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8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0화(280/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0화
280화 수많은 비밀 (1)
바헬의 완전히 소멸하자 청염은 신성력을 갈무리했다.
“후우.”
청염은 숨을 고르면서 데미안을 돌아봤다. 그 순간, 악귀처럼 살기를 품고 있던 표정이 활짝 펴졌다.
“데미안 경! 도와줘서 정말 고맙소!”
청염이 데미안을 향해 달려갔다. 분명히 가볍게 달리는 것 같은데 순식간에 데미안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장벽에 갇혀서 분통이 터져서 죽을 뻔했는데 데미안 경 덕분에 놈을 박살 낼 수 있었소! 십 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것 같구려!”
청염은 데미안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마구 흔들었다. 팔 힘이 보통이 아니라 데미안조차 휘청일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 저희는 보이지도 않으시는 건가요.”
“맞아요. 저희도 청염 님을 구하러 왔는걸요.”
광명과 녹풍이 섭섭하다는 듯이 말했다.
“당연히 자네들에게도 감사하고 있지! 오대성인 중 두 명이나 날 구하러 오다니! 이런 호사는 아무도 누릴 수 없을 게야!”
청염은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그제야 광명도 섭섭하다는 표정을 풀었다.
“그러고 보니 나랑 싸우기도 전에 이미 악마 놈이 너덜너덜하더군! 내가 괜히 끼어든 것 같아서 미안하네. 자네들끼리도 충분했을 텐데 말이야.”
“아…… 몸통의 상처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저희가 만들어 낸 게 아니에요.”
“그럼 누가 그 더럽게 단단한 놈을 반쯤 부숴놨단 말인가?”
광명은 데미안에게 시선을 옮겼다.
“데미안 경께서 한 일이랍니다.”
“……뭐?”
청염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혼자서 그랬다고? 대체 어떻게?”
“죽기 살기로 때려 부수니까 되더군요.”
데미안은 대충 얼버무렸다. 청염의 앞에서 멸격을 사용했다고 털어놓을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그러나 청염은 금방 수긍하지 않았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놈의 몸에 남은 흔적은…….”
“어르신, 본단에 계실 때 들으셨잖아요. 데미안 경은 혼자서 슬라를 찾아내서 처단했어요. 숨겨둔 한 수 정도는 가지고 있었겠죠.”
광명의 설명에 청염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더 이상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러면 데미안 경, 장벽은 어떻게 없애버린 것이오? 이 노부의 실력으로도 흠집조차 내지 못했거늘.”
청염의 물음에 광명과 녹풍의 시선도 데미안에게 집중됐다. 그들도 내심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제국에서 받은 보물을 사용했습니다.”
데미안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제가 판데모니엄에게 원한이 있다는 걸 알자마자 폐하께서 만일을 대비하라며 주셨죠.”
“그렇게 귀한 것을 자네에게? 한번 볼 수 있겠나?”
“일회용이라 사용하고 나니 형체도 남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데미안은 아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런…… 그렇게 귀한 것을 날 위해서 사용하다니! 걱정하지 마시오! 내 성하께 말씀드려서 그에 버금가는 물건을 내어 주겠소!”
“청염 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사실 데미안은 손해 본 게 없었지만, 청염의 배려를 감사히 받기로 했다.
“그보다 데미안 경, 정말 대단하오. 공작급 악마를 상대로 이토록 선전하다니.”
순간, 그의 분위기가 바뀌자 데미안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강적을 눈앞에 뒀을 때처럼 전신의 피가 싸늘하게 식었다.
“정말 대단한 실력자가 되셨구려. 사실 슬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다오. 데미안 경의 재능을 무시하는 바는 아니지만 슬라는 보통 녀석이 아니었으니 말이오.”
처음에는 착각인 줄 알았다. 하지만 청염의 눈동자가 빛나는 것을 보자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참으로 감동스럽소. 그러니 어떻소? 대련이라도 한번 해 보는 것이.”
청염의 전신에서 투기가 퍼져 나왔다.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청염은 데미안과 싸워 보고 싶어서 전신이 근질근질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 데미안은 바헬이 했던 말들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다.
게다가 전생에 경험해 봤기에 잘 알고 있었다. 호승심을 품은 청염이 얼마나 집요하고 귀찮은지 말이다.
“어르신, 저도 그렇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만.”
“역시 그럴 줄 알았소! 그럼 어서 검을 손에 쥐시오!”
“악마와의 전투로 크게 지쳐서 말입니다. 더 이상 싸우기는 힘들 것 같군요.”
