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7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1화(271/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1화
271화 조카 (3)
“아그네스 님,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대규모 악마소환의식이라고요?”
데미안은 자세를 고쳐 잡으며 물었다. 아그네스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본단에서도 아직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확실한 것은 판데모니엄에서 주도를 했으며, 그 규모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뿐입니다.”
말하는 동안에도 아그네스의 안색은 좀처럼 펴질지 몰랐다.
“의식으로 인해서 타르트 왕국의 국민 중 3분의 이상이 희생됐습니다. 더불어 타르트 왕국의 남부는 이미 악마추종자들에게 점령당했습니다.”
데미안은 피가 들끓는 것을 느꼈다.
아그네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타르트 왕국의 남부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으로 변했을 것이다.
악마들은 흑마법사들만큼이나, 아니 그들보다 훨씬 더 인간의 고통을 즐기는 괴물들이니 말이다.
“청염 어르신께서 실종되셨다는 건 사실입니까?”
“스승님만이 아닙니다. 본단에서는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스승님과 최고위 성기사들을 파견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연락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청염은 평범한 오대성인이 아니었다.
오대성인 중에서도 최고라고 평가받으며 제국제일검과 함께 인류최강의 후보로 논의되는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도착하자마자 연락이 끊어졌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뿐이었다.
“……고위 악마가 소환되었군요.”
악마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오등작으로 자신들의 계급을 표현했다.
인간이 악마를 보고 따라 했다는 설도 있고, 악마가 인간을 따라 했다는 설도 있었다.
확실한 것은 악마들은 철저한 계급주의였으며, 계급에 따라서 위험성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이었다.
“예, 본단에서는 최소 후작급 악마가 소환되었다고 판단 중입니다.”
백작급 악마만 되어도 마스터클래스 서넛은 가볍게 농락할 수 있다.
그리고 후작급 악마는 백작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했다.
한때, 후작급 악마가 소환된 적이 있었다. 후대의 역사가들은 모두 그 일을 대륙의 위기였다고 평가했다.
“본단에서는 광명님과 녹풍님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후작급 악마가 나타났는데 두 명만 파견하겠다는 말입니까?”
“본단에는 두 오대성인께서 항상 대기하는 게 원칙입니다. 오대성인들께서 모두 자리를 비우시면 판데모니엄에서 역습을 가할지도 모르는지라…….”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데미안에 의해서 슬라와 웨폰마스터가 죽었지만 아직 판데모니엄에는 괴물들이 즐비했다.
오대성인들이 자리를 비운 틈에 그들이 본단을 공격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본단에서는 광명과 녹풍, 두 분만으로는 불안한 점이 많다고 판단 중입니다.”
“그래서 절 찾아오신 겁니까?”
“……면목 없지만 그렇습니다. 데미안 님께서 함께 해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데미안은 홀로 슬라를 처단했다.
이제 데미안의 위치는 조금 잘나가는 신참 마스터클래스가 아니었다.
신성교단 같은 강대한 세력에서 정식으로 도움을 청할 정도의 거물이 된 것이다.
데미안은 고민에 잠겼다.
신성교단의 부탁이 부담스럽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번 악마소환 사태는 전생에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도르고는 숨어다니기 바빴을 텐데…….’
이 시기에 도르고는 제국과 맞서기에는 너무 미약했다. 그렇기에 필사적으로 자신을 숨기고 다녔다.
하지만 이 정도로 일을 벌이면 꼬리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도르고 뿐만이 아니었다. 판데모니엄 전체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악마소환의식을 치렀다. 어째서지? 대체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미래가 너무 많이 바뀌었기에 추론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더 이상의 고민은 무의미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신성교단의 도움에 응하겠습니다.”
“데미안 님……! 정말 감사합니다! 본단에서는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안 된다!”
그때, 응접실 한쪽에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느새 가족들이 응접실의 문 앞에 서 있었다.
“악마소환이라니? 그런 위험한 곳에 널 보낼 수는 없다!”
아버지가 응접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며 말했다. 얼굴에 분노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그네스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허리를 숙였다.
“각하, 인사드리겠습니다. 본단의 성기사인 아그네스라고 합니다.”
“자기소개는 필요 없소! 더 이상 손님 대접은 해 줄 수 없으니 당장 내 영지를 떠나길 바라오!”
아그네스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학센 백작의 얼굴이 다시 붉게 물들었다.
“내 말이 안 들리는 것이오?”
“각하, 데미안 경에서 이번 일에 응해 주신다면 본단에서는 합당한 보상을…….”
“보상? 그딴 것 때문에 내 자식을 사지로 밀어 넣으란 말인가?”
학센 백작이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무식한 놈이긴 하지만 악마란 족속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잘 알고 있소!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권능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다지!”
악마가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인간보다 강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권능 때문이었다.
백작급 악마만 되어도 자신의 권능으로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그리고 후작급 악마는 세상 자체를 바꿔 놓을 수 있었다.
“당장 돌아가시게! 아니면 신성교단은 이런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한 곳인가?”
아그네스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마치 절대로 물러날 수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런 아그네스의 태도에 학센 백작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아버지, 절 보내 주세요.”
그 순간, 데미안이 학센 백작에게 말했다. 그러자 학센 백작은 당황해서 소리쳤다.
“데미안! 그게 무슨 소리냐! 설마 신성교단의 압박이 무서운 게냐? 그런 건 걱정하지 마라! 내가 있지 않느냐!”
“아닙니다.”
“그럼 대체 왜 이 위험한 일에 참견하겠다는 것이냐!”
