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7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6화(276/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6화
276화 악마 (2)
“오, 이거 대단하군.”
진력을 생성하다 말고 바헬이 감탄을 터트렸다.
그 말에 도르고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헛소리를 하면서 작업을 멈출 생각이냐.”
“놈들에게 보낸 악마 한 명이 다시 지옥으로 돌아갈 판이야.”
그 말에 도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적들에게 보낸 악마가 역소환될 만한 이유는 딱 한 가지밖에 없었다.
전투 도중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것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오대성인이 강하다지만 백작급 악마를 이렇게 빨리 쓰러트릴 수는 없어.”
아무리 빙의된 탓에 전력을 발휘할 수 없다지만 백작급 악마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오대성인조차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게 도르고의 판단이었다.
“아, 오해하고 있군. 오대성인이 아니라 다른 쪽……”
문득, 바헬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오…… 잘하면 이쪽으로 올지도 모르겠는걸.”
“뭐? 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하길래…….”
바헬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검은 구체가 바헬의 손으로 날아왔다.
구체를 잡고 힘을 주자, 바헬에게서 흘러나온 진력이 구체로 흡수되었다.
“완성됐으니 받아라.”
바헬은 그 구체를 도르고에게 던졌다. 도르고는 구체를 받자마자 분노했다.
“이렇게 빨리 끝낼 수 있는걸 왜 지금까지 질질 끈 거야!”
“지상의 공기를 오래오래 맡고 싶었거든.”
바헬이 한쪽 눈을 찡긋했다. 도르고는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원하는 물건도 받았으니 이만 떠나 주겠어? 손님맞이는 혼자 하고 싶거든.”
바헬이 몸을 풀면서 말했다. 하지만 도르고는 못미덥다는 반응을 보였다.
“네놈처럼 위험한 놈을 혼자 내버려 두고 가라고?”
“하하핫, 그 위험한 놈을 견제하려고 소환진에 미리 수작을 부렸으면서 무슨 소리람.”
도르고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바헬의 말대로 도르고는 소환진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파괴되게끔 조절을 해 놨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악마란 절대로 방심할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게다가 본체도 아닌 분신으로 날뛰는 건 한계가 있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
“이렇게 부탁하지. 모처럼 지상에 나왔으니 추억 하나는 만들고 가도 되잖아?”
도르고는 한참 고민하다가 이오타를 불렀다.
“이오타, 문을 열어라. 이만 돌아간다.”
-알겠어!
이오타가 도르고의 명령대로 차원문을 열었다.
도르고와 이오타가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바헬이 말했다.
“참, 이것도 받아 가라.”
바헬이 도르고를 향해서 반쪽짜리 열쇠를 던졌다.
방금 전, 백작급 악마들을 빙의시킨 물건이었다.
“……미친 거냐? 이걸 나한테 주겠다고?”
도르고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물었다.
악마들에게 이 열쇠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바헬이 공작급 악마임에도 지상에 소환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열쇠 덕분이었다.
“나보다는 그쪽이 더 잘 사용할 것 같아서.”
“내가?”
“나머지 반쪽. 네가 가지고 있지?”
그 말에 도르고의 몸이 덜컥댔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 다 알고 있으니까.”
바헬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들이 지옥으로 도망칠 때, 왕께서는 마지막까지 관문을 사수하셨지. 결국 왕께서는 너희 구원단에게 살해당하고, 관문은 파괴되었지만 말이야.”
바헬의 말이 이어졌다.
“그때, 열쇠도 반으로 나뉘어 하나는 지옥에, 다른 하나는 지상에 남게 되었지. 과연 그걸 누가 차지했을까? 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밖에 없을 것 같은데.”
도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바헬의 추측이 사실이라는 듯이 말이다.
“난 이 열쇠를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어.”
“하핫, 그거야 또 모를 일이지. 세상일이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니까.”
도르고가 두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대체 뭘 알고 있는 거냐.”
“글쎄.”
도르고는 말없이 바헬을 노려봤다. 그러다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주웠다.
바헬처럼 위험한 존재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자신이 맡고 있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럼 나중에 또 보자고.”
“개소리.”
도르고는 이오타와 함께 차원문으로 들어갔다. 차원문이 닫히자 바헬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도르고, 넌 육체를 벗어던졌으니 보이지 않겠지. 운명이 크게 망가졌다는 걸 말이야.”
악마들은 수많은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공작급 악마가 되면 운명의 흐름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
“지금부터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라. 다만, 열쇠의 운명이 너에게 이어졌다는 것만은 확실하지.”
바헬은 기지개를 켜며 몸을 돌렸다.
“그보다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 볼까.”
말이 끝나자마자 허공이 쭉 찢어졌다.
공간의 틈새에서 인간 남성과 만신창이가 된 레소르베가 튀어나왔다.
“남자를 데려오라고 말하기는 했는데…… 이런 식으로 데려오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바헬이 둘을 향해 말했다.
* * *
“바헬.”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있음에도 데미안은 믿을 수가 없었다.
지옥에는 왕이 없었다. 그렇기에 공작급 악마가 실질적으로 지옥을 지배하고 있었다.
즉, 공작급 악마는 지옥의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만큼 공작급 악마가 지닌 힘은 막강했다. 한 번 소환되면 지상의 멸망을 각오해야 할 정도였다.
