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7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4화(274/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4화
274화 악마추종자 (3)
광명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도를 고문했다.
데스나이트 시절, 흑마법사들을 매일 같이 지켜봤던 데미안조차 감탄이 나올 정도로 창의적인 고문법들이었다.
“후, 역시 악마와 붙어먹은 개새끼답게 입이 무겁네요.”
광명은 얼굴에 튄 검은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도는 그야말로 걸레짝이나 다름없는 모습이 되어 버렸다.
“아쉽게도 악마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했어요.”
악마가 미리 손을 쓴 것인지 그쪽 정보는 아예 지워져 있었다.
그렇다고 아예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저들의 말에 의하면 소환진은 이렇게 이루어져 있다고 해요.”
광명이 나뭇가지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본 소환진을 중심으로 네 개의 보조 소환진이 위치해 있었다.
“보조 소환진은 본 소환진을 유지시키는 기둥일 뿐만 아니라 제물을 바치는 입구라고 해요.”
추종자들은 생포한 인간들을 보조 소환진에서 제물로 바쳤다.
제물로 바쳐진 인간의 영혼은 본 소환진으로 흘러 들어갔다.
“데미안, 먼저 보조 소환진을 부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악마를 약화시키기 위해서입니까?”
이번에 소환된 악마는 보통 존재가 아니었다. 일개 악마 추종자 몇 명이 융합한 것만으로 광명의 권능을 버텨냈으니 말이다.
아무리 오대성인 두 명과 데미안이 있다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그것도 있지만…… 사람들을 구하고 싶거든요.”
보조 소환진에는 타르트 왕국의 국민들이 붙잡혀 있었다.
전부 악마 추종자들이 제물로 바치기 위해서 생포한 이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제물로 바쳐질 순서를 기다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데미안은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광명을 쳐다봤다.
데미안이 기억하는 광명은 흑마법사를 죽이기 위해서 전신을 불태우던 광신자였다.
그런 인물의 입에서 사람을 구하고 싶다는 말이 나오니 조금 낯설었다.
“어째 실례되는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 같네요.”
“절대 아닙니다.”
데미안은 시치미를 뚝 뗐다. 광명은 의심스럽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광명 님의 의견에는 찬성합니다만, 자칫 잘못하면 악마에게 시간만 벌어 주게 될 겁니다.”
“그러니 인원을 나눠야죠.”
광명이 가장 먼 곳에 있는 보조 소환진을 짚으며 말했다.
“기동력이 가장 좋은 녹풍이 두 곳을 맡아주세요. 나머지는 저와 데미안 경이 나눠서 습격하도록 하죠.”
“악마가 소환된 상황에서 인원을 나누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막 소환된 악마는 소환진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인원을 나눴다고 악마에게 각개격파당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판데모니엄에서 지원병력을 보낼지도 모릅니다.”
“보내라죠. 뭐, 무서울 거 있나요?”
광명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당연한 자신감이었다. 이곳에는 오대성인 둘과 데미안 학센이 있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그네스가 광명에게 물었다.
데미안과 헤어진 이후,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아그네스는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하이클래스 수준으로는 악마들을 막을 수 없었다.
“당신은 데미안 경을 보조해 주세요. 위험할 것 같으면 미리 대피하도록 하고요.”
“알겠습니다.”
“데미안 경, 또 다른 의견 있나요?”
광명의 물음에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없다는 뜻이었다.
“좋아요. 그럼 움직이도록 하죠. 더러운 이단자들을 심판하고 옵시다.”
* * *
“호오, 융합체와 사도를 이렇게 빨리 쓰러트릴 줄이야.”
성탑 위에서 한 남성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생명력 하나는 불사에 가까울 텐데…… 시간도 제대로 벌지 못했군. 정말 놀라워.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도르고?”
남성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거기에는 해골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연하지. 저쪽은 오대성인이 두 명이나 모여 있어. 추종자 따위로는 발도 묶어놓을 수 없지.”
