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7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0화(270/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0화
270화 조카 (2)
머릿속에서 삼촌이라는 말이 계속 메아리쳐서 울렸다.
너무 당황한 탓에 데미안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으하하핫! 데미안, 너도 믿기지 않는 모양이구나? 나도 처음에는 그랬단다.”
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말 나온 김에 루이즈나 보고 와야겠다. 뭐 필요한 건 없나 모르겠구나!”
그리 말하며 아버지는 응접실에서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이럴 게 아니라 빨리 루이즈를 보러 가자꾸나.”
어머니가 데미안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데미안은 당황해서 소리쳤다.
“어, 어머니 잠깐만요. 생각할 시간이…….”
“얘 좀 봐라? 네가 임신했니?”
어머니의 손힘은 생각 외로 강했다. 데미안은 어머니에게 이끌려서 루이즈의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방 안으로 들어오자 침대에 누워 있는 루이즈가 보였다. 그 옆에는 매형인 발라드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머, 데미안! 돌아왔구나!”
루이즈는 데미안을 보자마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데미안은 놀라서 루이즈를 만류했다.
“왜 누워 계신 겁니까? 혹시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의사가 임신 초기라서 인정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권했어. 그래서 잠깐 누워 있는 거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발라드가 데미안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 말에 데미안은 안도했다.
“데미안, 여행은 힘들지 않았나? 어디 다친 곳은 없고?”
루이즈는 데미안의 손을 붙잡고 물었다. 데미안은 괜찮다고 말했다.
“누님…… 그……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축하드립니다.”
데미안은 어렵사리 말했다. 그러자 루이즈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축하해 줘서 고마워. 역시 우리 동생밖에 없네.”
데미안은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누님은 아마 평생 모를 것이다. 자신은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전생에 데미안은 자신의 손으로 가족들을 모두 죽였다. 가족들의 행복을 빼앗고, 미래를 짓밟았다.
이 모든 것은 가족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이었다. 데미안은 그걸 되찾아준 것뿐이었다. 그러니 감사인사를 받을 자격은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목이 매여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데미안? 왜 우는 거니?”
루이즈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데미안은 손으로 눈가를 가리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삼촌이 된 게 그렇게 기뻤니? 그래도 뚝 그치렴. 남자가 이렇게 쉽게 눈물을 보이면 어떻게 하니.”
루이즈는 자신의 엄지로 데미안의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하지만 한번 터진 눈물보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그러게 말이야. 이런 일로 울면 어쩌자는 거야.”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미안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방 한구석에 앉아서 육포를 뜯고 있는 젊은 여성이 보였다.
살망귀, 베로니카 산체였다.
베로니카를 보는 순간, 눈물이 쏙 들어갔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다.
“네가 왜 여기에 있냐?”
“어머님께서 붙잡으셨거든.”
“어…… 머님?”
데미안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얼마나 오래 있었기에 그런 호칭을 사용한단 말인가.
“붙잡는다고 진짜 남았다고?”
“그리고 밥이 맛있었거든.”
“뭔 헛소리를…….”
“베니! 그렇게 맛있었니?”
그때, 어머니가 기쁘다는 얼굴로 끼어들었다. 그 말에 데미안은 한 번 더 어이없어졌다.
베니? 베니라고?
그런 애칭을 사용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고?
“제가 빈말은 안 하는데. 만들어 주시는 음식마다 모두 맛있었어요.”
“그렇게 말해 줘서 정말 기쁘구나. 또 먹고 싶은 음식 없니? 얼마든지 말하렴.”
“저번에 먹은 호박파이가 또 먹고 싶어요.”
“알겠어. 오늘 후식으로 그걸 먹자꾸나.”
그 말에 베로니카가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어머니, 저 녀석이랑 언제 그렇게 친해지신 겁니까.”
“저 녀석이라니. 우리 베니한테 못 하는 말이 없구나.”
베니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데미안은 몸에서 닭살이 돋는 것을 느꼈다.
“딸이 한 명 더 있었으면 하고 바랐는데. 그 소원이 이렇게 이루어질 줄은 몰랐구나.”
데미안은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 베로니카 산체를? 살인에 미친 여자를 딸로 삼는다고?
“참, 어머님께서 시키신 대로 숲에 있는 늑대를 내쫓고 왔어요.”
“어머, 고맙구나. 안 그래도 그 늑대들 때문에 성내 사람들이 불안해했거든.”
더 황당한 것은 어머니에게 길들여진 베로니카 산체였다.
“에라, 모르겠다.”
데미안은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 * *
그날 저녁.
데미안은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즐겼다.
“형님! 이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셨으면서 편지만 한 통 달랑 보내는 건 너무하셨습니다!”
영지 시찰을 끝내고 돌아온 동생 아벨이 데미안에게 한껏 투덜거렸다.
“당신도 참, 바쁘신 분이잖아요.”
올리비에가 데미안을 편들었다. 그래도 아벨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래, 네 형이 좀 바쁜 사람이냐. 그래도 무사히 돌아왔으니 봐주거라.”
올리비에뿐만이 아니었다. 아버지도 데미안을 편들었다.
“그래도 편지를 자주 보내셨으면 좋았을 텐데…….”
데미안은 아벨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모처럼 어머니가 만든 음식을 즐겼다.
이제 대귀족이 되었으니 음식 정도는 하인들에게 맡겨도 아무 문제 없었다.
하지만 학센 부인은 음식만큼은 항상 자신이 만들었다.
그게 당신의 기쁨이라고 하시니, 데미안도 더 이상 어머니를 말리지 않았다.
“데미안, 잠깐 나 좀 보자꾸나.”
식사가 끝나자 아버지가 데미안을 불렀다.
