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7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3화(273/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3화
273화 악마추종자 (2)
악마추종자들의 반쪽이 으스러졌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사람이라면 으레 보여야할 출혈과 파열된 근육, 박살 난 뼈들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끈적끈적한 액체를 보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광명이 새삼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어머, 한 번에 죽일 생각이었는데. 악마한테 제물을 꽤나 많이 바쳤나 보네요?”
“으아아악! 이 개같은 년이!”
“우,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악마추종자들의 상체가 바닥에 들러붙었다. 보이지 않는 덩어리에 짓눌리듯 몸이 조금씩 으스러졌다.
“이, 이 괴물 같은 년!”
악마추종자들의 대장이 지네처럼 변한 팔을 뻗었다.
지네는 턱을 딱딱거리며 광명에게 뻗어나갔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땅바닥에 들러붙었다.
“생각보다 튼튼하네요. 슬슬 질리는데 빨리 죽어 주실래요?”
광명이 다시 검지로 땅을 가리켰다. 그러자 중력이 한층 더 강해지면서 악마추종자들의 몸이 완전히 으스러졌다.
악마추종자들이 있던 자리에는 검은 액체만이 넓게 번져 있었다.
“별거 아니었네요.”
광명이 그렇게 말할 때였다.
검은 액체들이 땅바닥을 타고 흐르더니 한곳에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윽고 검은 액체는 거인으로 변해서 몸을 일으켰다.
-으, 으아아, 아아아.
거인은 턱을 딱딱거리며 기괴한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아무래도 지성이 극단적으로 낮아진 모양이었다.
“완전히 박살을 내 버렸는데 거기서 융합이라니. 평범한 악마를 섬기고 있는 게 아닌 모양…….”
그 순간, 거인이 팔을 휘둘렀다. 팔이 채찍처럼 늘어나며 광명과 일행을 덮쳤다.
광명과 녹풍은 즉시 땅을 박찼다. 데미안도 아그네스를 끌어안고 자리를 벗어났다.
거인의 팔이 네 명이 있던 땅을 강타했다. 주변의 땅이 가루로 변해서 흩어졌다.
“무시무시하네요.”
광명이 다시 검지를 아래로 내렸다. 중력이 한층 더 강해졌다.
하지만 거인은 으스러지지도, 짓눌리지도 않았다. 멀쩡히 서 있었다.
그 모습에 광명의 눈동자가 게슴츠레해졌다.
“녹풍 어떻게 생각하나요?”
“융합했다고 하지만 악마추종자 따위가 언니의 권능에 저항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악마추종자들은 악마가 잠깐 쓰다버리고 종잇장 같은 존재였다.
그런 이들이 몇 명 합쳐진 것만으로 오대성인의 권능에 저항하고 있다.
아무리 광명이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다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이곳에 소환된 악마는 보통 녀석이 아닌 것 같아. 본단에서 추측한 것처럼 후작급, 그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 악마가 틀림없…….”
“녹풍, 전 그딴 걸 묻고 있는 게 아니랍니다.”
기분 탓일까.
광명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했다. 주변의 기온이 확 낮아진 것 같았다.
“감히 악마와 붙어먹은 이단자 따위가 신께서 내려주신 권능을 버텨 내고 있잖아요. 지금까지 저렇게 불경스러운 광경이라니…… 너무 끔찍해서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을 것 같네요.”
광명이 품속에서 도끼 모형을 꺼냈다. 거기에 신성력을 불어 넣자 크기가 커졌다.
모형에 불과했던 것이 실제 무기로 변했다. 광명은 할버트를 가볍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
“신이시여. 위대한 아버지이시여. 지금 당장 한 놈 올려보내겠습니다.”
광명은 즉시 거인에게 돌진했다. 이윽고 폭음이 터져 나왔다.
광명이 할버트를 휘두르자마자 거인의 팔과 어깨가 통 채로 뜯겨 나갔다.
거인이 괴성을 지르며 반대쪽 팔을 휘둘렀다. 광명은 맨손으로 붙잡고 휘둘렀다. 거인의 팔이 뜯겨 나갔다.