그 말에 데미안은 잠시 말을 멈췄다.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자식이 위험한 곳으로 가겠다는데 어느 부모가 말리지 않을까.
사실 데미안도 가기 싫었다.
악마가 무섭기 때문이 아니었다. 모처럼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행복을 내려놓기가 싫었다.
“아버지, 흑마법사들이란 전염병과 같습니다.”
그럼에도 데미안은 가야 했다.
“먼 곳에 있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사방으로 퍼져 나가다가 결국 우리가 있는 곳까지 올 테니까요.”
전염병은 초기에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번져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이번 사태는 보통이 아닙니다. 가만히 놔뒀다가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전생에도 이 정도로 거대한 악마소환의식은 치러진 적이 없었다.
데미안으로서도 이번 사태를 결코 묵과할 수 없었다. 반드시 저들의 목적을 알아내고, 처단해야 했다.
“그러니 가는 겁니다. 흑마법사들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리 처리해야 모두가 안전해질 테니까요.”
“데미안……!”
“그러니 절 보내 주십시오.”
학센 백작은 울 것 같은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하지만 데미안은 자신의 말을 바꾸지 않았다.
“……어제 나와 한 약속을 기억하느냐.”
“예,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못난 녀석.”
학센 백작은 꼴도 보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렸다. 데미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가족들의 앞에 섰다. 가장 먼저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데미안…….”
어머니의 눈동자에는 이미 눈물이 글썽글썽 맺혀 있었다.
데미안은 애써 외면하며 아벨에게 다가갔다.
“아벨, 가문을 잘 부탁한다.”
“형님, 꼭 가셔야 합니까? 그냥 우리와 함께…….”
“미안하다.”
데미안은 마지막으로 루이즈에게 다가갔다.
“누님, 얼굴만 잠깐 뵙고 떠나서 죄송합니다.”
데미안의 말에 루이즈는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다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렴.”
“약속드리겠습니다.”
데미안은 가족들과 모두 인사를 마친 뒤, 아그네스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와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광명과 녹풍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데미안 경, 오랜만에 보네요.”
“…….”
정겹게 인사를 건네는 광명과 달리 녹풍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녹풍, 제 말이 맞았죠? 데미안 경은 이런 일을 외면할 사람이 아니라니까요.”
“……언니 말이 맞았네. 내가 너무 옹졸하게 생각했어.”
녹풍이 데미안에게 다가갔다. 한쪽 팔을 가슴에 붙이며 말했다.
“도움에 감사한다. 얽매인 바람은 이번 일을 절대로 잊지 않을 거다.”
데미안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번에 신성교단을 방문했을 때, 녹풍은 데미안의 행동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던 것이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사태가 급하다. 당장 출발해도 괜찮겠나?”
“오히려 제가 드리고 싶은 부탁입니다.”
“어머, 녹풍 들었나요? 난 이래서 데미안 경이 좋더라고요. 거침없잖아요.”
광명이 녹풍의 어깨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녹풍은 광명을 흘겨보며 어깨를 쓰다듬었다.
“……언니, 제발 부탁이니까 말조심해. 누가 오해할까 무서우니까.”
그리 말하며 녹풍이 신성력을 일으켰다. 어디선가 불어온 강풍이 네 사람을 감쌌다.
얽매인 바람의 성기사들은 자신의 육체를 바람으로 바꿔서 이동할 수 있었다.
녹풍은 자신의 육체뿐만 아니라 타인의 육체도 바람으로 바꿀 수 있었다.
“언니, 부탁해.”
“알겠어요.”
광명이 신성력을 일으켰다. 눈 부신 빛이 녹풍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광명이 있는 눈부신 고통의 권능은 ‘강화’였다.
절삭력, 중력, 등등. 무엇이든 강화시킬 수 있었다.
아마 광명은 녹풍의 권능을 강화시킴으로서 더욱 빨리 이동할 생각인 듯했다.
“그럼 출발한다.”
네 사람을 휘감은 강풍이 더욱 강해졌다. 이윽고 네 사람의 몸이 사라졌다.
대신 한줄기의 폭풍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네 사람이 사라지자마자 스프링 성의 창문이 열렸다.
“……데미안.”
학센 백작이 하늘을 내다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 * *
쾅, 콰광!
화창한 하늘 아래에 무시무시한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소리의 근원지는 한 노인이었다. 노인이 불투명한 장벽에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진 것이다.
하지만 노인이 아무리 주먹질을 해도 불투명한 장벽은 부서지지 않았다.
“청염님, 이만 쉬시지요.”
노인의 뒤에 앉아 있던 청년들이 말했다. 모두 백색 갑옷을 입고 있었다.
갑옷의 가슴팍에는 신성교단을 상징하는 성스러운 문장이 그려져 있었다.
노인, 청염은 주먹을 내지르다가 멈췄다. 매서운 눈빛으로 장벽을 노려보며 말했다.
“……어떻게 멈출 수 있겠나.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하는데.”
이 반투명한 장벽은 냄비 뚜껑처럼 땅을 덮고 있었다.
청염을 비롯한 성기사들은 이 장벽에 막혀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제기랄, 설마 이런 걸 숨기고 있을 줄이야.”
청염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청염과 성기사들은 악마소환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타르트 왕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왕국에 도착하자마자 이 장벽에 갇히고 말았다.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청염이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도 장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답답한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만…… 만일을 대비해서 체력을 보존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성기사의 조언에도 청염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아니, 가만히 있을 수 없네. 어떻게 해서든 이것을 부수고 나가서 본단에 알려야 해.”
청염이 이를 갈며 말했다.
“아무도 이곳에 와서는 안 돼. 누가 오든 개죽음을 당하고 말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