데미안은 손에 들고 있던 호박파이를 마저 입에 넣고 아버지를 따라나섰다.
“오늘은 밤공기가 시원하구나. 그렇지 않느냐?”
아버지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버지의 말대로 바람이 서늘한 게 무척 기분이 좋았다.
“네 어머니가 솜씨를 제대로 부렸구나. 모처럼 배불리 먹었어.”
아버지가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럽게 말했다.
“그동안 제가 뭘 했는지 묻지 않으시는 겁니까?”
“묻고 싶지.”
아버지가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말해 주지 않을 생각 아니냐.”
“죄송합니다.”
“미안할 거 없다. 너 정도 나이가 되면 가족들에게 비밀 몇 개 정도는 가지기 마련이니까. 나도 그랬거든.”
진심이라는 듯 아버지의 목소리는 시원시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란다.”
아버지가 데미안을 돌아봤다.
“데미안, 딱 한 가지만 약속해다오. 절대로 위험한 일은 하지 않겠다고, 언제나 무사히 돌아와 주겠다고 말이야.”
데미안은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그런 데미안을 재촉했다.
“이 녀석, 바로 말하지 않는 걸 보니 약속을 하기 싫은 모양이구나.”
“아닙…… 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꼭……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꼭 지켜야 한다.”
아버지는 데미안의 어깨를 두드린 뒤, 성으로 돌아갔다.
홀로 남겨진 데미안은 말없이 하늘을 올려봤다.
“……조카라.”
전생에는 없던 일이었다. 데미안의 행동으로 인해서 미래가 바뀐 것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믿어지지 않았다.
“누님의 자식이니 틀림없이 똑똑하고 귀엽겠지.”
조카에 대해서 생각할수록 가슴 한구석이 벅차올랐다.
행복하다. 기쁘다. 어떤 단어로도 표현하지 못할 만큼 화사한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흘러나왔다.
이런 나날이 쭉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알고 있었다. 아직 행복을 꿈꾸기에는 이르다는 사실을 말이다.
“도르고.”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 피가 들끓었다. 가슴이 뭉개질 것처럼 답답했다.
데미안은 양손으로 어깨를 움켜쥐었다. 피가 나올 정도로 강하게.
그렇지 않고서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아직…… 죽이지 못했지.”
도르고와 판데모니엄이 남아 있는 이상, 데미안은 행복을 꿈꿀 수 없었다.
불안했다. 무섭고 두려웠다.
만약 자신이 실수한다면 기껏 얻은 이 행복이 모두 사라질 테니까.
전생처럼 가족들은 모두 죽고, 흑마법사들에게 조롱당할 테니까.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한 조카까지 목숨을 잃고, 끔찍한 꼴을 당할 테니까.
“킬로.”
데미안이 나지막이 말했다. 데미안의 그림자 속에서 킬로와 드워프들의 튀어나왔다.
-불렀는가.
“너희들이 해 주어야 할 일이 있다.”
-말만 하거라. 어떤 명령이든 따르도록 하겠다.
“오늘부터 이 성을 개조하도록 해라.”
개조라는 말에 킬로의 눈빛이 달라졌다.
-호오, 개조라…… 어느 정도 수준을 바라는 게냐.
“최고의 수준을 원한다. 어떤 적이 와도 물리칠 수 있는 견고한 요새로 만들어라.”
-재미있는 부탁이구나. 걱정하지 마라. 빗살망치 드워프의 모든 기술을 동원해서 개조해 놓을 테니.
킬로가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아무래도 손이 근질거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성에 있는 사람들이 모르게 작업해야 한다.”
-응? 왜 그런 귀찮은 조건을 붙이는 게냐.
“가족들이 불안해할 테니까.”
갑자기 성의 방범을 강화시키면 가족들이 불안에 떨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드워프들의 영혼을 가족들에게 납득시키는 것도 어려웠다.
“이건 어디까지나 만약을 대비하는 것뿐이다. 나는 적들이 성에 발을 들이게 만들 생각이 없다.”
-주인이 하라면 해야지. 오늘부터 작업에 들어갈 생각이니 그걸 넘겨주겠나?
킬로의 부탁에 데미안은 아공간 속에서 두 개의 물건을 꺼냈다.
마치 건물을 축소시킨 듯한 모형이었다.
하지만 이건 모형이 아니라 실제 건물이었다.
드워프들의 설비와 창고를 축소시킨 것이었다. 이 역서 드워프들의 기술이었다.
혹시 도시를 떠날 때를 대비하여 오래 전에 휴대용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도시에 남아 있던 재료들을 모두 긁어왔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마스터클래스도 발을 들일 수 없을 만큼 멋진 곳으로 바꿔 주지.
킬로가 물건을 받으며 말했다.
-애들아! 일할 시간이다! 다들 어차피 죽은 몸이니까 미친 듯이 일해 보자!
킬로의 말에 드워프들이 모두 환호성을 내질렀다.
죽었음에도 이들은 여전히 드워프였다. 장인의 기질을 버리지 못했다.
드워프들은 데미안을 남겨두고 사라졌다.
다시 혼자 남겨진 데미안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조카 선물이나 고민해 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슴 한구석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데미안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데미안 님, 이렇게 급하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청염의 일대제자.
아그네스가 데미안을 찾아온 것이다.
데미안은 아벨과 카드 게임을 하다 말고 아그네스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판데모니엄이 타르트 왕국에서 대규모 악마 소환의식을 진행했습니다.”
그 말에 데미안은 전신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전생에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었다. 또다시 미래가 바뀐 것이다.
하지만 놀랄 만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청염께서 이번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서 떠나셨다가 실종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