“하하핫, 데미안 경 적들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소. 항상 만전의 상태로 싸울 수는 없다는 뜻이지. 지쳤다면 지친대로 맛이 있지 않겠소? 그러니 어서 무기를 드시오.”
댁은 적이 아니라 아군이잖아.
……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으나 꾹 참았다.
“악마와의 전투로 인해서 내상을 심하게 입어서…….”
“거짓말하지 마시오. 멀쩡하지 않소.”
“겉보기에만 그렇습니다.”
“그러지 말고 잠깐만, 아주 잠깐만 손을 섞어 봅시다.”
청염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데미안은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참, 어르신.”
그때, 광명이 구원의 손길을 뻗어왔다.
“성하께서 걱정하셨답니다.”
“성하께서? 모두 내가 부족한 탓일세. 본단에 돌아가면 바로 바로 찾아뵙고…….”
“그리고 엄청 화내셨어요.”
그 말에 청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자기 조언대로 다른 오대성인과 같이 출동할 것이지, 멋대로 달려 나갔다가 꼴 좋게 되었다고요.”
“아, 아니…… 그, 그건…… 한시가 급한 일이라…….”
“돌아오면 각오하라고 하시던데요. 석 달 동안 서류 업무만 맡길 테니 현장으로 나갈 생각은 조금도 하지 말래요.”
“자, 잠깐! 그, 그건 만큼 참아 주게……! 서류 업무만은……!”
“저한테 말해도 소용없어요. 성하께 빌어야죠.”
“크윽.”
청염은 두 주먹으로 땅을 내려치며 괴로워했다. 일하는 게 정말 싫은 듯했다.
“……그러고 보니 다른 놈들은 보지 못했나?”
청염의 질문에 다들 어리둥절해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은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기에 청염에게 물었다.
“다른 놈이라니 누굴 말하는 겁니까?”
“이 몸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악마 옆에는 해골 모습을 한 리치가 있었다오. 곧바로 장벽에 갇혀서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
해골의 모습을 한 리치.
도르고다.
분명했다. 그런 모습을 한 리치는 도르고밖에 없었다.
데미안은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감추고 있어서 어떤 존재인지 파악하지는 못했소. 하지만 어쩐지 불길하더군. 옆에 있는 악마만큼이나 말이오.”
그렇게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도르고의 꼬리를 잡는 순간이었다.
데미안은 기쁨보다 아쉬움을 느꼈다.
조금만 빨리 왔더라면 도르고를 죽일 수 있었을지도 몰랐는데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참, 그리고 보니 리치만 있었던 게 아니었지.”
막 생각났다는 듯 청염이 말했다.
“등에 박쥐 날개를 달고 있는 남자도 있었다오. 팔다리가 기괴할 정도로 길고, 피부색도 이상하더군. 아무리 봐도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키메라였던 것 같소.”
박쥐 날개의 남자.
데미안은 그 말에 딱 맞는 존재를 한 명 떠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녀석은 지금 나타날 만한 놈이 아니었으니까.
이오타.
도르고가 제작한 4대 마왕 중 한 명으로 공중전이 특기인 언데드.
4대 마왕은 도르고가 만들어 낸 언데드 중에서 최고이자 최강이라 불리는 걸작들이었다.
네 명 모두 엄청난 강자였기에 멸망전쟁 때도 엄청난 활약을 했다.
물론 이들의 활약과 평가는 데미안을 제외하고 받은 평가였다.
당시 데미안은 도르고의 수하들 중에서도 격이 다른 존재로 분류되고 있었다.
애초에 4대 마왕은 데미안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도르고가 내 영혼을 분석하여 얻은 지식으로 만들어 낸 것이 4대 마왕이었지.’
도르고는 일찌감치 4대 마왕의 육체를 완성시켰으나 그에 어울리는 영혼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러다 데미안의 영혼을 분석하면서 필요한 지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도르고는 자신의 영혼을 쪼개서 4대 마왕의 영혼을 만들어 냈다.
그럼에도 결국 4대 마왕은 데미안의 발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도르고는 아직 날 붙잡지 못했다. 그러니 4대 마왕은 완성될 수 없어. 그럼 어르신께서 본 놈은 대체 뭐지?’
데미안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였다.
“데미안 경, 이제 본단으로 복귀합시다. 돌아가면 성하께 자네의 공을 상세하게 말씀드리겠소.”
청염이 땅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때, 데미안은 잊었던 얼굴이 떠올렸다.
“아!”
데미안이 목소리를 높이자 다른 세 명이 깜짝 놀라서 모여들었다.
“데미안 경, 무슨 일이오?”
“혹시 문제가 생겼나요.”
