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6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8화(268/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8화
268화 웨폰마스터 (3)
몸이 회색으로 물든 순간, 웨폰마스터는 전신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거대한 뱀이 자신의 몸을 휘감고 있는 것 같았다. 기분 나쁜 구속감이 온몸을 죄여 왔다.
곧이어 웨폰마스터의 전신이 소멸하기 시작했다. 몸의 질량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
동시에 격통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산채로 용암에서 헤엄치는 듯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머릿속에서 터졌다.
-크아아아악!
웨폰마스터는 흑마력으로 몸을 감싸서 보호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흑마력을 아무리 끌어올려도 에레보스의 권능에 저항할 수 없었다.
-아아악! 끄아아악!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웨폰마스터는 필사적으로 이성을 붙잡곤 자신의 경지를 발현했다.
만병지애(萬兵至愛).
병기의 숨겨진 힘을 이끌어 내는 권능.
지금 웨폰마스터는 인간이자 마검이었다. 그렇기에 만병지애를 통해서 자신의 모든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었다.
웨폰마스터의 가슴 정중앙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붉은 기운이 웨폰마스터의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육체가 강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흑마력의 출력이 더욱 높아졌다.
몸이 소멸되는 속도도 급격하게 느려졌다. 끔찍했던 고통도 사라졌다.
-됐다…… 됐어!
그렇다고 여유를 부릴 틈은 없었다. 1초라도 빨리 데미안 학센을 죽여서 에레보스의 권능을 취소시켜야 했다.
웨폰마스터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 그리고 멸세의 마검으로써 가진 권능 ‘왜곡’을 발현했다.
왜곡이란 비틀림.
웨폰마스터는 공간을 비틀었다. 두 손 사이에 어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둠을 중심으로 공기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주변의 빛까지 모두 흡수했다.
이것이 멸세의 마검이 지닌 비기 ‘암흑구(暗黑口)’였다.
누가 알려 주지 않았음에도 웨폰마스터는 본능적으로 이 기술을 터득했다.
-지금 당장 네놈을 이 세상에 지워 주마!
웨폰마스터가 암흑구를 휘두르려 할 때였다. 데미안 학센이 입을 열었다.
“출력을 더 높여야겠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번째 파동이 터져 나왔다.
두 번째 파동이 웨폰마스터의 몸에 닿았다. 그 직후, 웨폰마스터의 ‘표면이 다시 소멸되기 시작했다.
처음보다 속도가 더욱 빨랐다. 전신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
웨폰마스터는 방금 전보다 더욱 극심한 격통을 느꼈다. 절규를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크아아악!
웨폰마스터뿐만이 아니었다. 힘들게 만든 암흑구 역시 순식간에 사라졌다.
열 개의 손가락이 끝에서부터 붕괴되었다. 얇아진 다리가 몸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부러졌다.
웨폰마스터의 몸이 땅으로 떨어졌다. 그는 바닥에 얼굴을 박은 채 소리쳤다.
-그만! 멈춰라! 제발!
애원해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웨폰마스터의 몸은 실시간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데미안 학센은 에레보스를 손에 쥔 채 웨폰마스터에게 다가갔다.
-커헉…… 흐어억…….
웨폰마스터는 머리와 상반신만 남은 채 술을 헐떡였다.
-데미안…… 학센……!
웨폰마스터가 빠득 이를 갈았다. 증오를 담아서 소리쳤다.
-너 같은 애송이한테……! 이딴 굴욕을 당하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죽어서도 네놈을 용서하지 않겠어!
데미안 학센은 담담한 얼굴로 웨폰마스터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게 웨폰마스터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 건방진 눈동자는 뭐냐! 설마 네놈이 날 이겼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 검! 그 검만 없었어도 넌 내 손에 죽었어!
웨폰마스터가 발악하듯이 외쳤다.
-그 검이 없었다면 넌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 네놈이 한번 다뤄 보겠나?”
-……뭐?
너무 황당한 소리에 웨폰마스터는 고통마저 잊었다.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데미안 학센은 웨폰마스터의 앞에 에레보스를 내려놓았다.
-으, 으아악!
웨폰마스터는 황급히 에레보스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붕괴되어서 얼마 남지 않은 손가락으로 에레보스를 움켜잡으려고 했다.
-머, 멍청한 놈! 진짜로 내게 이걸 넘겨주다니!
만병지애가 있는 한 웨폰마스터가 지배하지 못할 검은 없었다.
-이, 이제 네놈이 당할 차례다! 네놈도 나랑 똑같은 고통을…….
웨폰마스터는 만병지애를 이용해서 에레보스를 지배하려 했다.
그의 손에서 뻗어 나온 붉은 기운이 에레보스에게 주입되었다.
그 순간, 웨폰마스터의 표정이 변했다. 하지만 붉은 기운은 에레보스를 지배하지 못하고 흩어질 뿐이었다.
-이게…… 왜, 왜 이러는 거지……? 왜, 왜 거부를…… 거부를 하는 거냐…… 이, 이럴 수는…….
별안간 에레보스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귀가 찢어질 듯한 울음소리가 주변을 뒤흔들었다.
-카아아악!
그와 동시에 웨폰마스터의 몸은 더욱 빠르게 소멸되고 있었다.
두 팔이 완전히 날아갔다. 몸통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얼굴도 반밖에 남지 않았다.
