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7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7화(277/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7화
277화 악마 (3)
멸격은 한 점에 힘을 집중하여 구조를 박살 내는 경지였다.
멸격으로 부술 수 있는 대상에는 제한이 없었다. 사물은 물론이고 생명체, 심지어 마법도 부술 수 있었다.
전생에 청염은 도르고가 수개월 동안 준비한 대형 마법진을 멸격으로 단숨에 파괴한 적도 있었다.
그런 필살의 일격이 바헬의 가슴을 강타했다.
오러블레이드에도 상처가 나지 않던 견고한 육체가 뚫리며 여명이 박혔다.
그 자리를 중심으로 거미줄 같은 균열이 번졌다. 신체가 박살 나면서 유리 파편 같은 것들이 흩날렸다.
“컥……!”
바헬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충격으로 몸이 뒤로 밀려 나갔다.
“커억…… 컥!”
바헬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래도 몸을 지탱하기 힘든지 두 팔을 땅에 붙였다.
박살이 난 신체에서 검은 무언가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치 어둠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하…….”
바헬은 힘겹게 등줄기를 세웠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얼굴에 어느새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바헬은 두 눈동자를 부릅뜬 채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핫! 분신이라 해도 이 몸을 부수다니!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악마의 관점에서 인간은 벌레보다 못한 존재였다.
그런 벌레에게 공격을 허용한 것도 모자라서 신체가 파괴되었음에도 바헬은 조금도 분노하지 않았다.
“내가 봤던 운명들 중에 너 같은 놈은 없었다! 놓쳤을 리가 없지! 이렇게 엄청난 실력을 가진 놈을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으니까!”
뜻 모를 소리를 지껄이며 바헬이 몸을 일으켰다.
“알겠다! 네놈이구나! 네가 바로 모든 운명을 일그러트린 주범이었어! 네 덕분에 우리들은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균열에서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던 어둠이 뚝 멎었다. 하지만 균열은 회복되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인간! 이름이 무엇이냐! 꼭 듣고 싶구나!”
“데미안 학센.”
데미안이 짧게 말했다. 바헬은 크게 기뻐했다.
“그래! 데미안 학센! 지금부터 제대로 즐겨보자! 이 기쁨을 같이 누리자!”
바헬이 내뿜는 기운이 증폭되었다.
그 모습에 데미안은 혀를 내둘렀다. 상처 입은 짐승이 위험하다지만 정도가 있는 법이었다.
지금 바헬이 내뿜고 있는 기세는 조금 전보다 훨씬 더 강했다. 아무래도 숨겨둔 힘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호승심을 건드리고 말았군. 귀찮게 되었어.’
데미안은 슬쩍 성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들판 위에 거대한 소환진이 새겨져 있었다.
저 소환진만 파괴하면 바헬은 지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군. 소환진을 부수려는 거지?”
데미안의 속마음을 읽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바헬이 말했다.
“그건 안 되지! 이렇게 즐거운데 방해받을 수는 없어!”
바헬이 소환진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반구 형태의 장벽이 소환진의 중앙을 덮었다.
데미안은 혀를 찼다.
크기에 비해서 소환진의 주요 기능은 중앙에 모여 있었다. 저곳을 파괴하지 못하면 바헬을 지옥으로 돌려보낼 수 없었다.
“데미안 학센! 잡다한 생각은 지워라! 이제부터 내게 집중해라!”
바헬이 데미안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데미안은 반사적으로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땅에서 사각기둥이 솟아났다. 바헬이 ‘고립’으로 만들어 낸 구조물이 데미안을 꿰뚫으려 한 것이다.
데미안은 사각기둥을 밟으며 물러났다. 이번에는 머리 위에서 불길함이 느껴졌다.
데미안은 옆으로 몸을 굴렀다. 그러자 하늘 위에서 뻗어 나온 사각기둥이 지면을 강타했다.
‘생성 속도가 이렇게 빠른데 거리 제한도 없군. 정신 나간 권능이야.’
데미안의 기량으로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위험할 정도였다.
“하핫! 잘 피하는걸!”
바헬이 연달아 사각기둥을 만들어 내서 데미안을 공격했다.
데미안은 바쁘게 움직이며 사각기둥을 피했다. 동시에 명령을 내렸다.
“헤메이라. 내 몸을 덮어라.”
