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28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2화(282/30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282화
282화 수많은 비밀 (3)
성황은 데미안을 데리고 성황궁 안쪽으로 향했다.
“초대 성황께서는 말년에 한 가지 큰 깨달음을 얻으셨답니다.”
복도를 걷는 도중, 성황이 데미안에게 말했다.
“저는 자세힌 모르지만 단순한 깨달음이 아니었다더군요. 성황께서는 그 깨달음을 통해서 자신의 영혼을 쪼개서 본단을 위해서 남겨 놓으셨답니다.”
성황의 설명에 데미안은 호기심을 느꼈다.
영혼을 나누는 것도 모자라서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시킨다?
전생에서도 그런 능력을 가진 기사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심지어 그랜드마스터인 제국제일검과 청염조차 그러했다.
어쩌면 구원단이 그랜드마스터를 초월한 초인들의 집단이라는 추측은 사실일지도 몰랐다.
“초대 성황께서 남기신 영혼 조각은 본단에 남아서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조언과 가르침을 아끼지 않고 있죠. 덕분에 많은 성기사가 초대 성황의 도움을 받고 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답니다.”
“엄청나군요.”
데미안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흑마법사의 관점으로 보면 초대 성황이 남긴 것은 사념체와 아주 흡사했다.
하지만 사념체란 죽기 직전 만들어지는 법이었다. 반면 성황은 살아 있을 때, 자신의 영혼을 나눠서 남겨 놓았다.
게다가 사념체란 죽음의 공포로 얼룩진 상태기 때문에 이성을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초대 성황이 남긴 사념체는 남을 가르칠 정도로 뚜렷한 이성을 갖추고 있었다. 이는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어째서 지금까지 숨기고 계셨습니까? 초대 성황의 조각이라면…… 어찌 보면 초대 성황 그 자체가 아닙니까.”
데미안은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전생에 도르고의 명령으로 성황궁을 점령했을 때, 데미안은 초대 성황의 사념을 보지 못했다. 도르고 역시 찾아내지 못했었다.
“누군가와 대면할 때마다 조각의 힘이 점점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단에서는 조각을 평소에 봉인해 놓고 꼭 필요할 때만 깨우고 있죠.”
뚜렷한 이성을 갖춘 사념체가 영원히 지속될 리 없었다.
초대 성황이 만들었다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쩌면 멸망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조각이 완전히 소멸되었을지도 모르겠군. 그래서 도르고가 발견하지 못한 거야.’
성황의 설명을 듣는 사이, 두 사람은 복도의 끝에 도달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성황은 복도의 끝에 놓여 있는 문으로 다가갔다.
목에 걸고 있는 묵주를 가져다 대자 자물쇠가 열렸다.
“여기서부터는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성황은 옆으로 비켜섰고 데미안은 문 앞으로 다가갔다.
전설의 영웅을 대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데미안은 가슴이 살짝 뛰는 것을 느꼈다.
상대는 그랜드마스터를 초월했을지도 모르는 존재.
어쩌면 대단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갔다 오겠습니다.”
데미안은 내부로 들어갔다.
그 순간, 데미안의 시야가 암전되었다.
어둠이 걷혔을 때, 데미안의 눈에 보인 것은 전쟁터였다.
넓은 초원 위에서 이족 보행하는 도마뱀과 인간들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전쟁은 일방적이었다. 도마뱀 쪽이 인간을 압도하고 있었다.
도마뱀 쪽이 덩치도 크고, 착용하고 있는 장비도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물러서지 마라! 반드시 이곳을 사수해라!
-이곳에서 더 밀려나면 안 된다!
열세에 밀렸음에도 인간들은 투지를 잃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더욱 악을 쓰며 달려들었다.
-버텨라! 영웅께서 승리를 가져다주실 것이다!
대장처럼 보이는 남성이 소리쳤다. 그러자 도마뱀들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 기괴한 울음소리를 터트렸다.
그때, 검은 그림자가 전쟁터를 훑고 지나갔다.
무지막지한 광경에 양쪽 모두 당황했다. 전투가 멈출 정도였다.
인간도, 도마뱀도 모두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자 모두가 그것을 볼 수 있었다.
검은 날개를 가진 드래곤이 하늘에서 마구 휘청거리는 모습을 말이다.
원인은 드래곤의 몸통 위에 매달려 있는 한 인간 때문이었다.
인간 남성은 덩치가 클 뿐만 아니라 엄청난 근육질이었다.
인간 남성은 드래곤의 등에 매달린 채 메이스를 마구 휘둘렀다.
인간 남성이 메이스를 내려칠 때마다 비늘이 깨지며 근육이 터졌다. 드래곤은 괴성을 내질렀다.
그는 조금씩 드래곤의 머리를 향해서 기어갔다.
