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6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7화(267/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7화
267화 웨폰마스터 (2)
데미안은 여명을 다시 칼집에 넣었다.
저 멀리 바닥에 쓰러져 있는 웨폰마스터가 보였다. 팔다리가 모두 사라지고, 전신의 피부는 벗겨져 있었다.
여명이 내뿜은 빛은 웨폰마스터를 말 그대로 갈아 버렸다.
“용케 죽지 않았군.”
웨폰마스터가 그만큼 질기다기보다는 데미안의 솜씨가 미숙했다.
여명의 권능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웨폰마스터에게 다가갔다. 확실하게 숨통을 끊을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키에에에엑! 거기 멈추지 못해!
-우리 주인을 괴롭히지 마라!
마검들이 데미안을 향해 날아왔다.
여명에게 모든 신경을 쏟아붓는 바람에 이기어검의 제어가 약해졌다.
그 틈을 노리고 마검들이 이기어검을 부수고, 데미안을 향해 날아온 것이다.
“귀찮게 구는군.”
-인간! 잘난 척하지 마라!
-그러다 배때기에 구멍 뚫린다!
데미안은 마검들의 공격을 피하며 여명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여명에 맺혀 있던 오러블레이드가 더욱 밝은 빛을 토해 냈다.
“이 자리에서 모두 부숴 주마.”
데미안이 마검들을 향해 여명을 휘두르려는 찰나였다.
별안간 아킬로가 이상한 행동을 했다. 웨폰마스터를 번쩍 들어 올린 것이다.
데미안은 아킬로의 의도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기껏해야 도망치거나 웨폰마스터를 치료하려는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킬로는 데미안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행동을 보였다.
웨폰마스터를 화로 속으로 집어넣은 것이다.
“……뭐?”
웨폰마스터를 집어삼킨 화로가 더욱 거칠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하하핫! 그래! 이거다! 이거야!”
아킬로는 큰소리로 웃으며 화로의 변화를 반겼다.
“멸세의 마검이 불완전한 상태로 만들어질까 봐 걱정했는데. 마지막 재료를 이런 식으로 얻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킬로의 말에 데미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멸세의 마검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재료가 웨폰마스터라니?
당연한 말이지만 전생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전생에 웨폰마스터는 마검의 재료 따위로 쓰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나 때문에 미래가 바뀌었다.’
전생에 웨폰마스터는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멸세의 마검을 제작했다.
그렇기에 아킬로는 웨폰마스터를 ‘재료’로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생은 달랐다.
데미안에 의해서 웨폰마스터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 탓에 아킬로는 웨폰마스터를 화로에 집어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작급 악마의 육체와 수만 명의 드워프로 만들어 낸 화로, 그리고 그랜드마스터에 가까운 기사의 육체! 이것으로 완성된다! 진정한 멸세의 마검이!”
화로가 품고 있던 붉은 화염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화로를 중심으로 강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데미안은 불길함을 느꼈다.
저것을 가만히 놔두면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 것만 같았다.
그전에 부숴야 했다. 하지만 데미안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순간, 화로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전신이 용암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어서 형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크으으…….
기이한 소리를 내며 그것이 몸을 일으켰다. 허리를 펴고 고개를 쳐들었다.
그러자 붉게 달아올랐던 육체가 빠르게 식었다. 그제야 데미안은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외형은 인간과 비슷했다. 두 팔과 두 다리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완전히 달랐다.
우선 몸이 금속으로 되어 있었다. 피부는 물론이고, 그 밑에 있는 근육까지 전부.
얼굴에는 눈도, 입도 없었다. 대신 물결무늬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는 철판만 있을 뿐이었다.
-……내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그것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변화한 육체를 보자마자 덜컥 움직임이 멈췄다.
-말도…… 말도 안 돼…… 이게…… 이게 내 몸이라고……?
충격을 먹었는지 그것의 목소리가 마구 떨렸다.
-그런데…… 이상하군…… 기분이 좋아……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좋아…….
하지만 점차 목소리에 희열이 담기기 시작했다.
-힘이…… 힘이 느껴진다…… 이 몸이 품고 있는 거대한 힘이 느껴져……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대체 뭐지? 이 전능감은?
“마음에 드시는 것 같구려.”
옆에 있던 아킬로가 웨폰마스터를 향해 말했다. 웨폰마스터는 아킬로를 홱 돌아봤다.
-아킬로!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냐!
“나약한 인간의 육체 대신 마검의 몸을 주었지. 정말 대단하지 않소?”