어디선가 튀어나온 전신 갑옷이 데미안의 몸을 둘러쌌다. 그것을 본 바헬이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오? 그건 설마? 걸작이로군! 죽인 줄 알았는데 살아서 지상으로 도망쳤을 줄이야!”
헤메이라 안에는 살해당한 공작급 악마의 영혼이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그 공작급 악마를 살해인 존재가 바로 바헬인 모양이었다.
-바…… 헬……! 배신…… 자……!
그래서였을까. 헤메이라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격한 반응을 보였다.
“시끄러우니 닥쳐라.”
물론 데미안은 헤메이라의 사정을 고려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바헬 같은 괴물을 눈앞에 두고 그럴 여유는 없었으니까.
“헤메이라, 내 움직임을 보조해라.”
웨폰마스터와의 전투에서 데미안은 많은 양의 마검들을 헤메이라에게 먹일 수 있었다.
덕분에 헤메이라의 새로운 힘을 개방할 수 있었다. 이제 헤메이라를 착용하면 신체 능력과 마력량이 크게 상승했다.
“사환(四環).”
공진음이 증폭되었다. 데미안이 땅을 밟았다. 헤메이라가 힘을 보탰다.
데미안의 몸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공기의 벽이 데미안을 가로막았다. 데미안은 가볍게 벽을 뚫었다.
“대단하군! 그 자존심 강한 놈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다니! 정말 대단해!”
바헬은 다섯 개의 장벽으로 자신을 둘러쌌다. 데미안이 또 사각을 노릴지도 모르니 미리 대비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장벽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무게와 속도를 그대로 담아서 여명으로 장벽을 강타했다.
두 번째 멸격이 터져 나왔다.
바헬이 만들어 낸 장벽이 가볍게 박살이 났다. 바헬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데미안은 바헬의 몸통에 새겨진 균열에 다시 여명을 꽂아 넣으려 했다.
그 순간, 바헬이 손을 말아쥐었다. 손에서 불투명한 검이 뻗어 나왔다.
바헬이 만들어 낸 검이 여명을 가로막았다. 두 무기가 충돌하자 기파가 터져 나왔다.
“재미있지? 고립으로 만든 검이다. 크기가 작은 만큼 훨씬 더 단단하지.”
바헬이 자랑하듯이 말했다. 물론 데미안은 딱히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귀찮게 구는군.”
데미안은 두 팔에 힘을 주었다. 헤메이라가 데미안의 움직임을 보조했다.
데미안은 그대로 바헬을 밀어냈다. 그리고 다시 공격을 가했다.
“하하핫! 재미있어!”
바헬이 반투명한 검을 휘둘렀다. 데미안도 여명으로 응수했다.
둘의 공격이 허공에서 몇 번이고 격돌했다. 그럴 때마다 기파가 터지면서 주변의 사물들을 날려 버렸다.
“데미안 학센! 실력이 제법이구나!”
바헬이 즐겁다는 듯이 소리쳤다. 반면 데미안은 꽤 놀란 상태였다.
본래 악마들은 권능에 의존하기에 검술을 배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바헬은 달랐다. 마스터클래스를 능가하는 검술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과연 공작급 악마로군.”
“칭찬해 주는 거냐? 고맙구나!”
데미안은 비웃음을 머금었다.
다른 분야면 모를까 검술은 데미안의 영역이었다.
지금까지 마력량이나 육체 능력으로 데미안을 능가한 강적들은 많았다.
하지만 검술로 데미안을 능가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데미안의 두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바헬의 움직임을 모조리 읽어냈다. 충분한 정보량이 모였을 때, 행동에 나섰다.
여명의 궤적이 늘어났다. 각각의 궤적은 바헬의 검을 쳐내고, 약점을 꿰뚫고 들어왔다.
“어라?”
바헬은 단숨에 수세에 밀렸다. 데미안의 공격을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수백 년 동안 훈련한 내가…… 수십 년도 살지 못한 인간한테 밀린다고? 뭔가 이상한데……?”
그때, 데미안이 여명을 크게 내리쳤다. 바헬의 검을 찍어 누르며 땅에 박아 넣었다.
덕분에 바헬의 가슴까지 가는 길이 열렸다.
바헬의 칼날을 타고 여명이 위로 올라갔다. 데미안은 그대로 여명을 크게 휘둘렀다.
