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6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5화(265/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5화
265화 고집 (3)
킬로의 어깨가 간헐적으로 들썩였다. 결국 울음을 참지 못한 것이다.
“분한가? 저들을 죽이고 싶은가?”
빅터의 물음에 킬로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일이 끝날 때까지 너희들은 모두 기절시켜 놓으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이 달라졌다.”
킬로가 고개를 들었다. 울음으로 가득한 얼굴에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마치 왜 자신들을 기절시키려 했냐고 묻고 싶은 듯했다.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들을 죽을 때까지 함구한다면 이곳에 있는 걸 허락해 주지. 저 두 쓰레기가 죽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
빅터가 웨폰마스터와 아킬로를 가리켰다. 그러자 웨폰마스터가 웃음을 터트렸다.
“날 죽이겠다고? 아주 재미있군. 사실 나는 네놈에 대해서 조금 오해를 하고 있었어. 내게 휘하로 들어오기 위해서 실력을 어필하려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웃음소리가 천천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웨폰마스터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여전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 보니 알겠다. 네놈은 날 진짜로 죽이기 위해서 왔구나.”
“그걸 이제야 눈치채다니. 생각보다 둔하군.”
“지금까지 내게 도전했던 자들은 모두 판데모니엄의 적합한 절차에 의해서 결투를 신청했거든. 너처럼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놈은 처음이라서 말이야.”
“우습군. 사회를 어지럽히는 쓰레기들 따위에게 절차가 있다는 게 말이야.”
“하하핫, 그러는 자네도 흑마법사가 아닌가.”
그 말에 빅터는 말없이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모두 나와라.”
빅터가 나지막이 말했다. 발밑의 그림자가 출렁이더니 남은 언데드들이 튀어 나왔다.
언데드들이 착용하고 있는 무장을 본 웨폰마스터가 짧게 감탄했다.
“녹공강(綠空鋼)? 빗살망치 드워프들을 어떻게 구워 삶았기에 그렇게 귀한 합금을 얻어 냈는지 모르겠군.”
녹공강으로 만든 무구를 착용한 언데드들의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웨폰마스터는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기는커녕 얼굴에 조금씩 희열이 피어오르고 있는 듯 보였다.
“재미있군. 재미있어. 하지만 실망스럽구나. 겨우 이 정도 전력으로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웨폰마스터의 물음에 빅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언데드에게 명령을 내렸다.
“도미니코.”
-예, 주군.
“밖으로 나가서 도시를 봉쇄해라. 혹시라도 누가 도시에 다가온다면 막아라.”
도미니코가 고개를 숙였다. 언데드들은 다시 그림자로 변해서 도시 밖으로 사라졌다.
“기껏 소환한 언데드들을 모두 내보낸다고? 설마 혼자서 날 상대할 생각이냐?”
“상황 파악 한번 느리군. 알겠으면 싸울 준비나 해라.”
웨폰마스터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다.
“왜 이런 객기를 부리는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웨폰마스터의 손이 뒤로 향했다. 등에 메고 있던 수십 개의 무기 중에서 단창을 집어 들었다.
웨폰마스터가 창을 움켜쥐자마자 붉은 전류가 끌어올랐다. 시뻘건 뇌력이 창 전체를 휘감은 것이다.
그러자 붉은빛이 도시 전체를 물들였다. 마치 번개를 손에 쥐고 있는 것 같았다.
“비, 빅터! 저건 위험하다! 당장 이 자리에서 도망쳐라!”
그 모습을 본 킬로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웨폰마스터는 엄청난 숫자의 마검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가 소유한 마검들이 모두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 특별한 몇 개만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웨폰마스터가 들고 있는 창은 ‘특별한 쪽’에 속하는 물건이었다.
“마창 제뉴어! 한 번만 던져도 지형이 바뀔 정도로 막강한 파괴력을 가진 마창이다! 스치기만 해도 전신이 증발해 버릴 거다!”
킬로의 외침에도 빅터는 가만히 서 있었다. 피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빅터!”
킬로가 다시 소리쳤다. 빅터는 묵묵부답이었다. 그사이 웨폰마스터가 창을 던질 준비를 했다.
“이걸 막아 내면 널 인정해 주마.”
웨폰마스터가 쓰레기라도 던지듯 가볍게 마창을 던졌다.
마창은 천둥소리를 뿜어내며 날아들었다. 붉은 뇌전이 지상을 달렸다.
“으, 으아아……!”
킬로가 두 눈을 질끈 감으려던 찰나, 빅터가 기이한 행동을 했다.
