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6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9화(269/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69화
269화 조카 (1)
그 뒤로 데미안은 뒷정리를 해야만 했다.
사람이 죽은 자리에는 사념이 남았다. 흑마법사들은 이 사념을 통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읽어 낼 수 있었다.
머지않아서 판데모니엄에서 조사관을 파견했을 때, 사념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장작패기 빅터’로서 남긴 사념들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환영할 일이었다. 데미안은 판데모니엄을 혼란시키기 위해서 이곳에 왔으니까.
하지만 데미안 학센으로서 남긴 사념들은 문제가 되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웨폰마스터와 아킬로가 죽으면서 남긴 사념들을 모두 지웠다.
그리고 나서야 빗살망치 도시를 떠날 준비를 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가 볼 생각인데…….”
데미안은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왜 네가 여기 있는 거냐.”
-이놈! 반가워하지 못할망정 그게 무슨 반응인 게냐!
킬로가 버럭 소리를 쳤다. 그의 뒤에는 열 명의 드워프가 더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열한 명 모두 죽은 상태였다. 영혼인 상태로 데미안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다른 드워프들과 함께 떠난 게 아니었나.”
-그러려고 했다만 생각이 달라졌다. 이대로 떠나기에는 네놈한테 진 빚이 너무 많아.
킬로가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우리 빗살망치 부족은 다른 건 몰라도 빚을 지고는 살아갈 수 없다! 네 곁에 남아서 빚을 갚도록 하겠다!
“필요 없다. 꺼져라.”
데미안은 즉시 거절했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었는지 킬로의 표정이 잠시 멍해졌다.
-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라! 우리들의 지식과 기술이 탐나지 않은 거냐?
“네놈들이야말로 다시 고민해 봐라. 날 따라온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거냐? 언데드가 되겠다는 소리다.”
데미안의 목소리가 살짝 날카로워졌다.
“언데드가 된다는 것은 흑마법사의 노예가 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날 따라오겠다고? 제정신으로 하는…….”
-우리는 모두 제정신이다.
킬로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까 말했지. 우리 빗살망치 드워프들은 빚을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우리는 너에게, 그리고 흑마법사들에게 빚을 졌다.
킬로가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판데모니엄. 그 쓰레기들에게 우리 부족과 도시가 멸망했다. 이 빚을 갚지 않고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킬로의 뒤에 있던 드워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 너는 웨폰마스터를 죽였다. 앞으로도 계속 판데모니엄과 싸울 생각이겠지. 우리도 복수에 동참하고 싶다.
데미안은 할 말을 잃었다.
머리로는 이들을 다시 돌려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이들의 분노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그랬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흑마법사인 내게 의탁하겠다는 거냐?”
-너는 다른 흑마법사들과는 다르니까.
“다르다고?”
-흑마법사였다면 우리 부족의 영혼을 그냥 해방시켜 줬을 리 없다.
그랬다.
화로에 묶여 있던 드워프의 영혼은 수만 명이 넘었다.
그들을 모두 거둬들인다면 단숨에 엄청난 양의 흑마력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흑마력이 아니더라도 보기 드문 드워프의 영혼이었으니, 사용처는 무궁무진할 터였다.
하지만 데미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드워프들을 해방시켰다.
-너라면 믿을 수 있다. 부디 우리를 거둬다오.
킬로가 굳건한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킬로뿐만이 아니었다. 뒤에 있던 열 명의 드워프도 마찬가지였다.
데미안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솔직히 말해서 거절하기 어려운 부탁이었다. 빗살망치 부족은 드워프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이들이었다.
이들이 데미안과 함께한다면 엄청난 힘이 되어 줄 테니까.
“……빌어먹을. 너희가 자초한 일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라.”
데미안은 욕설과 함께 손을 내밀었다. 킬로가 씩 웃으며 그 손을 맞잡았다.
-주인, 앞으로 잘 부탁하지.
* * *
어두운 공간.
딱 하나 켜져 있는 등불 아래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흐, 흐히힛 흐하하핫! 그래! 또 떠오른다! 또 지식이 마구 샘솟고 있어!”
품이 넓은 로브를 입고 있음에도 왜소하다 느껴지는 누군가가 칼로 시체를 마구 해부하고 있었다.
“미치겠군! 미치겠어! 누군가 내 머릿속에 지식을 마구 퍼붓고 있는 것 같아! 하하핫! 으하하하핫!”
시체를 베어 낼 때마다 얼굴과 옷이 피가 마구 튀었지만 괴인은 조금도 게의치 않았다. 마치 1분 1초가 아깝다는 듯이 말이다.