아래에서 위로.
푸른 궤적이 바헬의 몸통을 갈랐다.
목을 칠 때와 상황이 달랐다. 바헬의 육체는 이미 멸격으로 파괴된 상태였다.
여명이 바헬의 육체를 파고들었다. 복부와 가슴을 사선으로 베었다.
”크아악!“
바헬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손바닥으로 몸의 상처를 매만졌다.
길게 베인 자상에서 찐득찐득한 어둠이 묻어 나왔다. 바헬은 잠시 그것을 가만히 바라봤다.
“……내가 잘못 생각했군.”
어느새 말투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상태였다. 익살스럽던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재미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위험한 인간이었군.”
바헬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살려 두면 위험하겠어. 기왕이면 이 자리에서 죽여 버야지.”
막강한 살기가 데미안에게 쏟아졌다. 데미안은 입가를 비틀었다.
“분신으로 지상으로 기어 올라온 주제에 숨겨둔 재주도 많군.”
데미안은 냉정하게 바헬의 수준을 가늠했다.
‘오환(五環)에 벌성지광약까지 사용하면? 그래도 상대하기는 힘들겠군.’
지옥의 지배자.
공작급 악마는 전생에도 겪어보지 못한 강적이었다. 데미안도 숨겨둔 한 수를 꺼낼 때였다.
“인간으로서 못 이긴다면…… 다른 걸 꺼내야지.”
데미안은 질투의 권능을 발현했다. 자신의 마력을 흑마력으로 변환시키고 흡수했다.
“……어?”
그 광경을 본 순간, 바헬의 눈동자가 커졌다.
“잠깐만…… 네가 어떻게 그 권능을 가지고 있는 거지? 아니, 그보다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 거냐?”
바헬의 반응에 데미안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많은 이를 만나봤지만 데미안의 권능을 알아본 이는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데미안 학센……! 당장 말해라! 대체 어떻게 그 권능을…….”
그때였다.
저 멀리서 강대한 신성력이 느껴졌다. 데미안과 바헬은 거의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무언가 두 사람 사이에 떨어졌다.
엄청난 폭음과 함께 지면이 깊이 파였다. 성채가 날아가고 대신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
“어머, 데미안 경이 1등으로 왔을 줄은 몰랐네요.”
구덩이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광명이 구덩이에서 걸어 나왔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데미안 경이 다치기 전에 올 수 있어서.”
광명을 본 바헬이 두 눈동자를 빛냈다.
“꽤 아름다운 인간이로군.”
“어머, 칭찬 고마워요. 그쪽은 판데모니엄이 소환한 악마…… 같은데…….”
광명은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이내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데미안 학센, 저건 뭔가요? 후작급 악마가 아닌 것 같은데요.”
“정확히 보셨습니다. 공작급 악마 바헬입니다.”
광명의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좋네요. 아주 좋아요.”
의외의 반응에 바헬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간 여자, 뭐가 좋다는 거지?”
“공작급 악마라 하면 더럽고 추악한 악마들의 우두머리잖아요? 당신을 죽이면 하늘에 계신 위대한 분의 이름을 크게 드높일 수 있을 테니까요.”
그 말에 바헬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간 여자, 내게서 살아남을 생각을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악을 눈앞에 보고 어찌 보신을 먼저 생각할까요? 어차피 죽어도 그분께서 보듬어 주실 테니 상관없습니다.”
바헬은 징그럽다는 얼굴로 광명을 쳐다봤다.
“알고 보니 완전히 미친 인간이었네?”
악마에게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광명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머리에 돌이 튀었는데 털어내지 않으셔도 괜찮겠어요?”
대신 바헬을 가리키며 물었다. 광명의 말대로 바헬의 머리에는 구덩이가 파이면서 튄 돌조각들이 많이 들러붙어 있었다.
“그런 자잘한 건 신경 쓰지 않는 주의라서.”
“신경 쓰시는 게 좋으실 텐데요.”
광명이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종파 눈부신 고통의 권능 ‘강화’가 발현되었다.
바로 바헬의 머리에 떨어진 돌조각들에게 말이다.
“좀 많이 무거울 거예요.”
돌조각들이 밝게 빛났다.
그와 동시에 바헬의 머리가 땅바닥에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