아공간을 열더니 그 속에서 손을 집어넣은 것이다.
뇌전이 도달하기 직전, 빅터가 아공간에서 손을 빼냈다.
검 한 자루가 빅터의 손에 딸려 나왔다. 검과 뇌전이 서로 부딪혔다.
뇌력이 폭발하고 말 거다.
찰나의 순간, 킬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검의 움직임에 따라서 뇌전의 각도가 틀어졌다.
빅터는 칼을 한 바퀴 회전했다. 뇌전도 똑같이 한 바퀴 회전했다.
그리고 웨폰마스터를 향해서 쏘아졌다.
뇌전은 자신이 왔던 길을 거슬러 되돌아가 웨폰마스터를 덮쳤다.
“뭐?”
웨폰마스터는 너무 놀란 나머지 무기를 꺼낼 생각조차 못 했다. 맨손으로 뇌전을 막아 냈다.
굉음과 함께 붉은 뇌력이 폭발했고 지면이 모조리 날아갔다.
“크…… 아아아악!”
그 속에서 웨폰마스터가 비명을 터트렸다. 뇌전을 막았던 팔은 완전히 불타 버린 상태였다.
“빅터……! 이 애송이가! 방금 그건 뭐냐! 어떻게 흑마법사가! 흑마법사가!”
웨폰마스터가 빅터를 향해서 분노를 토해 냈다.
“검성의 제자? 아니야! 이 움직임은! 본 적이 있어! 너는……!”
빅터가 자신의 가면을 움켜잡았다. 줄곧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졌다.
그 모습을 본 웨폰마스터가 핏발선 눈동자로 소리쳤다.
“데미안 학센!”
* * *
“벗으니 좀 살 것 같군.”
데미안은 벗은 가면을 바닥에 내던졌다. 공기가 피부에 직접 닿자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데미안은 고개를 들어서 화로를 쳐다봤다.
흑마법사의 지식 덕분에 볼 수 있었다. 화로에 얽매여 있는 드워프들의 영혼이 말이다.
-아아악!
-죽여 줘! 제발!
-아파! 아파아!
드워프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절규를 토해 내고 있었다.
하지만 저들은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저 화로는 그들의 몸이었으니까.
육체를 떠난 영혼은 고통을 받을수록 약해지며, 결국에는 소멸한다.
저 화로는 수만 명이 넘는 근육과 신경, 내장을 억지로 이어서 만든 드워프들의 육체 그 자체였다.
그렇게 억지로 하나로 합쳤는데 문제가 없을 리 없었다.
억지로 연결된 신경은 실시간으로 그들에게 고통을 선사하고 있었다.
“너…… 비, 빅터가…… 아니었단 말이냐?”
킬로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나중에 물어봐라. 지금은 쓰레기를 치우는 게 급하거든.”
데미안이 여명을 든 채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는 사이, 웨폰마스터는 허리춤의 단검을 꺼내 들었다.
단검에서 어둠이 흘러나오더니 뇌력에 불타 버렸던 팔이 완전히 치유되었다.
“데미안 학센, 네놈이 어떻게 여기 있는 거냐! 대체 어떻게 흑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거지?”
웨폰마스터의 얼굴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데미안이 다루고 있던 언데드들은 모두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어지간한 대흑마법사들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기사였다. 그것도 대륙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신예였다.
그런 이가 흑마법을? 그것도 대흑마법사 이상으로 다룬다고?
“내가 좀 천재라서 말이야.”
“헛소리 집어치우고 대답해라! 대체 어떻게 흑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거냐!”
“설명해 주기 귀찮으니까 대충 넘어가라.”
데미안의 말에 웨폰마스터가 이를 갈았다.
안 그래도 뇌전에 역으로 당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상황이었다.
열이 잔뜩 받았기에 이런 사소한 놀림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 대답하기 싫다 이거지.”
웨폰마스터가 등에 메고 있던 워해머를 집어 들었다. 기이하게도 머리 부분이 해골로 되어 있었다.
워해머는 흉흉한 외형만큼이나 불길한 흑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이것도 마검에 속하는 물건이 틀림없었다.
“팔다리가 으스러지고도 똑같이 말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
웨폰마스터가 흑마력을 일으켰다. 거대한 압력이 도시 전체를 짓눌렀다.
“으, 으아아…….”
킬로는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반면, 데미안은 아무렇지도 않은 수준을 넘어서 조소까지 머금었다.
“과연 명성에 걸맞은 기세로군.”
웨폰마스터가 움직였다. 워해머를 움켜쥔 채 돌진했다.