“드디어 깨우쳤다! 이것이구나! 이 지식만 있다면 또 만들어 낼 수 있어!”
괴인이 피로 물든 손을 하늘 높이 쳐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때,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체격이 작은 사내가 종종 걸음으로 괴인이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도르고 님, 연구를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공손하다 못해 존경심까지 묻어 나오는 목소리였다.
괴인, 도르고는 머리를 덮고 있던 로브를 벗었다. 그러자 해골이 드러났다.
“게낙, 무슨 일이냐.”
“웨폰마스터에게서 답신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또?”
도르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해골이 움직이며 표정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번이 몇 번째지?”
“세 번째입니다. 벌써 일주일째 연락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상하군. 그 녀석이 다른 생각을 품고 있을 리가 없는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혹시 변고라도 생긴 게 아닐지…….”
“변고? 흐하하하핫!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구나.”
도르고는 목소리를 높여서 웃었다. 너무 웃어서 손등으로 눈가를 훔칠 정도였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 세상에 그 녀석을 해칠 수 있는 존재는 얼마 없다. 그 얼마 안 되는 녀석들은 모두 내가 움직임을 파악해 놨지.”
“여, 역시 대단하십니다!”
“칭찬이나 듣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어쨌든 그 녀석에게 변고가 생겼을 리는 없다는 얘기야.”
“그렇다면 어째서…….”
도르고는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잠겼다.
“……정말로 내게 반역하려는 건가?”
“마, 말도 안 됩니다! 그런 삿된 생각을 품은 자가 있을 리가…….”
“사람의 속은 모르는 법이지. 미리 확인해 둘 필요가 있겠어.”
도르고가 고개를 위로 들었다. 높은 곳에 있는 천장에 무언가가 매달려 있었다.
“이오타. 네가 나서줘야겠다.”
도르고는 그것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그 무언가가 움직였다.
몸을 감싸고 있던 날개를 펼치더니 땅으로 내려앉았다.
3미터에 가까운 신장.
유난히 길쭉한 팔다리.
박쥐를 비슷한 두 개의 날개.
“꿀꺽.”
그것, 이오타의 등장에 게냑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오타의 외형 때문이 아니었다. 이오타에게서 느껴지는 거대한 압박감 때문이었다.
살면서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있었다.
웨폰마스터, 슬라 그리고 만염의 지배자.
판데모니엄의 기둥들을 만났을 때 말이다.
-스하핫, 어머니 나 불렀어?
이오타가 기이한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그러자 도르고가 인상을 찌푸렸다.
“주인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을 텐데.”
-딱딱하게 굴지 말자구. 난 어머니의 영혼에서 태어났잖아. 그러니 부모자식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
“쯧, 너무 버릇없는 놈으로 만들어 버렸어.”
-스하핫, 이해해 줘. 이렇게 태어난 걸 어떻게 해.
도르고와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는 이오타를 보며 게낙은 경외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오타는 도르고가 수백 년 동안 공을 들여서 만들어 낸 비밀병기 중 하나였다.
그렇게 공을 들였음에도 이오타는 줄곧 자아도 없이 실험실에 누워 있는 신세였다.
도르고가 이오타의 육체를 만들기는 했으나 그에 어울리는 영혼을 제작하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도르고는 향후 수십 년은 더 공을 들여야 할 것 같다며 좌절했었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 도르고는 이오타를 완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시도 때도 없이 내려오는 ‘기이한 영감’ 덕분이었다.
-그래서 해줘야 할 일이 뭔데?
“허크막 산맥으로 가서 웨폰마스터를 찾아내라. 그에게 내 뜻을 전달하고 와라.”
-찾아서 죽이면 되는 거야?
그 말에 도르고는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웨폰마스터는 멸망전쟁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전력이다.”
-에이, 시시하네. 만약 저쪽에서 먼저 날 공격하면?
“그래도 안 된다. 제압한 뒤, 내게 데려와라.”
-에에에에이이이이이이.
이오타는 불만스럽게 말꼬리를 늘렸다.
“절대 죽이면 안 된다. 웨폰마스터는 물론이고, 그와 함께 있는 아킬로는 더더욱 죽이면 안 돼.”
-그 드워프? 걔는 왜?
“아킬로의 지식과 기술은 내게 반드시 필요하다. 그를 대체할 인력은 어디에도 없어.”
-예이, 명심하도록 합죠.
이오타가 날개를 펼쳤다. 그와 동시에 흑마력이 몰아쳤다.
