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7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8화(278/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78화
278화 악마 (4)
얼굴이 지면에 닿기 직전, 바헬이 허리에 힘을 줬다. 낙하하던 머리가 허공에서 뚝 멈췄다.
그것도 모자라서 바헬은 고개를 들어올리기까지 했다. 오대성인의 권능을 단순한 근력으로 버텨 내고 있는 것이었다.
“오우, 신기한데? 이게 신성교단을 대표하는 오대성인의 권능이란 말이지?”
그리 말하며 바헬은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에 붙어 있던 돌조각들을 털어냈다.
“우리들의 권능과는 원리가 다른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적용되는 거지? 재미있어. 아주 흥미로워!”
바헬이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러자 광명이 웃으며 말했다.
“아직 놀랄 일은 더 많이 남아 있는데. 벌써 만족하시면 곤란해요.”
“오, 보여줄 게 더 남아 있다고? 어디 한 번 보여줘 봐! 너희 오대성인의 능력을 내게…….”
그때, 광명의 뒤에서 강풍이 불어왔다. 광명의 옷자락이 미친 듯이 휘날렸다.
“응? 이 바람은…….”
바헬이 뭔가를 느낀 순간, 머리 위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작은 체구에 귀여운 외모.
오대성인 중 한 명인 녹풍이 바람으로 변화시켰던 육체를 원래대로 되돌린 것이다.
“더러운 악마 새끼, 뒤져!”
녹풍이 험한 말과 함께 아래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폭풍이 휘몰아쳤다.
방출된 폭풍이 바헬을 덮쳤다. 그러자 바헬의 전신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녹풍이 일으키는 바람은 평범한 바람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모두 참격이었다.
지금 바헬은 폭풍에 갇힌 것이 아니라 참격 속에 빠진 채 몸이 갈려 나가고 있었다.
“하하하핫! 멋있는걸!”
폭풍 속에서 바헬이 큰소리로 웃었다. 오대성인에게 공격을 당했음에도 조금도 위급해 보이지 않았다.
“설마 또 다른 오대성인이 나타날 줄이야! 정말 대단해! 놀라워!”
별안간 폭풍 속에서 사각기둥들이 튀어나왔다. 폭풍은 갈기갈기 찢겼다.
폭풍에 가려져 있던 바헬의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놀랍게도 몸에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았다.
“더럽게 단단하네.”
녹풍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광명의 옆에 착지했다.
“작은 인간 여자여, 자책하지 마라. 너의 공격은 무척 훌륭했으니까. 단지 내가 너무 강했을 뿐이지.”
“언니, 들었어요? 엄청나게 재수 없지 않아요?”
“동감이에요.”
광명은 녹풍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데미안에게 물었다.
“데미안 경, 저 악마의 능력은 뭐죠?”
“본인의 말에 의하면 고립이라고 합니다. 일정 범위를 고정하는 권능인 것 같군요. 저 사물은 권능의 부산물인 듯합니다.”
“그걸 적한테 밝혔다고요? 진짜 재수 없는 놈이네요.”
“저도 같은 심정입니다.”
데미안은 바헬의 뒤에 있는 거대한 반구형 장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저곳에 청염께서 갇혀 계십니다.”
“청염 어르신을 해방하려면 저 악마를 다시 지옥으로 돌려보내야겠네요.”
그리 말하며 광명은 등에 짊어지고 있던 할버트를 손에 쥐었다.
“하하핫, 나랑 싸울 생각이구나. 좋다. 아주 좋아. 나야 환영이지.”
바헬이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무척 거만한 자세였다.
“그 전에 하나만 물어보자. 너희 두 사람을 공격했던 악마들은 어떻게 됐지? 내가 데미안 학센과 싸우느라 신경을 못 썼거든.”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왔지.”
“전 으스러트리고 왔어요.”
두 사람의 말에 바헬은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만만한 녀석들이 아니었을 텐데 이겼을 줄이야. 정말 훌륭하군.”
“언니, 언제까지 들어줄 생각이에요?”
“지금부터 참지 않으려고 했어요. 데미안 경, 같이 보조를 맞춰 주시겠어요?”
광명이 바헬이 서 있는 땅을 가리켰다. 그 순간, 강화된 중력이 바헬을 짓눌렀다.
“응?”
하지만 바헬은 아무렇지도 않게 권능을 버텨냈다. 조금 신기하다는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정말 다재다능하군. 활용도만 따지면 악마보다 뛰어날…….”
광명은 신성력으로 신체의 모든 근육을 일일이 강화했다.
인체에 존재하는 근육의 개수는 600개가 넘는다. 그것들을 모조리 강화하는 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복잡해지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광명은 그 복잡한 작업을 눈 깜짝할 사이에 끝냈다.
광명이 두 발로 땅을 밀어냈다. 지면이 산산이 박살이 났다.