“오대성인? 오대성인이었단 말인가? 역시 대단하군. 근데 다른 한 명은 신성력을 사용하지 않던데. 그 녀석은…….”
“그딴 것에 관심을 가질 시간에 작업에 집중해 줬으면 좋겠는데.”
도르고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남성의 머리 위에는 검은 구체가 떠올라 있었다.
검은 구체는 실시간으로 주변의 마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너무 서두르지 마. 지상에서 진력을 생성하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그것도 보통 진력이 아니라 악마의 권능이 담긴 진력이잖아.”
진력이란 악마가 다루는 힘이다.
……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더 대단한 물건이었다. 진력은 악마를 구성하는 물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악마의 진력에 권능을 담게 되면 누구나 진력을 소비해서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진력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서 권능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포션으로 만들어서 섭취할 수도 있고, 무기로 재련할 수도 있었다.
즉, 도르고가 원하는 것은 진력이 아니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악마의 권능을 원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게 웨폰마스터를 잘간수하지 그랬나. 그 친구가 있었으면 이렇게 빙돌아서 갈 필요가 없었을 텐데.”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마라.”
“오우, 화가 나셨군. 그럼 얌전히 입을 다물어 드려야지.”
남성이 어깨를 으쓱했다. 재수 없다는 듯 도르고의 표정이 구겨졌다.
“음?”
그러다 문득, 남성의 표정이 변했다.
남성이 두 손을 내렸다. 그러자 어둠은 더 이상 커지지 않고 멈췄다.
“왜 작업을 멈추는 거지?”
“침입자들이 보조 소환진으로 이동하고 있군.”
남성의 말에 도르고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젠장, 역시 거기를 먼저 노리는군.”
“이대로 가면 곧 보조 소환진에 도달하고 말 거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남성이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도르고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거냐. 이대로 놈들을 방치해 두면 지옥으로 다시 역소환되어 버릴 텐데.”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남성의 태도는 한없이 가벼웠다. 계약에 대한 책임감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아쉬운 쪽은 도르고였다. 도르고는 허공을 향해 말했다.
“이오타.”
-어머니, 불렀어?
박쥐 날개를 가진 괴인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남성은 이오타를 무척 흥미롭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자신의 영혼을 쪼개서 인공영혼을 만들어 내다니…… 흥미롭군. 아주 재미있어.”
“네놈한테 칭찬을 듣고 싶지 않아.”
도르고가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이오타에게 명령했다.
“이오타, 문을 열어라.”
이오타가 양손으로 허공을 붙잡았다. 양손을 위아래로 벌리자 허공이 쫙 찢어졌다.
벌어진 공간 속은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속에서 세 명의 남녀가 걸어 나왔다.
그들이 등장하자마자 섬뜩한 흑마력이 사방을 잠식했다.
세 명 모두 엄청난 실력자들이란 뜻이었다.
“도르고 님, 부르셨습니까.”
세 명은 도르고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신성교단의 성인들이 거사를 망치려 하고 있다. 너희들은 가서 그 위선자들을 막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세 명은 큰소리로 말한 뒤, 몸을 일으켰다. 그때, 남성이 세 명을 향해서 물었다.
“저런 하찮은 놈들로 그 세 명을 막겠다고?”
그 말에 세 명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대다수의 흑마법사와 암흑기사들은 악마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들은 도르고만을 섬기는 충신들이었다. 그런 마당에 다짜고짜 힐난을 들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막으라고 보내는 게 아니다. 시간을 끌라고 보내는 것이지.”
“시간을 끄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내 인선에 불만이 많은 모양이지?”
“뭐,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그러니 좀 도와주마.”
남성이 세 명에세 손짓을 했다.
“거기 세 명, 가까이 와 봐라.”
세 명은 남성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남성은 흡족한 얼굴로 박수를 했다.
“약해 빠졌지만 재물로 쓰기 딱 적당하군.”
세 명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다음 순간, 가슴에서 피가 치솟았다.
“어?”
“어어?”
세 명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들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가 뻥 뚫려 있었다.
