킬로는 머뭇거리며 빅터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손을 잡기 직전, 빅터가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주먹으로 킬로의 얼굴을 후려쳤다.
“야, 이 뻔뻔한 난쟁이 새끼야. 멋대로 계획을 망가트리면 어쩌자는 거냐.”
“자, 잠깐……! 우리 대화로 해결하자!”
“대화? 대화 좋지. 근데 그 전에 치러야할 값이 있잖냐!”
빅터는 급기야 킬로를 마구 짓밟기 시작했다.
“후, 이제 좀 속이 시원해지네.”
킬로를 한참 동안 짓밟은 다음에야 빅터는 웨폰마스터를 쳐다봤다.
웨폰마스터는 무척 흥미롭다는 얼굴로 빅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웨폰마스터. 또 만나게 돼서 더럽게 반갑다.”
“또? 나는 네놈을 처음 보는데? 대체 어디서 만났지?”
“억지로 기억해 내려고 하지 마라. 곧 떠오르게 해 줄 테니까.”
그 말에 웨폰마스터는 웃음을 터트렸다.
“재미있군. 정말 재미있어. 설마 이제 와서 내게 대적하려는 흑마법사가 있었을 줄이야…….”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웨폰마스터와 달리 빅터는 더 이상 웨폰마스터를 보고 있지 않았다.
광장에 놓여 있는 거대한 화로를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
화로를 본 순간, 빅터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네놈이 저 끔찍한 걸 만들었나?”
“호오, 역시 알아보시는구려. 하긴, 흑마법사라면 모를 수가 없지.”
아킬로가 보물을 자랑하는 것처럼 화로를 쓰다듬었다.
“이 화로는 선조들의 지혜를 이용해서 만들어졌다오. 아주 특별한 재료들이 사용되었지. 드워프들의 살점, 뼈, 내장, 신경, 뇌, 영혼들을 모두 하나로 엮어서 만들어졌다오.”
“돌아버린 거냐?”
빅터의 비난에 아킬로는 검지를 좌우로 까딱 거렸다.
“흑마법사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억울하구려. 그대들도 영혼과 시체를 이용하지 않소?”
“그렇지. 하지만 저렇게 ‘살아 있는 채’로 가공하지는 않는다.”
흑마법사였기에 빅터는 저 화로의 구조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살아 있는 드워프 수만 명을 살아 있는 채로 엮는다.
근육과 신경을 모두 연결하여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이게 한다.
저 화로를 만드는데 사용된 드워프들은 아직도 살아 있었다. 산 채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드워프들의 신체를 억지로 연결해 놓았으니 멀쩡할 리가 없었다.
“어째서 저딴 걸 만들어 낸 거냐.”
“식견이 좀 부족한 질문이시구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재료로 사용된 드워프들의 재능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오. 수만 명의 드워프를 하나로 합쳐 무기를 만들어 내면 얼마나 훌륭하겠소?”
빅터는 입가를 비틀었다. 마치 겨우 그딴 이유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느냐고 말하고 싶은 듯했다.
“킬로, 설마 이미 알고 있었나?”
빅터가 발밑에 있는 드워프를 향해 물었다.
“……알고 있었다. 도시 바깥에서 놈들을 관찰하면서 보게 되었지. 도시의 주민들이 모두 저 모습으로 변하는 걸 말이다.”
킬로가 바닥에 얼굴을 박았다. 울음을 억누르며 말을 이어나갔다.
“빅터…… 나는, 아니 우리는 너에게 거짓말을 했다. 우리는 도시를 탈환하기 위해서 모인 게 아니다! 되찾아봤자 뭐하겠나! 우리들의 가족은…… 연인은…… 수만 명의 동족들은 이미 사라져 버렸는데!”
드워프들은 살아가기 위해서 도시를 되찾으려는 게 아니었다.
“우리들의 목적은 처음부터 하나였다! 저 화로를 부수고, 자결하는 것이다!”
죽을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도시를 되찾으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