그리고 다음 순간, 광명은 바헬의 코앞에 도착해 있었다.
“신의 은총을 되새기며…… 죽으세요.”
광명이 할버트를 휘둘렀다.
할버트를 휘두르는 동작을, 할버트가 움직이는 속도를, 그리고 할버트의 무게를, 마지막으로 할버트의 날카로움을 강화했다.
그 결과 할버트를 휘두를 뿐인 단순한 동작이 절기급으로 거듭났다. 막강한 일격이 바헬의 몸을 후려쳤다.
하지만 광명의 공격은 바헬이 만들어 낸 장벽에 막혔다. 할버트는 장벽을 조금도 뚫지 못했다.
“제대로 맞았으면 나도 위험했을 거야.”
바헬이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그러자 광명이 생긋 웃었다.
“방심을 너무 많이 하시네요.”
바헬의 등 뒤로 데미안이 나타났다. 데미안이 움직이자 바헬의 얼굴에 여유가 사라졌다.
“넌…… 너무 위험하지.”
바헬이 데미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데미안의 발밑에서 사각기둥들이 무수히 튀어나왔다.
데미안은 사각기둥을 피해서 움직였다. 바헬은 한 번으로 멈추지 않고 계속 권능을 발현했다. 마지 데미안의 접근을 꺼리는 것 같았다.
“하앗!”
그때, 측면에서 녹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녹풍이 바헬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또 그 바람을 사용하려고? 안 먹힐 텐데.”
녹풍이 검을 휘둘렀다. 바헬은 바로 장벽을 세웠다. 그러나 바람을 불어오지 않았다.
대신 바헬의 발밑에 있던 공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놀랐을 때는 늦었다. 아래에서 폭풍이 솟아났다. 폭풍의 칼날이 바헬의 몸을 휘감았다.
“하하핫! 공격 방향이 자유로웠을 줄이야! 이건 또 대단한걸!”
하지만 이번에도 바람의 칼날은 바헬의 몸을 제대로 베어내지 못했다.
“절 잊은 모양이네요.”
근접된 거리에 있던 광명이 입을 열었다. 바헬은 어깨를 으쓱했다.
“일부러 잊은 건 아니야.”
“친절하시네요. 그럼 한 가지 재미있는 걸 알려 드릴게요.”
장벽 너머에 서 있던 광명이 신성력을 일으켰다.
“제 권능은 거리가 가까울수록 효과가 강해진답니다.”
광명이 녹풍의 공격을 강화했다. 그 순간, 폭풍의 위력이 증폭되었다.
바헬의 몸 곳곳이 갈라졌다. 찐득찐득한 어둠이 피처럼 흘러내렸다.
“카아악!”
전신이 갈려 나가는 고통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했다. 바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그 바람에 바헬은 데미안을 견제하던 것을 멈추고 말았다.
“데미안 학센!”
광명이 소리쳤다. 데미안은 즉시 바헬을 향해서 돌진했다.
“뭘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악마의 가슴을 부순 그 공격을 다시 사용하세요!”
광명은 데미안을 향해 권능을 발현했다. 데미안의 신체와 마력이 강화되었다.
데미안은 멸격을 준비했다. 이번에야말로 바헬의 몸을 완전히 부술 생각이었다.
바헬의 가까운 거리까지 도달했을 때였다. 데미안의 본능이 경고했다.
“……모두 뒤로 물러나십시오!”
데미안이 광명과 녹풍을 향해서 소리쳤다. 그 순간, 폭풍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바헬이 지겹게 사용했던 사각기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사각기둥의 끝이 분열했다. 나뭇가지처럼 가짓수가 늘어났다.
수십 개가 넘는 기둥이 데미안을 덮쳤다. 데미안은 땅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다.
온 힘을 다해서 물러났음에도 몸 곳곳이 스치고 말았다. 다행히 헤메이라 덕분에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두 분 다 괜찮으십니까?”
데미안은 고개를 들며 소리쳤다.
두 사람도 데미안과 똑같은 방식대로 공격당한 상태였다.
다행히 광명은 할버트의 날을 방패 삼아서 공격을 막아냈고, 녹풍은 몸을 바람으로 바꿔서 피한 상황이었다.
“하아, 하아…… 진짜 조금도 방심 못 하겠네요.”
“언니! 괜찮아?”
광명이 숨을 가파르게 내쉬며 중얼거렸다.
짧은 시간 동안 강화를 여러 번 사용한 탓에 체력을 적잖게 소모한 듯했다.
“크하하핫!”
그때, 바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바헬의 전신은 검은 체액으로 물들어 있었다.
“떼로 몰려와서 침을 꽂아 넣는 벌 떼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지! 그 이유를 오늘 알 것 같구나!”
별안간 바헬의 웃음소리가 뚝 끊어졌다.