“하아…… 잔뜩 화가 났네. 저러면 아무도 못 말리는데.”
녹풍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었다.
“데미안 학센, 주변 경계 좀 해 줘. 난 언니 좀 진정시키고 올게.”
녹풍은 몸을 바람으로 바꿔서 광명을 향해서 날아갔다.
데미안은 졸지에 오대성인 두 사람을 상대하게 된 거인에게 애도를 표했다.
“두 분 모두 호전적이군요.”
“이단자에게 마땅히 취해야 할 태도입니다.”
옆에 있던 아그네스가 경건한 태도로 말했다. 데미안은 질렸다는 얼굴로 아그네스를 쳐다봤다.
가끔 잊지만 아그네스 역시 성기사는 성기사였다.
그때였다.
데미안의 감각에 무언가가 감지되었다.
감지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나무들뿐이었다.
“데미안 경?”
아그네스가 묻는 순간, 데미안이 여명을 휘둘렀다.
오러블레이드가 땅을 갈랐다. 숲이 반으로 쩍 갈라졌다.
갈라진 땅 속에서 그림자가 튀어 나왔다. 그림자는 허공에서 사람으로 변했다.
“오호, 내 은신을 알아볼 줄이야.”
괴인이 데미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표정부터 태도에서 여유로움이 묻어 나왔다.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아랫것들이 위험신호를 보내서 찾아와 봤더니…… 설마 성기사들이 숨어들었을 줄은 몰랐군. 너희들의 이름을 말해라. 그럼 곱게 죽여 주마.”
“싫은데.”
데미안이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괴인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싫어? 싫다고? 이 아둔하고 어리석은 녀석. 네 눈앞에 있는 존재가 무엇인지도 알아보지 못하고 시건방을 떠는구나.”
아그네스가 슬쩍 데미안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무래도 저 사도는 데미안 님의 얼굴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좀 멍청한 놈일 수도 있겠군요.”
“뭘 그리 속닥거리는 거냐!”
사도가 고함을 지르며 흑마력을 폭발시켰다.
데미안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남자를 쳐다봤다. 흑마력의 양도 막대했지만 순도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이다.
“애송이! 딱 한 번 말해 줄 터이니 잘 들어라. 그리고 두려워하도록 해라. 나는 이름없는 자! 악마께 선택을 받은 사도이니라!”
“사도?”
데미안이 되묻자 사도의 얼굴이 의기양양해졌다.
“어리석기는 하지만 사도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모양이구나!”
“알고 있지. 악마랑 좀 더 진하게 붙어먹은 개새끼들이잖냐.”
사도가 두 눈을 꿈뻑였다. 이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감히…… 이 몸을…… 주인님을…… 그딴 식으로 욕하다니!”
사도에게서 느껴지는 흑마력의 양이 더욱 늘어났다. 흑마력의 양만 따지면 거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지금 당장 네놈의 혓바닥을 뽑아서 주인님께 바쳐 주마!”
사도가 데미안에게 달려들었다. 흑마력을 모아서 양손을 괴물의 손처럼 바꿨다.
사도가 괴물의 손을 휘둘러서 데미안을 찢으려 했다. 데미안은 아그네스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
괴물손이 지면을 강타했다. 그러자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땅이 박살 나는 것은 물론이고, 순식간에 녹색으로 물든 것이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싱그러운 녹색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어둡고, 질척질척했다. 땅 전체가 부패하고 있었다.
“흐흣, 보이느냐? 이것이 사도로서 얻은 권능이다. 이 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썩는다. 생물은 부패하고, 사물은 부식되어 버리지!”
사도란 악마에게 힘뿐만 아니라 권능까지 하사받은 이들을 말했다.
악마처럼 권능을 자유롭게 다루지는 못하지만 위협적인 존재임은 확실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스치기만 해도 부패해서 전신이 무너져 내릴 테니까.”
사도가 괴물손을 한 번 더 변형시켰다. 손 전체에 날카로운 칼날이 돋아났다.
하지만 데미안은 사도가 보여준 권능 따위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정보가 필요했는데 마침 잘됐군. 사도쯤 되면 알고 있는 것도 많겠지?”
