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7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2화(272/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2화
272화 악마추종자 (1)
타르트 왕국은 대륙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나라였다.
영토는 제법 넓지만 국력은 그리 강하지 못했다. 바다를 끼고 있기에 질 좋은 해산물이 많이 잡히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애플 왕국과는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왕국이었다. 타르트 왕국까지 가기 위해서는 한 달이 넘게 걸릴 거리였다.
하지만 오대성인과 함께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데미안은 바람을 타고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마치 바람으로 만들어진 양탄자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데미안은 바람 위에 앉은 채 바깥 풍경을 내다봤다.
그의 동체시력으로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의 풍경이 눈앞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녹풍의 바람에 광명의 강화가 더해진 결과였다.
“이 속도라면 타르트 왕국까지 몇 분 내로 도착할 거야.”
녹풍이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이만한 규모의 바람을 다루고 있음에도 조금도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오대성인의 일각을 차지하는 인물다운 실력이었다.
“그럼 가는 동안 데미안 경에게 미리 설명해 둬야겠네요. 도착한 다음에 말하면 시간이 부족할 테니까요.”
광명이 데미안을 돌아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데미안 경, 우리들의 최우선 목표는 소환진을 부수는 거예요. 그걸 부숴야지만…….”
“악마를 역소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데미안의 대답에 광명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어머, 어떻게 아셨나요?”
“악마에 대한 문헌을 읽어 본 적 있습니다.”
사실 거짓말이었다. 데미안이 악마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유는 전생의 기억 때문이었다.
아마 이 세상에 데미안보다 악마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고 있는 존재는 도르고뿐이리라.
“알고 계시다면 따로 설명할 필요 없겠네요.”
악마는 지상이 아니라 지옥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였다.
전혀 다른 차원에서 존재하던 생명체였기에 지상에 소환되면 여러 가지 제약들이 걸렸다. 그래서 소환된 직후의 악마는 무척 약했다.
제약들을 푸는 유일한 방법은 악마에게 인간의 영혼을 먹이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흑마법사들은 악마를 소환한 이후에도 인간들을 납치하여 제물로 바쳤다.
지상에 소환된 악마가 얻게 되는 가장 큰 제약은 바로 소환진에 묶인다는 것이었다.
소환진이 조금이라도 망가지면 악마는 다시 지옥으로 역소환이 되었다.
“말만 들으면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 않을 거예요. 이번 악마 소환 사태는 심상치 않으니까요.”
오대성인 중에서도 최강이라 불리는 청염이 실종되었다.
청염이 가지고 있는 실력과 위상을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교단에서는 후작급 악마가 소환되었다고 판단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그 정도 악마가 아니고서는 청염 어르신을 위기에 빠트릴 수 없을 테니까요.”
데미안은 광명의 말에 동의했다.
청염의 실력이라면 백작급 악마의 본체도 손쉽게 쓰러트릴 수 있었다.
“다만 이해가 안 가는 건…… 판데모니엄에서 어떻게 본단도 모르게 이만한 규모의 소환진을 준비했냐는 거예요.”
데미안은 자연스레 도르고를 떠올렸다.
도르고는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서 오랜 시간 동안 준비를 거듭했다.
그런 도르고라면 이 정도 소환 의식을 단기간에 준비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왜?’
문제는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전생에 도르고는 악마에게 의지하지 않았다. 오만한 성격 탓에 자신의 능력을 과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르고는 악마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악마가 내려주는 은총이나 권능 같은 것에 조금도 집착하지 않았다.
‘혹시 내가 웨폰마스터를 죽인 것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건가?’
웨폰마스터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장점은 수십 개가 넘는 마검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마검이란 악마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물건이었다. 즉, 웨폰마스터는 악마의 권능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멸망전쟁 당시에도 웨폰마스터는 일종의 조커로서 사용되었다.
‘웨폰마스터는 죽었다. 마검들도 모두 파괴되었지. 지금 판데모니엄에는 악마의 권능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존재가 없다. 그래서 악마를 소환한 거라면……?’
데미안이 고민에 잠겨 있을 때였다. 녹풍이 광명에게 말했다.
“언니, 타르트 왕국의 상공에 들어왔어. 여기부터 판데모니엄의 영역이야.”