이윽고 목덜미에 도착했을 때, 남성은 두 다리로 드래곤의 목을 조이며 몸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메이스를 높이 쳐들었다.
눈부신 빛이 메이스를 휘감았다. 그러자 메이스의 크기가 수십 배로 커졌다.
남성은 거대하게 변한 메이스를 힘껏 내리쳤다. 드래곤의 머리가 잘 익은 수박처럼 박살이 났다.
머리를 잃은 몸은 곧바로 추락했다. 드래곤의 몸은 땅바닥을 길게 긁으며 멈췄다.
전쟁터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내 인간들이 무기를 높이 쳐들며 환호했다.
-우와아아아! 이겼다! 진짜로 이겼어!
-바르톨레오 만세! 구원단 만세!
인간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와 반대로 도마뱀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들 뭐 하는 거야? 당장 저 도마뱀 새끼들을 몰아내자!
-이 짐승 새끼들아! 너희들의 주인이 죽었는데 도망치지 않고 뭘 가만히 있는 거냐!
인간들이 도마뱀들을 몰아붙였다. 도마뱀들은 무기력하게 학살당했다.
데미안은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때, 옆에서 소리가 들렸다.
“형제님, 어떠십니까. 참으로 위대한 광경이 아닙니까.”
데미안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무척 거대한 사내가 보였다.
데미안보다 반 이상 더 컸다. 그뿐만 아니라 온몸이 근육질이었다.
기가 막힌 것은 이렇게 거대한 몸을 사제복 하나로 가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남자를 살피던 데미안은 금방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초대 성황 바르톨레오.
방금 전, 드래곤의 골통을 쪼갰던 전사가 눈앞에 있었다.
“초대 성하를 뵙습니다.”
데미안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러자 바르톨레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부르지 말아 주세요. 저는 본체가 남긴 일부분일 뿐, 진짜가 아니랍니다.”
“그럼 어떻게 부르면 되겠습니까.”
“간단하게 조각이라 불러 주세요.”
조각은 다시 전쟁터로 시선을 돌렸다.
“저건 과거의 전투를 재현한 것입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덕분에 인류는 대륙의 남부를 완전히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죠.”
“자주 들었습니다. 초대 성황께서는 메이스 한 자루로 악룡의 머리를 으스러트렸다고요.”
“하하핫, 절 찾아오시는 분들마다 꼭 그 이야기를 하더군요.”
조각은 유쾌하게 웃으며 데미안을 돌아봤다.
“지금까지 많은 손님을 맞이했지만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이군요.”
“성기사는 아니지만 허락을 받고 들어왔습니다.”
“그걸 지적하는 게 아니랍니다.”
조각은 육중한 팔로 턱을 매만지며 물었다.
“어째서 제게 배울 필요가 없는 사람이 왔지요?”
* * *
그 말에 데미안은 의문을 느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당신에게는 부족함이 보이지 않습니다. 실상은 어떨지 모르지만, 최소한 제 눈에는 보이지 않는군요. 제가 당신을 가르칠 만한 실력이 아니라는 뜻이겠죠.”
조각은 데미안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신체도 고르게 발달되어 있고, 마력 제어는 말할 것도 없이 뛰어나고, 실력은…… 확인해 보지 못했지만 제 감이 말해 주고 있군요. 당신은 분명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겠죠.”
과거의 영웅에게 고평가를 받은 것은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불만스러웠다.
데미안은 이곳에 무언가를 얻고 싶어서 왔기 때문이다.
“미안하지만 저는 당신에게 가르침을 내릴 수 없답니다. 괜히 조언을 했다가는 오히려 당신을 망칠 수도…… 응?”
문득, 조각의 시선이 우뚝 멈췄다. 바르톨레오는 데미안의 손목을 응시하며 물었다.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어떻게 에레보스의 선택을 받았죠? 이건 어느 누구도 선택하지 않는 물건인데.”
바르톨레오는 경악하며 말했다. 놀란 것은 데미안도 마찬가지였다.
에레보스에 대한 정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교단조차 에레보스가 위험하다는 사실만 알뿐, 어떤 물건인지 전혀 몰랐다.
하지만 조각은 에레보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에레보스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 겁니까?”
“아뇨, 나는 몰라요.”
하지만 조각은 곧바로 부정했다. 데미안은 조각을 다그쳤다.
“숨기지 말고 말씀해 주시죠.”
“아뇨, 숨기는 게 아니에요. 나는 정말 몰라요.”
“그럼 어떻게 알아보신 겁니까.”
“본체가 알고 있기 때문이죠.”
마치 선문답을 주고받는 기분이었다.
데미안의 표정이 험하게 변하자 바르톨레오는 황급히 설명했다.