공작급 악마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규모가 세 배 이상 커야 했다.
“어떻게 공작급 악마가 이곳에 있는 거지?”
“어라, 날 금방 알아보네? 정말 대단한걸?”
바헬이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내 광선을 그렇게 막아 낼 때부터 알아봤지만 정말 보통 인간이 아니구나? 정말 재미있어.”
바헬의 두 눈동자가 어린애처럼 빛났다. 데미안을 가지고 놀 생각으로 가득해 보였다.
“허.”
데미안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광선으로 공격당할 때부터 느꼈지만 저 악마는 데미안을 노골적으로 얕잡아보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더럽기 짝이 없었다.
“공작급 악마가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데미안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사람을 무시한 대가부터 치르게 해 주마.”
데미안의 몸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바헬의 측면에서 나타났다.
데미안이 여명을 휘둘렀다. 하지만 여명은 바헬의 목을 베지 못했다.
허공에 나타난 투명한 벽에 막혀 버린 것이다.
여명이 벽을 두드렸다. 벽이 크게 흔들렸지만 깨지거나 부서지지 않았다.
“신기하지? 이게 내 권능인 고립이야.”
친절하게도 바헬은 자신의 능력을 구구절절 설명했다.
“별거 없어. 일정 범위를 가두는 상자를 만들어 내는 거지. 이게 과연 부서지는지 궁금하지? 아마 부서지기는 할 텐데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데미안은 입가가 저절로 비틀렸다. 이 정도까지 무시를 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저거 보여?”
바헬이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정육면체의 상자가 내려앉아 있었다.
불투명한 탓에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저 안에는 신성교단에서 보낸 성기사들이 갇혀 있어. 굉장히 강한 인간이라서 잠시 가둬 놨지.”
“말이 많군.”
“이해 좀 해줘. 여기서 일만 하느라 심심…….”
데미안이 땅을 박찼다. 벽을 우회해서 바헬의 등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바헬이 만든 벽에 막혔다. 바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법 빠른걸? 그럼 이것도 피할 수 있을까.”
바헬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허공에서 사각기둥들이 무수히 만들어졌다. 실제로 건물에서 뽑아온 것처럼 굵직했다.
“못 막을 테니까 어지간하면 피해라.”
바헬이 손을 내렸다. 기둥들이 데미안을 향해서 쏘아졌다.
작게 보였던 기둥들이 순식간에 커졌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서 데미안을 꿰뚫으려 했다.
데미안은 바쁘게 움직이며 기둥들을 피했다.
기둥들이 땅에 박힐 때마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지면에 큼직한 구멍이 뚫렸다.
피부로 느껴졌다. 스치기만 해도 몸이 터져서 죽으리라.
“오, 잘 피하는데.”
바헬이 더 많은 기둥을 만들어 냈다. 수십 개가 넘는 기둥이 연발로 쏟아졌다.
데미안은 기둥의 궤적을 읽고 움직였다. 기둥들은 모조리 빗나갔다.
“역시 대단해! 보면 볼수록 재미있어! 내가 눈여겨본 인간다워!”
바헬은 데미안의 활약에 크게 기뻐했다.
“그럼 이건 어떨까?”
바헬이 반대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데미안의 주변에 기둥이 나타났다.
사방은 물론이고 하늘까지 모조리 막혀 버렸다. 바헬의 얼굴에 진한 호기심이 떠올랐다.
“이것도 피할 수 있을까?”
기둥들이 동시에 쏟아졌다. 피할 틈은 없었다.
“삼환(三環).”
데미안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공진음이 증폭되었다.
그는 날아오는 기둥들을 향해서 여명을 휘둘렀다.
여명이 기둥들을 스칠 때마다 궤적이 틀어졌다. 기둥들은 데미안이 아니라 하늘이나 땅을 향해 날아갔다.
“오?”
놀랐다는 듯 바헬의 입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때, 데미안이 땅을 박찼다.
일직선으로 돌진한 데미안이 바헬의 코앞에 도달했다. 바헬을 향해 여명을 휘둘렀다.
“더 빨라질 수 있었어? 대견한데?”
바헬의 정면에 벽이 만들어졌다. 그 순간, 데미안의 몸이 한 번 더 사라졌다.
“……어?”
움직임을 놓쳤는지 바헬의 얼굴이 잠시 멍해졌다. 다음 순간, 바헬의 등 뒤에 데미안이 나타났다.
데미안의 기척을 느낀 바헬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벽을 만들어 내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데미안이 휘두른 여명이 바헬의 목에 닿았다.
여명에 맺힌 오러블레이드가 바헬의 목을 베어 내려 했다. 하지만 쇠가 갈려 나가는 섬뜩한 소리만 날 뿐, 목이 베이지 않았다.
바헬의 신체가 그만큼 단단했기 때문이었다.
“오…… 정말 대단한데? 내 몸에 칼을 댈 줄은…….”
데미안이 여명을 회수했다. 몸을 한 바퀴 회전하며 여명을 바로잡았다.
여명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칼끝으로 바헬을 겨누었다.
발을 내딛으며 칼끝을 내질렀다. 동시에 청염의 경지를 구현했다.
멸격(滅格).
모든 것을 부수는 일격이 바헬의 가슴을 강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