데미안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놓고 왔습니다.”
“대체 뭘 놓고 왔다는 건가?”
어리둥절해하는 청염을 향해 데미안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그네스 경을 놓고 왔습니다.”
* * *
일행은 황급히 데미안이 아그네스를 두고 온 장소로 향했다.
다행히 아그네스는 멀쩡한 모습으로 있었다. 아니, 멀쩡한 수준이 아니었다.
“이 더러운 이단자들아! 죄 없는 약자들을 괴롭힌 대가를 치를 때가 되었다!”
아그네스는 지역을 점령 중이던 악마추종자들을 모조리 소통하고 있었다.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올랐기에 악마추종자 중에는 아그네스를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없었다.
“스승님!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청염을 보자마자 아그네스는 크게 기뻐했다.
“아그네스 님, 죄송합니다. 적진에 혼자 두고 저 혼자…….”
“아닙니다. 악마의 기술에 휘말리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으셨잖습니까. 그보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아그네스는 데미안의 잘못을 조금도 질책하지 않았다.
아그네스의 태도에 데미안은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데미안은 바헬을 만나기 위해서 일부러 악마의 기술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데미안 경, 두 사람과 함께 먼저 돌아가시오. 나와 광명은 성기사들과 함께 이 지역에 남은 쓰레기들을 치우겠소.”
청염과 광명, 그리고 청염이 데려온 성기사들은 이곳에 남아서 악마추종자들을 소탕하기로 했다.
그렇게 데미안과 아그네스, 녹풍만 본단으로 향했다.
* * *
“어르신, 어떻게 생각하세요?”
세 명이 떠난 뒤, 광명이 청염에게 물었다.
“뭐가 말인가?”
“데미안 경의 말을 믿으시나 싶어서요. 데미안 경은 제국에서 준 보물로 장벽을 해제시켰다지만…… 저는 솔직히 믿어지지 않아서요.”
공작급 악마의 권능을 해제할 수 있을 만한 물건을 제국에서 그토록 쉽게 넘겨줬을 리가 없다.
게다가 넘겨줬다고 해도 이상했다. 광명이 아는 한 ‘손만 대는 것’으로 공작급 악마의 권능을 해제시킬 수 있는 물건은 없었다.
“데미안 학센은 우리에게 뭔가 숨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알아내야죠. 무슨 짓을 해서라도요.”
광명의 눈빛이 위험하게 빛났다.
방금 전까지 아군이었던 사람을 잡아다가 고문이라도 할 기세였다.
청염은 딱히 놀라지도, 힐난하지도 않았다. 광명이 이런 행동을 하리라는 것을 이미 예측했기 때문이다.
“난 그러고 싶지 않네.”
“어르신.”
“데미안 경이 우리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가 되는 행동을 한 적은 없네.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을 줬지.”
청염은 딱 잘라서 말했다.
“데미안 경이 그 ‘비밀’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모두 그 악마에게 죽었을 걸세.”
청염은 악마의 권능에 의해서 고립되었으며, 광명과 녹풍은 악마의 권능에 당해서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유일하게 데미안만이 악마와 맞설 수 있었으며, 청염을 해방시킴으로써 전세를 역전시켰다.
“혹여 ‘비밀’을 억지로 캐내려다 데미안이 다른 쪽으로 돌아서기라도 한다면……. 이 일은 더 이상 거론하지 마세.”
“……어르신의 뜻이 그렇다면 저도 가만히 있겠습니다.”
광명은 마지못해 납득했다. 그리고 악마추종자들을 없애기 위해서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겨진 청염은 먼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광명, 성하께서는 데미안 학센을 믿는다고 하셨네.”
성황에게는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기이한 신통력이 있었다.
성황이 본 데미안 학센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다. 하지만 성황은 데미안을 위험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저 안타깝다고 말할 뿐이었다.
청염은 성황의 판단을 믿었다. 그녀는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명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참, 다음에 만나게 되면 그건 꼭 물어봐야겠군.”
청염은 바헬의 몸통에 새겨졌던 상처를 떠올렸다.
처음에 봤을 때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잘못 봤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바헬의 몸을 두들겨 팰수록 확신이 들었다.
바헬의 몸을 부쉈던 그 일격.
그건 분명이 ‘멸격’이었다.
어째서 데미안 학센이 자신의 경지를 사용하고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청염은 미칠듯한 궁금증을 억지로 구겨서 상자에 가뒀다.
“데미안 경, 다음에 만나면 그 비밀만큼은 꼭 알아내야겠소.”
청염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마치 적수를 만난 맹수를 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