-지금 당장 네놈을 죽여 버리고 싶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지 마시오. 솔직해지시오. 너무나도 만족스럽지 않소?”
웨폰마스터는 침묵했다. 마치 그 말이 사실인 것처럼 말이다.
-어째서 내가 마지막 재료라는 걸 말하지 않았지?
“당신이 날 믿지 않았으니까. 솔직하게 말했으면 날 죽였을 거 아니오?”
부정할 수 없었는지 웨폰마스터는 짧게 혀를 찼다.
철도 순식간에 녹이는 화로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데 누가 믿어 줄까.
-네놈에 대한 처분이 잠시 뒤로 미루겠다. 지금은 빨리 죽여야 할 놈이 있으니까.
웨폰마스터는 데미안을 돌아봤다. 표정이 없음에도 데미안은 느낄 수 있었다.
-데미안 학센. 그럼 후반전을 시작해 보자.
웨폰마스터의 목소리는 자신감과 희열로 가득 차 있었다.
* * *
데미안은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귀찮게 되었군.”
멸세의 마검.
공작급 악마의 육체를 이용해서 만들어 낸 마검.
공작급 악마의 권능이 그대로 담긴 걸작 중의 걸작이었다.
안 그래도 무시무시한 무기였던 멸세의 마검이 웨폰마스터와 융합함으로써 더 강해졌다.
데미안으로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귀찮아?
웨폰마스터가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아무래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구나.
웨폰마스터의 손이 녹아내리더니 길쭉한 장검으로 변했다.
-네놈에게 똑똑히 보여 주마. 내가 어떤 힘을 손에 넣었는지 말이다.
장검에 흑마력이 압축되기 시작했다.
압축된 흑마력이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였다. 웨폰마스터를 중심으로 폭풍이 휘몰아쳤다.
웨폰마스터가 장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검은 참격이 데미안을 향해서 뻗어 나갔다.
검을 휘두른다 싶었을 때는 이미 참격이 코앞까지 닥친 상태였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데미안은 여명으로 참격을 막아 냈다.
“큭.”
압도적인 힘이 데미안과 여명을 통째로 부시려고 했다.
삼환(三環)을 가동시키고 있음에도 버거울 정도였다. 결국 데미안은 검은 참격을 흘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을 빗겨나간 검은 참격이 빈 땅을 덮쳤다. 그러자 도시의 반이 날아갔다.
파괴의 참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도시를 넘어서 산맥들이 연달아 박살이 났다.
누군가 산맥을 일직선으로 지운 것만 같았다.
-하하핫! 으하하핫!
웨폰마스터는 한껏 웃었다.
-가볍게 휘두른 게 이 정도라니! 힘이 넘친다! 힘이 넘쳐! 이제 아무도 날 막지 못 하리라!
단순히 오러를 방출한 것만으로 산맥이 날아가 버렸다.
진짜로 두려운 것은 웨폰마스터가 아직 멸세의 마검이 가진 권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대로 오러블레이드만 방출해도 네놈을 흔적도 없이 죽일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건 너무 심심하구나! 내 손으로 직접 네놈의 몸을 베어 주마!
웨폰마스터의 몸이 사라졌다.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코앞에 나타났다.
웨폰마스터가 데미안을 향해서 검을 내리쳤다. 데미안은 반사적으로 여명을 세워서 참격을 막아 냈다.
그 순간, 데미안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 * *
멸세의 마검이 가진 권능은 왜곡.
멸세의 마검은 무엇이든 왜곡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방금, 웨폰마스터는 공간을 비틀어 데미안의 몸을 베어 낸 것이다.
-하하핫! 정체도 모르는 마검과 함부로 싸우면 안 되지!
웨폰마스터가 기분 좋게 웃었다.
하지만 참격에 베였음에도 데미안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응?
갈라진 데미안의 옷 사이로 검은 갑옷이 보였다.
데미안이 전생에 사용했던 마갑 헤메이라였다.
-마갑? 심지어 보통 물건이 아니구나! 그 귀한 물건을 또 어디서 손에 넣었느냐!
데미안은 찢어진 상의를 벗어 던졌다.
“진짜 귀찮게 되었군”
데미안은 멸세의 마검이 가진 권능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만일을 대비하여 헤메이라를 옷 속에 입고 있었다.
“이래서 멸세의 마검이 만들어지기 전에 죽이려고 했던 건데.”
데미안이 목을 좌우로 늘렸다. 그 행동에 웨폰마스터가 웃었다.