“아쉽군. 아쉬워. 더 즐기고 싶지만 분신이 너무 많이 파괴되었어.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내가 먼저 지옥으로 돌아가고 말겠어. 그러면 네놈을 죽이지 못하겠지.”
바헬의 시선이 데미안에게 향했다. 그 무표정한 시선에 데미안은 섬뜩함을 느꼈다.
“데미안 학센, 내가 말했지. 너만큼은 죽이겠다고…….”
쿵.
묵직한 소리가 바헬의 말을 잘랐다. 광명이 할버트를 땅에 꽂아 넣은 채 말했다.
“이봐요, 공작 나으리. 헛된 망상 좀 그만 품어요. 우리가 그걸 가만히 두고 볼 것 같아요.”
“언니, 말 잘했네. 절대 안 되지.”
두 오대성인은 투지를 불태웠다. 그러자 바헬이 손뼉을 쳤다.
“멋있어…… 아주 멋있어…… 마음 같아서는 더 상대해 주고 싶지만…… 말했다시피 내가 시간이 얼마 없거든.”
바헬이 한쪽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하늘 위에 어둠이 몰려들었다.
“내 권능은 고립이지. 그리고 그건 단순히 물리적인 고립만 뜻하는 게 아니야.”
바헬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어둠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진정한 어둠을 경험시켜 주마.”
그 순간, 데미안의 눈앞이 암전되었다.
* * *
광명과 녹풍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세 명은 양팔을 허우적거렸다.
“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어, 언니! 어디야? 언니!”
두 사람은 서로 어쩔 줄 몰라 했다.
당연했다. 지금 두 사람은 시각과 청각이 ‘고립’된 상태였으니까.
“이걸 사용하면 너무 쉬워서 안 하려고 했는데.”
바헬이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감각을 고립시키는 이 기술은 너무 강해서 함부로 사용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지금은 분신이었기에 두 개의 감각밖에 고립시키지 못했다.
본체였다면 오감은 물론이고, 심장까지 고립시켜서 단숨에 목숨을 빼앗을 수 있었다.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겠군.”
바헬은 데미안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머리 위에서 사각기둥을 떨궈서 죽일 생각이었다.
“아쉽게 되었어. 정말 즐거웠는데.”
바헬은 권능을 발현시키려 했다. 그때, 보게 되었다.
두 오대성인과 달리 침착한 얼굴을.
데미안은 두 눈을 감은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예를 들자면 바헬의 공격이라던가 말이다.
“……설마.”
바헬은 불길함을 애써 잊으며 권능을 발현했다. 데미안의 머리 위에 거대한 사각기둥이 만들어졌다.
“이대로 찍어서 죽여 버릴…….”
그때, 데미안 학센이 움직였다. 사각기둥을 피해서 멀리 달아난 것이다.
“……뭐?”
바헬은 당황하며 다시 권능을 발현했다. 데미안 학센의 발밑에서 사각기둥이 연달아 솟아났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에는 그 모든 공격을 피해 냈다.
“설마…… 남은 감각만으로 공격을 피하고 있는 거냐?”
그 순간, 바헬은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인간은 물론이고 악마조차 시각과 청각이 봉인되면 당황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데미안 학센은 당황해하기는커녕 침착하게 대처법을 떠올렸다.
“이런 정신 나간 새끼는 지옥에서도 없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진짜로 남은 감각만으로 바헬의 공격을 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데미안 학센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확고해졌다.
“너만큼은 꼭 죽여야겠다!”
바헬이 ‘고립’을 이용해서 커다란 대검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데미안을 향해 직접 달려갔다.
대검을 휘둘러서 데미안의 목을 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이번에도 여명을 세워서 대검을 막아냈다.
하지만 충격을 완숙하게 흘려보내지 못했다. 데미안의 몸이 뒤로 멀리 날아갔다.
“역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멀쩡할 리가 없지! 이대로 마무리를…….”
다시 뛰어들려던 순간, 바헬이 멈칫했다.
데미안 학센이 날아간 방향이 문제였다. 데미안 학센이 날아간 곳은 청염이 봉인된 장소였기 때문이다.
“후우, 다행히 각도가 잘 맞았군.”
데미안 학센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며 장벽에 손을 댔다. 그러자 손등에 새겨져 있던 문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탐식의 권능?”
바헬이 믿기 힘들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데미안이 짚은 자리를 중심으로 장벽이 소멸하기 시작했다.
장벽이 걷히며 노인과 수십 명의 성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이게 갑자기 왜 사라져?”
노인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아주 잘됐군.”
오대성인.
신성교단의 최강자.
청염이 두 주먹을 맞부딪히며 사납게 웃었다.
“이 개 같은 악마 놈아. 내가 경고했지. 여기서 풀려나면 네놈의 대가리를 부숴 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