녹풍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불타는 냄새와 피비린내가 몰려왔다.
데미안의 표정이 저절로 굳어졌다. 이 냄새들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흑마법사들이 민가를 습격해서 제물을 모으고 있다.’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노를 터트릴 때가 아니었다.
최대한 빨리 소환진을 파괴해서 악마를 역소환시켜야 했다.
“슬슬 조금만 더 가면 소환진에 도착해. 이제부터 준비를…….”
그때, 데미안의 감각에 무언가 걸려들었다. 데미안은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래?”
녹풍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그 순간, 저 멀리서 빛이 번쩍였다.
붉은 광선이 일직선으로 날아왔다. 데미안은 여명을 휘둘러서 광선을 베어 내려 했다.
하지만 여명과 광선이 충돌하는 순간, 생각이 바꿀 수밖에 없었다.
‘베어 내기는 힘들겠군.’
지금 데미안은 바람을 딛고서 있었다. 발밑이 불안전한 탓에 여명을 제대로 휘두를 수 없었다.
데미안은 여명을 비틀어서 광선의 궤도를 틀었다. 광선이 하늘 높이 올라갔다.
일행은 놀란 얼굴로 광선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봤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아그네스가 데미안에게 물었다.
“데미안 님! 방금 그건…….”
“아무래도 악마가 우리가 오는 걸 반기지 않는 모양입니다.”
말하기가 무섭게 다시 빛이 번쩍였다. 붉은 광선이 다시 날아왔다.
“데미안 경, 물러나세요.”
이번에는 광명이 나섰다. 신성력을 일으켜서 빛으로 이루어진 방패를 만들어 냈다.
방패가 붉은 광선을 막아 냈다. 하지만 붉은 광선은 너무나도 손쉽게 방패를 꿰뚫었다.
방패를 관통한 광선이 광명을 덮치려 했다.
데미안은 재빨리 그사이에 끼어들어 광선을 쳐 냈다. 광선은 땅으로 내리꽂혔다.
“말도 안 돼…… 백배로 강화시켰는데?”
광명이 경악한 얼굴로 중얼거릴 때였다.
쉴 틈도 없이 또다시 섬광이 번쩍였다. 이번에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개가 동시에 빛났다.
붉은 광선들이 쉴 새 없이 날아왔다. 데미안은 여명으로 광선들을 쳐 내며 말했다.
“녹풍, 여기서 착지하도록 하죠.”
“아직 소환진까지 한참 남았어. 네가 잘 막아 내고 있으니까 이대로 쭉 가면…….”
“저쪽에서 봐주고 있어서 쳐 낼 수 있는 것뿐입니다. 광선의 개수가 더 늘어나면 저도 버틸 수 없습니다.”
땅 위라면 모를까 바람 위에서는 데미안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알겠어.”
녹풍이 바람의 방향을 바꿨다. 직선으로 날아가던 바람이 아래로 향했다.
네 사람은 숲 한가운데에 착지했다. 그러자 더 이상 광선이 날아오지 않았다.
데미안은 광선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멈춰? 봐주겠다는 거냐?”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지금 악마는 데미안을 완전히 장난감 취급하고 있었다.
“이 빚은 조만간 갚아 주마.”
* * *
-호오…… 내 광선을 모두 막아 낼 줄이야.
성탑 위에서 한 남성이 바깥을 내다보며 중얼거렸다.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대충 한 것도 아닌데…… 요즘 인간들도 제법이군.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도르고?
남성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도르고는 못마땅한 얼굴로 남성을 노려봤다.
“……어째서 네놈이 소환된 거지?
-음? 솔직하게 기쁘다고 말하는 게 어떤가? 은을 캐내려다가 금이 나온 격이잖냐.
“개소리. 너희 악마들이 남 좋은 일을 해 줄 리가 없어.”
도르고의 말에 남성은 삐뚜름한 미소를 지었다.
-도르고, 마치 남인 것처럼 말하는군. 너도 우리와 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배신자라는 사소한 문제가 있…….
“그만. 그딴 시시콜콜한 옛날 이야기를 하려고 힘들게 소환진을 그린 게 아니야.”
-너무 까칠하군. 오랜만에 만난 동족과 이 정도 이야기는 나눌 수 있지 않나?
“애송이.”