-사, 살려다오…… 제발…… 난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
웨폰마스터가 데미안을 향해 애타게 소리쳤다.
-무, 무슨 일이든 하겠다! 네가 원한다면 네 종이라도 되겠다! 내가 가진 권세를 모두 넘겨주마!
데미안은 그런 웨폰마스터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제, 제발……!
웨폰마스터의 남은 조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육체가 사라지자 웨폰마스터의 영혼만 남았다.
하지만 웨폰마스터의 영혼은 승천할 기회도 없이 빠르게 흩어졌다.
-끼아아아아악!
에레보스의 권능이 웨폰마스터의 영혼마저 소멸시킨 것이다.
그 모습까지 본 뒤에야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집어 들었다.
데미안의 손에 잡히자마자 에레보스는 순한 양으로 변했다.
그토록 격렬하게 웨폰마스터를 거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데미안은 에레보스의 권능을 거둬들였다.
회색으로 물들었던 세상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끊임없이 울려 퍼지던 울음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다시 문신으로 변형시켰다.
데미안은 웨폰마스터가 죽은 자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아버지.”
이윽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 못난 놈이 뒤늦게나마 원수를 갚았습니다.”
그 목소리는 무척 서글프게 들렸다.
* * *
데미안은 킬로에게 돌아갔다. 킬로는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
“데, 데미안 학센…… 방금 그 검은 무엇이었나? 대체 이 권능은…… 모든 게 사라져 버렸는데 왜 나는 멀쩡한 거지?”
“대상을 조정했다. 그 정도 제어는 할 수 있거든.”
에레보스의 조각을 모으면 모을수록 권능의 위력과 제어력이 강화되었다.
지금 데미안은 권능의 범위는 물론이고 대상까지 선택하는 게 가능했다.
데미안이 에레보스의 권능에서 빼놓은 이는 킬로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말도 안 돼애애애애!”
웨폰마스터가 죽은 장소에서 아킬로가 비명을 토해 내고 있었다.
“멸세의 마검이! 내가 만든 최고의 걸작이 이렇게 허무하게 파괴될 리가 없어!”
아킬로는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찍으며 절규했다.
킬로가 그런 아킬로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쓰레기는 왜 살려 둔 거지?”
“복수는 자기 손으로 직접 마무리 지어야지.”
데미안의 말에 킬로는 입을 다물었다. 두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고맙다.”
“별말을.”
“내친김에 부탁을 하나만 더 해도 되겠나? 저 화로만 부숴 주게나. 내 몸 상태로는 불가능하거든.”
킬로의 복부는 완전히 피로 젖어 있었다. 마검에 꿰뚫린 상처 때문이었다.
“…….”
데미안은 여명을 꺼내 화로를 향해서 여명을 휘둘렀다.
방출된 오러블레이드가 화로를 반으로 갈랐다. 내부에 있던 용암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잘려 나간 단면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맥동하던 화로는 순식간에 정지되었다.
“아아악! 안 돼! 내 화로가!”
아킬로는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킬로는 데미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 저능아 같으니! 네가 지금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 아는 거냐!”
아킬로는 입에 거품을 물며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킬로가 아킬로의 앞을 가로막았다.
“저리 꺼지지 못…….”
킬로가 아킬로를 향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돌덩어리 같은 주먹이 아킬로의 얼굴을 박살 내고 땅에 처박아 버렸다.
땅에 부딪히는 순간, 아킬로의 목뼈가 부러졌다. 그는 그렇게 절명했다.
“퉤.”
킬로는 그런 아킬로의 시체에 침을 뱉었다.
그때, 파괴된 화로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자세히 바라보니 그건 연기가 아니었다. 드워프들의 영혼이 해방되고 있는 것이었다.
-아아…… 드디어 풀려난다!
-선조들이여! 저희가 갑니다!
화로에 묶여 있을 때와 달리 드워프들의 영혼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킬로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우…… 후욱…….”
킬로는 식은땀을 마구 흘렸다. 안색이 병자처럼 창백했다.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서 포션을 꺼냈다. 하지만 킬로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니, 됐다.”
킬로는 고개를 들어서 자신들의 동족들을 바라봤다. 어서 빨리 저들과 만나고 싶다는 듯이 말이다.
“데미안 학센, 고맙다. 우리 빗살망치 드워프들은 너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네가 아니었다면 복수는커녕 아킬로에게 이용만 당했겠지.”
킬로의 말대로였다.
전생에 아킬로는 귀장으로서 엄청난 악명을 떨쳤다.
그 원동력이 바로 빗살망치 드워프들을 이용해 만든 화로일 터였다.
“느껴지느냐? 다들 너한테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 저들…… 모두가…….”
킬로의 고개가 천천히 숙였다.
이윽고 킬로의 몸에서 영혼이 흘러나왔다. 킬로의 영혼은 망설임 없이 동족들을 향해서 날아갔다.
영혼임에도 데미안을 느낄 수 있었다. 킬로가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말이다.
물론 모든 드워프가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으아아악! 날 내버려 둬! 날 내버려 두란 말이야!
아킬로.
배신자의 영혼은 다른 드워프들에게 둘러싸인 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드워프들은 배신자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아킬로에게 몰려가서 그의 영혼을 파괴했다.
-아아아악!
아킬로의 비명소리가 길게 이어지다가 뚝 끊어졌다.
그제야 빗살망치 드워프들의 영혼도 하늘 높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