-아직도 싸울 생각이냐? 그래! 꺾이지 마라! 내게 맞서라! 그래야 내가 새로 얻은 힘들을 시험해 볼 게 아니냐!
웨폰마스터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마검들이 날아왔다.
-주인!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더 멋있어졌어!
-우리랑 연결도 더 강해졌어! 느껴져!
마검들이 재잘재잘 떠들어 댔다. 웨폰마스터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시끄럽다. 빨리 저놈과 싸울 준비나 해라.”
-하지만 주인! 저놈은 너무 강해!
-우리 힘으로는 죽일 수 없어!
-주인이 우리를 사용해 줘야 해!
본래 마검은 손으로 쥐었을 때만 권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지금 마검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붙이에 불과했다.
“걱정 마라. 지금부터 달라질 테니까.”
웨폰마스터가 흑마력을 일으켰다.
웨폰마스터에게서 흘러나온 흑마력이 모두 마검들에게 흘러 들어갔다.
-오…… 오오…… 오오!
-느껴진다…… 느껴져……!
-힘이…… 힘이 느껴진다!
웨폰마스터가 손에 쥐지 않았음에도 마검들이 권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번개와 화염, 어둠 등이 허공에서 휘몰아쳤다.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며 데미안은 혀를 찼다.
멸세의 마검과 융합한 웨폰마스터도 귀찮은데. 주인 없이도 권능을 발현하는 마검 열 자루까지 추가되었다.
“이걸 일일이 상대하는 건 미련한 짓이지.”
데미안이 허공에 손을 뻗으며 말했다.
“나와라, 에레보스.”
손목의 문신이 사라지며 에레보스가 나타났다.
에레보스의 등장에 웨폰마스터가 두 눈을 빛냈다.
-그 마검! 역시 몸에 지니고 있었구나! 널 죽이고 그 마검을 가져가야겠다! 최고의 전리품이 될 거야!
기꺼워하는 웨폰마스터를 내버려 둔 채 데미안은 질투의 권능을 발현했다.
질투의 권능을 이용해서 마력을 전부 흑마력으로 전환했다. 그것들을 모두 에레보스에 주입했다.
“에레보스, 일어날 시간이다.”
에레보스가 울음소리를 토해 냈다.
사람의 것도, 짐승의 것도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생물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동시에 온 세상이 진동했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들썩였다. 도시의 건물들이 모두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단하군.
웨폰마스터는 넋이 나간 채 감탄했다.
-정말 대단해! 대단한 마검이야! 내 평생 이런 마검은 본 적이 없…….
그러다 갑자기 웨폰마스터의 반응이 달라졌다.
-마검……? 아니야…… 이건 마검이 아니야…… 이건…… 이건 뭔가 다르다……!
마검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
웨폰마스터도 마검이 되었으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에레보스가 마검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물건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대체 그게 뭐냐! 네놈은 뭘 들고 다니는…….
데미안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에레보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에레보스, 집어삼켜라.”
에레보스를 중심으로 파동이 퍼져 나갔다.
파동에 닿은 사물들은 곧바로 회색으로 물들었다. 바위도, 금속도, 바닥에 피어난 꽃도 예외가 아니었다.
회색으로 물든 사물들은 곧바로 소멸했다. 파동이 퍼져 나갈수록 도시가 지워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파동은 마검들을 집어삼켰다.
회색의 세상은 무척 고요했다. 소리라는 개념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았다.
-……아?
-……어?
처음에 마검들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몸이 회색으로 물들기 시작하자 반응이 달라졌다.
-아…… 아아…….
-어어…… 어어어…….
황망하게 들리던 목소리에 조금씩 고통이 담기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검들은 일제히 소리쳤다.
-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내 몸! 내 몸이 사라지고 있어!
-끄아아악! 누가! 누가 좀 살려 줘!
고요한 회색 공간에 마검들의 비명 소리만으로 가득 채워졌다.
-다들 뭐 하는 거냐! 정신 차려라!
웨폰마스터가 마검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마검들은 웨폰마스터의 명령을 따를 여력이 없었다.
-끄아아악!
-아아아악!
마검들이 땅으로 떨어졌다. 쓰레기처럼 바닥을 나뒹굴었다.
곧이어 모서리에서부터 조금씩 소멸해 버렸다.
마치 생쥐가 갉아 먹은 것처럼 면적이 줄어들다가 끝끝내 완전히 없어졌다.
-이게……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파동이 웨폰마스터에게 닿자, 그의 몸이 순식간에 회색으로 변질되었다.
웨폰마스터의 전신이 소멸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