세 명의 눈동자에 생기가 사라졌다. 도미노처럼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자, 그럼 친구들한테 지상 구경이나 시켜 줘 볼까.”
남성이 주머니 속에서 열쇠를 하나 꺼냈다.
특이하게도 열쇠는 딱 절반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남성이 열쇠를 허공에 대고 돌렸다. 그러자 허공에 작은 구멍이 뚫렸다.
구멍에서 검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검붉은 기운이 세 사람의 몸속으로 흘러들어갔다.
구멍이 나 있던 심장이 살덩어리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세 사람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왔다.
“우와아아! 진짜 지상이잖아?”
“나 이곳은 처음 와 봐!”
“각하! 각하! 정말 약속을 지켜 주셨군요!”
세 사람은 방방 날뛰며 기뻐했다.
“너…… 대체 어떻게…….”
악마를 지상에 소환시키거나 빙의시키기 위해서는 제물이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 남성은 그러한 법칙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비밀은 남성이 가진 반쪽짜리 열쇠 때문이었다.
“어떻게 그 열쇠를……!”
“복원했냐고? 노력 좀 했지. 아주 고생을 많이 했어.”
남성은 싱글벙글 웃으며 악마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은 가서 놈들을 막아라. 죽여도 좋고. 단, 거기 있는 남자는 내 앞에 데려오도록 해라.”
* * *
“저 안에 보조 소환진이 그려져 있는 모양입니다.”
아그네스가 숲을 등지고 있는 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원래 귀족이 사용했을 성은 악마추종자들에게 점령되어 있었다.
“엄마! 엄마아아!”
“제, 제발 내 딸만큼은 살려 주게! 제발!”
안에서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성벽이 반쯤 파괴된 덕분에 내부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행위를 모두 볼 수 있었다.
성의 중앙에는 커다란 소환진이 그려져 있었다. 악마추종자들은 소환진으로 사람들을 끊임없이 던졌다.
“사, 살려…… 끄아아악!”
소환진으로 내던져진 인간은 살아 있는 채로 압착이 되었다.
소환진은 손바닥에 찍힌 벌레처럼 변한 인간을 그대로 흡수했다. 아마 주 소환진으로 보내는 듯했다.
“……끔찍하군요.”
아그네스가 나지막히 말했다. 데미안은 말없이 동의했다.
보고 있기만 해도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다. 특히 데미안은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서 더욱 그러했다.
“아그네스 님께서는 여기 계시죠. 제가 가서…….”
“혼자 가서 뭘 하겠다는 거지?”
갑자기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데미안은 즉시 고개를 위로 쳐들었다.
갈라진 공간 속에서 중년 남성이 상반신만 내밀고 있었다.
“호…… 그분이 말씀하신 대로 만만치 않은 친구로군.”
남성을 본 데미안의 눈동자가 커졌다.
“악마?”
그 말에 남성의 입꼬리가 양옆으로 쭉 찢어졌다.
“정답.”
남성이 공간의 틈새에서 튀어나오더니 동시에 손을 내리쳤다.
충격파와 함께 숲이 통째로 날아갔다.
“캬하하하핫!”
폐허 속에서 남성은 큰소리로 웃었다.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마음껏 부술 수 있다니! 기분 최고야! 이렇게 즐거운 적은 수백 년 만에 처음…….”
“이상하군.”
별안간 들려온 목소리에 악마의 웃음소리가 뚝 끊어졌다.
조금 떨어진 곳에 데미안 학센이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인간?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죽일 생각이었는데.”
악마가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해야 할 쪽은 데미안이었다.
“어떻게 악마가 이렇게 쉽게 인간의 몸에 빙의가 되었지?”
악마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에 악마 빙의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도르고가 소환한 악마…… 일리는 없지. 겨우 백작급 악마 따위를 소환하려고 이 난리를 피웠을 리는 없으니.”
데미안이 여명을 빼들며 말했다.
“아무래도 네놈한테 물어볼 게 아주 많을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