“건방진 놈!”
사도가 데미안을 향해서 손을 내질렀다. 괴물손이 화살처럼 쏟아졌다.
데미안은 사도를 베어 내기 위해서 여명을 휘둘렀다. 그 모습에 사도가 데미안을 비웃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무식하구나! 주인님께 하사받은 권능 앞에서 그깟 날붙이는 소용이 없…….”
여명과 괴물손이 부딪혔다. 하지만 사도의 기대와 달리 여명은 부식되지 않았다.
오히려 괴물손을 베어 냈다. 뜨겁게 달군 나이프로 커다란 치즈를 녹이는 것 같았다.
“크아아악!”
사도는 반쯤 잘려 나간 손을 붙잡고 뒤로 물러났다.
여명에 베인 상처는 끊임없이 타들어 갔다. 여명이 담고 있는 신성력이 악마의 권능을 소멸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교단에서 왜 이렇게 젊은 놈을 내보냈나 했는데…… 터무니없는 성검을 하사받았구나!”
사도가 권능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얼굴을 뺀 전신이 권능으로 물들었다.
“어리석은 놈! 넌 방금 내 목을 쳤어야 했다!”
사도가 데미안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권능을 두른 채로 들이박으려는 듯했다.
그때, 데미안이 여명을 휘둘렀다.
손이 움직인다 싶은 순간, 형체가 사라졌다. 곧이어 섬광이 여러 번 허공을 갈랐다.
사도의 팔다리가 잘려 나갔다. 떨어져 나간 팔다리는 권능에 의해서 순식간에 부패하여 사라졌다. 중심을 잃자 권능도 소멸했다.
사도는 팔다리를 잃은 채 땅바닥에 떨어졌다. 믿기 힘들다는 듯이 두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바, 방금 무슨 일이…… 컥!”
데미안은 발을 들어서 사도의 가슴을 짓밟았다.
“사지를 재생시킬 생각 따위는 하지 마라. 목만 남고 싶지 않으면.”
사도 정도의 생명력이라면 목만 남겨도 몇 시간 정도는 생존할 터.
그 정도 시간이면 정보를 캐내기에 충분했다.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하도록 하마. 성실하게 대답하는 게 좋을 거다.”
“개…… 소리하지 마라……! 내가 주인님을 배신할 것 같으냐!”
열세에 몰렸음에도 사도는 조금도 기가 죽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발악했다.
“애송이! 무슨 짓이든 해 봐라! 난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거다!”
“아, 오해했군. 널 심문할 사람은 내가 아니다. 나보다 더 뛰어난 전문가가 있거든.”
전문가라는 말에 사도의 얼굴에 의문이 살짝 떠올랐다.
“데미안 경? 이게 무슨 난리인가요?”
그때, 뒤에서 광명과 녹풍이 다가왔다. 그렇게 격하게 움직였음에도 광명의 옷에는 먼지 하나 붙어 있지 않았다.
“거기 있는 남자는 뭔가요?”
“악마의 사도입니다. 방금 전, 저희 두 명을 습격했죠.”
“어머나.”
광명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를 본 순간, 사도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광명님, 한때 이단심문관으로 활동하셨죠?”
“아아…… 알고 계시는군요. 신의 뜻을 실천할 수 있는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죠.”
광명의 미소가 점점 더 짙어졌다. 그럴 수록 사도가 느끼는 공포감은 더욱 커져갔다.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 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요.”
데미안이 발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광명이 다가왔다.
“성실하게 대답하겠다! 그러니까…….”
“쉬잇.”
광명이 검지를 세워서 입술에 댔다. 무척 아름다운 얼굴이었지만 사도는 광명의 아름다움을 깨달을 틈이 없었다.
“제 경험상 이단자들은 꼭 처음에는 거짓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먼저 참회의 시간을 가진답니다.”
광명이 사도의 머리를 밟았다. 그리고 발바닥에 신성력을 모았다.
“끄아아아악!”
신성력이 사도의 살갗을 태우기 시작했다. 사도는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이제부터 신께 죄를 고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죠.”
그렇게 말하는 광명의 얼굴은 더 없이 경건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