그와 동시에 천장이 공간이 일그러졌다. 공간이 으스러지며 형형색색의 문이 열렸다.
-그럼 갔다 올게!
이오타가 그 문을 향해 날아올랐다. 문은 이오타를 집어삼키자마자 사라졌다.
“후우…….”
이오타가 사라지자 심장이 터질 듯한 압박감도 사라졌다. 게냑은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오타 님은 언제 봐도 대단하군요.”
“당연하지. 누가 만든 언데드인데.”
게냑의 감탄에 도르고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도르고 님, 주제넘은 말이라는 건 압니다만…… 이제 더 이상 제국과의 전쟁을 망설일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도르고가 수백 년 동안 공들여 만들어 낸 비밀병기는 이오타 하나뿐만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세 체의 언데드가 더 있었다. 그들 역시 이오타와 마찬가지로 자아를 얻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완성이 되었다.
“도르고 님께서 창조해 내신 4대 마왕이 있다면 제국 따위는 금방 무너트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게냑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그가 봤을 때, 4대 마왕의 전력은 제국과 맞먹었다.
여기에 판데모니엄까지 더해진다면 제국을 멸망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아직 부족해. 턱도 없이 부족해.”
하지만 도르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게냑의 말을 부정했다.
“눈에 보이는 부분만으로 제국을 판단하지 마. 그놈들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괴물이니까.”
어느새 도르고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다.
“걔들만 상대하면 끝인 줄 알아? 신성교단과 파프니르 용병대, 거기다 다른 왕국과도 싸워야 해. 우리들의 전력으로는 턱도 없어.”
“그렇습니까…….”
게냑은 아쉽다는 듯이 말꼬리를 흘렸다.
주인께서 아니라고 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둔한 자신보다 몇천 배는 더 영민하신 분이니까.
“그래…… 부족해…… 뭔가…… 뭔가 더 필요해…… 뭔가가…….”
도르고는 손가락뼈를 물어뜯으며 무언가를 연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부족한 건 알겠는데 뭐가 부족한지 모르겠어. 대체 뭐지? 뭐가 있어야 제국을……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거지……?”
한참 동안 중얼거리던 도르고가 게냑을 향해 물었다.
“맞다. 전에 그 녀석 잡아오라는 건 어떻게 됐어?”
“그 녀석이라 하면…… 데미안 학센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녀석. 한번 내 눈으로 보고 싶어.”
“안 그래도 거악 한 명이 움직일 예정입니다. 애플 왕국에 가족들이 있는 것을 파악했으니 조만간 행동에 나설…….”
그때, 다시 천장에 구멍이 뚫렸다. 그 속에서 이오타가 튀어나왔다.
-어머니! 큰일났어! 엄청 큰일났어!
“주인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을 텐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오타가 경악한 얼굴로 말했다.
-죽었어!
“무슨 소리냐?”
-죽었다니까! 웨폰마스터도! 그 제자들도! 아킬로도! 전부 다 죽었어!
그 말에 도르고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농담을 받아 줄 기분이 아니다.”
-농담 아니야! 진짜야! 내가 사념을 가져왔는데 직접 확인해 봐!
이오타가 손가락을 도르고에게 내밀었다. 이오타의 손가락 끝에는 사념들이 응축되어 있었다.
도르고는 이오타가 건넨 사념을 흡수했다.
잠시 후, 빠득 이를 갈며 말했다.
“게냑, 데미안 학센을 납치한다는 계획은 취소해라.”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있지. 있고말고. 어떤 개새끼가 내 계획을 방해하고 있어!”
도르고의 안광이 번쩍였다. 해골 속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장작패기 빅터! 당장 이놈을 잡아 와라! 내 앞에 무릎 꿇리란 말이야!”
* * *
허크막 산맥을 떠난 뒤, 데미안은 애플 왕국에 있는 본가로 돌아왔다.
“많이 화내실 것 같은데…….”
들어가기 전, 데미안은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특히 오랫동안 집을 비웠다. 그럼에도 편지 한 통 보내지 않았다.
보나마나 가족들, 특히 아버지가 노발대발할 게 분명했다.
“하하핫! 데미안, 돌아왔구나! 오랜만에 얼굴을 보니 너무 반갑구나!”
하지만 데미안의 예상과 달리 아버지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데미안은 어리둥절해하며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왜 저러시는 거예요?”
“아, 그게 말이야. 이번에 할아버지가 되셨거든.”
데미안은 잠시 어머니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할아버지요라고요……?”
“네 누나가 임신했어.”
그 말에 데미안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어머니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뭘 놀라니? 이제 너도 삼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