“우선 그 웃음부터 지워 주마!”
웨폰마스터가 워해머를 내리쳤다. 데미안은 망설임 없이 여명으로 받아쳤다.
“저능아 새끼 같으니!”
웨폰마스터가 소리쳤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검과 망치가 부딪치면 검이 부러지는 게 당연했다.
두 무기를 만드는데 들어간 금속의 양이 달랐으며, 그렇기에 강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으니까. 게다가 웨폰마스터가 꺼내든 워해머는 마검이었다.
게다가 워해머를 두 손으로 쥐고 있는 웨폰마스터와 달리 데미안은 한 손으로 여명을 휘둘렀다.
아무리 봐도 여명이 박살 나고 워해머가 데미안의 몸을 부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막상 두 무기가 부딪친 순간, 웨폰마스터의 상식이 박살이 났다.
여명이 워해머의 공격을 버텨 낸 것이다. 아니, 버텨 낸 수준이 아니었다.
칼날이 조금씩 워해머를 파고들었다. 마검이 잘려 나가는 모습에 웨폰마스터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때, 데미안이 팔에 힘을 줬다.
환골탈태를 겪은 이후, 데미안의 육체는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 데미안의 육체는 슬라와 싸울 때보다 몇 배로 강해져 있었다.
데미안이 여명을 휘둘러서 웨폰마스터를 밀어냈다.
웨폰마스터의 몸이 뒤로 밀려 나갔다. 폐허가 된 도시에 긴 선이 그어졌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웨폰마스터는 백 년 가까이 살아온 노괴였다. 그만큼 대단한 강자였다.
그런 웨폰마스터가 데미안에게 밀린 것이다. 참기 힘들 정도의 모독감이 밀려왔다.
“명성이랑 다르게 생각보다 훨씬 가벼운데?”
데미안은 여명을 어깨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웨폰마스터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 애송이 놈이!”
웨폰마스터가 다시 땅을 박찼다. 워해머가 데미안의 골통을 부술 기세로 날아왔다.
데미안은 여명을 휘둘러서 웨폰마스터의 공격을 몇 번이고 쳐냈다.
두 무기가 부딪칠 때마다 워해머의 표면에 깊은 자국이 생겨났다.
“어디서 그런 괴물같은 무기를……!”
웨폰마스터는 워해머를 집어넣었다. 대신 양손에 각각 다른 무기를 쥐었다.
창과 장검을 말이다.
“내가 왜 웨폰마스터라고 불리는지 알려 주마!”
웨폰마스터가 두 무기를 동시에 휘둘렀다. 창과 검의 궤적이 동시에 쏟아졌다.
그러나 데미안은 웨폰마스터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 냈다. 웨폰마스터의 입가가 비틀렸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웨폰마스터가 두 무기를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낫과 채찍을 꺼냈다.
“나는 웨폰마스터. 이 세상에 내가 다루지 못할 무기는 없다.”
허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웨폰마스터는 모든 무기를 ‘마스터클래스급’으로 다룰 줄 알았다.
웨폰마스터가 등에 메고 있는 무기들은 허세가 아니었다.
웨폰마스터의 주요 전술은 수십 개의 무기를 끊임없이 바꾸며 적을 압박하는 것이었다.
“과연 네놈은 몇 번째 무기까지 버텨 낼 수 있을까!”
웨폰마스터의 손이 정신없이 움직였다.
칼, 창, 채찍, 단검, 건틀릿, 석궁 등등.
온갖 무기들이 쏟아졌다. 무기만 바뀐 것이 아니다. 웨폰마스터의 기술도 달라졌다.
마치 수십 명의 마스터클래스와 동시에 싸우는 것 같았다.
“옛날부터 생각해 봤는데.”
웨폰마스터의 맹공을 받아치며 데미안이 입을 열었다.
“웨폰마스터니 뭐니 거창하게 떠들고 있기는 한데…… 결국 제대로 다루는 무기가 하나도 없다는 뜻 아닌가?”
그 말에 웨폰마스터의 표정이 귀신처럼 일그러졌다.
“이 애송이 놈이 무슨 헛소리를……!”
그때, 데미안이 여명으로 웨폰마스터의 무기를 찍어 눌렀다.
막 쏘아지려던 장창이 땅에 박혔다.
데미안은 그 즉시 앞으로 튀어 나갔다. 몸을 틀어서 웨폰마스터의 가슴을 걷어찼다.
웨폰마스터의 가슴이 움푹 파였다.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말했잖아.”
데미안이 쭉 뻗은 다리를 내리며 말했다.
“어중간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