“본체는 후대의 성기사들에게 조언을 해 주기 위해서 날 만들었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전투 기술 이외에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결국 조각은 조각일 뿐이었다. 데미안은 큰 실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기억이 나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괜찮으면 에레보스를 보여 주시겠습니까?”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구현한 뒤, 그에게 내밀었다. 조각은 에레보스를 이리저리 살폈다.
“제가 알고 있는 에레보스와는 다르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편적인 기억만 남아 있어서 자세히 설명드리기 힘들군요. 다만, 제가 알고 있는 것과 겉모습만 같을 뿐, 내부에 담긴 힘은 전혀 다릅니다.”
조각은 에레보스의 칼날을 쓰다듬었다. 그러다 우뚝 멈췄다.
“……당신은 이미 제 본체와 만났군요.”
그 말에 데미안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신성교단의 본단에 처음 방문했을 때, 데미안은 본단의 숨겨진 장소에서 에레보스의 조각이 박힌 미라를 만난 적이 있었다.
아마 조각은 그걸 말하는 듯했다.
“원망하시는 겁니까?”
“제게는 그런 감정도 없습니다. 조각일 뿐이거든요.”
조각은 데미안에게 에레보스를 되돌려줬다.
“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
조각의 말에 데미안은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가기는 너무 아쉬웠다.
문득, 데미안은 바르톨레오가 악룡의 머리를 부수던 광경을 떠올렸다.
데미안이 봐도 대단한 일격이었다. 현재 데미안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은 일격이었다.
데미안은 아공간에서 여명을 꺼냈다. 그 행동에 조각은 당황했다.
“무슨 짓입니까?”
“전투 기술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계신다고 하셨잖습니까.”
데미안은 한 번 싸운 상대의 기술과 경지를 모조리 흡수하여 구현할 수 있었다.
다만, 바르톨레오 같은 강자의 경지도 구현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시험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제가 알아서 배울 테니까 한 판 붙어 봅시다.”
데미안이 여명을 어깨에 올리며 말했다. 그 모습에 조각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손님은 진짜 처음이로군요.”
조각의 두 눈에 투지가 끌어올랐다. 조각이 신성력을 일으켜서 메이스를 만들어 내며 말했다.
“어디 한번 해 봅시다.”
* * *
결판이 나기까지 꼬박 하루라는 시간이 지났다.
전투가 끝난 뒤, 데미안은 신성교단에 남아서 전투를 복기했다.
‘배울 게 없다더니…… 새빨간 거짓말이었군.’
조각과의 전투를 통해서 데미안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데미안은 이번 전투에서 배운 것들을 흡수하는 한편, 본단의 서고를 드나들면서 비전서를 탐독했다.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부족했던 점을 채웠다. 데미안은 한동안 오로지 수련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열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데미안은 여행 채비를 갖추고 본단을 나섰다. 그런데 그의 옆에는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아그네스 님,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데미안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그네스에게 물었다.
이틀 전, 아그네스를 애플 왕국에 파견하겠다는 성황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래서 아그네스는 데미안과 동행하게 되었다.
본단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은 좌천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괜찮습니다. 이것도 모두 위대한 분의 뜻일 테니까요.”
아그네스는 담담히 말했다. 데미안은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찼다.
사실 아그네스는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좌천당한 것이 아니었다.
-아그네스 경, 데미안 학센은 우리 본단에 꼭 필요한 인재입니다.
며칠 전, 성황이 아그네스를 불러내서 말했다.
-하지만 데미안 경을 원하는 곳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을 애플 왕국으로 파견하려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센 영지 근처로요.
-그곳에서 데미안 학센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세요.
전도유망한 성기사가 맡기에는 너무나도 볼품없는 임무였다.
하지만 아그네스는 성황의 명령을 감사히 받아들였다.
그녀 역시 바라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그네스, 그리고 이건 당신한테만 하는 말입니다만…… 혹시 데미안 학센과 긴밀한 관계가 된다면 당신을 세속 성기사로 임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본단에 소속된 성기사들은 함부로 결혼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속 성기사는 혼인의 자유를 가지고 있었다.
즉, 성황이 하고 싶은 말은 아그네스와 데미안 학센을…….
쾅.
아그네스는 바로 앞에 있는 나무를 보지 못하고 얼굴을 박고 말았다.
아그네스는 재빨리 나무에서 얼굴을 빼냈다. 그리고 애써 괜찮은 척했다.
“그…… 안 아프십니까? 소리가 되게 컸는데.”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아그네스가 재빨리 머리를 정리하며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애플 왕국으로 향했다.
여행은 순조로웠다. 두 사람은 예상보다 빨리 애플 왕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애플 왕국의 국경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보게 되었다.
무너지고, 불타고 있는 국경의 요새를 말이다.
-캬하하핫!
불타는 요새 위에서 박쥐 날개를 가진 괴인이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