도르고의 안광이 섬뜩하게 빛났다.
“내가 현역일 시절에는 작위조차 얻지 못한 애송이가 많이 컸구나.”
-당신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현재 위치를 봐야지. 리치로 영락한 주제에 말이야.
남성에게서도 살의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했다. 이내 남성이 어깨를 으쓱하며 물러났다.
-소환자의 의지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원하는 것을 말해 봐라. 어째서 날 소환했지?
“후작급 악마의 권능이 담긴 진력을 원한다.”
그 말에 남성의 눈동자가 게슴츠레해졌다.
진력이란 악마가 지니고 있는 힘이었다. 흑마력의 상위개념에 속했다.
-악마의 진력은 흑마법사들에게 영약이나 다름없지. 하지만 댁 정도 되는 존재가 진력을 그렇게 소모하려고 날 부를 리가 없지. 그것도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 말이야.
남성이 양팔을 좌우로 벌렸다. 그러자 초원 전체에 그려진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진의 규모도 어마어마했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재료였다.
마법진은 모두 마석과 보석 가루로 그려져 있었다. 게다가 중앙에는 수천 개가 넘는 심장이 쌓여 있었다.
“그런 것까지 알 필요는 없을 텐데?”
-난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인데…….
“대답이나 해라. 계약에 응하겠나?”
남자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모처럼 세상을 구경을 시켜 줬으니 그 정도 부탁은 들어줄 수 있지.
그리 말하며 남성은 히죽 웃었다.
* * *
“다들 다친 곳은 없죠?”
광명이 일행들을 살피며 물었다. 다들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네요. 녹풍, 소환진의 위치는 어디였죠?”
“남서쪽으로 쭉 가면 돼.”
“다들 들었죠? 이만 이동해 볼까요.”
“어딜 가려고 하시나.”
그때,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누더기를 입고 있는 남성들이 보였다.
이들이 거지라서 이렇게 입고 있는 게 아니었다. 기괴하게 비틀린 팔다리 때문에 옷이 망가졌기 때문이었다.
남성들의 팔다리는 먹물을 발라놓은 것처럼 검은색이었다. 게다가 모두 기괴하게 변해 있었다.
어떤 남성은 두 팔만 유독 거대했다. 다른 남성은 팔 대신 짐승의 머리가 달려 있었다.
“……악마추종자.”
아그네스가 증오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흑마법사들은 악마를 추종하거나 숭배하지 않았다. 거래의 대상으로 볼 뿐이었다.
하지만 악마추종자들은 달랐다. 악마의 종이 되는 대가로 막대한 힘을 손에 넣은 족속들이었다.
“마침 제물이 부족했는데 이렇게 하늘에서 떨어질 줄은 몰랐군.”
대장처럼 보이는 남자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지네처럼 변한 왼쪽 팔이 딱딱 소리를 냈다.
“이 멍청이들아. 가만히 보고만 있지 말고 어서 잡아라.”
남성들이 네 명을 둘러쌌다. 그러자 광명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나, 용감한 분들이네요. 저희들의 앞을 가로막으실 줄이야.”
“언니, 그게 아니야. 아무래도 우리가 누군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어머, 그럴 리가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이런 별 볼 일없는 말단 따위가 우리들의 얼굴을 볼 기회가 있겠어?”
“음…… 일리가 있네요.”
데미안은 여명을 빼들었다. 그러자 광명이 손을 뻗어서 데미안을 막았다.
“아까는 데미안 경이 수고 했으니 이번에는 쉬고 계세요.”
광명이 앞으로 나서자 남성들은 모두 넋이 나갔다. 그녀의 외모 때문이었다.
“이…… 이건 제물로 바치기에는 아까운 얼굴인데.”
“형님, 이 여자만 빼돌리죠. 저기 있는 세 명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광명이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거 아세요? 땅에는 사물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대요.”
그 말에 악마추종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혹시 얼굴은 이쁜데 정신이 좀 돌아 버린 년인가?”
“재수 없게 되었네. 이런 년은 가지고 노는 맛이 없는데…….”
광명이 신성력을 일으켰다. 그녀를 중심으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가볍게 백배만 가 볼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악마추종자들의 몸이 아래로 쑥 꺼졌다.
콰드득.
악마추종자들의 다리와 하반신이 으스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